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6)
만렙 회귀자입니다만-6화(6/300)
제 6화
오전 9시.
“KSA의 공략 중단 권고라고요? 어차피 권고잖습니까?”
“김 반장님, KSA가 어지간해서는 권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잖아요? 그만큼 내부가 불안정하다는 겁니다.”
“하……. 이러면 완전 나가리인데. 그러면 오늘 일당도 없는 거잖습니까?”
“우린들 어쩌겠습니까? 무리하게 공략하다가 개죽음을 당하는 것보다는 낫죠. 그건 짐꾼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역시나 각성자들은 뒤늦게 도착했고, 신화의 예상대로 결정된 사안들을 통보했다.
논의가 아닌 통보였다.
각성자와 짐꾼 사이의 관계는 철저하게 상하, 갑을 관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에헤이.”
짐꾼들은 다들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오늘 공략할 이곳은 D랭크급의 던전으로, 짐꾼에게 일당을 50만 원이나 쳐주는 곳이었다.
여기에 맞춰 모든 준비와 일정을 짰는데, KSA의 권고로 취소가 되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참 아쉽게 됐군요.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철수해야겠네요.”
김 반장, 김철근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지만, 그렇다고 공략 욕심을 내지는 않았다.
일단 짐꾼은 자체 공략이 당연히 불가능한 데다가 죽음의 공포는 짐꾼에게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김철근이 손짓으로 철수 준비를 지시하자, 각성자 팀의 공대장인 소중현이 말을 덧붙였다.
“자, 그럼 K-848 던전 공략 라이센스는 KSA에 반납하겠습니다. 더 이상 필요 없으니까요.”
“잠깐만요.”
그때, 소중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남자가 손을 들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F랭크의 짐꾼, 강신화였다.
“강신화, 갑자기 왜 그래?”
김철근이 불안한 표정으로 신화의 얼굴을 살폈다. 어제도 헛소리 비스무리한 말을 했던 터라 괜한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공대장님, 어차피 라이센스에 허가된 시간 동안은 공략이 자유롭지 않나요?”
“그렇지. 그게 왜?”
“지금 미리 라이센스를 반납한다고 해서 다른 공략 팀이 잡힐 것 같지도 않고요. 어차피 KSA에서 내부 조사를 해야 하니까요.”
“맞아.”
“그러면 개인적으로 던전 구경을 좀 해도 됩니까? 안을 둘러보고 싶은데요.”
“누가? 네가? 푸흣.”
옆에서 코웃음을 치는 김철근의 눈빛에는 멸시와 무시의 느낌이 잔뜩 배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K-848 던전은 D랭크 던전이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D랭크 각성자가 최소 4명은 있어야 공략을 해 볼 만한 곳이라는 뜻이다.
한데 차원 에너지의 불균형으로 인해 공략 중단 권고가 내려졌으니 내부 공략의 난이도는 더 올라갔을 가능성이 컸다.
보통 비정상적으로 증폭된 차원 에너지가 몬스터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전보다 몬스터의 전투 능력이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냥 돌아서기가 아쉬워서요! 괜찮으시면 내부 구경을 좀 해 보고 싶습니다. 처음 오는 곳이라 기록에 남기고 싶기도 하고요!”
신화가 능구렁이처럼 이유를 갖다 붙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처음 오는 곳이 아니었다.
전생에 한두 번 와 본 곳이 아니라, 오히려 머릿속에 세부 지도까지 훤한 아주 익숙한 던전이었다.
“야, 강신화! 미쳤냐? F랭크 따리인 놈이 던전 구경은 무슨 구경? D랭크짜리 블랙 카우만 나와도 넌 바로 압사야, 인마!”
“저 자식, 뵈는 게 없나 봐! F랭크 주제에 뭐 이리 나대는 거야? 창조 자살이라도 하려는 거냐?”
“킬킬킬! 들어갔다 나오면 바지에 거하게 똥이나 지리겠구먼.”
각성자들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짐꾼 동료들이 먼저 손가락질하며, 신화를 조롱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전생에 짐꾼이라는 직업을 늘 천직이라고 생각했었던 신화였다.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짐꾼들 사이에는 이상하리만치 패배주의가 가득했다.
자신들을 각성자이면서 각성자가 아닌, 제3의 존재인 것처럼 생각했다.
그저 능력 좋은 각성자 공대를 만나 뿌리를 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장수하는 길이라고 믿었다.
동료들의 반응은 그 패배주의의 연장선이었다.
아주 작은 순수한 호기심도 한심하다며 묻어 버리는 철저한 열등감이었다.
“인마! 죽고 싶으면, 그냥 마포대교를 가서 뛰어내려! 뭐 그리 어렵게 죽으려고 하냐?”
“하하하, 그러게요. 그렇죠?”
신화는 사람 좋게 웃었다.
굳이 이들에게 던전에 들어가고 싶은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해 봐야 입만 아프다.
무엇보다 이들과 회귀의 혜택을 같이 누리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전생에 선의에 따라 양보도 해 보고, 배려도 해 줬었는데…… 돌아온 건 무심함이었지. 아무도 고마워할 줄 모르더군. 호의가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이것이 52년을 살며, 신화가 체득한 인생의 묘리 중 하나였다.
홀로 챙길 수만 있다면 무조건 독식이 좋다는 것!
이는 과거의 숱한 실수를 통해 여실히 입증된 대전제였다.
비웃는 짐꾼 동료들의 분위기와 달리, 각성자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공대장인 소중현은 조심스럽게 설명을 덧붙였다.
“네 말대로 라이센스 반납을 서두를 필요는 없지. 하지만 명심해. 권고가 있었음에도 들어간 경우에 생긴 신변상의 문제에 대해 공대는 책임질 의무가 없어.”
“네, 알고 있습니다.”
“정말 그 정도로 궁금해?”
“네. 쉽게 공략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는 던전이 아니잖아요? 최소 3개월은 걸릴 텐데요.”
“라이센스를 받기 어려운 건 어떻게 알고?”
“뭐, 주워들은 얘기죠.”
신화가 적당히 둘러댔다.
신도림역 일대의 던전은 각성자들에게 인기가 좋아 공략을 대기하는 팀들이 많았으니까.
다만 라이센스와 관련된 대화를 직접 나누는 자신이 아닌, 신화의 입으로 그 말을 들으니 신기한 소중현이었다.
“명심해. 아무도 네 목숨을 책임져 주지 않아. 우리에게 그럴 의무도 없고.”
“괜찮습니다. 죽어도 괜찮으니 한 번 들어가 봐도 되죠?”
“죽어도 괜찮다고? 편할 대로 해라. 젊은 녀석의 혈기를 누가 말리겠냐.”
소중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전에 공략 중단 권고 통지도 확실히 했고, 다시금 개별적인 경고도 마쳤다.
이제부터 신화에게 일어날 일은 자신의 소관이 아님을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그럼 저는 던전 구경 좀 하고 오겠습니다! 다녀올게요!”
신화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힘찬 발걸음으로 바로 차원문을 통해 던전 안으로 들어섰다.
“쯧쯧, 뒈지려면 곱게 뒈져야지.”
“이따가 바지에 똥오줌 지리면서 나오면 볼만하겠는데요?”
짐꾼들이 낄낄 웃었다.
그것은 짐꾼들의 리더인 김철근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됐다. 다들 파토 난 김에 술이나 한잔들 할까? 혹시 몰라서 소주 좀 챙겨 왔는데.”
“오오! 정말입니까?”
“공대장님, 딱히 일정 없으시면 한잔 걸치시죠? 안주로 블랙 카우 육포도 제법 챙겨 왔습니다만!”
“호오! 그 비싼 육포를?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군요.”
공략도 취소됐고, 바로 다른 던전 물색을 하기에는 여유도 없었기에 모두 시간이 붕 뜬 상황.
그래서일까.
김철근의 때아닌 낮술, 아니 아침술 제안에 각성자와 짐꾼들이 한데 모여 앉기 시작했다.
곧 도착할 KSA의 실무자를 만나면.
그때 오늘을 대체할 다른 던전의 공략 라이센스를 인계받을 예정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명절 끝자락에 질펀하게 술판을 벌이는 사이.
홀로 던전에 들어선 신화는 입구부터 눈에 보이는 녀석들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 * *
그 시각.
“꾸웩!”
“끄에에엑!”
“왜? 무장도 제대로 안 하고 안에 들어오니까 종이 쪼가리처럼 가벼워 보이냐?”
콰앙! 콰아아앙!
나는 거친 폭음을 손끝에서 만들어 내며, 쉴 새 없이 몬스터들을 때려눕히고 있었다.
과연 D랭크의 던전답게 입구에서부터 D랭크 판정을 받는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보통 몬스터 하나를 원활히 사냥하기 위해서는 같은 랭크의 각성자가 최소 둘은 붙어야 한다.
내 앞을 막고 선 녀석들은 D랭크로 분류되는 ‘칼바람 톱날 사마귀’였다.
보통 각성자들은 녀석의 이름을 톱날 사마귀로 불렀는데, 두 다리가 톱날처럼 날카롭고 위력적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었다.
전력으로 두 다리를 교차시키면 강화 슈트를 착용한 각성자의 몸도 절단할 수 있기에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많은 각성자들이 톱날 사마귀의 ‘톱날’에 정신이 팔려 겁을 집어먹거나, 소극적으로 전투에 임한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자신의 목이든 어디든 뎅겅, 잘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녀석들의 약점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필요한 것은 과감한 판단과 파괴적인 힘, 이렇게 두 가지일 뿐. 다른 것은 필요 없었다.
“크시싯. 크싯.”
앞서 동족 둘이 내 주먹에 터져 나갔지만, 겁을 상실한 톱날 사마귀 하나가 내 앞길을 막아섰다.
“강화.”
나는 먼저 양 주먹 전체에 마력을 응축했다.
그러자 푸른빛이 일면서 급격하게 주변 근육이 강화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다음.
“변화.”
마력의 성질을 변화시키며, 톱날 사마귀 공략에 특화된 속성의 힘을 유도했다.
화르르륵!
이어 양손에서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불주먹.”
전생에 이것을 보며, 나인 로드의 동료들은 이구동성으로 불주먹 강신화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물주먹, 돌주먹, 흙주먹 등!
변형태의 종류는 무궁무진하고 다양했지만, 그중에 유독 불주먹이 인상 깊었던 모양이었다.
“케에엑!”
내 변화를 지켜볼 수만은 없었는지, 톱날 사마귀가 괴성을 내지르며 내게 쇄도해 들었다.
D랭크 몬스터답게 움직임도 빨랐고, 무엇보다 전신에서 불끈거리는 근육이 인상적이었다.
이 정도 수준이면, 평범한 F랭크 짐꾼은 놈에게 휘말리는 즉시 몸이 반 토막 날 것이다.
공대에 소속된 D랭크 각성자들도 바짝 긴장을 해야 녀석을 안전하게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보인다.”
개변으로 대폭 강화된 시력 덕분에 톱날 사마귀의 얼굴 하나하나가 속속들이 다 보인다.
녀석의 약점은 사람으로 따지면 오른쪽 광대뼈 아래쪽에 해당하는 부위다.
여기서 정확하게 사선으로 올려치면, 내골격이 박살이 나면서 그대로 머리 안이 으깨진 감자처럼 초토화된다.
“키헷!”
잔뜩 독기가 오른 톱날 사마귀가 뒷다리를 이용해 크게 도약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어 위에서 힘껏 내리찍는 듯한 자세로 낙하했다.
우웅! 우웅!
나는 활활 타오르는 두 주먹에 추가로 마력을 불어넣고, 한 차례 더 강화를 끝냈다.
그러자 방금까지 불길만 타오르던 주먹이 바위처럼 단단하게 변했다.
그리고.
“하압!”
기합과 함께.
확실한 노림수를 가지고, 아주 정확하게 톱날 사마귀의 얼굴 우측 아래를 그대로 올려쳤다.
다음 순간.
퍼석……!
“…….”
나는 생각보다 더 화려하게 펼쳐진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동일 랭크 각성자 두셋이 붙어도 좀처럼 박살을 내기 힘든.
톱날 사마귀의 얼굴이 내 앞에서 통째로 폭죽처럼 터져 사라지는 광경이었다.
강화된 주먹에 자비는 없었다.
톱날 사마귀는 그렇게, 앞서 떠난 동족보다 더 험한 꼴이 되어 내 앞에서 고꾸라졌다.
“그래! 진즉, 이렇게 살아야 했던 거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한 쾌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전생의 이때는 악취 가득한 몬스터 시체를 업고 뛰어다니기 바빴으니까.
이런 몬스터 사냥은 그저 잘나신 각성자분들의 전유물과도 같은, 남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달라졌어. 이제 앞으로는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질 거야.”
뜻하지 않은 선물과 같은 회귀와 함께! 나의 화려한 인생 2막이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