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6)
만렙 회귀자입니다만-36화(35/300)
제 36화
K-1004 던전 진입에 앞서.
서예희는 어제 신화에게 통보를 했듯, 그에게도 베테랑 짐꾼들을 배정해 줬다.
양화 길드는 대한민국 길드들 중에서 짐꾼에 대한 대우가 가장 좋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래서 과거에 신화도 양화 길드 소속의 공대에 참여하고 싶어 김철근에게 열심히 바람을 넣곤 했었다.
물론 김철근이 경력만 많을 뿐 결격사유가 많은 짐꾼 대장인지라 서류 면접에서 탈락했지만.
그렇게 자신에게 배정된 짐꾼의 모습을 보는 순간, 신화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괜찮아요. 저는 짐꾼 지원 없어도 되니까 필요한 분에게 배정하세요.”
“안 돼요. 던전을 공략하면 그만큼 부산물이 나올 테고, 각성자가 일일이 챙기는 건 어렵죠.”
서예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화가 소극적으로 공략에 임하려는 건가 싶기도 했다.
부산물이든 무엇이든 아무 욕심도 내고 싶지 않다는 그런 뉘앙스로 들렸기 때문이다.
“어쨌든 괜찮습니다.”
“혹시 던전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수준이 높은 것 때문에?”
“아뇨, 말 그대로 저는 정말 짐꾼이 없어도 되니까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게 가장 빠르고 좋을 듯합니다만.”
옆에 있던 정훈이 차분하게 의견을 보탰다. 신화도 정훈의 말에 동감했다.
척하면 착, 하고 알아주길 바라기에는 신화 자신이 가진 능력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였다.
“짐꾼분들의 수고와 고생을 대체할 수단이 있습니다.”
탁!
신화가 손가락을 튕기자, 칼레의 혼돈 목걸이가 자연스럽게 아공간과 현실을 연결시켰다.
그리고 염(念)을 통해 소환하도록 명령한 물체가 즉시 신화의 앞으로 ‘배달’됐다.
던전 야영 장비였다.
무게만 60kg 이상이 나가는 무거운 장비였는데, 신화의 앞에 깃털처럼 가볍게 톡 하고 놓였다.
“뭐야, 이건 또…….”
윤태호가 연신 아공간과 소환된 장비를 번갈아 살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까도, 까도 양파처럼 계속 나오는 신화였다.
아공간 능력은 개화된 재능이라기보다는 아티팩트를 매개체로 한 능력으로 보였다.
문제는 이런 아공간 아티팩트에 대해서 그간 이론은 많았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다는 것이다.
공간을 활용하는 아티팩트가 당연히 있을 것이라는 짐작은 하면서도, 누구도 경험한 적은 없었다.
그래서 아공간 아티팩트는 각성자들 사이에서도 있으면 정말 편리할, 꿈의 아티팩트로 여겼다.
한데 그게 떡하니 눈앞에서 신화의 손길을 따라 나타난 것이다.
“신화 씨, 지금 그거, 아공간 아티팩트예요?”
깜짝 놀란 진보미가 물었다.
아공간 아티팩트는 짐꾼이라는 인력을 아낄 수 있게 해 주는 수단이다.
인건비를 아껴 좋다기보다 던전 변수에 취약한 짐꾼의 희생을 덜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맞아요.”
“와! 말로만 듣던 아공간 아티팩트가 정말 존재했네요? 아버지가 억만금을 써서 구해도 도저히 구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희소성이 높긴 하죠.”
“앗, 마스터. 이렇게 되면 저희는 오늘 실직인 겁니까?”
그때, 신화에게 배정됐던 두 짐꾼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러자 신화는 서예희가 대답하기 전에 먼저 나서서 답했다.
“제게 배정된 분들은 오늘 특별 휴가라고 생각하고 쉬시죠. 일당은 끝나고 난 뒤에 제가 직접 지급하겠습니다.”
“오오오!”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은 느낌에 두 짐꾼이 동시에 만세를 불렀다.
베테랑이라고는 해도 A+랭크 던전의 공략이면 바짝 긴장해야 하는 곳이었다.
짐꾼이라는 포지션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강화 슈트를 렌트해서 입고 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서예희가 물었다.
“신화 씨, 정말 괜찮겠어요?”
“아예 오늘 짐꾼분들 전부 휴식을 주는 건 어떻습니까? 제 것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전리품 보관도 가능합니다만.”
“공간이 어느 정도인데요?”
“무한대. 반경 1m의 공간만 통과할 수 있는 무생물이나 사체라면 무엇이든 보관됩니다.”
“와! 완전 대혁명이네.”
짐꾼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신화도 짐꾼으로 살아 본 경험이 많았기에 아공간이 얼마나 부러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짐꾼에게 아공간은 인간 노동자와 로봇 일꾼처럼 라이벌 관계의 존재이기도 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공간 아티팩트가 보급된다면, 가장 타격을 받을 직업군은 짐꾼이었다.
“강신화 씨는 정말 사람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군요. 새삼 다시 한번 특별하다는 걸 느끼네요.”
“칭찬은 감사히 듣겠습니다.”
“그럼 이것도 보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정훈은 신화의 아공간을 하염없이 부러운 눈빛으로 보더니 챙겨 온 강화용 각반 가방을 내밀었다.
킥복싱에 능한 정훈은 주로 발을 쓰는 각성자였기에 다양한 형태의 각반을 소지하고 있었다.
“가능하죠. 더 보관하실 것은?”
“정기태 대장님, 챙겨 온 짐들을 전부 가져와 주시죠.”
“그, 그럴까요. 어이쿠, 이게 뭔 일이래.”
짐꾼 대장 정기태가 정훈의 몫으로 구성된 짐 꾸러미를 신화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탁!
신화가 손가락을 한 번 튕기자, 마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정훈의 짐 모두가 사라졌다.
“회수도 금방입니다.”
탁!
또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방금 들어갔던 짐들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손상 없이 아주 부드럽게 지면 위로 사뿐히 놓였다. 파손을 걱정할 건더기도 없어 보일 정도였다.
“강신화 씨와 함께 있으면 앞으로는 백수 신세가 되겠군요.”
정기태가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공간은 안전을 걱정할 필요도, 이동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원한다면 어디서든 마음대로 소환이 가능하지 않은가? 그의 생각은 절대 틀린 것이 아니었다.
“자, 짐은 편하게 제 아공간에 보관하고 가시죠. 짐꾼분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입구 앞에서 공략 이후를 대기하도록 하고요.”
그간 고생했을 베테랑 짐꾼들.
신화는 그들을 위한 작은 배려로 짧은 휴식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것은 자신의 오랜 직업이기도 했던 짐꾼에 대한 존중이자 그들의 고생에 대한 경의의 의미였다.
“좋아요. 아공간이 있다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함께 이동할 필요는 없겠죠. 자, 모든 짐꾼분은 여기서 대기하며 휴식합니다!”
“와아아! 강신화 씨, 만세!”
“아공간 만세!”
“아공간 만세는 좀……. 제발 저 아티팩트가 하나밖에 없길 바라야지, 인마.”
“어쨌든 만세! 하하하!”
모처럼 얻은 꿀맛 같은 휴식에 짐꾼들이 환호하며 저마다 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사이.
신화는 나머지 네 동료들의 짐으로 인계받은 모든 물품들을 아공간에 보관했다.
한 사람당 두 보따리는 족히 되는 짐을 모두 보관하기까지는 불과 5초도 걸리지 않았다.
보관을 암시하는 생각과 시동어 역할을 할 손가락 튕김만 있으면, 모든 것이 만사형통이었다.
“후아.”
“후우.”
본격적인 공략을 시작하기에 앞서, 서예희와 윤태호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또렷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신화의 몸값이 올라가는 소리가.
* * *
짐꾼 없는 공략이 시작됐다.
입구 근처에 아무것도 없었기에 던전의 상세 브리핑은 입장하자마자 바로 이루어졌다.
K-1004 던전은 전생에 여러 번 왔었던 던전이라서 내부 정보에 대해서는 빠삭했다.
그래서 모르는 척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듣는 체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어찌 됐건 상세 브리핑을 마친 후, 드디어 던전 공략이 시작됐다.
한데.
‘……뭐 하는 거지?’
시작부터 뭔가 이상했다.
진입하면서 슬슬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A+랭크급 몬스터, ‘묵빛 마딜로’를 상대하기 위해 내가 나서려는 순간.
“아직 아닙니다. 신화 씨는 일단 지켜보시죠.”
정훈이 나를 막았다.
“묵빛 마딜로는 팀원 간의 연계 플레이가 정말 중요해요. 신화 씨에게는 어려울 거예요.”
거기에 서예희가 한술 더 떴다.
전략인가?
일부러 나를 자극해서 내재된 힘을 폭발(?)하게 만들려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일단 조용히 지켜봤다.
애초에 서예희와 윤태호가 S랭크 단계의 각성자이기에 묵빛 마딜로의 공략은 어렵진 않았다.
다만 전투 내내 묵빛 마딜로가 몇 마리 더 나타나면서 시야를 교란할 때마다.
그들은 이상하리만치 내 쪽으로 시선을 여러 번 주며 내 안전을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뭐랄까.
실력이 궁금해서 데려는 왔는데, 혹시나 부주의로 내가 죽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그런 눈치였다.
‘귀엽다고 해야 하나, 순진하다고 해야 하나? 왜 양화 길드가 10대 길드에는 들었어도 3대 길드에는 못 들었는지 알겠네.’
세심하게 나를 걱정해 주는 것이 고맙기는 했다.
하지만 테스트를 하러 데려왔으면 확실하게 지시를 하든가.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급이 낮은 던전을 편성해서 팀을 짜 주고 참관을 하든가.
그런 식으로 했어야 했다.
한데 내 실력을 직접 보고는 싶고, 그렇다고 막상 전투에 투입하자니 온실 속의 화초인 듯 걱정이 되고.
그런 마음으로 갈팡질팡하는 느낌이었다. 아마 마스터인 서예희가 오더를 내리지 않으니 다른 이들도 무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쇼케이스를 열어 줬으니 당사자인 내가 열심히 뛰어 줄 수밖에!’
나는 바로 옷소매를 걷었다.
황 노인이 제작해 준 슈트는 진즉에 입고 있었고, 일찌감치 마력 순환도 최고조로 올려 뒀다.
항시 전투 대기 상태.
‘어디 보자.’
주변을 살폈다.
일단 길목은 크게 두 갈래가 있었다.
서예희를 포함한 4인이 선택한 왼쪽 루트는 최종으로는 끝이 막히는 루트다. 알고 있을 것이다.
즉, 결과적으로는 다시 돌아와서 오른쪽 루트를 공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미리 길이나 뚫을 생각이었다.
마침 불청객의 냄새를 맡은 청색 마딜로가 우측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식 명칭은 청색 아르마딜로.
다만 각성자들이 단어가 길다 보니 앞에 ‘아르’라는 단어를 빼내고, 보통 마딜로라고 부르곤 했다.
‘폭권 5장까지 가능할까?’
나는 살짝 예열된 몸 상태로 폭권 5장의 전개가 가능한지 상태를 조율해 봤다.
묵철의 폭권 5장이면 준S랭크, 즉 A+랭크급의 몬스터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다.
무엇보다 폭권 5장은 몬스터의 물리적인 방어력을 깎는 특수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1장, 진탕의 권, 폭권.
2장, 압박의 권, 압권.
3장, 난격의 권, 광권.
4장, 불의 권, 화권.
5장, 벼락의 권, 진권(震拳).
진권에 담긴 벼락의 신묘한 힘이 두꺼운 외피로 악명 높은 청색 마딜로의 방어를 무력화시킬 것이다.
‘메이드 인 무강 대륙! 그 세계의 기술은 믿고 쓰는 기술이지.’
아직 무강 대륙과 지구가 연결되려면 한참 남았지만, 내게는 지식이 있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무공도 내게 이득이 될 것이 있으면 아낌없이 갖다 쓸 생각이다.
나중에 무공 원주인과의 다툼? 그런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면 나는 이미 은퇴해서 저 멀리 훌쩍 떠나 있을 테니까. 귀찮은 일에 엮일 일 없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나를 뒤에 내버려 둔 채, 열심히 마딜로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는 네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자, 지켜만 보는 것도 너무 따분하니까! 그럼 저도 밥값을 하러 좀 가 보겠습니다!”
확실한 통보.
그리고 다음 순간!
꾸르르릉!
나는 바로 진권을 발동시켰다.
묵철 폭권 총 10장 중 5장.
벼락의 재앙이 던전에 내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