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8)
만렙 회귀자입니다만-38화(37/300)
제 38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생각합니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겠죠.”
정훈의 말에 신화가 내놓은 답변은 간결했다.
어제 포션도 그랬잖은가?
직접 농도를 측정하고, 두 눈으로 농도를 확인하고 나서야 모두가 최상급 마력 포션이라는 걸 알았다.
오늘 던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네 사람이 지켜보기 전에 청색 마딜로를 잡은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고, 또 잡으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바로 공략을 이어 갔다.
개변된 마력의 폐와 간, 그리고 심장이 연신 펌프질을 하며 마력 회복을 빠르게 도왔다.
신화는 금세 마력의 절반 이상을 회복하고는 바로 마딜로를 공격했다.
그리고 얼마 후.
네 사람은 두 눈으로 확실하게 신화의 힘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저, 정신 나간 화력의 주먹은 도대체 뭐예요?”
“홍연 길드의 제3팀 팀장 박성희가 권법에 능한 S랭크 각성자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에 맞먹는 화력인 듯합니다.”
놀라는 진보미의 반응에 정훈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설명으로 덧붙였다.
예전에 마딜로와 유사한 몬스터를 상대로 정훈이 박성희와 파티 플레이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박성희의 권법을 보며 몇 번이고 감탄했던 정훈이었다.
한데 오늘 신화의 모습은 그때의 박성희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신화는 마딜로의 두꺼운 외피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그대로 주먹을 내리꽂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마딜로의 머리가 주먹 모양을 따라 일그러지며, 머리뼈가 속절없이 으스러졌다.
“도울까요?”
“뭘 도와? 혼자 다하는데.”
윤태호가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나서려고 하자, 서예희가 그를 막았다.
그녀는 팔짱을 끼고 집중한 채, 신화의 움직임 전부를 눈에 담고 있었다.
그때.
깡!
“제법인데!”
마딜로의 무지막지한 돌진을 신화가 강철 강화를 이용해 받아 내며, 그대로 뒤로 쭉 밀려났다.
‘하나, 자체 재능.’
서예희의 카운트가 올라갔다.
다음 순간.
파아앗!
신화가 일순간 높이 도약하며 날아올라, 그대로 마딜로의 정수리 위에 안착했다.
이번에는 양손을 쭉 뻗었다.
이어 마력을 집중하자, 양손이 당장에라도 녹아내릴 것처럼 시뻘게졌다.
푸욱! 푸욱!
“끄오오오!”
신화는 양손을 미련 없이, 마딜로의 두 눈에 밀어 넣었다.
제법 두꺼운 외막이 눈을 보호해 주고 있었지만, 불에 달군 쇳덩이나 다름없는 공격에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둘, 변화 계열의 재능.’
“우오오오!”
고통에 몸부림치던 마딜로가 힘껏 꼬리를 말아서는 신화의 등 뒤를 그대로 후려치려 했다.
하지만 신화는 엷은 미소를 머금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켰다.
퍼억!
“윽!”
이윽고 마딜로의 꼬리가 신화의 등을 후려쳤지만, 그는 짧게 신음만 토해 내고는 말았다.
일시적으로 뒤통수와 목, 등을 비롯한 몸의 뒤쪽을 강화시켜 맷집으로 버텨 낸 것이다.
‘셋, 강화 계열의 재능.’
카운트를 올려 가는 서예희의 표정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야 직접 두 눈으로 진가를 확인할 수 있게 된 신화의 능력.
그것은 서예희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것과 양상이 달랐다.
그녀는 신화가 다재다능하다고 해도, 모든 능력이 우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즉, 할 줄 아는 것은 많지만 그것이 모두 전문적인 수준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게 틀렸다.
신화가 연이어 보여 준 세 가지 재능은 숙련도가 최고로 극대화되어 있는 능력이었다.
언제, 어떻게, 어떤 형태로 활용해야 할지 확실히 아는 듯했다.
“묵빛 마딜로든, 청색 마딜로든 약점이 바로 머리예요. 빈틈을 찾는 것이 조금 어렵지만, 한번 찾으면 무너뜨리기도 쉽죠.”
뻐엉!
신화가 마딜로의 왼쪽 눈 안으로 밀어 넣었던 자신의 왼팔에서 마력을 방출시켰다.
그러자 마딜로의 머리와 볼, 입가 언저리가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줄어들었다.
모두가 짐작할 수 있었다.
이 마력 방출로 인해, 마딜로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으깨진 감자처럼 산산조각이 났다는 것을.
‘넷, 방출 계열의 재능.’
카운트가 또 하나 올라갔다.
여기서 끝이 아닐까 싶었는데.
“키에엣!”
길목의 모퉁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C랭크의 새끼 마딜로가 괴성을 내지르며 신화를 향해 펄쩍 뛰어올랐다.
새끼답지 않게 놀라운 도약력이었다. 기세도 상당했다.
하지만.
“흣차!”
신화가 바로 매직 볼을 이용해 새끼 마딜로를 향해 온 힘을 다해 투척했다.
우우웅!
단숨에 최대 속도로 가속화된 매직 볼이 대기권을 돌파하는 우주선처럼, 고열의 꼬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빠아아악!
힘껏 도약하기 위해 배까지 까발리기를 서슴지 않았던, 새끼 마딜로의 복부를 그대로 강타했다.
바로 그때.
퍼엉!
“…….”
모두가 동시에 볼 수 있었다.
단단하기로는 성체도 부럽지 않을 새끼 마딜로가 매직 볼에 의해 터져 나가는 광경을.
그것은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살점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는 참담한 최후였다.
‘다섯, 조작 계열의 재능…….’
그녀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보통 둘 이상의 재능을 가지기만 해도, 각성자들은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듀얼이나 트리플 각성자가 두각을 드러내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가진 재능의 다양한 범위에 비해, 재능 하나하나에 대한 조예가 깊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금 전 전투에서 신화가 연속적으로 보인 재능들은 하나같이 최적화가 끝난 재능이었다.
상대는 F랭크의 고블린이나 E랭크의 코볼트 따위가 아닌 C, A+랭크의 몬스터였다.
어린애 장난처럼 손쉽게 죽일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절대 아닌 것이다.
‘나와 태호가 둘이 힘을 합쳐도, 분명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녀석인데 그걸 혼자 잡았어.’
서예희는 혼란스러웠다.
처음에는 신화를 길드에 영입한 것이 호랑이 새끼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즉, 잘 육성한다면 능히 야생의 맹수가 될 수 있는 떡잎을 캐치한 것이라고 여겼다.
완벽한 오판이었다.
이미 신화는 ‘호랑이’였다.
육성이니 뭐니 하는 말로 재단하는 것조차 그의 가치를 폄하하는 꼴이 될 정도의 뛰어난 실력이었다.
‘D랭크의 각성자가 무려 다섯 재능을 가지고 A와 S랭크 각성자와 나란히 던전을 공략 중인 이 상황. 어떻게 이해해야 해?’
항상 이성적이고, 차갑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그녀의 가치 판단 기준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레귤러.
비정상적인 존재.
신화를 특정할 수 있는 단어는 이것밖에 없었다.
* * *
확실한 쇼케이스를 펼친 덕분일까?
네 사람 앞에서 마딜로 세 마리를 추가로 쓰러뜨리고 난 이후.
나는 자연스럽게 팀 공략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진보미도 더 이상 내 안전을 걱정해 마딜로와의 전투를 만류한다거나 하지 않았다.
함께 던전을 공략하다 보니, 당연히 전리품과 몬스터 사체의 분배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나는 마딜로 성체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는 대신, 새끼 마딜로의 사체를 모두 달라고 했다.
이유는 하나.
새끼의 오장육부와 그 안에 담긴 체액이 바로 강화 포션, 스티뮬러스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었다.
성체에게서는 얻을 수 없는 것으로, 녀석이 어릴 때만 가지고 있는 특수한 체액이었다.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체의 가격만 봐도, 성체가 새끼보다 세 배는 비싸기 때문이다.
비싼 전리품을 마다하겠다고 하니,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미래 가치만 보면, 새끼 마딜로가 최소 10배 이상의 값어치를 하지. 지금이야 왜 이 녀석을 갖고 싶어 하나 의문스러워하겠지만.’
나는 속으로 웃고 있었다.
오히려 내게는 성체가 값어치가 떨어지는 녀석이었다.
성체에서 구할 수 있는 혈액이나 가죽들은 대체할 수 있는 몬스터들이 너무 많았다.
굳이 앞다퉈 갖고 싶어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셈이다.
어쨌든 나는 조기에 분배에 대한 논의를 끝냄으로써, 제작에 필요한 재료들만 실컷 챙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혼자서는 싹쓸이하기 힘든 상위급 던전을, 그것도 길드 간부들과 함께 공략하며 진행하게 됐으니.
내게는 일석이조인 셈이었다.
모든 일이 내 뜻대로, 순탄하게 술술 풀리고 있었다.
* * *
던전 공략을 진행하는 동안.
‘월 100억으로 충분할까? 쿼드러플 각성자였던 일라이저 로우의 각성 첫해 연봉이 3600억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서예희는 전투에서 끊임없이 드러나는 신화의 진가에 가치 판단의 기준을 계속 높이고 있었다.
오늘 공략은 신화에 대한 확실한 가치, 그 금액을 매기기 위해 온 자리였다.
신화를 결코 놓치고 싶지 않는 회장 진성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그녀는 냉정하게 신화의 가치를 판단할 의무가 있었다.
일라이저 로우.
미국의 10대 길드 중의 하나인 일라이저 그룹의 마스터다.
지금은 길드의 마스터지만, 한때는 다른 길드의 길드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의 신화처럼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영입 전쟁이 치열해질 무렵이었다.
그때, 일라이저가 1위 길드로부터 계약금을 제외하고 제안 받은 1년 연봉이 3600억원이었다.
월봉으로 따지면 300억 원.
하지만 신화는 일라이저보다 재능을 하나 더 갖고 있으니, 셈이 더욱 복잡해진다.
‘월 단위의 계약이라 더 머리가 아프네. 이걸 노린 건가?’
서예희가 신화를 바라보았다.
신화는 순수하게 전투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구슬땀을 흘리며 몬스터들 사이를 열심히 휘젓고 다녔고,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도 깔끔했다.
동료 각각의 재능에 대한 탐색을 마쳤는지, 낄 때와 빠질 때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헤엑!”
이윽고 마지막으로 발악하던 몬스터가 쓰러지면서 K-1004 던전의 1차 공략이 끝났다.
2차 공략은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인 바자트를 공략하는 것이지만, 계획에 없는 일정이었다.
서예희가 성큼성큼 보스 방으로 향하는 신화를 제지하고 말했다.
“오늘 공략은 여기까지 하죠! 5시간 50분! 클리어 타임이 생각보다 짧네요. 예전에는 10시간 이상은 걸렸는데.”
“열심히 주술만 쓰다가 버스를 제대로 탄 느낌이네요. 신화 씨, 정말 놀랐어요. 다시 보게 되네요!”
“우리 길드에 이런 정신 나간 대미지를 가진 근접 각성자가 들어올 줄이야…….”
진보미와 윤태호가 신화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어 보이며, 한껏 만족감을 표했다.
이제 의문은 확실히 풀렸다.
모두가 드러내어 말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신화의 실력을 최소 A랭크 이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응? 여기서 끝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직 보스 몬스터 바자트가 있잖아요?”
신화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예희에게 되물었다.
바로 코앞에 이글거리는 보스 방의 차원문이 있는데, 왜 포기하느냐는 물음이었다.
물론 바자트가 SS랭크 수준으로 압도적인 위력을 가진 존재인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의 전력으로도 충분히 공략 가능하다는 계산이 신화의 머릿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전력으로는 불가능해요.”
서예희가 단언하듯 말했다.
당연한 대답이었다.
바자트는 공략이 여간 까다로운 녀석이 아니다.
이미 길드 차원에서 몇 차례 공략을 시도했고, 처참하게 실패한 전적이 있었다.
그때.
신화가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서예희에게 말했다.
“제가 가능한 방법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