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3화(3/300)
제 3화
1시간 후.
“오랜만에 먹는 패스트푸드라서 그런지 맛있네.”
우물우물. 쩝쩝.
내일 집결지인 신도림역에 미리 와서, 번화가에서 늦은 저녁을 햄버거로 때우고 있었다.
전생에는 나이 마흔 이후로 저질스럽다고 생각해서 입에도 대지 않았던 정크 푸드인데.
다시 꼭꼭 씹어 먹어 보니 자극적인 맛이 아주 일품이었다.
[대한은행 : 예금주 강신화 님] [현재 잔고 : 4,305,252원]통장에는 일당으로 받아 입금한 30만 원을 제외하고, 400만 원이 더 들어가 있었다.
일격에 골로 보낸 박도원의 지갑에서 챙긴 돈을 입금한 것이다. 어차피 저거, 다 내 돈이다.
무슨 지갑에 그리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니는지! 지갑이 제대로 접히지도 않았다.
그 외에도 다 합치면 몇백만 원어치는 될 법한 장신구도 챙기긴 했는데, 이건 팔지 않았다.
어쨌든 박도원의 목숨 줄은 아슬아슬하게 붙여 뒀다. 물론 병원 신세를 꽤 오랫동안 져야겠지만.
레드 존에서의 폭력은 그냥저냥 넘어가지만, 살인은 ‘각성자 협회’가 바로 움직일 중죄로 취급된다.
그래서 힘을 아낀 것이다.
어쨌든 녀석에게 뜯어낸 돈과 장신구는 그간 빼앗긴 것에 비하면 일 할도 안 되기에.
아직까지는 여전히 아쉽다는 생각만 드는 액수였다.
‘뭐, 차차 받아 내면 되겠지.’
편하게 생각했다.
복수도 두렵지 않았다.
녀석처럼 몸뚱이만 믿고 덤비는 놈은 내가 가장 잘 요리할 수 있는 대상 중의 하나이기도 하니까.
자신 있다.
‘어디 보자.’
다시 생각에 잠겼다.
전생의 나는 늘 놀고먹으며 사는 것이 인생 최대의 목표였다.
열심히 힘을 키우면서 대재앙에 대비했던 것도 거창한 인류 구원이 목적이 아니라.
니콜라스에게 코가 꿰인 마당이라 일단 함께 대재앙을 대비하고, 이를 잘 마무리 지은 뒤에 여생을 무위도식하며 살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목표를 달성해서 은퇴를 위한 축하 파티까지 했는데……. 빌어먹을 회귀를 해 버렸다.
‘어찌 됐건 원점에서 다시 웰빙 라이프를 추구하면 돼! 쉰여섯의 중년에 은퇴하는 것보다야 20대에 은퇴하는 게 훨씬 낫잖아?’
인생이 리셋 되기는 했지만.
분명 기분 좋은 리셋이다.
앞으로 5년을 넉넉히 잡는다고 해도, 겨우 스물아홉 살이다.
인생의 최전성기 아닌가?
젊음과 행복을 동시에 누리며 즐기기에는 딱! 좋은 나이다.
‘다만 한밑천 마련하려면 일단 랭크가 확실히 높아야 해. 그래야 상위 던전을 공략해서 전리품을 팔아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까.’
F랭크 각성자로서는 웰빙 라이프는커녕 레드 존을 전전하는 헬 라이프를 벗어나기에도 힘들다.
일단 힘이 우선이다.
현재 각성자의 등급은 F, E, D, C, B, A, S, SS, SSS, EX로 구분되는 단계가 매겨져 있다.
단, 레벨 개념은 없다. 게임처럼 모두 동일하게 1부터 성장하는 구조는 아니다.
각성자들은 각성하는 시점에 자신의 재능에 맞게 등급이 자연스럽게 구분이 된다.
‘신의 선택.’
이 말은 각성과 함께 이뤄지는 랭크의 판정을 두고, 많은 각성자들이 했던 말이기도 했다.
각성의 시작부터 극명한 불평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F랭크 바닥부터 시작하는 각성자도 있는 반면에 A랭크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니콜라스 헤이건.
회귀는 둘째 치고, 랭크의 시작점도 금수저인 망할 자식이었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으려나?’
어쨌든 각 랭크에서 다음 랭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던전 공략에 충실할 필요가 있었다.
몬스터가 성장을 위한, 보이지 않는 경험치를 제공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랭크가 오르는 데 필요한 몬스터 개체수의 편차가 각성자마다 심각하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각성자는 1만 마리의 고블린만 잡아도 랭크가 오르지만.
쥐뿔도 없는 재능이라면?
100만 마리, 아니 그 이상을 잡아도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부조리를 두고 각성자들은 저마다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며 불만을 성토했지만.
애초에 의견을 수렴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으니 공허한 외침일 뿐이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재능을 발현하는 힘의 근원인 마력이 오르면, 랭크도 자연스럽게 올랐었지.’
입증된 대전제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모든 각성자가 사용하는 힘의 원천인 마력의 총량이 늘수록 랭크가 오른다는 것이다.
‘일단 마력부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늘려 보자. 그러면 랭크는 자연히 알아서 오를 거야.’
첫 번째 계획 수립이 끝났다.
내가 가진 재능은 육체를 내 뜻대로 강화함과 동시에 제어하고 변화시키는 능력이다.
전생에는 각성하고 6년간, 즉 니콜라스를 만나기 전까지 재능을 다루는 법을 전혀 알지 못했다.
통칭 ‘개변’이라 불리는 좋은 변화 계열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무식하게 육체만 강화해서 쓰는 짐꾼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니콜라스를 통해, 내가 가진 재능을 정확히 파악했다.
그렇게 녀석이 열어 준 신세계는 나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고, 그 지식은 하나도 남김없이 지금 내 머릿속에 고스란히 있다.
다만 지금은 오직 마력을 높이는 작업에 치중해야만, 앞으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일단 즉시 개변을 일으킬 수 있는 폐와 간부터 개조하자.’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바로 정신 집중에 들어갔다.
남의 눈에 띌 만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 자리에서도 충분히 시도할 수 있었다.
“…….”
육체 개변, 첫 번째 타깃, 간.
마력을 간으로 유도했다.
전생에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을 오로지 육체 변화를 위한 수단과 방법을 찾기에 몰두했던 나다.
간, 폐?
이런 장기들을 내 뜻대로 개조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심지어 손등에 자라 있는 작은 솜털 하나도 내 뜻대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준비만 충분하면.
‘깨끗하네, 깨끗해. 마력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생간이야.’
간의 상태는 처음 그대로였다.
‘심장은 물론이고,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한 마나의 저장고를 만든다.’
나는 간의 외곽을 따라 회전하는 마력의 흐름을 서서히 내부로 향하도록 조정했다.
그다음.
‘육체 개변 시작. 대자연의 마력을 최대치로 흡수하도록 친화도를 조정.’
꾸우욱. 꾸욱!
“크윽.”
개변을 시도하자마자, 간이 격렬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그 여파가 주변 내장 기관까지 영향을 미치며 내게 고통을 선사했다.
변화를 위한 성장통이다.
전생에는 평범한 간을 마력의 간으로 바꾸는 작업에만 꼬박 5년이 걸렸다.
개변을 시도하다가 간이 통째로 터져 버릴까 봐 겁도 났고, 무엇보다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대재앙을 막아 낸 그날까지.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몸을 완벽히 통제했던 각성자였다.
간 ‘따위’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침에 면도하듯, 대단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일상적 행위였다.
고통만 제외하면 말이다.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왠지 붉었던 간이 마력을 상징하는 푸른빛의 간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들어온다!’
심장에만 한정해서 소량으로 흡수되던 마력이 폭발적으로 밀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마치 굳게 닫혀 있던 수문을 활짝 열기라도 한 것처럼, 마력이 거침없이 콸콸 간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래, 바로 이거지. 좋아!’
단순 체감으로도 전보다 네 배 이상 폭증하여 들어오는 마력이 느껴진다.
절로 흡족한 미소가 지어졌다.
‘마력의 간 하나가 A랭크 마력 아티팩트의 가치를 하지! A랭크 각성자도 수백 번 던전을 돌아야 겨우 얻을 수 있을까 말까 한 게 A랭크 아티팩트잖아?’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개변이라는 작업 자체에는 별도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전혀 없다. 단지 노하우만 있으면 될 뿐.
나는 그 노하우 하나만으로 바로 극적인 변화를 일궈 냈다.
어떤 각성자는 평생을 투자해도 손에 넣을 수 없을 엄청난 마력의 증가를 이뤄 낸 것이다.
오직 나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변화다. 동시에 압도적인 시간 단축이기도 하고.
이렇게 손쉽게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전생에는 왜 몇 년씩이나 시간이 걸렸을까?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경험 덕분에 확실하게 꿀을 빨 수 있는 지금이 너무도 행복했다.
‘좋아, 이 기세를 몰아 폐까지!’
순식간에 몸의 피로감이 대폭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버틸 만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
육체 개변, 두 번째 타깃, 폐.
폐는 심장, 간보다 훨씬 더 많은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야말로 대형 저장고다.
하나가 아닌 둘로 존재하는 호흡기관이다 보니, 받아들일 수 있는 마력의 양이 상당하다.
게다가 개변을 마친 폐는, 호흡만 해도 자연의 마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2020년이면 이제 대격변 이후 10년의 혼란이 좀 잠잠해지고 본격적으로 각성자들의 재능에 대한 연구가 시작될 무렵이지.’
지금 육체 개변 능력을 가진 각성자가 나 하나만은 아니겠지만, 완벽한 정답지를 알고 있는 것은 나뿐일 것이다.
일분일초라도 더 빨리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남들이 엄두도 내지 못한 던전도 공략하고, 얻지 못한 아티팩트도 독식할 테니까.
은퇴하고 난 후에는 내 알 바 아니지만, 그 전까지는 단 하나의 이득도 양보할 수 없다.
내 미래 자산이니까!
‘이 정도의 마력이면, 폐의 개변까지 유도하면 에누리 없이 딱 떨어지겠어.’
남은 마력의 양과 몸의 상태를 동시에 점검하니, 양쪽 폐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정량과 딱 맞았다.
“후우.”
길게 심호흡을 하고.
바로 폐의 변화를 유도했다.
입을 통해 들어오는 산소의 흐름을 따라 들썩이고 있는 폐의 모든 제어에 정신을 집중한 뒤.
‘육체 개변 시작.’
간과 같은 절차를 밟았다.
“크윽! 윽!”
이번에는 양쪽 부위인 데다가 변화의 폭이 크다 보니, 송곳으로 쉴 새 없이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폐 바깥쪽을 누군가가 손으로 꽉 움켜쥐는 느낌이었다.
많이 익숙해진 고통이기는 하지만, 기분 나쁜 이 느낌은 어쩔 수가 없는 듯했다.
‘정답을 아는 문제를 다시 풀어 보는 느낌이야. 재밌으면서도, 과정을 헤매지 않으니까 너무 좋다.’
나는 고통마저 행복하게 즐기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폐의 변화가 느껴진다.
그리고 다음 순간.
마치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듯이 폐의 곳곳을 시원하게 때리는 마력의 흐름이 오롯이 느껴졌다.
마력의 간에 이어 마력의 폐까지 만드는 데 성공했다!
걸린 시간은 겨우 10분.
그 짧은 시간에 자유로이 다룰 수 있는 마력의 총량을 다섯 배 가까이 늘렸다.
평범하게 성장하도록 놔두었으면 10년은 족히 걸렸을 변화를 단숨에 이끌어 낸 것이다!
‘지금 이 속도면 서른 살이 되기 전에 EX랭크의 각성자가 되는 것도 꿈이 아니겠어. 전생의 나를 한참은 뛰어넘게 될 거라고! 회귀, 이러고 보니 이거 엄청난 축복이잖아?’
“응……?”
기쁨에 한껏 빠져 있던 그때.
눈앞이 핑그르르 도는 느낌이 들더니, 순간 쇼크 비슷한 상태가 오며 눈이 스르륵 감겼다.
정신을 잃고 있었다.
“아!”
짧은 탄식을 터뜨렸다.
그랬다.
지금의 나는 30년 넘게 구르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50대의 몸이 아닌, 풋내기 각성자의 몸이었다.
이 정도 과부하를 멀쩡하게 감당할 만한 육체와 정신의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끄륵.”
나는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 버렸다.
* * *
“……!”
신화가 눈을 뜬 것은 그로부터 2시간 후.
정신이 든 그가 습관적으로 제일 먼저 살핀 것은 외투 안주머니에 있는 지갑과 자신의 몸 상태였다.
전생에 원룸에 살 때는 늘 그것부터 걱정했기 때문이다.
워낙에 무법지대이다 보니.
도둑질은 어린애 장난이었고, 몰래 마취를 한 다음 불법적으로 장기를 적출해 가는 일도 허다했다.
그나마 살인은 각성자 협회의 현상금을 건 지명수배범이 될 우려가 있어서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까.
어쨌든 화이트 존인 신도림역 일대는 안전했다.
꽤 긴 시간 정신을 잃고 있었음에도, 누구도 신화를 건드리지 않았다.
“와.”
그때.
신화는 몸 안에서 충만하게 느껴지는 마력의 기운에 탄성을 터뜨렸다.
회복을 마친 뒤, 안정적으로 마력 확보에 들어간 간과 폐가 잔뜩 마력을 저장해 놓은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판정 등급 : E]늘어난 마력의 총량에 맞게, 재능의 랭크 판정이 F에서 E로 즉각 한 단계 올라 있었다.
‘그래, 이거거든. 평균이나 통계 따위는 가볍게 씹어 먹고, 몸에 만들어 내는 압도적인 변화!’
신화가 쾌재를 불렀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F랭크에서 E랭크까지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도, 5년은 우습게 넘어간다는 통계치와 달리.
‘나는 두 시간이면 충분했네.’
폭풍 성장!
이 말이 아니고선, 지금 신화에게 일어난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놀랄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후우, 하아, 후우우, 하아아.”
숨을 쉴 때마다 개변이 끝난 폐로 마력이 산소와 함께 힘차게 들어차는 게 느껴졌다.
남들은 제대로 흉내조차 낼 수 없을, 순도 100%의 마력 호흡법이었다.
이 정도면 일반 각성자에 비해 마력의 회복 속도도 최소 5배 이상 빨라질 것이다.
‘각성자 협회든 상위 랭크의 각성자든 정말 내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면 기절초풍하겠어.’
회귀가 가능하게 만들어 준 성장의 쾌감!
그것이 가져다주는 성취감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컸다.
신화의 입에 걸린 함박웃음은 한참 동안 입가에서 사라질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