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4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43화(42/300)
제 43화
박상현은 곧바로 숨을 참은 뒤.
작은 방으로 향하는 길목 바깥에서 몸을 날리며, 순식간에 단도 두 개를 목표 지점으로 날렸다.
마력 방출량으로 볼 때 100% 신화가 그곳에 숨어 있다고 확신했고, 이 정도 거리면 피할 계제도 없었기 때문이다.
푸욱! 티잉!
하지만 생각과 달리, 시원찮은 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
박상현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신화가 아닌, 웬 곰 인형과 금속으로 만들어진 공이 놓여 있었다.
‘이게 가능…….’
뻐억!
“크헉!”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날아든 주먹에 한참을 날아갔다.
투명화 반지로 숨어 있던 신화가 공격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왜, 내가 너무 뻔한 곳에 숨어 있다고 생각했냐?”
신화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거실 쪽으로 날아간 박상현의 몸 위에 올라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신화가 단 한 번 펼친 일격은 단순한 주먹질이 아니라, 폭권 5장이었다.
“어윽. 끄르륵.”
박상현이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연신 고개를 휘저으며 진탕한 머릿속을 다스리려 했다.
당연히 무용지물이었다.
높은 위치에서 머리부터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강한 충격이 박상현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그 후폭풍은 엄청났다.
신화가 성큼 달려와 그를 깔아뭉개고 위에 올라탔음에도, 박상현은 아무런 반격도 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정면으로 보이는 신화의 모습이 전혀 초점이 맞지 않았다. 세상이 온통 빙빙 도는 느낌이었다.
“너같이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녀석이 나는 가장 상대하기 편해.”
뻐억!
신화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으며,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박상현의 얼굴 중앙을 내려쳤다.
분노와 같은 그 흔한 감정 표현조차 하지 않았다. 마치 기계처럼 인체를 분쇄하는 느낌이랄까.
박상현은 첫 일격과 이어진 공격, 단 두 번의 타격만 입었을 뿐인데도 벌써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스스로 마력을 숨길 수 없다고 판단하면, 바보처럼 대놓고 숨어 있겠어?”
“끄르륵…….”
대답은 하고 싶은데, 제멋대로 돌아가 버린 혀가 말 한마디도 내뱉지 못하게 했다.
빠아악!
이번에는 신화의 주먹이 박상현의 입 중심을 정확하게 내리찍었다.
우득! 오드득! 와득!
박상현은 굳이 세려고 하지 않아도, 태반 이상이 부러졌을 것이 뻔한 입속의 이를 느꼈다.
‘그러면 저 곰 인형과 공에다가 마력을 저장해 놓고, 나를 기만했다는 건가?’
박상현이 생각할 수 있는 정답은 그것밖에 없었다.
평범한 물건에다가 마력을 의도적으로 저장해서, 그것을 각성자인 양 위장하게 만든 것이다.
이는 고난도의 기술이었다.
애초에 어떤 물체에다가 마력을 주입한다는 것 자체가 절대 쉽지 않은 기술이기 때문이다.
S랭크 이상의 각성자라면 몰라도, 강신화 같은 D랭크 각성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설령 흑십자단의 A랭크 각성자 장성영을 골탕 먹인 녀석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좀 맞자.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도, 날 죽이려고 하는 건 절대로 못 참거든.”
신화가 옷소매를 걷었다.
이어서 그의 가슴팍 위에 엉덩이를 깔아뭉개고 앉아, 움직일 수 없도록 자연스럽게 제압했다.
“말만 적당히 할 수 있으면 되니까. 필요 없는 부분은 미리 손 좀 본다?”
그리고.
빠악! 빠아악!
“크아아아아!”
이윽고 누워 있는 박상현의 양쪽 손목과 발목을 폭권 2장, 압권을 이용해 내리쳤다.
묵직하고 무겁게 찍어 내리는 것이 일품인 권격으로, 순간적으로 몸의 하중을 실어 뼈를 부러뜨리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선택지였다.
“미안하지만 여기 펜트하우스는 방음 시설이 잘 갖춰져 있더라고. 그 정도 비명으로는 아무도 못 들을 테니까 힘껏 비명을 질러도 돼.”
“크으으으!”
박상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껏 누군가에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유린당하듯이 맞아 본 적이 없었다.
살인 의뢰를 받은 상대는 늘 계산이 가능한 존재였고, 박상현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상대를 요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화는 달랐다.
시작부터 빗나갔다.
기만에 완전히 속아 버린 박상현은 첫 번째 공격의 기회를 신화에게 빼앗기고 말았고.
넘어간 선공권은 끝내 자신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
“뼈가 부러지기는 했지만, 신경이 전부 손상된 것은 아니라 손가락 조금은 움직일 수 있을 거야.”
“끄윽.”
“도저히 못 버틸 것 같아서 전부 술술 불어 낼 준비가 됐으면 검지랑 중지를 들어. 알겠지?”
“흐으.”
“나름 멋있어 보이게 죽음을 선택해도 상관없고. 누가 시켰는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신화가 한 차례 심호흡한 뒤.
뻐억! 뻐억! 뻐억! 뻐억!
정확하게 박자를 맞춰 가며, 마치 방아를 찧듯이 리듬감 있게 박상현의 얼굴을 내리쳤다.
인정이라곤 아주 조금도 넣지 않은 공격이었기에, 한번 주먹이 닿을 때마다 박상현의 얼굴이 구겨지기 시작했다.
눈 뼈가 부서지고, 콧대가 가라앉았으며, 입술이 제멋대로 터져 버린 볼썽사나운 꼴이 되었다.
“쿨럭! 쿨럭!”
박상현이 토한 피가 정면으로 튀어 신화의 얼굴 전체를 적셨지만, 신화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이런 피를 뒤집어쓰는 일쯤은 전생에 예삿일이었던 그다.
심지어 함께 싸웠던 동료의 싸늘한 주검을 옆에 두고, 잠을 청한 적도 많았다.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쓴 위장도 심심찮게 했었던 판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일단 뼈는 다 무너진 것 같고. 이제부터 주먹이 한 번씩 박힐 때마다 부러진 뼛조각들이 애먼 곳을 찌를 거야. 재수 없으면, 다음 공격에 소뇌 어딘가를 찔릴 수도 있어. 그럼 바로 XX이 되겠지.”
차분한 말투로 조곤조곤 이어지는 신화의 목소리를 들으며, 박상현은 이 단어를 떠올렸다.
살인 기계.
감정이라는 것이 완전히 거세되어, 묵묵히 상대를 파괴만 하는 기계를 보는 듯했다.
신화의 경고는 결코 헛소리가 아니었다. 당사자인 박상현이 실감하고 있었다.
지금까진 어떻게든 버텼지만.
다음번에 또 신화의 주먹에 맞으면, 그때는 정말 황천길로 떠날 수도 있다는 것을!
그의 위력은 하나하나가 마치 100㎏을 가뿐히 넘는 쇳덩어리를 내리찍듯 매우 파괴적이었다.
“각성자특별법에 따르면, 무단 주거지 침입은 상대를 죽여도 정당방위로 인정돼 처벌받지 않아. 너도 알잖아?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 보니 정당방위의 범주도 넓어진 거.”
홰애액!
신화의 무미건조한 멘트와 함께 그의 어깨와 팔이 이내 공격을 위한 최고의 정점을 찍었다.
바로 그때.
타탓. 타타탓. 탓.
박상현이 급히 검지와 중지를 들고는 전력을 다해, 두 손가락으로 지면을 내리쳤다.
오로지 살겠다는 몸부림에 체면, 자존심, 부끄러움은 버렸다.
신화가 D랭크라는 사실조차 그의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다.
“할 말 있어?”
“사, 솨, 살려 듀딥시오.”
앞니부터 해서 성한 이가 하나도 없는 박상현이 새는 발음으로 겨우 목숨을 구걸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해야지.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말고.”
뻐억!
이번에는 신화의 주먹이 박상현의 영 좋지 않은 곳을 강타했다.
순간 박상현의 두 눈에서 흰자만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반쯤 쇼크에 빠진 눈빛이었다.
“주, 주주, 주주.”
“주주, 뭐?”
“주천호가 보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지난번의 전투에서 장성영을 반쯤 불구로 만들어 놓은 것에 대한 복수인 듯했다.
아마 본인이 직접 복수에 나서기에는 여러 가지로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이다.
흑십자단의 단장, 주천호.
그는 KSA에서 현상금을 건, 지명수배 각성자들 중에 Top 3에 드는 인물이었다.
그의 은신처만 제보해도 수십억 원의 포상금을 받고, 직접 생포해 오면 최소 2000억 원의 현상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니까.
제아무리 무법자라고 하더라도.
KSA의 감시망이 촘촘하게 구축되어 있는 화이트 존에 쉽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어렵다.
“너는 흑십자단 소속은 아닐 듯하고. 아마도 다크 포레스트(Dark Forest) 같은 곳에서 이런 의뢰를 받는 녀석이겠지?”
“그, 그렇듭니다.”
다크 포레스트.
범죄자들 사이에서 구축된 어둠의 정보망으로, 본거지는 중국이다.
오성회, 흑사회, 삼합회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다양한 청부 의뢰 네트워크였다.
“하여간 중국 놈들은 도움이 안 된다니까.”
신화가 볼멘소리를 하며, 손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애초에 장성영을 건드린 시점부터 일이 좋게 흘러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름 자신이 있었다.
주천호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면, 아랫것을 보내선 절대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사, 살려 듀시는 겁니까?”
“한 가지, 네가 더 할 게 있어.”
“말뜸해 주십시오.”
“주천호에게 전화 걸어.”
“예?”
“못 들었어?”
“아, 아, 알겠습니다.”
박상현이 말을 듣지 않는 오른손가락으로 겨우 번호를 눌렀다.
신화의 공격으로 손목뼈가 박살이 난 탓에 까무러칠 듯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지금은 신음을 토할 여유도 없었다.
이윽고 통화가 연결되고 있음을 확인한 신화가 박상현에게서 스마트폰을 빼앗았다.
그리고 조용히 수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다음 순간.
낮고 깊게 깔린 저음의 차가운 목소리가 신화의 귀에 들렸다.
-제압했나?
주천호의 목소리였다.
제압했냐고 물어보는 것을 보니, 처음부터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렇겠지.
해독제가 없으면 장성영을 원래대로 회복시킬 수 없을 테니까.
“제압은 무슨 얼어 죽을 제압이냐! 야, 주천호. 비겁하게 다크 포레스트 같은 곳에 의뢰하지 말고 네가 직접 와, 이 XX야. 흑십자단이 그거밖에 안 돼?”
신화가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정의감이니 하는 거창한 대의는 없지만, 자신을 해코지하려 했던 것만큼은 타협 불가였다.
-네가 성영이를 그 꼴로 만든 강신화군. 나름 비싼 A랭크 각성자를 보냈는데, 당한 건가?
“그러니까 왜 애먼 곳에 헛돈을 쓰냐고. 네가 직접 오면 되잖아?”
신화가 주천호를 도발했다.
물론, 그는 오지 않을 것이다.
SS랭크로 상당한 실력을 갖춘 각성자이기는 하나, 감정에 휘말려 사지로 올 인물은 절대 아니었다.
주천호는 이성적이고 냉정하며, 자신의 유불리에 대한 판단을 확실하게 하는 남자였다.
-강신화, 해독제를 내놔라. 성영이를 원상 회복시킬 해독제만 내놓으면, 내 이름을 걸고 널 건드리지 않겠다.
“응, 한 병에 1조 원. 그 가격을 쳐줄 수 있으면 콜.”
-미친놈.
“미친놈은 내가 아니라 병상에서 머저리처럼 질질 침이나 흘리고 있을 네 따까리 놈이지.”
-내가 두렵지 않나?
주천호의 차가운 한마디가 제법 심장 깊숙한 곳을 얼어붙게 할 정도로 날카롭게 다가왔다.
자신을 비롯한 흑십자단 전체를 적으로 돌리겠냐는 의미가 내포된 말이기도 했다.
정의의 사도가 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다짜고짜 자신에게 시비를 걸었던 장성영이나, 복수를 하려고 암살자를 보내는 주천호나.
이런 녀석들과 적당히 타협하고, 사람 좋은 듯 허허실실거리는 것은 자신의 성격과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일까.
전생에 주천호에 대해 제법 주워듣고 알아 뒀던, 비밀을 대방출하고 싶어졌다.
어차피 시작부터 잘못된 만남.
돌이킬 수 없는 악연이 된 마당에 시원하게 도발이나 할 참이었다.
“두려울 게 뭐가 있냐? 남색(男色)을 밝히는 변태 자식에다 너, 아랫도리는 볼일 볼 때 아니고는 반응이 아예 없는 고자잖아?”
뜬금없이, 하지만 너무나 갑자기 세게 뼈를 때렸기 때문일까?
-…….
긴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지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미래 지식이…… 가감 없이 본인에게 유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