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6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62화(61/300)
제 62화
그로부터 10분 후.
신화와 윤별이는 입구에서 한참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었다.
중간중간 강화형 토크라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긴 했지만, 수가 적어서 순식간에 제압했다.
애초에 신화는 힘 싸움과 같은 정공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A랭크 몬스터를 이렇게 쉽게 잡는 방법을 안다면, 정말 위험에 빠질 확률이 극도로 줄어들 거야.’
신화와 전투를 함께한 윤별이에게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분명 몬스터에게 붙여지는 A랭크라는 기준은 최소한 동일한 랭크 각성자 둘이 붙어야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신화에게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는 듯했다.
신화가 주변을 살피며 말했다.
“일단은 아웃브레이크의 상태로 돌입한 것은 맞지만 내부의 몬스터가 입구를 정확히 찾지는 못한 듯하네요.”
“생각보다 협곡이 복잡해요. 저도 미리 왔던 길을 기억해 두지 않았다면 막다른 곳으로 갔을지도 몰라요.”
“보이진 않지만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곧 만나기는 할 듯한데.”
파악된 협곡 전역은 그랜드 캐니언의 축소판과 유사했다.
“규모는 최소 1천 마리로 파악했어요. 보스 몬스터로 보이는 존재도 확인했고요.”
“그 정도까지 확인하려면 꽤 깊숙이 들어갔다는 얘기인데, 문제없이 잘 빠져나왔네요?”
“이게 제 밥줄인 걸요. 아윽.”
윤별이가 신화의 말에 답하다가 등 뒤에서 느껴진 통증에 신음을 토해 냈다.
“괜찮아요?”
“아, 괜찮아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몸이 긴장했었나 봐요. 일시적인 근육통 같아요.”
윤별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요. 어디 다치거나 하면 바로바로 얘기해요. 제가 치료할 수 있는 방법도 있으니까.”
“네.”
윤별이는 알겠다고 했지만, 사실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이미 신화에게 많은 신세를 지고 있는 판국에 더 이상 그에게 자신이 짐이 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파앗!
신화는 가깝게 보이는 협곡 내부의 고점을 향해 두 다리로 힘껏 뛰어올랐다.
아까도 그랬지만 윤별이는 단번에 50m 가까운 높이를 뛰는 신화의 도약력이 그저 경악스러울 뿐이었다.
실제로 KSA에도 하체가 집중적으로 강화된 강화 계열의 각성자가 제법 있기는 하지만.
단언컨대 이 정도는 아니었다.
10m 정도의 장애물을 도움닫기와 함께 뛰어넘을 정도는 되어도, 신화와 같은 제자리 도약은 어려웠다.
“…….”
한데 방금 신화가 도약한 자리에는 땅이 깊이 파여 있었다.
그것은 순간적으로 양다리에 상당한 하중이 실리고, 그 하중을 오롯이 몸이 받아 냈다는 증거였다.
“저기 헤매고 있는 놈들이 보이네요. 일단 던전 입구로 향하는 길목은 여기와 샛길 두 곳이죠?”
“네, 맞아요.”
“그럼 일단 샛길보다 훨씬 넓은 이쪽 협곡의 길부터 처리합시다. 놈들의 동선을 제한해야겠어요.”
신화가 바로 전략을 수립했다.
아까도 말했듯, 들어온 김에 확실하게 이득을 극한까지 취할 요량이었다.
또한 엑셀러와도 일단은 시원하게 싸워 볼 생각이었다. 분명 쉽지는 않겠지만, 해 볼 만 하다고 여겼다.
“불량 차원석 뭉치는 꽤 가지고 있어요.”
“좋네요.”
바로 윤별이에게 차원석을 건네받은 신화가 협곡 여기저기에 능숙하게 차원석을 놓기 시작했다.
예전에도 이런 형식으로 산지나 협곡지대의 일부를 폭파시켜 길을 막았던 경험은 많았다.
“다 꺼내서 줘요. 어설프게 막아 놓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무식한 돌진에 결국에는 뚫려요.”
“네, 알겠어요.”
차곡차곡 준비가 진행됐다.
신화는 폭발을 최대치로 극대화할 수 있는 간격과 위치에 불량 차원석들을 배치한 뒤.
그 차원석마다 자신의 마력을 추가로 방출시켜 불어넣었다.
마력을 방출해서 주입할 수 있는 재능이 있는 신화만이 가능한 폭발력 강화였다.
즉, 땔감이 될 나무토막에 기름을 잔뜩 부어 넣는 격이라 시너지가 상당했다.
그리고 얼마 후.
콰콰콰쾅! 쾅! 콰쾅!
신화가 일으킨 기폭에 의해 협곡 전역이 뒤흔들릴 정도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콰르르! 콰르르르!
과연 꼼꼼하게 설계한 폭발답게 쏟아진 바위 더미에 수십 미터의 길목이 물 샐 틈 없이 꽉 막혔다.
‘좋아, 이 정도면 작정하고 뚫으려고 해도 하루 이상은 족히 걸리겠군.’
신화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주요 전장은 ‘샛길’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한정할 수 있게 됐다.
‘토크라, 아즈라의 사체는 남김없이 챙겨서 이것으로 마력 증폭 레시피를 짜야겠다.’
신화는 이 던전에서 만날 주요 몬스터 두 종류에 대한 계산이 끝나 있었다.
마력 증폭 레시피!
그것은 특정 몬스터 고기와 체액, 그리고 특정 던전에서만 구할 수 있는 조미료를 첨가했을 때.
증폭 반응을 일으키면서, 해당 요리를 섭취한 각성자의 마력을 증진시키는 레시피였다.
폭발적인 마력 상승은 아니더라도, 지속적이고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충분했다.
‘휴가가 꼬이기는 했지만, 재료 수급만 놓고 보면 최고의 기회가 된 셈이네. 가속의 꽃까지 먹으면 정말 기연이 따로 없고.’
던전에 입장할 때까지만 해도 약간의 짜증이 남아 있었던 신화는 어느새 환하게 웃고 있었다.
다만 신화의 속마음을 알지 못하는 윤별이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그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여유일까.
아니면 미친 걸까.
그것은 왠지 종이 한 장 두께처럼 미미한 차이일 듯했다.
* * *
“마셔요.”
“이게 뭔데요?”
“강화 포션. 30분간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5배의 전투력 향상을 꾀해 줄 겁니다.”
“마약류 각성제는 절대 안 돼요! 각성자법으로도 금지되어 있고, 부작용도 심…….”
꿀-꺽.
윤별이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신화는 바로 강화 포션을 쭉 들이켰다.
마리나에게 판매하고 남은 시판용 4팩 중에서 하나를 먹고, 나머지 한 팩을 건넨 것이다.
“특별한 경험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 겁니다. 이걸 마시면 국내에서 강화 포션을 세 번째로 경험한 사람이 되는 걸 테니까.”
“설마…….”
“맞아요. 내가 개발했어요.”
“부작용은요? 임상 테스트는?”
“임상은 KSA에 납품할 것이 아니라서 안 합니다. 하더라도 중독 현상이나 부작용도 없을 테고.”
“전투 능력을 평균 2배 상승시켜 줄 수 있는 약물은…….”
“마약밖에 없죠. 그것도 중국에서 넘어온 것들. 뭐로 만들었는지도 알 수 없는.”
“맞아요.”
“마약이랑 이 포션을 동일시한다면, 엄청 섭섭할 듯한데요? 뭐, 안 마실 거면 받아라도 둬요. 위급 상황에서는 생각날 테니까.”
쿠와악! 와아악!
드디어 몬스터가 나타났다.
강화형 아즈라.
육탄 공격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토크라와 달리, 아즈라는 마법 계열의 몬스터였다.
하나면 하나, 둘이면 둘, 열이면 열.
그 무리가 점점 늘어날수록 서로 마법을 연동해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웠다.
‘초반에 끝내야 해.’
신화를 발견한 아즈라 무리가 저마다 자리를 잡고 마법을 시전할 준비를 했다.
파팟. 팟.
순간 신화의 두 눈이 붉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초월의 꽃을 통해 얻은 초월 재능을 활용한 뇌의 오버 파워, 계산과 예측 능력의 활성화였다.
뇌를 전부 개변한 것에 비교하면 10%의 낮은 체감이지만, 전투에서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치에엑!
아즈라들이 성난 포효를 내뱉으며 신화를 향해 형형색색의 화려한 마법을 전개했다.
‘역시 보인다.’
마법의 경로가 예측됐다.
공기의 거센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선보다는 포물선을 그리는 형태로 마법이 시전된 상황.
그래서 경로 예측이 쉬웠다.
게다가 초월의 재능까지 더해지니, 다수의 마법 구체 경로도 동시 연산하는 것이 가능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직선 주로군.’
신화는 지금 이 상태, 즉 정면 돌파를 했을 때 마법에 피격당하지 않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신화 씨, 위험해요!”
노림수를 알지 못하는 윤별이에게 신화의 돌진은 그야말로 불나방의 발악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화가 저 수많은 마법 구체의 향연에서 안전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별이 씨가 나 다음에 뭘 해야 할지나 명심해요!”
“……!”
신화의 매서운 일침에 윤별이가 번뜩 눈을 떴다. 그녀가 다시 단검을 고쳐 쥐었다.
‘도무지 모르겠어. 내 눈으로는 안 보여. 내 머리로도 이해하지 못하겠고.’
윤별이의 솔직한 감정이었다.
신화의 움직임, 생각, 공격, 그 무엇 하나 제대로 예측되는 것이 없었다.
다음 순간.
“일단 너부터 맞자!”
마법에 당하지 않을 확신이 선 신화가 곧바로 윌슨을 움켜쥔 뒤.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아즈라를 향해 윌슨을 날렸다.
콰아앙!
순간, 소닉붐을 연상케 하는 폭음이 들리며 윌슨이 쏜살같이 아즈라에게로 날아갔다.
그리고.
퍼석!
기세등등하게 마법을 시전하고 있던 녀석의 이마 위쪽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녀석은 턱 아래부터 발목까지 나름의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머리에는 없었다.
신화는 정확히 그곳을 노린 것이다.
강철로 만들어진 두개골과 머리뼈가 아니라면, 절대 버틸 수 없는 화력이었다.
흐에에엑?
순식간에 동족의 머리 위, 그러니까 ‘뚜껑’이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한 아즈라 무리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이미 시전해 둔 마법은 신화와는 전혀 관계없는 곳으로 날아가고 있었고, 다음 시전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퍼엉!
왼손의 건틀릿을 이용한 신화의 마력 방출과.
퍼석! 퍼서석!
이와 연계해서 초고속으로 날아드는 윌슨의 예측할 수 없는 공격 경로.
빠지지직!
거기에다가 도약으로 거리를 좁혀 코앞에서 신화가 펼쳐 내는 폭권의 1장부터 5장까지.
현란한 신화의 신출귀몰한 공격에 맷집이 약한 아즈라들은 볏짚처럼 속절없이 쓰러져 갔다.
허공을 수놓은 다수의 마법에 피격조차 당하지 않고 빈틈을 파고들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쇼타임!
신화는 후속으로 오고 있는 몬스터 무리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마력을 아낌없이 끌어다 썼다.
어차피 마력을 전부 다 쓴다고 하더라도, 신화의 회복력이면 1분에 15% 마력 회복이 가능해서다.
“와, 이건 말도 안 돼…….”
신화의 ‘무쌍’을 지켜보던 윤별이가 탄성을 터뜨렸다.
이럴 거면 왜 몬스터에게 A랭크니, S랭크니 구분을 하는 것일까.
신화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즈라 무리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그들을 압살했다.
정말 독하고 집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약점만을 노렸고, 아즈라 무리는 속절없이 쓰러져 갔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엄청난 화력을 쏟아 내면서도 신화는 땀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았다.
게다가 D+랭크로 분류된 것이 무색하게 마력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심지어 마력 포션도 안 마셨다.
‘정말 우리 둘이서 이 아웃브레이크를 막을 수 있는 걸까?’
신화와 이곳에 들어올 때만 해도, 윤별이는 제주 지부의 지원이 올 때까지 버티자는 생각만 했다.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어서, 그 이상의 계획이나 생각 따위는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너희들! 나 하나 잡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밖에 나가서 아웃브레이크 명함이라도 내밀겠어?”
신화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예상을 무너뜨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