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0)
만렙 회귀자입니다만-30화(29/300)
제 30화
‘빠르긴 빠르네.’
흡혈의 의지를 굳힌 장성영.
녀석이 내게 달려드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피를 빨 생각을 하니 초인적인 힘이라도 생겨나는 걸까?
전투를 치를 때보다 두 배 이상 빨라진 장성영의 움직임은 순식간에 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아아앗!”
나는 당황한 듯 소리쳤다.
내심 발연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장성영은 당황한 체하는 내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터업!
어느덧 내 몸에 안기듯 달라붙어서는 목덜미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꽂아 넣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종종 뱀파이어의 흡혈과 그 과정이 남녀의 모습으로 그려져 에로틱하게 보일 때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더군다나 장성영과 나는 같은 남자였고, 녀석은 마치 어르신들이 영양즙을 들이켤 때처럼 쪽쪽 소리를 내며 흡혈을 시작했다.
“…….”
혈액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침착하게 때를 기다렸다.
개변으로 변화된 독성의 피는 섭취자로 하여금 발작과 동시에 호흡 곤란 증세를 일으킨다.
즉시 치료를 한다면 호흡 곤란은 해결할 수 있지만, 발작은 어렵다.
한번 중독이 되면, 지속적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고약한 몸 상태가 되고 만다.
해독제를 만드는 방법이야 당연히 알고 있지만, 장성영을 위해서 그럴 생각은 물론 없었다.
“크아아악!”
나는 비명을 내지르는 ‘척’을 하며, 장성영을 밀쳐내고 뒤로 물러섰다.
놈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클클! 생기 넘치는 피로군.”
“흉터 지겠네, 이거.”
나는 구멍이 뻥 뚫려 버린 목덜미를 손끝으로 어루만지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주사기 같은 얇은 것도 아니고, 두꺼운 송곳니가 박혔다가 빠졌으니 상처가 난 것은 당연했다.
한데 바로 그때.
“허억!”
장성영이 조롱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다가 갑자기 자신의 목을 움켜쥐기 시작했다.
호흡 곤란 증세다.
독소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아마 기도 내부가 부풀어 오르고 있을 터였다.
마치 목에 묵직한 무언가가 걸린 것처럼 매우 답답하면서도 괴로운 느낌일 것이다.
“아무거나 주워 먹으면 큰일 나는데.”
나는 여유롭게 손을 풀었다.
매직 볼을 쓸까 했지만, 장성영과의 거리가 가까워서 그럴 필요도 없을 듯했다.
“흐끅! 끄극! 흐끅!”
이어서 녀석이 발작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고, 체내의 마력 순환이 방해를 받는 증상이었다.
각성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독성을 자연스럽게 주입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앞으로 사람을 어떻게 죽일까를 고민할 게 아니라, 네 스스로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더 살지를 고민해야 할 거다.”
“끄그극!”
장성영은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숨이 턱턱 막히고 있는 탓인지 얼굴이 시뻘게지며 혈관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별로 마주 보고 싶은 얼굴도 아닌지라 오래 시선을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다.
파앗!
개변된 다리를 이용해 추진력을 힘껏 확보한 나는 곧바로 장성영에게 쇄도했다.
그리고 오른손을 이용해 녀석의 목을 힘껏 움켜쥔 뒤.
파아앙!
왼손의 아티팩트 건틀릿을 이용하여, 마력의 절반을 그대로 얼굴 정면으로 방출시켰다.
“끄웩…….”
발작과 호흡 곤란 탓에 자신의 몸을 방어할 틈조차 없었던 장성영이 피를 토하며 나자빠졌다.
양미간 언저리를 정확히 타격한 방출 마력은 삽시간에 녀석의 코뼈와 안와에 골절을 일으켰다.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나는 그 상태로 살짝 몸을 띄운 뒤,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키며 그대로 뒷발차기를 날렸다.
두 다리는 이제 각력(脚力)을 이용한 공격을 펼쳐도 될 만큼 충분히 강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빠악!
아래에서 위로 그어지는 경로로 들어간 발차기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던 장성영의 턱 아래를 박살 냈다.
장성영은 방출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각성자이지만, 신체 강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녀석도 결국은 나미나 같은 각성자처럼 거리 재기가 필수인데, 너무 자신의 힘을 과신한 것이다.
하긴 내가 A+랭크였어도 D랭크 각성자라고 하면, 벌레보다 못한 수준으로 보이겠지.
물론 결과적으로는 녀석의 완벽한 오판이 되었지만 말이다.
“끄허.”
턱 아래쪽이 오래된 비스킷처럼 바스러진 장성영이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내친김에 좀 더 적극적인 공격의 수를 던졌다.
[폭권, 제2장 – 압(壓)]묵철 폭권 2장, 압.
단 한 번의 권격에 모든 것을 묵직하게 싣는다.
전생에 묵철이 가장 즐겨 쓴 것이 바로 2장 ‘압권’이었다. 일격필살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권격을 말끔히 펼치기 위해서는 묵철이 늘 강조했던 강체(剛體)가 필요한데, 그 기준에는 내 상태가 살짝 모자랐다.
그래서 왼손으로 오른쪽의 손목을 잡았다.
마치 펀치 기계에 주먹질을 할 때, 손목을 보호하기 위해 감싸듯이 말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하아아압!”
거친 일갈과 함께 장성영의 왼쪽 가슴 언저리에 그대로 압권을 적중시켰다.
“끅……!”
녀석의 몸이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을 날았다.
갈비뼈가 일거에 산산조각이 나며, 최소한 중상을 입는 그런 그림을 생각했는데.
장성영도 나처럼 맞춤 제작한 강화 슈트를 몸에 착용하고 있었기에 충격을 일부 흡수한 것이다.
“쳇.”
장성영의 수준을 간과했다.
그간 상대했던 놈들은 죄다 변변찮은 슈트만 두르고 있던 터라, 방어구의 존재를 잊은 것이다.
물론 공격 자체가 무효가 된 것은 아니었다.
한참을 날아간 장성영은 지면을 볼썽사납게 구르며, 코와 입으로 연신 피를 토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대장! 대장!”
“저쪽이다!”
“대장을 공격한 놈이 있다!”
시간차를 두고 도착한 장성영의 부하들이 나를 발견했다는 점이었다.
수십 대의 차가 줄지어 세워져 있는 것으로 봐서는 어림잡아도 50명은 넘을 듯했다.
이철수의 블랙 헌터 패거리들이야 지방에서 활동하는 중소 조직이니 상대하기가 쉬웠지만.
흑십자단은 구성원 모두가 고도의 훈련을 거쳐 양성된 정예 싸움꾼이었다.
홀로 전면전은 무리였다.
게다가 장성영을 조기에 제압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마력을 쓰기도 했고.
“뭐,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나는 장성영에게 일격을 가하면서, 동시에 손목을 붙잡으며 빼낸 팔찌를 살폈다.
[라키스 팔찌] [판정 등급 : A] [신체에 누적된 피로나 정신적, 육체적인 과부하의 회복을 촉진하는 팔찌입니다.단순 체력 회복 기능은 없으나, 소위 ‘컨디션’이라고 불리는 신체의 전반적인 리듬에 대한 회복을 빠르게 돕습니다.
팔찌의 분해에 성공하게 될 경우, ‘라키스의 정수’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A랭크 판정을 받을 정도의 팔찌면, 최소한 체감 회복 속도가 3배에서 4배는 되겠다.’
판정 등급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실 다음 개변까지 한 달 정도의 휴식기는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 녀석이 있으면 다음 주에 다른 부위의 개변을 시도해도 충분히 괜찮을 듯싶었다.
“후!”
나는 한 줄기 뜨거운 숨결을 토해 내며, 아까 봐두었던 차를 향해 달렸다.
그리고 힘껏 트렁크의 문을 잡아 올리자, 뒤가 열리며 안에 있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장성영한테 붙잡힌 겁니까?”
“네? 누구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흠씬 두들겨 맞고 붙잡혀 온 모양이었다.
나는 일단 그를 바로 양손으로 들어서는 힘껏 끌어안았다.
남자의 품에 안긴 남자.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지만, 일단은 구조가 우선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장성영이 연신 신음을 토하며, 힘겹게 손가락 끝으로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슈트가 있긴 해도, 일격을 제대로 먹이긴 먹인 모양이었다.
“꽉 잡아요.”
“……네!”
꾸드드득.
양다리에 힘을 주자, 아스팔트 지면이 깊게 파이기 시작하며 추진의 디딤대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파앗!
나와 남자는 장성영과 흑십자단 단원들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늘 높이 도약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나름 획기적인 탈출법이었다.
* * *
반나절 후.
“흐끅, 흐끅, 흐끅!”
“그놈에게 당한 이후로 계속 이러고 있는 것이냐?”
“네, 단장님. 보유한 치료용 포션들을 모두 사용해 봤는데, 도저히 개선이 안 됩니다.”
“의사 말은?”
“정체불명의 독에 중독된 것 같다고 합니다. 다만 그 독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대외적으로는 우리 흑십자단에서 가장 얼굴을 많이 팔고 다니는 녀석의 몰골이 이 꼴이라니.”
“다, 단장, 단장님. 죄, 죄송, 죄송합니다, 흐끅.”
침까지 질질 흘려 대는 장성영의 모습은 그야말로 볼썽사납기 그지없었다.
체통과 명예는 온데간데없었다.
자기 몸 하나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몸을 힘겹게 들썩이는 바보만이 있을 뿐이었다.
장성영을 지켜보던 주천호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흑십자단의 단장, 주천호.
SS랭크 각성자로 극한의 깨달음, 정점에 다다른 자신만의 고유 궁술을 즐겨 쓰는 각성자였다. 신궁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었고.
“바, 방심……. 제가 방심을.”
“아니, 네가 방심해서 당한 게 아니다. 처음부터 그놈이 전투를 설계한 거다.”
“예……?”
“일단 누워. 자꾸 말하지 말고. 푹 쉬어라. 너를 치료할 방법은 내가 찾아보겠다.”
“크흡. 으브브.”
주천호가 잔뜩 찌푸린 인상을 하고는 병실 밖으로 나섰다.
이곳은 흑십자단을 위해서만 운영되고 있는 레드 존의 전담 병원이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전부 흑십자단에 소속된 일원들이라 운신하기 자유로운 곳이기도 했다.
밖으로 나온 주천호는 부하로부터 쪽지에 적힌 이름을 보고 받았다.
<강신화, D랭크>
“이게 성영이가 말한 그놈의 인적 사항이냐?”
“예, 단장님. 근데 이름이 왠지 눈에 익어서 알아봤더니.”
“말해.”
“양화 길드와 얼마 전에 계약한 각성자였습니다. D랭크이고, 양화그룹의 회장 진성태의 딸인 진보미를 완치시켰다고 합니다.”
“치유계인가? 하지만 현장에 갔을 때의 성영이의 상태로 봐서는 보통의 육체 능력이 아니었는데.”
“평범한 놈은 절대 아닌 것 같습니다.”
“맞아. 놈은 의도적으로 성영이가 흡혈하도록 판을 짰어.”
“이런 빌어먹을 일이…….”
“피에 원래 독성이 있는지, 아니면 독성화가 가능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재능은 아니다.”
“어쩌면 치유와 중독 능력을 양쪽으로 가진 각성자일지도 모르겠군요.”
신화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주천호와 부하는 열심히 상상의 나래를 폈다.
신화는 자신의 힘을 숨긴 적이 없지만, 상식을 벗어나는 범위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상대가 쉬이 짐작을 못 하는 것이다.
“강신화의 정확한 위치를 수소문해라.”
“찾아서 쓸어버릴까요?”
“아니. 녀석에게 성영이를 구할 해독제를 구해야지. 아니면 산 채로 지옥을 맛보게 해 주든가.”
주천호의 살기 어린 눈빛이 심연에 닿을 만큼 차갑게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