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4)
만렙 회귀자입니다만-4화(4/300)
제 4화
아직 개변은 끝나지 않았다.
신화는 우선 개변을 마친 몸이 회복되기를 기다렸다.
개변은 순식간에 상당한 체력은 물론이거니와 신체 세포의 에너지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작업.
그래서 지나치게 서두르다가는 소위 말하는 내상을 입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간과 폐는 일단 끝났고. 최소 열네 부위 이상 남았나? 나처럼 강해질 수단을 많이 갖고 있는 각성자는 아마 없을 거다.’
신화는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어루만지며 웃었다.
평범했던 몸에 큰 변화를 주기 시작하니, 체감이 예전보다 더 확실하게 돼서다.
젊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강화된 폐는 호흡을 통해 마력을 폭발적으로 빨아들였고, 간은 이를 차곡차곡 저장하고 있었다.
‘사실 가장 효과가 좋은 부위는 뇌인데, 신중해야겠지? 일단 개변만 하면 사실상 머릿속에 슈퍼컴퓨터가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그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물론 머지않은 시일 내에 시도 가능한 변화이기는 했다.
다만 밀린 숙제를 하듯 개변을 서두르다가 혹시 역효과가 날까 싶어 속도 조절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전생에 거의 극한까지 뇌를 개변해서 모든 걸 기억해 두었던 덕에 되짚는 것은 문제없어.’
2020년으로 범위를 좁혔을 때.
머릿속에 우후죽순처럼 떠오르는 미래 지식이 꽤 많았다.
다만 대격변 이후 폐지된 로또 복권이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랄까?
아주 적은 비용과 위험으로 단번에 대박을 터뜨릴 방법이 없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웠다.
물론 방법은 복권만 있는 것은 아니니 수단이야 찾으면 그만이기는 했다.
‘참……. 이게 회귀의 쾌감인가 싶네. 니콜라스가 그래서 사는 게 즐겁다고 매번 노래를 불렀구먼.’
예전에 니콜라스가 항상 곁에서 주문처럼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인생은 아름다워!’였다. 이토록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때는 뭐가 그리 행복한 것인지 체감이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알 것만 같았다.
남들과 달리 미래를 안다는 것!
그것만큼 회귀자인 자신을 즐겁게 만드는 일은 없었다.
어떤 미래의 혜택부터 먼저 침을 발라 놓을 것인지, 아주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니 말이다.
* * *
툭. 투툭. 툭.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딱딱한 스마트폰의 액정을 누르며, 단어를 검색했다.
2052년의 홀로그램 폰 터치는 거의 누르는 느낌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공기를 살짝 누르는 느낌?
사실 터치도 크게 필요하지 않았고, 인지하고 사고하는 것만으로도 입력이 가능했다.
하지만 30년 전, 세계 첨단 문명의 이기는 딱 이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복고풍의 느낌이 들어서 좋기는 하지만, 살짝 불편한 것은 역시 어쩔 수 없었다.
[1호선 지제역]검색한 키워드는 1호선으로 쭉 내려가면 나오는 지제역이었다.
현재 내 원룸이 있는 병점역에서 한참을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하는 곳으로, 당연히 이곳도 레드 존이다.
나는 검색과 동시에 가장 상단에 출력된 기사 하나를 확인했다.
[지제역, 몰락의 길을 걷는가?] [초인 일보 – 박현 기자] [지제역 일대는 현재 블랙 존으로 지정된 ‘즉사의 안개’ 지대와 너무 가까워 죽음의 땅이 되어 버린 상태입니다.땅값은 연일 폭락 중이고, 지제역 인근에 판자촌을 조성한 사람들은 매일 범위를 넓혀 가는 안개 지대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한국 각성자 협회(KSA)에서는 안개 지대가 30% 이상 확대될 경우, 지제역 전체를 블랙 존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 지제역 인근은 완전히 버려진 유령의 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격변 이전까지만 해도 지제역은 수도권의 새로운 개발 지역으로 각광을 받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바짓가랑이 붙잡고 제발 여기서 살아 달라고 부탁해도 살기 위험한 곳이지.’
뉴스의 내용이 이해가 갔다.
아무리 싼 맛에 살 수 있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내일 싸늘한 시체가 될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즉사의 안개’ 지대는 안개를 들이마시는 순간, 손도 못 쓰고 곧바로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곳이다.
문제는 이 안개 지대가 대중없이 매일 범위를 확장한다는 것인데, 그 타격을 고스란히 지제역이 입고 있는 셈이었다.
‘3월 1일, 삼일절 아웃브레이크는 여기서 벌어져. D랭크 던전 여러 개가 여기에 생겼지, 아마? 전리품도 차원 에너지가 풍부한 덕인지 다른 곳에 비해 3배는 많았고.’
나는 쉽게 기억을 떠올렸다.
일단 던전이 하나 생기면.
그 지역 일대에는 무조건 편의, 기반, 판매 시설이 줄줄이 사탕처럼 들어오게 된다.
무슨 말이냐고?
땅값이 자연스럽게 폭등을 한다는 소리다.
D랭크 이상의 새 던전은 무조건 한국 각성자 협회에 귀속되므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
다만 던전이 위치한 땅에 대해서는, 각성자특별법이 명시한 최대치까지 보상 판매 금액을 요구할 수 있다.
물론 정신 나간 금액의 요구는 안 되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 정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마력 폭발 효과로 골칫거리였던 안개가 걷히면서, 바로 블랙 존 구역들이 레드 존으로 편입되잖아?’
투자 가치는 충분했다.
다만 400만 원밖에 안 되는 형편없는 잔고로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일단 자본금이 되어 줄 종잣돈이 필요하다.
투자니 뭐니 하는 것들이 머리 아프기는 하지만, 이렇게 해서 바짝 돈을 벌어야 빠른 은퇴가 가능해진다.
은퇴하기 전까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힘을 얻고 재능을 독식하며 빠르게 강해져야 그만큼 더 많은 돈을 쓸어 담을 수 있어서다.
웰빙 라이프는 입만 열심히 턴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본주의 세계에서 모든 말에는 ‘돈’이 있어야만 생명력이 부여된다.
‘니콜라스 자식, 이래서 전생에 녀석이 사는 땅마다 가격이 오르고 던전이 생기던 거였어!’
전생에 항상 운이 좋다고 여겼던 니콜라스의 모습이 떠올랐다.
늘 녀석이 투자한 땅은 얼마 후에 땅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했고, 이유 없이 판매한 땅에서는 재난이 일어났다.
지금 내 행보를 보니, 녀석의 행보가 딱 ‘회귀자’의 모습이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
‘망할 놈, 피를 나눈 동료라고 입방아를 찧으면서도 정작 부동산 정보 하나 공유를 안 했잖아?’
지난 일이지만, 혼자 열심히 꿀을 빨았던 녀석의 모습을 떠올리니 약이 올랐다.
물론 원망하지는 않는다.
녀석 덕분에 흙수저였던 내 인생이 극적으로 달라졌으니까.
넘겨짚기이기는 하지만, 회귀도 왠지 녀석이 내게 준 은퇴 선물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그저 내 심증일 뿐 확인할 방법은 없다.
끼이익.
일단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몸의 회복이 얼추 끝나 있었다.
지금부터 시도할 개변은 몇 가지 시험을 곁들일 필요가 있기에 탁 트인 공터가 필요했다.
마침 신도림역 일대에는 편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었다.
나는 거기서 추가로 세 부위의 육체 개변을 진행하기로 했다.
* * *
‘사람 많네.’
신화는 설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산책로에 꽤 많은 인파를 보고는 탄성을 터뜨렸다.
슬픈 이야기지만, 2052년의 신도림역은 그야말로 죽음만이 짙게 깔린 폐허였다.
대재앙을 막아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대규모 인명 피해를 피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귀국한 대한민국은 온통 폐허였고, 특히 신도림역은 사실상 지도에서 지워진 곳이나 다름없었다.
한데 2020년, 아름다웠던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신도림역을 보니 새삼 감상에 젖을 수밖에 없었다.
“후우.”
산책로의 벤치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은 신화는 체내의 모든 마력을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눈, 치아, 그리고 혀.’
신화는 육체 중에서 개변 난이도가 가장 낮은 부위 세 곳을 우선적으로 골랐다.
최하부터 최상까지 다섯 단계로 분류되는 난이도에서 최하에 해당하는 세 부위였다.
앞서 마력의 간과 폐를 만들어 둔 덕분인지 순식간에 마력을 끌어올리는 작업은 마치 숨을 쉬듯 쉬웠다.
“후…….”
심호흡과 함께 정신 집중.
마력이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여 주니, 필요한 부위에 마력을 응축시키기가 좋았다.
어느덧 마력 전체가 눈과 치아, 혀를 중심으로 세 갈래가 되어 각각 자리를 잡았다.
폐와 간은 난이도가 다소 있어서 따로 진행했지만, 이 부위는 위험성이 낮아 함께해도 문제없었다.
‘잠재 능력 강화를 위한 변화의 극대화.’
목적은 확실했다.
이윽고 마력의 활성도를 높이며 변화 계열의 능력을 끌어올리자.
끄득. 끄드득. 끄득.
이런저런 소리가 나며,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척 기분 나쁜 불쾌감으로 시작하지만, 일단 바뀌고 나면 행복해지는 변화이기도 했다.
샤아아아.
짧은 시간이었지만 눈과 이, 그리고 혀에서 마력 특유의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다음 순간.
“아……!”
탄성 혹은 신음의 중간쯤 되는 소리가 터져 나오며, 신화가 개변이 완료된 자신의 몸을 인지했다.
가장 확실한 변화가 체감된 곳은 역시 ‘눈’이었다.
‘보인다!’
대폭 상승한 시력은 직전과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 냈다.
500m는 족히 넘어가는 거리에서 걸어가고 있는 한 여자의 스마트폰 화면이 또렷하게 보였던 것이다.
[쟈긔♥ : 여보, 어디얌?] [나? 자기 만나러 가고 있지! 집에 거의 다 왔어!] [쟈긔♥ : 빨리 와! 얼른 자기 꼭 껴안고, 같이 코하고 싶다!] [웅! 빨리 갈게! 조금만 기다려요♥♥]“윽…….”
커플의 애정 행각을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버틸 만한 항마력은 됐다.
어쨌든 중요한 건, 500m가 족히 넘는 거리도 확실하게 탐색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 정도면 시력 5.0 수준은 되겠어. 그 정도면 독수리 정도의 시력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신화는 기분 좋은 손길로 양쪽 눈가를 어루만졌다.
시력 5.0 정도가 되면, 일반인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대낮에 별을 볼 수도 있다!
물론 미세먼지 하나 없는 맑은 하늘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C랭크 정형욱이었나? 5.0의 시력으로 어느 공대에 가도 최고 대우를 받으며, 정탐만 전문으로 하던 녀석이 있었지? 그 녀석도 날 만나면 바로 실업자가 되겠는데?’
누구는 시력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생존 수단이겠지만, 신화에게는 그저 일부일 뿐이었다.
이것은 분명 자신의 큰 강점이다.
몸의 어느 한 부위를 개변하면, 그 분야에서 날고 기는 능력자들의 수준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으니까.
샤아아아아.
이어서 눈 전체가 점점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폐와 간만큼은 아니지만, 양쪽 안구에도 조금씩 마력이 채워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환각, 왜곡, 암흑 면역이네. 앞으로 시야는 문제없어. 저 세 가지 재능밖에 없는 놈들은 내 앞에서 재롱잔치나 실컷 하겠지.’
신화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젠 환각 능력을 사용하더라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있고.
왜곡 능력을 사용해도 왜곡 전, 즉 보정한 형태를 잡아낼 수 있으며.
칠흑 같은 암흑이 찾아와도 변화된 눈이 야시경의 역할을 하여, 시야를 밝히는 것이 가능하다.
아울러 눈은 추가 개변도 가능한 부위로, 나중에 더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딱딱. 딱딱.
이어 신화의 관심이 향한 부위는 치아였다. 보통 ‘이’라고 불리는 부위.
개변을 통해서 이는 물론 주변의 잇몸과 치악력까지 함께 강화됐다. 아울러 턱 일부와 저작근까지도 함께.
‘여긴 뭐……. 이제 철근도 씹어 먹을 수 있게 됐을 텐데.’
신화가 피식 웃으며, 마침 옆에 보이는 철제 기둥, 즉 강철봉의 표지판을 힐끗 쳐다보았다.
바뀐 신체 기능을 살피려면, 직접 시연해 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꾸욱.
신화가 강철봉을 잡았다.
제법 묵직하면서 안이 꽉 찬 것이 틀림없는 기둥.
아래의 무게를 잡아 주는 무거운 바위와 더불어 뼈대가 튼튼한 강철봉이었다.
다음 순간.
망설임 없이 신화가 강철봉의 중앙부를 힘껏 깨물었다.
와득!
뭔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혹자가 이 소리를 들었다면 무조건 이가 와장창 깨져 나간 것이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그래, 이거거든.”
신화는 웃고 있었다.
가지런하고 새하얗게 정렬된 신화의 치아는 멀쩡했다.
그 대신.
끼긱. 끼기긱.
중앙부 절반이 통째로 뜯겨나가 없어진 강철봉이 위태롭게 좌우로 흔들리고 있었다.
정말 이 하나만으로 강철을 뜯어 버렸다.
“……지금 이 강철봉을 뜯어내신 건가요? 입으로?”
때마침 지나가던 행인이 신화의 기행을 발견하고는 경악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각성자라고 하더라도 말도 안 되는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