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33화(32/300)
제 33화
1시간 후.
계약을 마친 신화는 제작한 최상급 마력 포션 2개를 양화 길드에 인계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대금 결제는 즉시 이뤄졌다.
신화는 손쉽게 40억 원의 수익을 올리고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한편 신화가 떠난 자리.
아직 불이 꺼지지 않은 대회의실은 진성태, 진보미, 서예희, 윤태호가 모두 앉아 있었다.
“보미야.”
“네, 아버지.”
“포션을 마셔 봐라. 직접 체험을 해 봐야 하지 않겠냐? 농도까지 측정했다만, 그래도 직접 확인은 해 봐야겠지 싶은데.”
진성태가 진보미에게 포션이 담긴 생수병을 쓱 내밀었다.
단지 검증을 하기 위해 20억 원을 날리는 셈이지만, 진성태에게는 전혀 아까운 돈이 아니었다.
“네, 제가 한번 마셔 볼게요. 이게 정말 최상급 마력 포션이 맞는다면, 앞으로 많은 각성자의 목숨을 구하게 될 거예요.”
“내 생각도 같다.”
부녀의 생각이 같았다.
아울러 신화가 포션을 제작했을 때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포션의 가격과는 무관하게 상위 각성자들은 또 하나의 목숨으로 포션을 생각할 것이라는 것.
“화식(花式), 겁화(劫火).”
진보미가 양손을 모아, 바로 자신의 재능을 구현시켰다.
그녀를 각성자가 될 수 있도록 만든 재능은 주술이었다.
그것은 어렸을 적부터 오컬트에 관심이 많아 그쪽으로 많은 공부를 했던 영향도 제법 있었다.
샤르르르르.
그녀의 손끝에서 구현된 수많은 꽃이 어디선가 날아온 바람을 따라 허공으로 흩날렸다.
탁!
이어 손가락을 튕기자, 꽃들이 일제히 불이 되어 타오르며 여기저기서 사라졌다.
같은 작업을 빠르게 반복했다.
마력을 전부 없애기 위해서다.
소모량이 많은 겁화 위주로 진보미는 마력을 계속 소모했고, 이윽고 탈진에 준하는 상태가 됐다.
길드 마스터, 서예희가 물었다.
“보미야, 괜찮아?”
“네, 언니. 괜찮아요. 지난번에 신화 씨가 치료해 준 이후로 몸 상태는 계속 좋아요.”
“재능 발현에 문제는 없고?”
“전혀요! 오히려 전보다 더 마력 순환이 매끄러워진 것 같아요. 마치 기계를 정비한 느낌이랄까?”
진보미가 자신이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
이윽고 그녀는 앞에 놓인 생수병의 뚜껑을 열며, 진성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준비 끝났어요.”
“마셔 보거라.”
“네.”
꿀꺽. 꿀꺽. 꿀꺽.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보미가 최상급 마력 포션을 쭉 들이켰다.
마력 포션의 정량은 500㎖.
500ml 미만으로 마시면 마력 회복이 전혀 안 되기에 내용물을 확실히 비웠다.
다음 순간.
“와!”
진보미가 탄성을 터뜨렸다.
내용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그 순간부터, 몸 전체에서 마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완전 고갈 상태였던 체내의 마력은 급속도로 회복됐다.
그간 진보미가 마셨던 중급 마력 포션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회복 속도가 무척 빨랐다.
“어떠냐? 정말이냐?”
“아버지……. 이건 혁명이에요!”
진보미가 가감 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녀는 처음부터 신화를 믿었지만, 정말 포션을 마셔서 확인하니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진짜 우리 양화 길드에 괴물이 들어온 건가……. 태호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러게요, 마스터. 아까 강신화를 의심하고 질투했던 제가 미워질 정도네요.”
“자네들도 강신화 군에 대한 생각이 나와 비슷한 것 같군. 이런 인재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예, 회장님. 듀얼이니 트리플이니 하는 구분도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소문이 퍼지지 않아서 그렇지, 본격적으로 그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하면 강신화는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될 겁니다.”
진성태의 말에 서예희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이미 KSA에서 나미나가 직접 한 차례 움직였다는 것이 증거였다.
서예희는 얼마 전, 나미나가 신화를 만난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 거기서 어느 정도 포섭이 이뤄졌다면, 신화가 다음 계약을 KSA와 할 가능성도 있었다.
“아버지, 놓치면 안 돼요. 강신화 씨는 우리 길드에서 반드시 전략적으로 키워야 할 인재예요!”
“월 50억. 이것도 신화 군에게는 한참 모자란 투자라는 생각이 드는군.”
진성태가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서예희가 말을 이었다.
“회장님, 강신화에 대한 정확한 가치 판단이 필요합니다.”
“강신화 군의 비전투 재능은 충분히 확인이 끝났다고 보는데. 다만 아직 전투 재능에 대해서 눈으로 확인한 사람이 없지?”
“예, 그렇습니다.”
“최대한 서둘러 던전 공략 일정을 잡도록 하게. 외부 노출이 안 되도록 길드 소유의 던전으로.”
“아버지, C랭크나 D랭크 수준의 던전은 의미 없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에 신화 씨의 재능은 A랭크 이상이에요.”
“그렇다면 그것보다 살짝 상회하는 수준의 던전 공략 일정을 잡는 게 좋지 싶은데.”
“그렇다면 구로역 3번 출구 쪽에 있는 K-1004 던전이 적합합니다.”
“판정 등급이 A+랭크인 던전 말인가?”
“예. 조만간 KSA에서 내부 조사를 진행한 뒤 S랭크로 격상할 것이 확실시되는 던전입니다.”
“하……. D랭크 각성자를 준S랭크 던전에서 시험한다는 것도 참 웃기는 상황이군.”
“새삼 랭크의 알파벳은 그저 알파벳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서예희가 웃었다.
반은 어이없이, 그리고 반은 놀라고 또 놀란 마음에 절로 터져 나온 웃음이었다.
그것은 진보미나 윤태호도 마찬가지여서, 자신들도 모르게 신화가 머물다 간 자리를 훑었다.
그만큼 그들은 신화의 존재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었다.
“최대한 서둘러서 던전 공략 일정을 잡게. 강신화 군에 대한 가치 판단은 공략 이후에 하도록 하지. 어떤가?”
“찬성입니다.”
“저도 찬성입니다.”
“저도 예희 언니, 태호 오빠의 생각과 같아요.”
만장일치.
강신화라는 역대급 인재를 더 확실하게 길드에서 품기 위한 고민이 시작됐다.
* * *
같은 시각.
신촌역 4번 출구 앞에 한껏 높이 세워진 마천루 ‘홍연 빌딩’의 최상층 52층에서는 진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게 방금 나온 기사다, 이 말이지.”
“예, 마스터. 아마도 전담 기자를 통해서 자신에 대한 어필을 하려는 속셈인 듯합니다.”
“강신화가 최상급 마력 포션을 개발했고, 이를 양화 길드가 독점 판매하기로 했다?”
“예. 아시다시피.”
“알고 있다. 강신화, 그 녀석이 욕심 많은 노인네의 딸년을 치료했다는 건.”
“이미 양화 길드에서 파격 대우를 해 주고 있고,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KSA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D랭크 주제에 과속이 심하군. 최상급 마력 포션이라,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허풍 같은데.”
주우우욱!
대화를 주고받던 남자가 창가의 블라인드를 걷고, 52층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신촌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불야성의 신촌.
이 일대는 홍연 길드의 거점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전부 홍연 길드의 소유였다.
오죽했으면 사람들이 신촌역이라는 단어보다 홍연역이라는 별칭을 더 쓰곤 할까.
그 정도로 이 일대에서 홍연 길드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합정역에서 홍대역까지 이어지는 2호선 라인을 따라 분포된 던전은 전부 홍연 길드의 소유이기도 했다.
목진우.
홍연 길드 마스터인 그의 이름이었다.
“일단 포션 문제는 나중에 정말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하면, 그때 판단하는 게 좋겠군.”
“예, 아직까진 기사뿐입니다.”
“아 참, 예전에 서울 49팀의 김현준 팀장이 강신화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당시에 강철봉을 이로 물어뜯었던 흔적을 사진으로 담아 보고를 올렸습니다.”
“강철을 물어뜯었다면 신체 강화, 그러니까 강화계라는 얘기고. 여기에 치유 능력과 포션을 제작할 재능까지 있다?”
“확실한 정보가 없어서 재능을 전부 특정할 수 없지만, 이런 식이면 최소…….”
“못해도 듀얼, 기본 트리플 이상의 각성자라는 얘기군.”
“예, 그렇습니다.”
“당시에 김현준 팀장의 제안을 강신화가 거절했다고 했었나?”
“예. 긴 대화는커녕 작은 관심도 안 보였다고 하더군요.”
“우리 길드 이름을 대놓고 알려 줬는데도 반응이 그랬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목진우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홍연 길드의 이름은 치트키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각성자들 사이에서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길드에 대한 공식 서열 정리가 시작된 이후로 9년 동안, 홍연 길드는 단 한 번도 왕좌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었다.
이는 인재가 될 씨앗만 발견해도 자본을 아끼지 않고 공격적으로 영입을 진행한 목진우의 적극적인 행보의 영향이 컸다.
떡잎이 확실해 보이면, 미리미리 돈으로 찍어 눌러 다른 길드로 갈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이것이 그의 오래된 신조였다.
절대 경쟁 관계에 있는 다른 길드의 전력이 강화되는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선수를 치는 것이다.
“각성자의 세계에서 듀얼 이상은 돌연변이야. 투자 가치는 충분해. 한데 그 이상이다? 그럼 당연히 우리 홍연이 가져야지.”
“영입 건을 진행할까요?”
“예산은 얼마든지 집행해도 좋으니 강신화 그 녀석을 내 앞에 데리고 오도록 해. 진성태, 그 노인네가 공들인 각성자를 데려온다면 그림 한번 재밌을 듯하군.”
“예, 마스터.”
“대한민국 각성자가 전 세계 최초로 제작한 최상급 마력 포션이라. 이게 사실이면 정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겠어.”
목진우의 적안(赤眼)이 신촌의 불야성에 반사돼 더욱 붉게 빛났다.
각성자 수집가로 정평이 난, 대한민국 1위 길드의 리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아, 잘 잤다. 젊은 몸은 이게 좋구먼? 꼭두새벽부터 잠도 안 깨고 아주 숙면이야, 숙면.”
나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전생에는 장년의 나이를 지나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줄어든 잠 때문에 회복도 더딘 느낌이었는데.
스물네 살 어린 몸은 원하는 만큼, 양껏 수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제게 단독 기사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편집장님께서 어떻게 이런 정보를 물어 왔냐며 엄청 칭찬을 해 주셨어요!]눈을 뜬 나를 반긴 것은 새벽에 박현이 내게 보낸 문자 메시지였다.
독점 판매 위임 계약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박현에게 전화를 걸었고, 계약 사실을 기사화하도록 부탁했던 것이다.
물론 양화 길드와 사전에 협의가 끝난, 지극히 의도적인 보도였다.
[열심히 해 봐. 기사에 살 붙이려고 하지 말고, 내용 그대로만.]나는 적당한 격려와 함께, 당부도 잊지 않았다.
내게 유리하게, 입맛에 맞는 기사를 보도하려면 경력이 많은 기자보다는 박현 같은 새내기가 더 낫다.
“어디 보자. 중요한 연락이 하나 더 왔군.”
나는 따로 중요 표시를 해 둔 메시지만 읽었다.
워낙 여러 경로로 연락이 오다 보니, 일일이 다 확인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다.
조만간 연락처를 바꿀 생각이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번호는 너무 많이 알려진 상태였다.
예전에 짐꾼 구직 시절, 여기저기 번호를 뿌리고 다닌 것의 부작용이었다.
한데 바로 그때.
[오늘 21시에 K-1004 던전을 공략할 예정이니 20시 30분까지 구로역으로 오세요.] [전담 일꾼은 10년 차 베테랑들이 대기할 예정이니 따로 데려올 필요 없어요.]서예희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K-1004 던전.
내 기억이 맞는다면.
“초월의 꽃이 있는 곳이잖아?”
재능과 연계될 꽃을 하나 더 챙길 수 있는 던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