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4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47화(46/300)
제 47화
전생에 나와 목진우의 악연은 생각보다 골이 깊었다.
내가 니콜라스 녀석을 만나서 하나둘씩 재능을 깨우치며 변화하기 시작하자.
당연히 나에게도 그들이 영입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이다.
문제는 니콜라스의 회귀 지식에 따르면, 홍연 길드의 마스터 목진우가 하필이면.
중국 3대 적폐 세력이라고 불리는 오성회, 흑사회, 삼합회와 깊은 연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었다.
훗날의 이야기이지만.
저 적폐 세력들은 두고두고 착실히 미래의 대재앙을 대비하려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특히 무강 대륙과 나스 대륙이 지구와 연결된 이후, 차원을 넘어온 악인들과 결탁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나인 로드의 일원이자 아시아권의 각성자인 나는 끊임없이 저들과 대립했다.
목진우와의 악연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졌고, 종국에 이르러서는 홍연 길드의 집요한 암살 시도를 받았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죽인다는.
목진우의 단순하면서도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는 좀처럼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포커페이스에도 능했다.
아마 악행을 방치하는 것도 일종의 대리 만족일지도 모른다. 녀석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싫다면?”
목진우의 말에 나는 잔뜩 날이 선 목소리로 답했다.
사람들은 목진우에게서 느껴지는 차갑고 음침한 살기에 다들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특히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들 중에서는 몸을 부르르 떨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목진우에게서 숨기려고 해도 숨길 수 없는 가식이 느껴졌다.
“홍연 길드의 마스터는 자기를 죽이려 한 사람도 너그럽게 용서를 해 주는 모양이죠?”
“…….”
정곡을 찌른 걸까.
목진우의 입가가 살짝 씰룩였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할 말 없겠지.
자기 얼굴에 먹칠하면 누구보다도 먼저 나서서 짓밟는 놈이 바로 목진우인데.
“엄정하게 길드의 질서를 집행해야만 하는 길드의 마스터면, 입 다물고 있는 게 좋을 겁니다.”
“와!”
지켜보던 사람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SS+랭크 각성자를 앞에 두고 거리낌 없이 할 말을 다 하니, 나름 신기하게 보일 법도 했다.
보통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허리를 직각으로 굽히고, 그의 앞에서 굽신굽신하는 게 일반적이니까.
“흐음.”
“그래도 정중하게 들은 말이 있으니 최소한 살려는 드리죠.”
그렇게 말을 끝맺은 뒤.
나는 내 왼손 위에서 널어놓은 빨래처럼 휘청거리고 있는 대장 녀석을 향해.
퍼억! 퍼억! 퍼억! 퍼억!
폭권 2장, 압권을 전개했다.
지금 내 상태는 강철 강화로 전신이 단단한 강철로 변한 상태.
아마 상대는 쇠몽둥이로 두들겨 맞는 느낌이 들 터였다.
“케헥.”
9할 이상 정신을 놔 버린 듯 보이는 녀석은 제대로 몸조차 가누지 못했고.
주르르륵! 꾸드득!
이내 앞뒤 가릴 것 없이 대소변을 와르르 쏟아 냈다. 지린 것이다.
워낙 안하무인으로 행패를 부리길래 그래도 맷집은 좀 있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약했다.
이 정도에 나가떨어질 녀석이면 높아야 C랭크, 그리고 신체 강화 훈련도 게을리 한 놈일 것이다.
‘아니면 내가 강한 걸까?’
반대로 뒤집어 생각하니, 그런 생각도 들었다.
지금의 내게 C, D랭크의 각성자는 사실 제대로 상대조차 안 되는 전력이니까.
일단 그 정도의 수준이면, 강철 강화 재능부터 쉽게 파훼가 안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르르륵.
이내 바닥을 축축하게 적신 소변과 더러운 분비물 위로.
철푸덕!
녀석의 얼굴을 메다꽂았다. 자기가 싼 것들인데 더럽진 않겠지.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는 목진우에게 물었다.
“더 하실 말씀 있나요? 정당방위를 가지고 뭐라고 하실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강신화 씨, 맞으시지요?”
역시 본론은 따로 있었던 걸까?
목진우가 나를 아는 체를 했다.
4인조 놈들의 짓거리를 사주한 것 같지는 않았고, 우연히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온 듯했다.
애초에 4인조에게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자기 부하들이 얻어터졌는데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어쨌든 여기가 홍연 길드의 앞마당이고, 그가 집무를 보는 홍연 빌딩도 바로 코앞에 있으니 이상하지는 않다.
“그런데요?”
퍼억!
“끄엑!”
나는 대답과 동시에 옆에서 꿈틀대며 몸을 일으키려던 대장 놈을 다시 한번 발로 찍어 눌렀다.
어푸어푸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뭔가 마셔서는 안 될 것을 마시고 있는 모양이었다.
“괜찮으시면 홍연 빌딩에서 저와 잠시 대화를 나누시지 않겠습니까? 예전에 김현준 팀장님에게서 명함을 받으신 적이 있지요?”
“있습니다만.”
“그때부터 강신화 씨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부쩍 더 많은 소식을 듣게 됐죠.”
차분하게 말을 이어 가는 목진우의 모습은 신사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물론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만 보이는 완벽한 가식이다.
목진우의 본질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서 함께 있을 때 진가를 드러낸다.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
이 말로 충분히 특정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성격은 극단적이다.
“됐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목진우나 홍연 길드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딱히 엮이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홍연 길드에 혹시라도 들어갈 일이 생긴다면, 그건 죽어서 관짝에나 들어갔을 때일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막 무르익어 가던 신부님과의 술자리와 대화가 깨진 것이 못내 아쉬웠다.
“잠깐이면 됩니다.”
“거절을 두 번 해야 됩니까? 게다가 어느 길드인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관리 못 한 이놈들까지 신고하려면 시간이 없을 듯하네요.”
“…….”
팩트 폭격과 면박에 가까운 말을 퍼붓자, 목진우의 입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아마 오랜만에 사람들 많은 곳에서 당해 보는 무시일 것이다.
목진우의 재능은 잘 알고 있다.
물론 지금 내 실력으로 SS+랭크인 그를 뛰어넘을 자신은 없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지 사달이 벌어지기 전에, 나와 신부님의 안전을 지킬 방도쯤은 있었다.
놈의 약점은 슬로우 스타터라는 것이니까. 다만 본질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 다시 만날 수 있는 여지 정도는 주셨으면 합니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듯한 목진우의 손길을 따라 금빛 명함이 내게 건네졌다.
골드 티켓.
각성자들은 명함이라는 말 대신 골드 티켓이라는 말을 썼는데, 목진우를 바로 만날 수 있는 프리패스 명함이라 그런 것이다.
이 명함이 없으면, 복잡한 절차를 거치고 몇 차례의 검증을 거쳐야 그를 만날 수 있다.
“생각은 해 보죠.”
나는 무심한 손길로 주머니 속에 대충 명함을 꾸겨 넣고는 신부님에게로 향했다.
“저 사람! 홍연 길드 마스터 목진우한테 골드 티켓을 받았어!”
“엄청 대단한 유망주인가 본데? 영입하려고 하나 봐!”
“근데 엄청 쿨하잖아? 목진우가 괜히 질척거리는 껌딱지가 된 느낌인데?”
사람들의 부러움과 목진우의 묘한 시선을 뒤로한 채.
나는 이제 막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보이는 KSA 요원에게로 향했다.
뒷수습을 할 시간이었다.
* * *
그로부터 2시간 후.
조사와 사정 청취를 끝낸 신화는 술집에 가려던 계획을 접고.
최지혁의 제안에 따라 자리를 옮겨 공터를 찾았다.
날이 마침 포근했다.
벤치에 앉아 고즈넉한 밤 분위기에 젖어 캔맥주 한잔을 하기에는 딱 좋은 날씨였다.
“아까 술집에 대한 변상은 홍연 길드의 마스터가 직접 했다고 하더군요. 목진우라고 하던가요?”
자기 재능 계발에 항상 골몰하고 있는 최지혁은 유독 각성자 소식에 어두웠다.
각성자면 교과서처럼 이름을 외우게 될 목진우도, 오늘 처음 알았던 것이다.
“그렇군요. 목진우의 소속 길드원들이 싸지른 똥이니 더 부끄러워지기 전에 처리한 것이겠네요.”
“아까 전 전투! 정말 대단했습니다! D랭크 각성자의 움직임이라고 보기에는 정말 빨랐고, 대단히 위력적이었어요!”
“과찬이십니다. 그냥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에요.”
“몸을 강철로 만드는 능력! 그것도 재능이신가요?”
“그렇죠. 꽃을 통해서 얻었습니다.”
“산삼보다 더 구하기 어렵다는 꽃을 드셨군요! 와! 정말 부럽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하긴 꽃이라는 것이 그만큼 잘 활용할 사람에게 주어져야 옳은 듯해요. 저 같은 사람이 먹으면, 아마 능력의 1할도 못 쓰겠죠.”
신화는 마냥 어린아이처럼 부러워하는 최지혁을 보며, 그에게 어울릴 법한 몇몇 꽃을 떠올렸다.
미래 지식이야 머릿속에 빼곡히 차 있고, 맞춤형으로 쏙쏙 빼 내면 그만이니까.
‘선의는 적당할 때가 좋지.’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했다.
그에 대한 아련한 마음은 전생의 기억이 있는 신화만 갖고 있을 뿐, 최지혁에게는 없는 감정이니까.
“신부님.”
“예?”
“아까 지하철과 술자리에서 쭉, 계속 얘기를 나눴잖아요?”
“팀…… 말입니까?”
“맞아요. 팀을 하나 만들 생각입니다. 그 팀에 신부님의 능력이 꼭 필요합니다.”
신화가 판단하기에 최지혁의 디버프 능력은 그 존재 자체로도 가치가 컸다.
디버프와 자신의 화력을 연계하면, 최대 화력을 S+에서 SS-까지도 내 볼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상대가 체감하는 공격의 위력이지만, 어쨌든.
디버프로 저항 능력이 감소하면서 그만큼 충격 에너지가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저 E랭크에 불과한 각성자일 뿐입니다. 자생 능력이 없는 전투 요원이죠.”
한숨을 푹 쉬며 내뱉는 최지혁의 말에서, 그간 셀 수 없이 무시당하며 살아왔을 세월이 느껴졌다.
‘지금은 디버퍼의 사용법과 육성법을 몰라서 이런 문제가 생기지. 하지만 미래에 신부님만큼 희소성이 커질 각성자도 없어.’
신화는 확신이 있었다.
최지혁만큼은 남에게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의 미래 가치는 신화에게 단순한 동료 그 이상이었다.
꼼꼼한 그의 성격이면, 팀의 실무나 귀찮은 일들을 맡겨도 멋지게 수행해 낼 것이다.
귀찮고 복잡한 것을 딱 질색하는 자신의 성격과 정반대의 사람이니 말이다.
“신부님의 막힌 부분을 시원하게 뚫어 줄 작은 샛길 정도는 알려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에? 그게 뭔가요?”
신화가 살짝 운을 떼자, 최지혁이 덥석 물었다.
멈춰 버린 재능의 계발.
몇 년째 발전 없이 제자리를 맴도는 최지혁을 답답하게 만드는 고민이라 정답이 꼭 필요했다.
“재능을 쓸 때 즉각적으로 마력의 순환을 끌어올리지 마시고 상시 방전되는 느낌이 있더라도 마력 순환을 계속 유지하세요.”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워낙 보유한 마력이 적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그러긴 했는데…….”
“습관이 무섭잖아요. 딱 일주일만 그렇게 연습해 보세요. 마력을 모두 소진하면 소진하는 대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시고요.”
“왠지.”
“될 것 같죠?”
신화가 웃었다.
이게 천기누설의 재미란 걸까?
다만 서두르지는 않았다.
최지혁이 곁에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사람인 것은 맞지만, 없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중심은 바로 자신이니까.
결국 동료는 동료일 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의 다사다난했던 밤이 저물고, 그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얼마 후.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새벽녘의 신화를 반긴 것은.
“잠깐만, 보미 씨가 왜 우리 집 앞에 와 있어요?”
아무 말도 없이 신화를 찾아온 진보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