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6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63화(62/300)
제 63화
그로부터 1시간 후.
“이미 끝난 건가?”
“그런 건 아닌 듯합니다. 외부에 몬스터 발자국이나 이동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측정 수치는?”
“10.1. 4단계, 아웃브레이크 임박입니다!”
“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신화와 윤별이가 진입한 던전 앞에는 제주 지부의 요원들이 급하게 도착해 있었다.
최대한 서둘러 왔지만, 그래도 윤별이로부터 다급한 연락이 온 지 한참이 지나서였다.
불가항력이었다.
제주 지부의 모든 요원들이 무려 세 던전의 아웃브레이크를 막기 위해 투입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이 던전은 1단계 경보 상태였고, 그래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고 여겼는데.
갑작스럽게 폭증한 수치 때문에 아웃브레이크가 임박했던 것이다.
KSA의 제주 지부 지부장.
송성림은 그래서 오는 내내 걱정이 많았다.
던전 아웃브레이크는 몬스터의 규모가 최소 수백 이상이고, 당연히 윤별이 혼자서는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는 길에 주변 지역의 모든 일반인이 확인할 수 있게 재난 문자도 이미 발송한 상태였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하고, 위기 상황임을 확실히 공표한 셈이다.
하지만 현장은 조용했다.
송성림이 부하에게 물었다.
“정말 외부로 나온 몬스터가 없어? 똑바로 확인해 봐!”
“발자국, 잔류 에너지, 차원문 반응이 전혀 없습니다! 확실히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윤별이 팀장이 혼자 막고 있단 말이야? C-랭크로는 무리인데? 내부 수치 분석은 어때?”
“이 정도 수치면, 내부 몬스터는 최소 A랭크 이상의 몬스터일 확률이 높습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그러면 이미 서울 지부나 다른 지부에서 지원이 온 건가?”
“부산 지부에서 급히 지원 부대를 급파했으나, 도착은 아직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걸립니다.”
“일단 진입한다! 모두 전투 준비! 안에 갇혀 있을 윤별이 팀장부터 구해야 해!”
송성림의 지시 아래, 모든 요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총원 90명의 인원.
지금까지 제주 지부는 이 인원만으로도 충분히 유지될 만큼 일이 적었다.
심지어 인력이 남는 탓에 30명 정도의 요원을 타지로 발령 보내려던 참이었다.
이번에 아웃브레이크의 위험성이 감지되어, 실로 오랜만에 전원이 일다운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가자!”
송성림의 용맹한 외침과 함께 ‘윤별이 팀장 구하기’가 시작됐다.
몇 분 후.
“……얘네들, 이거 뭡니까?”
“왜 이놈들이 여기에 죄다 터져서 죽어 있는 거지?”
던전에 진입한 송성림과 요원들을 반긴 것은 이미 한차례 전투가 끝난 흔적이었다.
“의문의 대폭발에 휘말려서, 줄줄이 터져 죽은 것 같습니다.”
“차원석 폭탄 때문인가?”
“아닙니다. 차원석 폭탄으로는 협곡에 낙석을 유발한 흔적만 있을 뿐, 그 때문에 몬스터들이 죽은 건 아닙니다.”
“이건 윤별이 팀장의 능력이 아니잖아?”
“지원이 꽤 온 듯합니다만?”
“급하게 온 탓에 우리 지부에 제대로 연락을 하지 않은 건가?”
얼핏 봐도 서른이 족히 넘는 몬스터의 사체가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게다가 측정가에 따르면, 내부 몬스터의 평균 랭크는 A랭크.
당연히 윤별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사람의 시체가 없는 것으로 봐서는 무혈 승리를 거뒀다는 얘기가 되고, 그렇다면…….
“최소 30명의 지원이 있는 것은 확실하군. 도대체 어디지? 남부 권역에서 아무리 서둘렀어도 우리보다 빠를 수는 없었을 텐데?”
송성림은 그것이 의문이었다.
제주도에는 여행 목적이 아니고서야 각성자들이 올 일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남해단이나 흑십자단을 위시한 테러 조직도 제주도로는 오지 않는다.
던전이 별로 없어 달리 챙겨 갈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반 각성자의 지원은 절대 아니고, KSA의 지원이라 하기에는 시간상 무리였다.
“도대체…… 윤별이 팀장은 누구랑 여기를 휩쓸고 다니고 있는 거야?”
“지부장님! 이쪽! 이쪽 샛길에 또 한 번 전투가 벌어졌던 흔적이 있습니다!”
“뭐라고?”
송성림은 부하의 보고를 받자마자 한달음에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두 눈으로 목격할 수 있었다.
“얘네, 마법계 몬스터 아닌가? 이 녀석들마저 피해 없이 깔끔하게 박살을 냈다고?”
샛길 전역에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죽어 있는 마법계 몬스터, 강화형 아즈라의 모습을.
심지어 머리만 남겨져 있고, 그 아래의 몸뚱이는 누가 회수해 갔는지 흔적도 없었다.
머리 숫자만 세어 봐도, 역시 서른이 족히 넘는, 결코 적지 않은 숫자였다.
“도대체 누구야!”
제주 지부의 지원이 오기도 전에 던전을 휩쓸고 다니는 존재.
한 치의 의심 없이 수십 명의 ‘단체’라고 생각한 송성림의 외침이 터져 나왔다.
* * *
그로부터 30분 후.
“별이 씨, 어때요? 이 정도면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해도 생각보다 할 만하죠?”
“솔직히 둘이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놈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지를 않잖아요. 이러면 우리 입장에서는 어차피 각개격파죠.”
“저야 피니시만 전담하고 있으니 마력 소모가 크지 않지만, 신화 씨는 도대체 어떻게…….”
“무한 동력처럼 마력을 쓰냐고요?”
“네. 심지어 따로 마력 포션을 마신 것도 아니잖아요.”
“뭐, 힘세고 오래가는 정도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네요. 제 마력은 적당히 휴식만 취하면, 대부분 회복됩니다.”
7분.
모든 마력을 탈진에 가깝게 소모한다고 하더라도, 100% 회복하기에는 딱 7분의 시간이면 됐다.
개변으로 얻은 마력의 폐가 가진 독보적인 회복 능력 덕분이다.
극한의 마력 수련법이 있어도 1분에 5%가 최대인 다른 각성자를 생각하면.
압도적인 격차는 맞았다.
심지어 저 정도 경지에 이르려면, 대격변 이후 10년을 오로지 마력 수련법만 몰두했어야 한다.
어쨌든 나와 윤별이는 계속 소규모 단위로 나타나는 아즈라, 토크라 무리를 제거하며 계속 전진했다.
입구에서처럼 폭발로 죽은 토크라가 아니면, 토크라의 사체는 전부 아공간에 넣었다.
다만 아즈라의 경우는 사망 이후,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뇌수가 부패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놈들의 머리는 따로 잘라 내어 현장에 버려두고, 몸뚱이만 아공간에 넣는 중이었다.
필요에 따라 머리를 절단하는 광경이었지만, 꽤 잔혹한 탓에 윤별이도 정면으로 똑바로 보지는 못했다.
전생의 수많은 전투로 이런 행위에 둔감해진 나만이 묵묵히 참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어?”
“신화 씨, 무슨 일 있어요?”
“잠시만요.”
무심결에 판정 등급을 보던 나는 전과 다른 알파벳으로 변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정 등급 : C-]C-랭크로 진입했다!
보통 D-에서 D, D에서 D+까지 걸리는 시간이 아무리 빨라도 1년을 예상한다.
그리고 D+에서 C-로 알파벳이 한 단계 뛰어넘는 과정은 최소 4년이 평균이다.
한데 나는 불과 며칠 만에 비약적인 상승 변화를 이뤄 낸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끊임없이 전투를 반복하며 모든 개변 장기와 육체, 혈관과 마나 라인이 폭발적인 반응을 반복하고.
이로 인한 선순환이 신체 전반에서 일어나면서 만든 눈부신 변화임이 틀림없었다.
이제 윤별이와 공식 랭크가 같아졌다.
1월 25일 회귀한 이후, 2월 5일 오늘까지 단, 11일 만에 이뤄 낸 쾌거였다!
“별이 씨가 처음에 협곡 입구를 막았던 것은 참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지금 보면 우리가 오기 전에도 이미 이쪽에 몬스터들이 한 번 지나갔어요. 그 말은 녀석들이 길을 헤매고 있다는 증거예요.”
“이 던전에 계속 있었으면서도 내부 지형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뜻일까요? 보통 던전은 몬스터의 거점이잖아요?”
“보통은…… 그렇죠.”
나는 말끝을 흐렸다.
보통 그렇긴 하지만.
‘모두’ 그렇지는 않다.
지금 각성자들은 훗날 우리 세계가 나스 대륙, 무강 대륙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니까.
몬스터들은 원래 던전에 있었던 경우도 있지만, 다른 대륙에서 넘어온 존재인 경우도 있었다.
내부의 이 녀석들이 유독 헤매는 것은 그들에게도 이 던전이 생소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벅. 저벅. 저벅.
한데 바로 그때.
“…….”
나는 북쪽의 숲지대 속에서 들리는 발소리와 함께 매섭게 내 몸을 휘감는 살기를 느꼈다.
그것은 앞서 아즈라나 토크라에게서 느낀 살기와는 아예 차원이 달랐다.
‘엑셀러.’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던전을 정처 없이 헤매던 이 무리의 주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가속의 꽃은 내 거야!’
나는 투지로 가득 찬 결연한 눈빛을 빛냈다.
회귀한 이후로 단 한 번도 놓쳐 본 적 없는 무한 독식의 루트.
내게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
‘S+에서 SS- 사이.’
가속의 꽃을 먹게 될 경우, 내가 최대치로 낼 수 있을 한계 화력에 대한 견적도 나왔다.
“별이 씨.”
“네?”
“뒤로 물러서요. 그리고 주변에서 다른 몬스터가 진입하면 내게 알려 줘요. 알았죠?”
“신화 씨는요?”
“이제 저놈을 상대해야 할 것 같아서요. 보스 몬스터가 나왔거든요.”
“네?”
“미리 경고할게요. 제가 불리해 보여도 절대 끼어들지 말아요. 동선이 꼬이면, 그만큼 더 힘들어지니까.”
“……알겠어요.”
나는 확실하게 그녀에게 내 의사를 전달했다.
내게 신세를 졌다는 생각에 날 도우려다가 오히려 큰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엑셀러는 빠른 놈이다.
윤별이가 아무리 기동전에 능하다고 한들, 녀석을 압도할 가능성은 0%였다.
게다가 원거리 전투가 아예 불가능한 그녀이기에 약점을 노출할 확률이 극단적으로 높았다.
그녀를 살리고, 보스 몬스터 엑셀러를 죽여야 여기에 온 내 보람이 있다.
나아가 KSA로 하여금 내게 빚을 지게 만들 수도 있다. 마음의 빚이든, 무슨 빚이든 말이다.
‘진짜 목숨 걸고 싸워야겠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가속의 꽃이 눈앞으로 다가온지라 욕심은 나지만, 마음이 조급해서는 안 된다.
상대는 SS-랭크 보스 몬스터.
한 번의 실수가 바로 죽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터벅. 터벅.
이윽고 나무 사이를 헤치고 나온 엑셀러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보다 다소 작은 180cm의 키에 전신은 온통 하얀색 외피로 둘러싸여 있었다.
게다가 엉덩이에는 길게 꼬리가 달려 있는데, 그 꼬리에는 날카로운 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었다.
‘외계인 같네.’
엑셀러를 본 첫 소감은 딱 그랬다.
특히 두 눈동자가 주먹만 할 정도로 큰 터라, 더욱 이질감이 느껴졌다.
“후우.”
짧게 숨을 내쉰 뒤.
마력 순환을 최대한의 출력으로 끌어올린 나는 바로 전투에 돌입할 준비를 마쳤다.
바로 그때.
“제대로 찾아온 장소가 맞는가. 그래, 네게서는 나스 대륙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군.”
나스 대륙어로 말하는 엑셀러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렸다.
‘제대로 찾아온 장소?’
녀석의 단어 선택.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