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56)
만렙 회귀자입니다만-56화(55/300)
제 56화
‘아, 마리나에게 버프 강화 특성이 있었지?’
신화는 너무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마리나의 특성을 떠올렸다.
그녀는 버프에 관련된 재능이나 약물, 포션 등에 대해서 다른 각성자들보다 민감도가 높았다.
그런 만큼 부작용도 클 수 있지만, 다행히 부작용이 없는 경우에는 효과를 훨씬 더 크게 본다는 얘기다.
붉게 변한 마리나의 두 눈은 강화 포션의 효과가 결코 적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었다.
저 눈빛은 일종의 경고다.
육체가 폭주 상태에 돌입하고 있으니 적이면 도망가고, 아군이라면 찰떡같이 붙으라는 뜻.
“좀 움직여 봐도 돼요?”
“그럼 포션 마시고 나서 가만히 있으려고 했습니까?”
마리나의 물음에 신화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먹으라고 한 것인데, 가만있으면 말짱 꽝이지.
다음 순간.
파팟! 팟! 팟!
마리나가 넓은 집안을 여기저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짧은 도약과 신속한 착지를 반복하는 그녀의 움직임은 매우 날렵하고 재빨랐다.
신화는 팔짱을 낀 채, 마리나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다.
분명 빠르고 화려하지만, 움직임을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가 둔해서가 아니었다.
일전에 신화가 얻은 ‘초월의 꽃’ 덕분에 움직임에 대한 예측과 추적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단지 뇌의 능력 일부가 활성화된 것만으로도 이 정도라면, 뇌의 개변이 확실하게 마무리된다면?
‘동시에 연속적으로 다수 인원의 움직임도 추적할 수 있지.’
뇌 개변의 맛보기를 마리나의 움직임 추적을 통해 하게 된 셈이었다.
어쨌든 마리나는 훨씬 가벼워진 자신의 몸과 향상된 마력의 출력에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몇 번이나 움직임을 멈추고, 자신의 몸을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움직이곤 했다.
“강신화 씨, 이런 포션 제작법을 도대체 어떻게 얻은 거죠? 던전에서 제작법이라든가 조합법 같은 것을 얻은 적이 있나요?”
“그걸 말해 주면 영업 비밀이 아니죠. 영원히 말할 일 없을 겁니다.”
“쳇. 그건 그렇고, 정말 최소 2배 이상으로 전투력이 향상된 것 같아요. 두통이라든가 메스꺼움, 환각 같은 것도 없고.”
바로 그때.
끼리릭!
마리나가 품속에서 반짝이는 실 가닥을 쭉 꺼내 들었다.
‘은사! 저 징그러운 악마의 재능을 회귀하자마자 며칠 만에 또 보네.’
마리나는 은사를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조종할 수 있는 특수한 각성자다.
마력을 은사에 휘감아 방출시켜 목표의 근육을 찢고 들어가 깊숙한 곳에 은사의 뿌리를 내린 뒤.
양손을 이용해 마치 마리오네트(Marionette)처럼 대상을 조종하는 것이다.
“더미?”
“오, 어떻게 알았어요?”
“당연히 더미여야지, 그럼 저를 조종하려고 했습니까?”
신화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인체와 같은 형태의 더미(Dummy)가 있었다.
실험이 필요할 때 인체 대신에 사용하는 모형으로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처척! 척!
이내 은사가 더미의 몸 여기저기의 접합부를 꿰뚫고 들어갔다.
그러자 바로 생기를 부여받은 인간이 된 듯, 더미가 열심히 좌우로 움직이며 허공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여기서 전투 의사로 마력을 불어넣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더미는 살인 병기가 된다.
“와……. 이거 보여요? 평소보다 녀석들이 더 빠르고 경쾌하게 움직이고 있어요!”
“처음 보는데요.”
신화가 천연덕스럽게 모르는 체를 했다.
전생에 질릴 만큼 봤던 그녀의 재능이지만, 공식적으로 현생에서는 처음이니까.
“평소보다 더미의 반응 속도가 50% 이상은 족히 오른 듯해요. 이 포션, 정말 굉장해요! 강신화 씨, 정말 대단하네요!”
“부작용이 없다는 부분이 강점이죠. 그리고 마력 포션과는 달리, 강화 포션은 효과가 떨어졌을 때 다시 마시면 바로 또 변하고요.”
“왜 WSA 산하 연구소에서 이런 포션을 아직도 만들지 못한 걸까요? 임상에서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폐기된 프로젝트만 수십 개가 넘는데.”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해서 꼭 성과를 내는 건 아니니까요.”
“신화 씨는 다르다, 이건가요?”
“이미 직접 경험하고 있지 않나요? 더 설명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은데.”
호평 일색인 마리나의 반응.
신화도 한결 여유로워졌다.
바이어 역할을 할 그녀가 냉정하게 협상을 하기보다 제품에 큰 만족을 느끼고 있는 상태라면.
WSA에 상당히 고가에 넘길 수 있을 것 같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티끌 모아 태산.
태산 모아 무인도.
차곡차곡 모은 돈이 착실히 은퇴 자금이 되고 있는 만큼, 비싸게 팔고 싶은 욕심이 컸다.
한데 바로 그때.
“강신화 씨.”
“네?”
“더미를 박살 내도 좋으니까 더미 한번 상대해 보겠어요?”
“지금 D+랭크 각성자에게 S+랭크 각성자가 싸워 보자고 하는 겁니까?”
“나도 알고, 신화 씨도 잘 알잖아요? D+라는 랭크,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거.”
“공식 측정 수치입니다만.”
“WSA에서 랭크는 중요도가 부족한 참고 자료일 뿐이에요. 우린 눈에 보이는 실력으로 판단하죠.”
“작정하고 싸우면 더미만 박살이 나는 것이 아니라 집 안이 엉망진창이 될 겁니다.”
신화가 경고하듯 말했다.
S+랭크인 마리나와의 대련, 혹은 모의 전투는 원하던 바였다.
자신보다 상위에 있는 각성자와 힘을 겨뤄 보면서 자신의 지금 화력을 측정할 기회는 그리 흔치 않으니까.
일전에 A랭크였던 황준형을 박살 낸 적이 있긴 하지만, 그때는 노림수가 통했던 결과였다.
마리나는 치밀한 사람이다.
그녀에게 빈틈 같은 것이 보인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유인책이다. 그게 그녀의 레퍼토리였으니까.
신화의 말에 마리나가 씨익 웃었다. 그러고는 옆의 벽에 설치되어 있는 몇 개의 버튼을 연달아 누르기 시작했다.
샤아아아! 샤아아!
그러자 집 안 구석구석 모든 공간에 두꺼운 역장이 생성됐다.
“보통 집이 아니에요, 신화 씨.”
“…….”
내색은 안 했지만 크게 놀랐다.
마리나의 집은 그야말로 거대한 요새와 같았다.
자세히 보니 벽에 일정 간격마다 차원석을 박아 두고, 연계해서 반응할 수 있게 설계한 상태였다.
이 정도 역장이면 아웃브레이크가 일어나서 B랭크 이상의 몬스터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어도 몇 시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터였다.
‘나중에 개인 저택이나 따로 별장 하나 구하면, 거기에는 아예 이것처럼 요새로 만들어야겠네.’
많은 영감을 주는 장치였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충분하지만, 더욱 안전에 신경을 쓰는 마리나의 안배에 배울 점이 많았다.
“준비됐어요?”
“잠시.”
마력의 순환이야 항상 100%의 상태를 유지하는 신화지만, 몸이 굳어 있어 살짝 몸을 풀었다.
더미가 언뜻 보기엔 말랑말랑한 것처럼 보여도, 은사를 통해 동력이 부여되면 파괴적인 위력을 보여 주곤 했다.
“긴장하지 마세요. 신화 씨에게 해를 입히려고 그러는 건 아니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진지하게 말하건대, 전력을 다해 상대해 줬으면 좋겠네요.”
“괜찮겠어요?”
“죽지만 않으면 됩니다.”
신화가 짧게 답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 왔을 때 확실하게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여차하면 지금의 자신이 마리나와 충분히 호각으로 이루거나, 혹은 뛰어넘을 수 있는지.
직접 깨닫고 싶었던 것이다.
EX랭크라는 능력과 재능의 끝, 그 극의에 대한 갈망은 회귀를 했다고 해도 사라지지 않았다.
강한 힘이 있어야 돈을 더 많이 버는 각성자 세계의 질서는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좋아요, 실력 한번 보죠!”
“똑같이 돌려주고 싶은 말입니다. 실력 한번 감상해 보죠!”
신화가 유쾌한 한 마디로 마리나의 말을 되돌려주며, 공격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화르륵.
첫 번째 선택지는 폭권 4장, 불의 권격인 화권이었다.
* * *
그로부터 얼마 후.
‘이 파상 공세를 막아 낸다고?’
마리나는 신화의 눈부신 활약에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당히 놀랐다.
신화를 죽일 마음은 당연히 없었지만, 그래도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붙일 생각은 있었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테스트를 해야, 확실하게 그의 실력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VVIP의 관심에 따라서, 그를 만날 자격이 충분히 있는지 테스트하는 것이기도 했고.
현재 마리나의 전투 능력은 본인이 판단했을 때, SS-랭크의 수준은 됐다. 강화 포션 덕분이었다.
다만 문제는 신화였다.
쿠웅! 쿠웅! 쿠웅!
그녀의 손끝에서 춤추는 더미의 파상 공세를 신화는 묵묵히 받아 내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직하게 강철 강화의 재능으로 정면에서 막아 내는가 싶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충돌 직전에 몸을 살짝 비틀면서 충격량을 최대한 흘려 내고 있었다.
영리하게 최소한의 탱킹으로 최대한의 방어를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고급 체술이야. 하루아침에 획득되는 것도 아니고, 타고나는 센스도 절대 아냐.’
그간 수많은 각성자를 상대로 한 모의 전투와 대련을 거쳐 지금의 경지에 오른 그녀였다.
탐색전만 해 봐도 상대의 실력을 가늠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데 신화는 전력을 다한 파상 공세라는 마리나의 생각이 무색하게, 너무도 쉽게 공격을 받아 냈다.
이런 방식으로 공격을 매끄럽게 흘릴 줄 안다면, 신화가 체감하는 위력은 S랭크 미만일 터였다.
‘이럴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 했는데……. 단순하게 재능만 많은 것이 아니었어.’
마리나가 가늘게 눈을 떴다.
여전히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신화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물론 신화도 자신에게 이렇다 할 반격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호각세는 당연한 결과물이 아니었다.
지금의 대련은 엄연히 S+랭크와 D+랭크의 대련이기 때문이다.
압도, 압살, 절대 우위와 같은 자극적인 단어로 포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전투인 것이다!
‘더미의 움직임을 어떻게 저렇게 빠르게 캐치할 수 있는 거지?’
마리나는 그것이 의문이었다.
신화의 움직임은 마치 자신의 다음 수를 미리 보고 대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미 마리나가 손끝을 튕겨 은사를 통해 더미의 움직임을 조종하려는 시점에서.
신화는 일찌감치 방어에 들어가거나 동력을 받아 움직이려는 더미의 관절부를 거칠게 후려쳤다.
때문에 더미가 반응을 제때 하지 못하거나, 선제 타격으로 공격이 무효화됐다.
‘신촌역 동영상도 그렇고, A+랭크 던전을 공략하는 것까지. 분명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그 이상이잖아.’
마리나는 계속 놀라고 있었다.
신화를 게스트로 초청해 WSA에서 나름의 ‘실적’을 올리려는 마리나의 입장에서는 누구보다 신화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봐야 했다.
그렇게 객관적으로 봤음에도 불구하고, 신화가 보여 주는 능력은 그녀의 기대 이상이었다.
바로 그때!
파아앙!
터엉! 텅! 텅!
끊임없이 방어하는 와중에도 유효 타격에 노출됐던 더미의 오른팔에 신화의 진권이 작렬했다.
그러자 결국 버텨 내지 못한 더미의 오른팔이 허망하게 허공을 날았다.
순수 내구도만 따지면 A+랭크 각성자의 맷집을 훌쩍 넘는, 개당 5억 원짜리 더미의 ‘부상’이었다.
그리고.
“훗, 이거밖에 안 됩니까? 힘 좀 더 써 보는 게 어때요?”
신화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마리나를 화끈하게 도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