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5)
만렙 회귀자입니다만-5화(5/300)
제 5화
‘이게 말이 되나?’
홀로 명절을 보내는 쓸쓸함을 달래고자 밤늦게 산책을 나온 김현준은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그것은 대뜸 강철봉을 물어뜯는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뭔가 싶었다.
강철봉을 물려는 시늉을 하기에 그저 정신 나간 사람인가 싶었고.
우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을 때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남자의 이가 박살이 났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반대였다.
남자는 이로 뜯어낸 조각을 뱉어 내고, 자신의 치아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육체를 강화시키는 재능을 가진 각성자가 꽤 있기는 해. 하지만 이는 완전 처음인데?’
보편적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각성자의 ‘재능’은 팔이나 손, 혹은 다리와 발의 비율이 높았다.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달리거나 파괴적인 완력을 갖게 되거나 보통 그런 식이었다.
하지만 이 남자처럼 치아와 더불어 치악력까지 강해진 경우는 데이터로도 본 적이 없었다.
김현준이 물었다.
“……지금 이 강철봉을 뜯어내신 건가요? 입으로?”
“예, 그렇습니다만? 아, 기물 파손 때문에?”
김현준의 물음에 신화는 그의 물음이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까이서 강도가 가장 높은 금속을 찾다 보니 강철을 뜯었는데, 당연히 변상은 할 생각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각성자이신가요? 실례가 아니라면 랭크가?”
“E랭크입니다.”
신화는 숨길 것 없이 자신의 랭크를 공개했다.
어차피 숨긴다고 해서 숨겨질 것이 아니기도 했다.
고가이지만 마력 감지 장치를 활용하면, 랭크 정도는 바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힘이면 어지간한 각성자는 물리기만 해도 큰 상처를 입을 겁니다. 웬만한 강화 슈트도 못 버틸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까?”
“꽤 많은 각성자의 사례를 알고 있고 조사해 왔지만, 이를 사용하는 각성자는 처음 봅니다. 이게 주된 능력이신가요?”
“아뇨. 여러 옵션 중 하나일 뿐입니다.”
“예? 뭐라고요?”
김현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강철을 이로 뜯어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각성자의 재능인 것이 확실했다.
보통의 각성자는 하나의 재능만을 갖는다. 즉, 이가 강화되는 것이 재능이라면 그것이 전부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여러 옵션’ 중에서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 저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때.
“잠시만요.”
퉤!
신화가 아직 입 안에 남아 있던 강철 조각들을 우물거리다 밖으로 뱉어 냈다.
그러자 마치 껌이 된 것처럼 이리저리 우그러지고 뭉쳐진 강철의 흔적이 보였다.
김현준은 또 한 번 경악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강화 슈트는 쉽게 잘근잘근 씹어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위력이었다.
“입 안에 남아 있던 게 있어서.”
“초면에 죄송합니다! 저는 홍연 길드 서울 49팀의 팀장으로 있는 김현준이라고 합니다.”
김현준은 신화에게 명함 하나를 불쑥 내밀었다.
검은색 바탕에 고급스런 금테와 더불어, 금색 타이포가 새겨진 값비싼 명함이었다.
<홍연 길드
서울 49팀, 총괄 팀장
각성자 김현준>
‘49팀? 완전 말석이네.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맨 먼저 파리 목숨처럼 던져질 팀이기도 하군. 그래도 팀장이면 최소 D-랭크는 되겠지.’
신화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이 누군지, 어떤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인지는 관심 없다.
다만 아는 것이 많다 보니, 미래의 모습을 미루어 짐작하기 쉬울 뿐이었다.
‘홍연 길드…….’
길드의 이름을 곱씹으니 입맛이 썼다.
대한민국의 명실상부한 서열 1위 길드이기는 하나, ‘적폐(積弊)’의 선두 주자로 불리는 조직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최근 청연 길드에 다수의 인재가 유출되다 보니! 각성자님처럼 귀한 인재를 모시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입니다.”
아울러 서열 2위인 청연 길드와 라이벌임을 강조하는 부분까지.
옛 모습과 다른 게 전혀 없었다.
‘3위 혜화 길드를 함께 기습 공격하기 전까지, 모두 홍연과 청연 길드가 불구대천의 원수이자 앙숙인 줄 알았지.’
지금부터 3개월 후.
3강 체제로 나뉜 대한민국의 각성자 판도를 뒤바꾸기 위해, 두 길드가 혜화 길드를 공격한다.
이때까지 거의 10년 동안 서로 원수인 줄로만 알았던 홍연과 청연 길드가 힘을 합치게 되는데.
사실 양 길드의 마스터는 오랜 연인 관계로, 때를 기다리며 서로의 관계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 거대한 적폐가 탄생했지. 망할 놈들.’
어쨌든 홍연이나 청연이나 신화에게는 소속되어 봤자, 득이 될 것이 하나도 없는 조직이었다.
괜한 인연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신화는 김현준에게서 받은 명함을 되돌려 줬다.
“됐습니다.”
“예? 아시다시피 저희 길드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각성자분들을 국내 최고의 대우로…….”
“생각 없어요.”
신화가 고개를 저었다.
말석이어도 팀장은 팀장이다.
스카우트 제의가 기분 좋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홍연 길드에 엮이는 것은 앞으로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웰빙 라이프와 완벽하게 상극이었다.
바로 그때.
“여기요! 잠시만요!”
마침 순찰을 도는 경찰을 향해 신화가 힘껏 손을 흔들었다.
자수해서 광명 찾을 시간이었다. 겸사겸사 귀찮아질지도 모르는 입을 떼어 낼 찬스이기도 하고.
그렇게 신화는 쏜살같이 김현준에게서 멀어졌다.
“하아…….”
이윽고 경찰을 따라가는 신화를 보며, 김현준은 아쉬운 한숨을 연신 몰아쉬었다.
특이 재능을 가진 남자.
이렇게 쉽게 영입을 포기하기에는 그의 재능이 아까웠다. 숨겨진 다른 재능을 보고 싶기도 했고.
그래서일까?
찰칵. 찰칵. 찰칵.
김현준은 갈가리 찢긴 강철봉의 면면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전략분석 팀에 의뢰해서, 이 남자의 능력을 좀 더 심층적으로 파악해 줄 것을 부탁할 생각이었다.
* * *
얼마 후.
“후, 능력 테스트 한 번에 40만 원이면 싸게 먹힌 건가?”
나는 망가뜨린 강철봉의 변상을 확실히 마무리 짓고 난 뒤, 다시 산책로로 나왔다.
내게 귀찮게 붙을 뻔했던 김현준이 있는지 살펴봤지만, 이미 자리를 뜬 모양이었다.
‘미각까지 확실히 달라졌네.’
나는 아직 확인을 끝내지 못한 혀의 상태를 살폈다.
개변은 확실히 마쳤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미각을 소유하게 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변화의 핵심은 아니었다.
혀 개변의 핵심은 두 가지!
첫째는 몬스터 고기를 먹을 경우, 혀를 통해서 일차적으로 몬스터에 대한 정보 분석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이는 나중에 개변된 위장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데, 결론만 말하면 몬스터의 능력을 조건부로 획득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만 아직까지는 혀에만 변화를 일으켰으므로, 정보 분석 단계에서 그치게 된다.
둘째는 타액 성분을 변화 계열의 재능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네 형태. 독성, 치유, 추적, 접착의 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어디 보자.’
나는 바로 마력을 이용해 타액의 성분을 변화시켰다. 처음 만든 것은 독성의 침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침으로 만들어 낸 맹독은 내 자신에게는 면역이다.
“퉤!”
나는 마침 옆에 보이는 잡초 위로 침을 힘껏 뱉었다.
스르륵. 스륵.
그러자 방금까지 꼿꼿하게 줄기를 세우고 서 있던 잡초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고꾸라졌다.
생기를 잃고 죽은 것이다.
잡초의 뒤로 보이는 나무의 밑동은 무언가에 심하게 긁힌 상처가 나 있었다.
이번에는 치유의 침을 만들었다.
바로 나무밑동에 침을 뱉었다.
그러자 침이 가진 치유의 기운을 받아들인 나무밑동의 상처가 빠르게 아물며, 수액이 덮어지기 시작했다.
‘좋아. 정상적으로 작용하네.’
혹시 전생보다 훨씬 더 젊은 시절의 몸이라 이상 현상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것은 없었다.
“나중에 혹시 응급 상황이 벌어지면, 마음의 준비를 하기는 해야겠지?”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다급하게 체력 회복이 필요한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그때 내가 도움을 줄 치료 수단은 타액을 통한 치유 기운의 공급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회하는 방법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정말 다급한 상황에는 급한대로 입맞춤(?)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단 오늘의 개변은 여기까지. 벌써 다섯 군데나 변화를 일으켰네. 몸에 과부하도 걸렸고.’
감각적으로 몸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서 또 개변을 시도했다가는 오히려 부작용으로 내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판정 등급 : D-]‘오! 이걸로도 벌써 한 단계가 올라가?’
랭크 판정이 E에서 D-로 올라가 있었다.
D랭크부터는 -, 0, +의 세 단계 구분이 이뤄지게 되는데, 그 초입에 도달한 것이다.
부작용 없는 육체 개변으로 한나절 만에 F랭크에서 D-랭크까지의 발전을 이뤄 냈다.
이 정도면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생에 니콜라스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6년 동안 만년 F랭크 신세였다.
그 점을 생각하면, 오늘 단축한 시간은 전생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시간이었다!
“하암…….”
피로가 몰려왔다.
오늘 저녁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몸이 불과 6시간 만에 격렬한 변화를 겪었으니 그럴 수밖에.
나는 적당히 허름한 여관이라도 잡아 잠을 청하기로 했다.
어차피 내일 아침에 팀이 모이기로 한 곳이 바로 여기, 신도림역 2번 출구니까.
‘회귀 후의 첫 취침이네. 회춘한 몸의 새벽은 어떠려나?’
나는 자고 일어나면 등, 척추, 허리 할 것 없이 온몸이 쑤셨던 과거를 떠올리며.
활기와 혈기가 가득 넘치는 몸을 이끌고 여관으로 향했다.
32년 전으로의 회귀!
그 첫날의 밤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 * *
다음 날 새벽.
나는 예정된 공대 집결 시간인 오전 8시보다 두 시간 일찍 현장으로 나갔다.
현장으로 가는 길.
나는 어제 잠들기 전에 심심풀이 삼아, 각성자 전용 커뮤니티인 ‘언성 히어로(Unsung Hero)’에 올렸던 글을 확인했다.
[Title : 얘들아, 형 왔다] [얘들아, 그동안 짐꾼 복지 좀 챙겨 달라고 징징거리던 형이야. 내용 궁금하면 지난 글 검색하고.각설하고, 오늘 각 잡고 기만하려고 왔다. 나 하루 만에 F랭크에서 D-랭크까지 올렸어!
부럽지?
형은 이제 만년 짐꾼 인생을 정리하고, 이제 앞만 보고 달릴까 한다. 잘들 지내라!]
뻘글을 좀 올려 봤다.
어차피 얼굴이나 신분이 공개되는 것도 아니기에 부담 없이 재미 삼아 올려 본 것이다.
여기서 보이는 각성자들의 반응이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에 궁금하기도 했고.
[널보면짖는개 : 야, 괴물이라고 불리는 주천호도 F랭크에서 E랭크까지 성장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하더라. 장난하냐?] [머머리는사형 : 차라리 각성을 했는데, 시작이 D-랭크였다고 해라! 그 말을 믿겠다. X신 X끼.] [찐따판독기 : 네. 지금까지 방구석 F랭크 찐따의 허언증 잘 봤습니다. 그의 목에 채워지는 찐따 목걸이.] [박평식 : 사라진 건 개념, 보이는 건 개소리.] [청초 : 헛소리할 시간에 짐이나 더 날라라.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으면 너도 막 자괴감 들고 그러지 않냐?]“하하! 사실 맞는 말이야.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지! 다들 그렇게 생각해 주니 다행이네.”
나는 크게 웃었다.
아마 여기뿐만이 아니라 누구에게 말해도 반응은 비슷할 것이다. 상식에서 벗어났으니까.
다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취급해 주니, 기분은 참 좋았다.
그만큼 내가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다는 증거라서.
어쨌든 그렇게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 보니, 어느덧 현장이었다.
먼저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 8시가 되어도 짐꾼들만 모일 것이다.
각성자들은 시간 약속을 잘 안 지키는 것을 나름의 프라이드라고 여기는 고약한 습관이 있어서다.
누가 만든 프라이드인지는 몰라도 짐꾼을 하던 당시에는 참 거지 같았던 시간 감각이었다.
‘뭐, 오늘 던전 공략은 어차피 취소되겠지만.’
나는 곧 우리에게 찾아올 미래를 일찌감치 내다보고 있었다.
어제는 경황이 없어 오늘 공략할 던전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공략할 던전의 정보를 확인해 보니, 내 눈에 익숙한 곳이었다.
‘K-848 던전. 10년 뒤에 대괴수로 창궐할 마고스가 이중 던전에 모습을 숨기고 있는 곳.’
기억이 선하다.
전생의 나는 오늘 공략이 취소되자, 설날 떡값을 못 벌게 되었다며 무척 낙담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월세 문제로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돈벌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마 각성자들은 새벽에 일찌감치 한국 각성자 협회, 약칭 KSA로부터 통보를 받았을 것이다.
K-848 던전에서 차원 에너지의 불규칙한 파형이 발견되었으니, 공략 중단을 ‘권고’한다고.
권고가 강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각성자도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을 담보로 싸우고 싶지는 않아 했다.
그래서 오늘 공략은 취소된다.
정확히 말하자면 각성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얘기가 끝났다.
다만 귀찮아서 짐꾼인 우리에게 아무도 연락을 안 했을 뿐이다.
각성자 계층의 흙수저라고 불리는 짐꾼.
이에 대한 차별과 푸대접은 뿌리 깊은 역사가 있을 정도로 오래된 것이니까.
‘마고스를 죽이면 강철의 꽃은 물론, 최상급 차원석도 손에 넣을 수 있어. 최소 30억 벌이는 돼!’
나는 일찌감치 견적을 뽑아 뒀다.
남은 것은 아직까지 평범한 짐꾼 취급을 받는 내가 어떻게 자연스럽게 던전 공략에 나서느냐다.
‘일단 던전에만 들어가면…….’
확실하게 한 탕을 할 수 있다.
웰빙 라이프를 위한 위대한 발걸음! 종잣돈 마련하기의 서막이 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