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68)
만렙 회귀자입니다만-68화(67/300)
제 68화
눈앞의 남자가 오성회 소속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건 너무도 쉬웠다.
손등에 마치 타투처럼 다섯 개의 검은 별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패션 타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것은 오성회의 숨은 인장과도 같았다.
‘주영생.’
남자의 이름도 기억났다.
나는 악인(惡人)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평범한 사람과 다른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기도 하고, 어찌하면 사람이 저렇게 타락할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생에도 오성회나 삼합회, 흑사회를 비롯한 범죄 조직에도 관심이 많았다.
‘나중에 3대 적폐 세력과 러시아의 프라우다가 레체로와 손을 잡았지.’
앞으로 범죄 조직과 엮일 일이 많아질수록 나는 어쩔 수 없이 레체로의 이름을 떠올리게 될 거다.
전생에 우리 나인 로드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것도 바로 레체로 일당과 그 연계 조직이었다.
애초에 놈들의 목적은.
우리가 대비하지 못하게 막아서 인류 모두가 오롯이 대재앙을 겪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누구신지?”
나는 짐짓 모른 체했다.
주영생은 겉으로는 인심 좋고 넉살 좋은 평범한 호인의 모습이었다.
물론 A+랭크의 각성자이고, 신체 접촉을 통해서 타깃에게 독수(毒手)를 펼치기로 유명한 자다.
이하성이 마나 라인을 통해 상대의 정보를 스캔하는 것이 재능 중 하나라면.
주영생은 상대의 마나 라인으로 침투하여 독기를 심고, 이를 통해 상대를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놈이었다.
여기에 당하면 사실상 잠식당한 신체에 대한 통제권을 잃기 때문에 매우 위험했다.
주영생은 유창한 한국어로 말을 이어 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주영생이라고 합니다. 오성회에서 나왔습니다. 아시죠? 중국의…….”
“3대 적폐?”
“하하. 다들 그렇게 얘기하십니다만, 사실 능력 있는 길드에 대한 시샘이라고 할 수 있죠.”
“무슨 일입니까?”
그나마 예의를 갖춰서 말을 하려다 보니, 말투 자체가 무척 딱딱해졌다.
‘휴가를 다녀오기 무섭게 사람이 꼬이네. 다들 내가 그렇게 좋나?’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휴가를 좀 더 즐기는 게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
하지만 놀고먹어서는 한 푼도 버는 게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돈을 벌러 돌아왔을 뿐이다.
앞으로 제법 많은 돈을 벌어들일 예정이기는 하나, 은퇴 예산을 생각하면 갈 길이 멀었다.
“강신화 씨에 대해서 최근 많은 각성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
“새로운 루키의 등장은 항상 이슈가 됩니다. 신화 씨가 귀찮아하시는 거, 충분히 이해합니다.”
별로 이해받고 싶지 않은데.
이래저래 달콤한 말을 내뱉는 것을 보니, 내가 필요하긴 필요한 모양이었다.
달리 답하지 않고 멀뚱멀뚱 주영생을 쳐다보자, 그가 칭찬을 덧붙였다.
“엘리트로 구성된 연구소도 아니고 개인이 최상급 마력 포션과 같은 혁명적인 물건을 개발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겠지요.”
“음.”
“신화 씨는 하늘이 내린 사람입니다. 축복받은 각성자는 모두 세계의 주류가 되지요. 저희 오성회는 그 가능성을 신화 씨에게서 봅니다.”
이제는 손가락이 오글거리다 못해, 굽어서 부러질 지경이었다.
맹목적인 칭찬과 띄워 주기가 오성회의 영업 방식이다.
저기에 넘어간 수많은 유망주가 범죄 조직의 앞잡이가 됐다.
혹은 주영생의 꼭두각시가 되거나. 그것은 죽지 않으면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이기도 했다.
“마음에도 없는 칭찬은 됐으니까 바로 용건을 말씀하시죠.”
“두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들어 보죠.”
“첫째, 현재 외부 판매가 예정된 최상급 마력 포션을 오성회에 파십시오. 현 경매가의 3배는 물론, 위약금까지 모두 지불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저희 오성회의 부회장이신 이자웅 부회장님께서 편찮으십니다. 양화그룹의 진보미 양과 유사한 증세로 고생 중이십니다. 그래서 강신화 선생님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미 경험이 있으시지요?”
‘이 정신 나간 자식들, 돈X랄을 하겠다는 건가?’
중간에 끼어들어서 포션 판매를 막고, 자신들이 독식하겠다는 심산인 듯했다.
물론 ‘떡 줄 놈’인 나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지만.
현 경매가의 3배라면 개당 200억 원으로 엄청난 수준이다.
하지만 구매자가 누구냐의 문제다. 오성회에 내가 포션을 단 하나라도 파는 순간, 내게는 영원히 범죄자의 낙인이 찍힐 것이다.
그것은 마치 테러 조직에 무기를 파는 것과 같았다.
돈이 아무리 궁해도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오늘 주영생이 제안한 선이다.
“부회장님을 치료해 주시면 사례는 섭섭지 않게 하겠습니다. 최소 1000억 원을 보장하지요.”
뭐만 하면 부르는 액수가 백억, 천억 단위였다.
차이나 머니를 이래서 무시할 수가 없다니까.
소위 짱깨 머니, 황사 머니라고 불리는 돈의 유혹 앞에서 버티기는 쉽지 않았다.
‘이자웅은 살려야 할 놈이 아니라 오히려 죽여도 시원찮을 놈이지.’
2025년.
나스 대륙과 지구가 연결되자마자, 이자웅은 레체로에게 충성 맹세를 하고 금단의 힘을 얻는다.
이후 희대의 악인이 된 이자웅.
그는 불로불사에 가까운 영생의 힘을 바탕으로 수많은 각성자를 무참히 살해했다.
두 가지 제안을 모두 응하는 즉시 소위 ‘개X끼’가 되기에 딱 좋은 조건이었다.
내게 돈은 우선순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앞뒤 안 가리고 마구 쓸어 담아야 할 정도로 급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오성회와 깊이 엮인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각성자 세계에서 퇴출되겠다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은 것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고민할 가치도 없는 제안이었다. 오히려 주영생의 제안을 받고 불쾌해졌다.
“거절하겠습니다. 상도를 어길 생각은 추호도 없고, 아무나 치료할 생각도 없습니다.”
“아무나…… 가 아니라 이자웅 부회장님이십니다만. 치료만 해 주시면, 오성회의 모든 일원이 강신화 님을 찬양할 것입니다. 부와 명예는 두말할 나위도 없지요.”
“결정은 당신이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겁니다. 싫다고 했으니 이 이야기를 또 할 필요는 없을 듯한데요.”
“음! 역시 강신화 씨는 큰 뜻을 품으신 분이시군요! 저희 오성회로는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말씀이시지요?”
칭찬보다는 조롱으로 들렸다.
아주 미세하게 양미간에 주름을 잡는 모양새가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듯했다.
“다시는 찾아오지 마세요. 당신들이 어떤 제안을 해도 응할 생각 없으니까.”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인연이 닿는다면 다시 뵙지요. 그때까지 무탈하시길 빕니다.”
주영생이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저것이 바로 독수다.
많은 각성자가 경계를 풀고 꽉 맞잡았다가 그야말로 지옥을 경험하게 되는 ‘악마의 손’이다.
이하성의 능력 스캔과 메커니즘은 비슷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이하성의 수에는 반격이 불가능하지만, 주영생의 독수는 반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녀석은 모르겠지만.
‘네놈의 독수를 그대로 돌려주마. 아주 마나 라인까지 산산조각을 내 주지.’
노림수가 뻔히 보이는 수작질에 눈 뜨고 당해 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잘됐다.
여기서 주영생을 손봐 주면, 오성회에서도 함부로 나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보통 누군가를 포섭하거나 조종해야 할 때, 스페셜리스트로 보내는 사람이 주영생이니까.
그를 확실하게 제압하면, 나에 대한 경각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그럼 살펴 가시길.”
나는 자연스럽게 주영생의 손을 맞잡았다.
다음 순간.
화아아악!
뜨겁고 화끈거리는 느낌이 주영생의 손을 따라 내 오른팔의 마나 라인을 타고 들어왔다.
순식간에 오른손의 통제권이 넘어갔고, 이어 팔꿈치와 어깨까지 주영생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어차피 독수에 오염된 마나 라인은 나중에 정화하면 그만이다.’
나는 여유로웠다.
평범한 각성자라면 오염된 마나 라인을 복구하기 어렵다. 이미 잠식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몸속의 마나 라인에서 마력의 성질을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한 존재다.
독수가 완전히 스며들기 전.
시간으로 따지면 약 1분 안팎으로 깨끗하게 정화된 내 마력을 다시 채워 넣는다면?
오염은 없었던 일이 된다.
“크하하! 역시 어린놈이라 그런지 허술하기 짝이 없군. 강신화, 지금이라도 우리 오성회에 협조한다면 몸뚱이 오른쪽만 내가 가져가는 선에서 끝을 내 주마!”
이미 승부가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주영생은 어깨를 좌우로 들썩이면서까지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어쩜 이리 모지리 악당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누가 보면 소설인 줄 알겠다.
너무 태연하게 굴면 이상하게 생각할 테니 발연기라도 좀 해야겠다 싶었다.
장단을 맞춰 줘야 거기에 속아 넘어가는 상대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욱 재밌으니까.
“아, 아앗! 도대체 날! 나를 어떻게 하려는 것이냐? 오른팔이 말을! 말을 듣지 않아!”
잔뜩 당황해서 격앙된 목소리로 당하는 ‘체’를 하려니 연기 난이도가 무척 높았다.
내심 좀 어설프지 않은가 싶었는데, 주영생은 오히려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녀석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순순히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것 아냐, 말을!”
다음 순간.
주영생의 팔뚝이 불끈거리기 시작하며, 다시 한번 녀석의 독수가 강화될 조짐이 보였다.
‘지금이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상대가 힘껏 액셀을 밟는 시점이 가장 받아치기 좋은 시점이다.
되돌려 받았을 때, 그만큼 내상이 더 깊게 박히기 좋은 시점이기도 하고.
나는 심장의 방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미 개변된 내 심장의 방출 능력은 일찌감치 검증이 됐다.
일반 각성자의 마력 방출 능력은 수치로 비유하자면 10 정도.
나는 10배에 달하는 100의 수준이다.
주영생도 독수를 ‘밀어 넣는’ 마력 방출에 특화된 입장이라 방출력이 10보다는 높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약 20 정도.
내 능력과 비교한다면, 어린 초등학생이 다 큰 성인 장정과 팔씨름을 하는 것과 같았다.
후우욱!
이윽고 손을 따라, 다시 오른팔 깊숙하게 주영생의 독수가 들어왔다.
‘되돌려주기 딱 좋은 수준이네.’
제법 힘을 쓴 것이 느껴진다.
작용, 반작용은 정비례하는 법.
힘을 늘린 만큼, 다시 돌려받는다면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게 된다.
“흡!”
나는 기합과 함께 전력으로 마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필요량만 남기고, 모든 마력을 총동원한 일격이었다.
“아……?”
그 순간, 주영생의 두 눈에 물음표가 잔뜩 찍혔다.
더 이상 내게 밀고 들어가지 못하는 자신의 독수를 느끼고는 당황한 것이겠지.
여기서 시간을 주면, 당황은 곧 판단과 대응으로 이어지게 된다.
나는 거칠게 몰아붙였다.
그러자 주영생의 독수가 힘없이 뒤로 쭉 밀리며, 순식간에 거꾸로 녀석의 팔을 따라 파고들었다.
파괴의 시간!
모든 전세가 역전됐다.
나는 주영생에게 웃으며, 녀석이 내게 그랬듯 똑같이 여유 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살펴 가라는 말을 들었으면 좋았을 것 아냐,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