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64)
만렙 회귀자입니다만-64화(63/300)
제 64화
신화는 엑셀러에게서 무엇을 찾아왔는지 묻고 싶었지만, 당연히 그럴 여유는 없었다.
바로 전투가 시작됐다.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미터의 거리를 좁힌 엑셀러는 신화를 매섭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콰앙! 쾅! 콰아앙!
‘제법이군.’
엑셀러의 양 주먹이 강철 강화 재능을 발현시킨 신화의 몸을 강타할 때마다 그는 뒤로 쭉쭉 밀려났다.
‘주공(主攻)은 주먹이 아냐.’
신화는 간파하고 있었다.
유독 꼬리가 길고 그 위에 가시 등으로 무장을 한 몬스터는 100% 그것이 유효 공격 수단이라는 것을.
아니나 다를까.
첫 맹공에 신화의 무게중심이 흐트러졌다고 생각한 엑셀러가 허리를 힘껏 비틀며, 긴 꼬리로 신화의 하체를 노렸다.
파앗!
반 박자 빠르게 신화가 허공으로 도약했다.
엑셀러의 공격은 분명 빨랐지만, 신화의 예측이 그것보다 조금 더 빨랐다.
‘단 한 번의 호흡에 모든 연계 공격을 넣어야 해.’
신화의 노림수는 처음부터 하나였다.
엑셀러처럼 기동력이 우수한 몬스터의 장점은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쏟아 낸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단점은 그런 이유로 안정성이 떨어져, 단기간에 누적된 대미지가 훨씬 더 깊게 들어간다는 점이었다.
즉, 고루 분포된 정육각형 형태의 스탯을 가진 몬스터라면 버틸 수 있는 공격들이.
기동력과 순간 화력에 극단적으로 치중된 엑셀러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압!”
신화가 기합을 내지르며, 왼손에 응축시킨 마력을 일거에 방출해 냈다.
전체 마력의 20% 정도를 사용한 것으로, 엑셀러의 목숨을 노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훗, 쥐새끼 같군.”
콰앙!
역시나 빗나갔다.
엑셀러는 너무나도 쉽게 신화의 마력 방출을 옆으로 움직여 피해 냈다.
하지만.
‘몸의 반응은 빠르지만, 균형을 잡기까지의 꼬리 반응이 느려.’
신화는 그 순간에 엑셀러의 약점을 정확하게 캐치할 수 있었다.
엑셀러의 특화된 장점인 꼬리가 역설적으로 그의 단점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챈 것이다.
그의 꼬리는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지만, 몸의 중심이 심하게 흔들릴 때는 오히려 불안정성을 증가시켰다.
‘단순 난타전보다는 동선을 확실히 차단하는 고립 형태로.’
전략은 분명해졌다.
다만 SS-랭크인 엑셀러와 C-랭크인 자신의 격차를 생각할 때, 장기전은 생각할 수 없을 뿐.
장기전이 되면 무조건 자신이 진다.
그것이 바로 메울 수 없는 랭크의 간극이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힘의 격차였다.
당연히 SS-랭크의 경지는 ‘동네북’이 아니고, C-랭크의 경지는 ‘무쌍’이 아니니까.
하지만!
초단기전이면 가능성이 있었다.
특히 강화 포션의 힘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더더욱 위력의 극대화가 가능했다.
마력 소모와 전투 능력의 상승량을 고려하면, 5분 정도로 극히 짧은 시간의 화력이긴 하지만.
어쨌든 일시적으로 잠깐이라도 SS-랭크의 허들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꿀꺽.
신화가 망설일 것 없이 강화 포션을 입에 털어 넣었다.
“……?”
정체불명의 액체를 마시는 신화를 본 엑셀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앗!”
신화는 바로 마력을 재차 끌어올려, 이번에는 윌슨을 힘껏 엑셀러에게로 던졌다.
그리고 허공에서 확실하게 정점을 찍은 몸을 낮추며, 엑셀러에게 고속 낙하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이따위 공은……. 아앗?”
날아드는 윌슨의 경로를 예측하고 손쉽게 옆으로 피하려던 엑셀러는 빈틈을 찔리고 말았다.
신화가 손가락을 튕기자, 직선으로 낙하하던 윌슨의 경로가 갑자기 우측으로 비틀린 것이다.
그것은 나름의 ‘윌슨 사용법’을 알고 있는 신화가 부린 꼼수였다.
윌슨에게 불어넣은 마력을 두 묶음으로 나눴다.
그래서 첫 번째 묶음은 단순 하강에 필요한 동력으로, 두 번째 묶음은 폭발적 발진을 위한 추진력으로 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두 번째 묶음의 동력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뒤늦게 발동하게 만들 수 있었다.
즉, 윌슨의 입장에서는 지면에 도착할 시점에 수직으로 꺾이도록 동력이 부여된 상태였다.
퍼억!
“크허억!”
예상치도 못한 경로를 통해 안면을 정면으로 강타당한 엑셀러가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비틀댔다.
총알같이 날아온 주먹만 한 쇠공이 얼굴과 충돌한 것이었기에.
아무리 외피가 단단하다고 한들, 그 충격을 온전히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그나마 외피가 두꺼워서 다행이었지, 그게 아니면 두개골이 반으로 쪼개졌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격이었다.
이미 그 시점에 신화는 엑셀러와 가까운 지점까지 낙하한 상태였다.
‘영악한 놈.’
하지만 신화는 다시 한번 엑셀러의 노림수를 간파했다.
찰나의 순간에 마주친 엑셀러의 눈빛에서 당황과 두려움이 아닌, 살기 어린 노림수를 읽었다.
그것은 비틀거리는 ‘척’하는 엑셀러가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보인 빈틈이 분명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던가. 신화는 알면서도 거리낌 없이 엑셀러에게 쇄도했다.
후우웅!
예상한 대로 비틀거리던 엑셀러가 양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전력으로 허리를 비틀었다.
그러자 엄청난 하중이 실린 엑셀러의 꼬리가 정확히 신화의 낙하 경로로 날아들었다.
“아……!”
탄성이 터져 나온 것은 신화가 아닌, 뒤에서 지켜보던 윤별이의 입에서였다.
노림수에 완벽히 걸려든 상황.
누가 봐도 신화가 중상을 면치 못할 위력적인 일격이었다.
이는 입가에 잔뜩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엑셀러의 표정이 증명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파아앙!
지켜보던 윤별이와 엑셀러의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신화가 왼팔에서 지면으로 마력을 방출시켜, 순간적인 역추진 동력을 만든 것이다.
그 바람에 추락하는 경로에 있었던 신화의 몸이 1m 가량, 반대로 붕 떠올랐고.
부우우웅!
노림수로 힘껏 휘둘렀던 엑셀러의 꼬리는 아무것도 타격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예측보다 한 박자 늦게.
파팟!
지면에 착지한 신화가 추진력을 극대화한 두 다리를 이용해 전력으로 엑셀러에게 쇄도했다.
그 시점에 이미 신화의 오른팔은 날카로운 장검의 형태로 변해 있었다.
게다가 어느 때보다도 마력의 응축도가 높아, 검날의 예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다.
허의 허를 찌르는 전술.
움직임이 아무리 재빠른 엑셀러도 목표점을 찍고 돌아오는 꼬리의 관성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오늘 저녁은 꼬리곰탕이다, 엑셀러!”
문제는 정확히 꼬리가 돌아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신화와 날카로운 검이었다.
“XX.”
나스 대륙어로 내뱉는 엑셀러의 욕지거리가 신화의 귀에 생생하게 들렸고.
“나이스 캐치!”
엑셀러가 그랬듯, 회심의 미소를 지은 신화는 전력을 다해 오른팔의 장검을 힘껏 휘둘렀다.
다음 순간.
사각!
경쾌하고 청명하게.
마치 연하디연한 살코기가 고기 칼에 잘리듯 엑셀러의 꼬리가 깨끗하게 잘려 나갔다.
자르는 신화도, 잘린 엑셀러도, 지켜보던 윤별이도 모두 경악할 만큼 ‘깔끔’하게 벌어진 일이었다.
“끄어어!”
엑셀러가 신음을 토했다.
엑셀러의 꼬리는 애초부터 도마뱀 꼬리처럼 마음대로 끊거나, 심지어 재생되는 것도 아니었다.
재생할 수 없는 신체 부위를 순식간에 잃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주요 무기가 되는 부위를.
주르르르륵!
잘려 나간 꼬리의 상처 위로 붉은 피가 콸콸 쏟아져 내렸다.
“엑셀러, 네 심장에서 꺼낸 꽃은 반드시 내가 갖는다!”
신화가 투지 가득한 눈빛을 뿜어내며, 다시금 쇄도해 들었다.
C-랭크가 SS-랭크를 몰아붙이는, 누가 봐도 믿을 수 없을 황당한 현장이 한바탕 펼쳐지고 있었다!
* * *
같은 시각.
“아니, 아무리 봐도 사람 발자국은 두 명밖에 안 되는데…….”
신화와 윤별이에게서 4km 정도 떨어진 지점을 탐색하던 송성림이 연신 혀를 내둘렀다.
분명했다.
지면에 찍힌 발자국은 딱 두 명의 것밖에 없었다.
뭔가에 의해 지워진 흔적도 전혀 없었고, 단 두 사람의 이동만 확인되는 발자국만이 존재했다.
특히 전투용 강화 슈트에 맞게 착용한 규격화된 신발이라 발자국마저 매우 익숙했다.
하나는 발 사이즈 230㎜인 윤별이의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280㎜인 누군가의 것이었다.
“지부장님, 윤별이 팀장님이 보조한다손 치더라도 이 녀석들을 이렇게 줄줄이 제압하면서 전진하려면…….”
“그 사람이 최소 S+랭크 정도는 돼야 해. 최소다, 최소! 기본적으로 SS-랭크는 되어야 이런 일방적인 무쌍이 가능하지 않겠냐?”
송성림의 현실적인 판단이었다.
물론 그 ‘사람’이 몬스터의 약점과 급소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사람이라면?
랭크를 조금 낮춰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던전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았고, 이제 내부 정보를 파악 중인 신(新)던전이었다.
누가 왔더라도 처음 왔을 던전의 몬스터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았다.
처음에는 서른이 넘는 단체가 온 줄 알았지만, 이제는 명확해졌다.
앞서 이곳을 쓸고 간 사람은 윤별이와 의문의 인물이라는 것을.
동료로서 송성림이 잘 아는 윤별이의 전투 능력을 생각하면, 지금 이 상황은 원맨쇼일 가능성이 컸다.
‘기껏해야 윤 팀장이 피니시를 담당했겠지. 순수 화력전은 윤 팀장 전문이 아니야.’
경이로웠다.
대체 누구길래 자신과 제주 지부의 요원들을 병풍으로 만든 채 그저 그들 뒤꽁무니만 열심히 쫓게 만드는 것일까.
송성림은 차라리 우연이 닿아, 현장에 이하성이라도 와 있기를 바랐다.
그 정도 각성자가 던전을 누비고 있어야,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될 듯싶어서였다.
바로 그때.
쿠우우웅……!
제법 상당한 굉음이 북쪽의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위치를 특정할 수는 없으나,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마주친 몬스터를 모두 죽이고.
심지어 몬스터들의 사체까지 꼼꼼하게 회수하며 전진하고 있는 존재.
“서둘러라! 전투 반응이 있다는 것은 윤 팀장도, 또 다른 존재도 살아 있다는 증거니까!”
“예!”
송성림은 맨 앞에서 달리기 시작했다. 의문의 인물! 그의 존재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 * *
“인마! 이래서 항상 경우의 수에는 최선과 차선도 필요하지만, 최악과 차악도 필요한 거라고!”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나는 완벽히 지면 위에 드러눕힌 엑셀러를 향해 거침없이 폭권을쏟아붓고 있었다.
특히 조금 전.
다소 무리하는 감이 있었지만, 그간 변화된 내 신체를 믿고 써먹은 폭권이 효과가 있었다.
묵철 폭권 제6장, 번권.
순간적으로 일점을 타격하는 권격을 폭발적으로 쏟아붓는 권격이었다.
3장인 광권이 난타전에 특화된 광범위한 공격이라면, 6장 번권은 정확히 한 부위만 집요하게 노리는 연타 공격이었다.
이미 앞서 양념은 충분히 돼 있었다.
나는 엑셀러를 바닥에 눕힌 뒤.
마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대로 다 쏟아부었다. 다음 레퍼토리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최상위 랭크의 몬스터를 상대로 열세인 내가 ‘세컨드 플랜’을 생각하는 것은 사치이기 때문이다.
마치 이성에게 고백도 하기 전에 사귀고 언제쯤 결혼할까, 하고 생각하는 꼴이랄까. 다시 말해 부질없는 짓이라는 뜻이다.
어쨌든 폭권을 1장부터 6장까지 정신없이 연계한 내 선택은 주효했다.
단기간에 머리에만 집중적으로 대미지가 누적된 엑셀러는 제대로 눈조차 뜨지 못했다.
설령 보호를 위해 강화 헬멧을 착용했다고 하더라도, 묵철의 폭권은 이를 분쇄할 만한 화력이 있었다.
‘전생의 수업료가 헛되지 않았네.’
그때는 고액 지출에 손을 파르르 떨며 묵철 녀석에게서 권법을 사사했었는데.
돌이켜 보면 몇백억이 아니라, 몇천억 원을 줬어도 아깝지 않을 가르침이었다.
“끄륵, 끄륵, 끄르르륵.”
역공에 주무기인 꼬리를 잃고.
이어서 모든 판단의 거점인 머리를 떡 주무르듯 난타당한 엑셀러는 입으로 연신 게거품만 토했다.
다음 순간.
나는 통제 능력을 상실하고 힘없이 벌어진 엑셀러의 큰 입을 보며, 살기 어린 눈빛을 번뜩였다.
‘피니시(Finish).’
확실한 막타 찬스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