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69)
만렙 회귀자입니다만-69화(68/300)
제 69화
독수의 역행이 시작됐다.
주영생은 크게 당황했다.
포커페이스에 능한 그가 속마음을 조금도 숨길 수 없을 만큼, 예측 불가능한 일이 터진 것이었다.
‘어떻게 내 마력이 역행하는 거지? 내 고유의 마력 방출을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텐데?’
매번 남의 뒤통수를 치는 일에만 익숙하다가, 되돌려 받으니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듯했다.
지금 이 상태로 신화와 함께 맞잡고 있는 손을 놓아 버리면, 역행한 마력이 그대로 그의 마나 라인을 강타한다.
그럼 최소한 중상이었다.
마나 라인은 어떻게든 지키겠지만, 몇 달 동안은 폐인처럼 지낼 가능성이 컸다.
‘잃을 순 없다!’
신화가 어떤 수작을 벌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직까지는 반격의 여지가 남아 있었다.
화아아악!
주영생이 있는 힘껏 마력을 최대치로 끌어모아 다시금 독수에 힘을 불어넣었다.
어쩌면 신화가 일시적으로 저항을 일으켰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즉, 물량 공세면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데 그때.
“단순하네.”
독수를 강화하는 시점에 맞물려서, 신화가 자신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기분 나쁜 웃음.
마치 모두 간파한 듯한 그 표정이 주영생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뒈져 버려!”
주영생이 마력을 밀쳐냈다.
순식간에 신화의 마나 라인까지 잠식한 뒤, 이대로 죽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낸 힘이었다.
이제는 신화의 포섭이나 회유보다 상처받은 자신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아?”
뭔가 이상하다.
마치 온 힘을 다해서 벽을 밀었는데, 벽이 꿈쩍도 안 하는 느낌.
되레 누군가가 반대쪽에서 벽을 밀고 와서는 자신이 구석에 몰려 찌그러지는 느낌.
주영생은 자괴감을 느꼈다.
전력을 다해 날린 필살의 펀치.
하지만 그것은 신화에게 1g의 영향도 주지 못한 듯했다.
“왜, 뭐가 잘 안 되니?”
“이럴 리가 없는데…….”
“주영생. 네가 늘 이기고 상대가 당해야 하는 거야? 동전도 앞뒤가 있듯이, 네가 엿 먹는 경우도 당연히 존재해야 하잖아?”
“하지만 내 독수를 이렇게 쉽게 받아 낸 사람은…….”
“물론 지금까지 없었겠지. 그러니까 이제 경험해 봐. 다른 사람들이 네게 당할 때, 얼마나 기분이 X 같았는지 말이야.”
“자, 자, 잠깐!”
애처롭게 한쪽 팔을 파닥거리는 주영생의 외침이 무색하게 신화가 거칠게 마력을 방출했다.
주영생이 독수의 양을 늘린 것은 거꾸로 치명타가 되었다.
그만큼 늘어난 독수가 역행하자, 주영생의 마나 라인이 본격적으로 꼬이기 시작했다.
손가락, 손, 팔꿈치, 어깨, 그리고 쇄골을 지나 심장 부근까지.
역행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자신의 다섯 배는 족히 넘는 출력을 지닌 신화의 마력은 불가항력이었다.
마치 창공을 뒤덮을 만큼 드높게 밀려오는 해일 앞에 선 힘없는 인간의 모습과 같다고 할까.
주영생은 무기력함을 느꼈다.
“살려 주십시오! 이대로 독수가 역류하면 죽을지도 모릅니다! 부디 제발……!”
주영생이 다급하게 무릎까지 꿇어 가며, 신화를 향해 목숨을 구걸하고 애원했다.
숫제 그것은 절규에 가까웠다.
방금까지 보인 득의양양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구차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패배자만이 남아 있었다.
“네 손에 당한 수많은 사람도 제발 도와 달라고 했겠지. 독수를 거둬 달라고 했을 거야. 하지만 네가 그렇게 했어?”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 크어억!”
주영생이 말을 채 끝맺음하기도 전에 신화는 마력을 쭉 밀어냈다.
생각 이상으로 힘을 잔뜩 주는 바람에, 예상한 것보다 더 깊숙하게 독수를 역행시킨 ‘일격’이었다.
“쿨럭! 쿨럭! 웨에엑!”
그의 입을 따라 검붉은 피는 물론이고, 정체불명의 핏덩어리까지 계속 토해져 나왔다.
‘마나 라인이 일부 박살이 났군.’
신화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를 무력화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자기를 죽는 것보다도 못한,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했던 주영생이 아닌가?
사필귀정, 인과응보, 권선징악.
신화는 옛 조상들의 사자성어의 지혜와 힘을 믿었다.
“네 것이니 네가 다 가져가.”
후욱!
“……!”
거꾸로 밀려들어 온 자신의 독수를 감당하지 못한 주영생의 마나 라인이 터졌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일순간 감도는 적막과 당장에라도 터져 나갈 듯한 그의 두 눈동자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주륵. 주르륵.
눈, 코, 입, 귀, 어떤 부위로 나눌 것도 없이 모든 구멍을 따라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어차피 인과관계를 따진다고 한들, 독수에 자가 면역 반응으로 죽은 것밖에 안 돼. 자살이지.”
신화가 사용한 힘은 자신의 마력 방출 능력뿐이었다.
신화를 노린 것도, 역행해서 주영생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것도 전부 독수였다.
당연히 정당방위지만.
아주 적은 가능성으로 제기될 수 있는 타살의 가능성마저 없어 보였다.
“지금껏 그런 식으로 농락한 사람들에게 참회하고 반성해라. 물론 살아서는 못 할 듯하지만.”
“커헉…….”
털썩.
주영생은 점점 잦아드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절망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원망하는 표정으로 신화를 노려보았지만, 신화는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이, 이대로, 죽을 수는…….”
신화의 옷자락이든 발끝이든 붙잡으려는 주영생의 손길이 애처로울 만큼 그의 마지막은 추했다.
“거기 KSA죠? 여기 아무리 봐도 정식 입국이 금지된 것이 분명한 범죄자가 하나 있어서요. 출동을 좀 해 주셔야겠는데요.”
이미 신화는 KSA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국외의 각성자 범죄 조직과 소속 조직원에 대해서 전방위적인 입국 금지를 실시하고 있는 대한민국.
때문에 주영생이 여기 있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불법이며, 엄단의 대상이었다.
“어떻게 된 거냐고요?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지나가다 피를 토하기 시작하더니 픽 쓰러지더군요.”
최후마저도 비참하게 만드는 신화의 제보에 주영생은 고개를 떨구었다.
뭐라고 말이라도 지껄이고 버둥거리고 싶지만 터져 버린 마나 라인은 생명의 불씨도 꺼 버렸다.
“끄륵.”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성회가 신화를 포섭하기 위해 보낸 스페셜리스트는 이역만리 타국의 땅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었다.
A+랭크의 각성자인 그가 신화의 재치에 처음부터 끝까지 농락당한 굴욕적인 죽음이었다.
‘하여간 오성회 놈들, 전생에도 참 골치 아픈 악연이었는데 현생도 다를 게 없네.’
신화가 인상을 찌푸리며 자택으로 향했다.
그 전에 혹시라도 쓸 만한 게 있을까 싶어 주영생이 착용한 아티팩트를 살펴봤지만.
전부 오성회 특유의 음험하고 잔혹한 수련법을 연마해야 효과가 있는지라 시너지가 좋지 않았다.
차라리 착용하지 않는 것이 득이 될 정도. 그래서 욕심도 내지 않았다.
* * *
한편, 그날 밤 11시 30분.
자정을 30분 앞둔 시간.
KSA 본부 내부는 자정에 있을 공식 담화 – 혹은 대국민 사과 – 건 때문에 몇 시간 전부터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오늘 정오에 초인일보의 기자 박현의 기사를 통해서 크게 이슈가 된 ‘제주도 사건’ 때문이었다.
KSA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을 가감 없이 질타하는 내용의 이 기사는 단순한 의문 제기가 아니었다.
신화가 제주도에서 있었던 일을 생생하게 증언한 것이었기에 공신력이 높았다.
특히 제주 지부에서 아웃브레이크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주 전역에 긴급 재난 문자를 발송한 터라 증거도 확실했다.
비록 1단계 위험 경보지만, 단 한 명의 요원만을 내부 탐색에 파견했던 것.
서울과 달리, 아웃브레이크 조짐이 보이는 던전이 있었음에도 사전 경보를 하지 않았던 것.
심지어 위급 상황에 요원이 하나도 없어 KSA 소속도 아닌 신화가 윤별이를 도와야 했던 것.
모든 사실이 만천하에 속속들이 까발려졌다.
이미 KSA의 공식 홈페이지는 수많은 각성자와 일반인의 항의 폭주로 인해 마비된 지 오래였다.
이하성은 신화를 통해 보도됐을 것이 분명한 이번 제주도 사건을 두고, 그를 원망하지는 않았다.
‘내 스스로부터 반성해야 한다. CSA도 그래서 중국 각성자들의 신뢰를 잃었지. KSA라고 그 뒤를 따라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하성은 오히려 통렬한 반성을 했다.
그간 KSA의 외연과 세력 확장에만 신경을 써 온 터라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느슨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제주 지부는 문제가 없겠거니 하고, 고과 점수가 낮은 송성림을 보냈던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이미 담화 전에 송성림을 보직 해임시켰다.
본부장의 직권으로 내린 흔치 않은 빠른 조처였다.
‘오히려 감사해야겠군.’
이하성은 이번 일로 KSA 전체에 경종을 울려 준 신화에게 오히려 감사하고 싶었다.
아울러 그가 윤별이를 도와 아웃브레이크 던전의 보스 몬스터까지 처치한 만큼.
그에 합당한 보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내용이 담화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었다.
* * *
딸깍. 치이이익.
자정의 캔맥주 한 잔.
제주도 별장에서 즐겼던 보드카나 위스키도 즐거웠지만, 역시 내 입맛은 싸구려인 듯싶다.
소주랑 맥주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 6병이네.”
방금 만든 마력 포션을 합치니 이제 6병이 됐다.
좀 더 모이면 한 번에 팔기로 했기에 판매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음.”
나는 침대에 누워, 정면에 세워 놓은 TV로 시선을 돌렸다.
자정에 KSA 본부장 이하성이 직접 나서서 발표하는 대국민 담화가 있을 것이라고 해서다.
이유는 당연히 내가 오늘 정오 무렵에 박현을 통해 터뜨린 언론 보도 때문일 것이다.
KSA의 반응을 보고 싶었고, 그들의 느슨함을 질타하고 싶었다.
KSA가 열심히 일해야 훗날 내가 은퇴를 해도 괜히 내게 도와 달라며 손을 벌리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이것이 다 애국심에서 나온 현명한 안배라고 한다면 아무도 안 믿겠지? 하긴 나라도 안 믿겠다.
어쨌든 나는 막 시작된 이하성의 담화에 집중했다.
“우선 진심으로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번 제주도에서 벌어진 아웃브레이크 사건은 제 불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완벽한 저의 실책이며, KSA의 실책입니다.”
“깨끗하게 인정하네. 그래, 저런 모습을 바랐던 거야. 구차한 변명은 하지 말아야지.”
나는 사과와 함께 허리를 수직으로 굽혀 사죄의 뜻을 밝히는 이하성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였다.
KSA가 스스로 문제점을 깨닫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자성하고 고쳐 나간다면.
KSA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밝아질 것이다. 선순환. 그리고 그것은 곧 내게도 이득이 된다.
“착한 일 많이 하네, 나.”
칭찬해 주는 사람 하나 없는 외롭고 쓸쓸한 자화자찬. 하지만 내가 틀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한데 바로 그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연단으로 돌아가는 듯했던 이하성이 다시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모든 카메라 앵글의 중심인 자리에 서서 화면을 보고 또렷이 말을 이어 갔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 공식적으로 한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지원이 늦었던 KSA를 대신해 제주도의 아웃브레이크 사태를 직접 막아 내신 분이 있습니다.
바로 강신화 님입니다.
영웅적으로 보스 몬스터 처치까지 완료해 주신 ‘강신화’ 님께 개인적으로, 또한 KSA 전체의 이름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뭐야, 나 방송 탔어?”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고 있을 대국민 담화에 내 이름 석 자가 힘차게 보도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