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9)
만렙 회귀자입니다만-39화(38/300)
제 39화
순간 적막이 흘렀다.
내가 아는 체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모두가 내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충분히 이해는 갔다.
길드 차원에서 수차례 시도해도 공략하지 못한 SS랭크의 보스 몬스터를 잡을 수 있다고 하니까.
지금까지 이 던전에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는 각성자가 어떻게 공략법을 아는지 의문이겠지.
보스 몬스터 바자트.
물론 쉬운 놈은 아니다.
SS랭크라는 수준에 맞게, 공격 하나하나가 즉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력적인 일격을 가진다.
하지만 내가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거품이 많이 꼈다.
그간 제대로 공략이 안 된 탓에 차원 에너지만 무럭무럭 먹고 자란 애송이였다.
즉, 내실은 부족하고 외형만 잔뜩 화려하게 차오른 그런 녀석이었다.
전생에 바자트는 셀 수 없이 많이 처치해 봤다.
종국에 EX랭크의 경지에 오른 내게, 기본 상대가 되려면 최소 SS랭크는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상위 던전 순회에 앞서, 이 던전에 들러 바자트를 몸 풀기로 잡는 것이 일상이었다.
물론 지금 나 홀로 바자트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정도는 확실히 판단할 수 있었다.
‘내가 더 성장해서 혼자 공략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그 전에 길드 차원에서 다른 사람들과 공략하게 되면, 초월의 꽃을 내가 놓칠 수도 있어.’
나는 현실적으로 생각했다.
꽃은 다다익선이다.
무조건 많이 챙겨 먹어 둬야 다양한 재능과 강력한 힘을 보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주식, 부동산만큼 큰돈을 버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상위 던전의 공략이다.
아직 내가 혼자서 도모할 수 있는 던전의 수준은 최대로 잡아야 A랭크 정도.
여전히 갈 길이 멀었다.
최소 SS랭크급 던전까지 솔플이 되는 수준이어야 억 단위의 돈을 수시로 쓸어 담을 수 있다.
그래야 본격적으로 은퇴 설계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실력과 수준으로는 몇 년을 뼈 빠지게 노력해도, 섬 몇 개 사면 끝이다.
‘독식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이왕이면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지금 공략하는 게 베스트인데.’
나는 내게로 고정된 동료들의 시선을 느끼며, 생각을 빠르게 갈무리했다.
일단 공략은 무조건 한다.
그 대신, 사전 협의로 바자트에게서 꽃을 얻을 경우.
반드시 내가 소유권을 갖도록 조정할 생각이었다.
꽃을 제외하면, 어차피 전리품은 최상급 차원석의 향연일 뿐.
그건 바자트가 아니어도, 다른 곳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으니 아쉬울 것은 없다.
아울러 혼자가 아닌 5인으로서 공략을 해야 하는 만큼, 동료들에 대한 확실한 수고비도 되겠지.
나는 바로 운을 뗐다.
“출처를 묻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확실한 공략법을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이 던전은 우리 길드 소유예요. 단 한 번도 외부 인원을 받은 적이 없죠. 그 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신화 씨가 어떻게 공략법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예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중요한 부분부터 짚었다.
“만약 바자트 공략에 성공해서 꽃을 얻는다면, 그 꽃의 소유권은 제가 갖겠습니다.”
“사전 노하우가 없는 상태에서 한 사람이 전략 전술을 세운다면, 당연히 그건 전술가의 몫이죠. 이의란 있을 수 없어요.”
그녀가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쪽 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윤태호, 정훈, 진보미의 반응도 그녀와 같았다.
신의(信義)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길드의 특성다운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대신 나머지 전리품에 대한 소유권은 포기하겠습니다.”
나는 바로 주거니 받거니를 이어 갔다. 받았으면, 그만큼 양보를 해야 관계가 원만하다.
더 욕심을 내 봤자 최상급 차원석 몇 개를 더 얻는 건데, 그 정도는 내게 별로 아쉽지 않았다.
“아뇨! 그건 절대 아니에요! 불합리한 분배는 우리 길드에서 가장 싫어하고 혐오하는 것이에요.”
진보미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꽃이 나온다면 전략을 수립한 신화 씨가 가지세요. 그리고 나머지 전리품 분배는 정확하게 n등분을 하기로 해요.”
“이의 없음.”
“길드 방침이 늘 그래 왔기에 전혀 불만 없습니다. 당연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윤태호와 정훈도 동조했다.
‘나름 매력적인 길드라니까.’
나는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자신의 편의와 이익을 광적으로 추구하는 상위 길드의 모습과는 달랐다.
내가 기억하는 전생의 양화 길드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선비’라는 조롱 아닌 조롱도 들어야 했던 그들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러면 귀찮은 협의의 문제는 말끔하게 해결됐다.
바자트가 드롭 할 초월의 꽃은 내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뇌 개변의 효율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줄 핵심 중의 핵심!
개변 이후의 나를 살아 있는 슈퍼컴퓨터의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요소다.
“그럼 바로 브리핑하죠. 한 가지 확언을 해 둡시다. 만약 들어갔는데, 제가 수립한 전략과 내부의 흐름이 맞지 않는다면.”
“않는다면?”
“미련 없이 보스 방에서 바로 나오는 것으로.”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겠죠. 정보의 출처가 너무 궁금해 미치겠지만, 약속했으니 참겠어요.”
서예희가 근질거리는 입을 억지로 다물며, 내가 이어 갈 말에 관심을 집중했다.
“바자트는…….”
바로 브리핑이 시작됐다.
* * *
기본 브리핑에서 상세 브리핑으로 이어지는 두 단계의 브리핑이 순식간에 끝났다.
애초에 확실한 공략법을 부처님 손바닥 보듯이 그의 머릿속에 담고 있는 만큼, 풀어내는 것도 쉬웠다.
몇 차례의 질답을 거쳐, 팀원들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확실하게 숙지를 마쳤다.
그리고 놀랐다.
바자트를 단 한 번도 상대해 본 적이 없을 것이 확실한 신화가 내부 구조와 바자트의 패턴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직접 영상을 보듯이 읊어 대는 신화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브리핑을 마친 뒤.
2시간의 휴식이 주어졌다.
앞서 전투에서 소모된 마력 회복은 물론, 누적된 피로의 회복도 필요해서였다.
개변으로 피로에 대한 저항력이 올라가 컨디션 변화가 거의 없는 신화와 달리.
나머지는 야영 장비를 펼치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그나마 체력 안배를 어느 정도 해 두었던 진보미만이 유일하게 잠들지 않고, 신화의 곁에 있었다.
“혹시 몰라서 최상급 마력 포션을 챙겨 왔어요. 예희 언니가 쓸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가져왔는데, 신화 씨 덕분에 다들 마력 관리가 잘됐나 봐요.”
“아무래도 팀의 평균 화력이 높으면, 예상했던 것보다 마력을 절감하게 되는 효과가 있죠.”
“신화 씨는 왜 이리 숨기는 것이 많아요? 지금까지 왜 이런 능력을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어요?”
진보미의 눈빛이 반짝였다.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신화가 지금까지 보인 모든 능력은 하루아침에 졸부처럼 갑자기 얻었다고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숙련도와 활용도에서 최소 몇 년 이상은 되어야 할 만큼의 능숙함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숨긴 적은 없습니다. 누가 먼저 물어보지 않았을 뿐이죠.”
신화가 덤덤히 말했다.
“바자트 공략법을 완벽히 알고 있는 것도 그렇고. 꼭 미래에서 온 사람 같아요! 영화도 있잖아요? 터미네이터 같은 거.”
“하하, 생각해 보니 오른손을 이리저리 무기로 바꾸는 능력은 거기서 나온 빌런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러니까요! 자꾸 그 영화 생각이 난다니까요?”
영화 이야기.
전생에도 신화가 동료들로부터 참 많이 들었던 얘기였다.
“뭐, 나름의 선견지명이 있다고 생각해 주면 될 것 같네요. 짧은 미래시랄까?”
신화가 적당히 둘러댔다.
니콜라스는 설명을 하다 답답해지면, ‘미래에서는 말이야!’ 하는 말로 화제를 전환하곤 했었다.
즉, 자신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
‘변곡점이니, 나비효과니, 하는 말을 했던 것치고는 앞뒤가 좀 맞지 않는 녀석이었지.’
문제는 그런 말을 할 때면 으레 상대로부터 돌아오는 답이.
‘그럼 나는 미래에 어떻게 되는데? 잘돼? 아니면 망해? 죽어?’
‘내 미래를 알면, 내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그 미래로 흘러가겠네?’
이런 답이었다는 사실이다.
니콜라스는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일장연설을 하며 열심히 설명을 해 주곤 했다.
하지만 신화는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귀찮았다.
지금도 빠른 은퇴를 위해 육체적, 경제적 성장의 투 트랙을 달리느라 머리가 쪼개질 지경이었다.
회귀자임을 밝히는 것 자체가 이후의 많은 설명은 물론이고, 듣는 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귀찮은 건 진짜 딱 질색이야.’
지금도 충분히 바쁘다.
오지랖 넓게 다른 사람들의 미래를 예측하고, 남 좋은 일을 해 주고 싶지는 않았다.
여전히 독식해야 할 미래 지식이 사방에 널려 있으니까. 그것만 챙기는 데도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신화가 강조하듯 말했다.
“왜, 라고 물어보지 마세요. 지금 그대로를 보면 되는 겁니다.”
“음…….”
“왜 숨겼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지금 갖고 있는 능력, 그 자체만 보라는 거죠.”
“정확한 일침이네요.”
“피차 서로 귀찮은 질문과 답변은 피하자는 겁니다. 제가 떠벌리지 않는 이상은요.”
“알겠어요.”
신화의 말이 살짝 날카로운 구석이 있었지만, 진보미는 신화의 말의 의도에 적극 공감했다.
이제는 놀라는 것도 면역이 된 느낌이랄까?
그녀도, 그리고 그녀와 함께 온 길드의 간부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확실한 이레귤러!
신화는 길드에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숨은 원석이었다.
* * *
2시간 후.
충분한 휴식을 마치고 난 후 우리 5인의 공략이 시작됐다.
“이 공략법의 핵심은 강신화 씨니까 모두 각자의 본분에 충실하기로 합시다. 절대 나서지 말고.”
서예희가 동료 하나하나와 시선을 맞추며 단단히 당부를 했다.
“태호야, 알겠지?”
“마스터, 벌써 세 번쨉니다! 제가 관종 소리를 듣기는 해도, 선은 안 넘는다고요!”
“좋아. 접수 완료.”
특히 별종 기질이 다분한 윤태호에게는 세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며 확답을 받아 냈다.
이윽고 나를 중심으로 한 V자 형태의 대열을 갖춘 팀이 바자트를 마주 보고 섰다.
서로 간의 거리는 약 100m.
아주 가깝지는 않지만, 작정하고 달리면 몇 초 만에 닿을 거리이기도 했다.
“나안…… 지려두은 이은즈.”
심연에 닿을 듯한 바자트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라는 거야?”
“저놈들 언어를 어찌 알겠어요.”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동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죽음이 두렵지 않나.”
나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녀석은 판 대륙, 즉 나스 대륙 태생의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모든 설계는 끝났다.
계획도 다 세워졌다.
남은 것은 정해진 레시피에 따라 녀석을 요리하고, 녀석의 꽃을 취하는 것뿐.
99.99999%의 각성자가 던전에서 평생을 살아도 한 번 얻을 수 있을까 말까 한 희귀한 꽃!
이제 두 번째 독식을 시작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