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7화(7/300)
제 7화
와득! 콰직! 우득!
신화가 지나가는 자리에서 들리는 것은 온통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뿐이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특히 강화형 고블린처럼 몸집이 작은 몬스터들은 십중팔구 신화의 샌드백이 됐다.
격파(?) 방식은 간단했다.
잔뜩 강화된 팔로 고블린의 목을 움켜쥔 뒤, 힘껏 들어 올린 상태로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었다.
사실 아무리 완력이 강한 각성자라고 하더라도 고블린의 머리를 터뜨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신화의 능수능란한 마력 컨트롤 덕분이었다.
정확히 필요한 부분에만 체내의 마력을 응축시켜 파괴력의 효율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유 마력이 늘면서.
전생에 묵철에게서 사사한 폭권을 3장까지 무난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된 영향도 컸다.
[폭권, 제1장 – 폭(暴)] [폭권, 제2장 – 압(壓)] [폭권, 제3장 – 광(狂)]폭권은 단계가 올라갈수록 성질이 바뀐다.
1장이 상대를 진탕시키는 느낌이라면, 2장은 묵직하게 찍어 누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3장은 단 한 번의 공격이 아니라, 여러 번 나누어 퍼붓는 난격에 가까웠다.
D랭크의 몬스터를 일대일로 압살하면서, 신화는 어느 정도 자신의 전력을 점검할 수 있었다.
사실 자신의 힘을 측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측정기는 장치가 아니라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일단 판정 등급은 D-. 하지만 변화계 능력 활용을 적절하게 더하면 C-급은 돼. 그리고 폭권의 연계 같은 극딜 기술을 더하면, 순간 화력은 B-급까지 가능.’
냉정한 진단이 끝났다.
즉, 외부인이 판단할 수 있는 자신의 힘보다 평균적으로 랭크 한 단계가 높고.
경우에 따라서 랭크 두 단계까지 상회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보통 각성자들은 자신의 랭크에 맞는 전투 능력을 발휘한다. 그만큼의 마력에 특화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화는 전생에 강화, 변화 능력의 극의를 보았던 그야말로 고인물 중의 고인물이었다.
탄탄한 기반에 미래 지식을 조합하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오버 파워가 가능했다.
“키야아악!”
그사이, 겁 없는 강화형 고블린 하나가 도끼를 휘두르며 신화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켁!”
앞서 요단강을 떠난 동족과 똑같이 목젖을 붙잡힌 고블린이 신화의 손끝에서 버둥거렸다.
“너희들은 그냥 애피타이저야.”
다음 순간.
우둑!
“끄헥…….”
고블린의 목이 부러지더니, 이내 늘어진 엿가락처럼 한쪽으로 축 처졌다.
절명이었다.
고블린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신화는 품속에서 꺼낸 날 선 단검으로 고블린의 가슴팍을 갈랐다.
쫘아아악!
그러자 반짝이는 차원석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 하급 차원석이네? 보통 고블린들은 강화형이라도 차원석은 잘 안 뱉는데. 횡재했잖아?”
신화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하급 차원석은 한국 각성자 거래소, 약칭 KSX에서 보통 100만 원에 거래된다.
세금 10%를 제해도 90만 원은 남으니, 하루치 일당은 충분히 뽑는 셈이다.
이게 각성자의 세계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의 현장이다.
F랭크 각성자는 D랭크 몬스터 하나를 못 잡아서 겨우 일당만 받고 생활하지만.
D랭크 각성자는 손쉽게 이 녀석을 때려잡고, 전리품 판매 대금을 N등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이따금씩 공대의 각성자가 기분을 낸답시고 최하급 차원석이라도 하나 던져 주면.
마치 영혼이라도 내줄 것처럼 짐꾼들이 그들에게 굽신굽신하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였다.
나중에도 콩고물 좀 더 떨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알랑방귀를 뀌는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3개만 나왔으면 좋겠네. 최상급 차원석으로.”
신화가 입맛을 다셨다.
최상급 차원석이면 개당 가격이 무려 10억 원을 호가한다.
자신이 찾고 있는 ‘폭주의 마고스’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각성자와 마주친 적 없는 태초의 몬스터다.
즉, 가장 많은 차원 에너지를 머금고 있어 순도와 등급이 높은 차원석을 체내에 담고 있다.
보통 몬스터 하나당 한 개의 차원석을 드롭 하지만, 종종 두세 개를 갖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
한편 신화는 지금껏 자신이 걸어온 길을 쭉 살폈다.
확실히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길을 걸어온 탓에 되돌아가는 길이 살짝 헷갈렸다.
물론 마고스를 죽이고 나면 출구 차원문이 열릴 테니, 상관이야 없겠지만.
“워낙에 길도 복잡하고, 균열의 틈을 발견할 눈썰미 좋은 녀석이 없어서 헤매고 또 헤맸겠지.”
모든 길을 훤히 알고 있는 신화와 달리, 전생의 KSA에서 파견된 요원들은 애석하게도 마고스를 찾지 못했다.
K-848 던전에 이중 던전의 형태로 갈라져 있는 균열을 찾아내야 하는데, 끝내 찾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그게 화근이 됐고, 2030년에 폭주의 마고스를 대재앙으로 맞이하게 됐다.
최상위 각성자 전력만 무려 수백 명이 죽어 나간 대참사 중 하나였다.
신화는 더욱 깊숙하게 던전 안으로 향했다.
이미 정식 루트를 벗어난 지는 오래였고, 계속 좁아지는 샛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는 식이었다.
때문에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시각 전환.’
신화가 바로 야시경 형태로 눈의 역량을 100% 집중시켰다.
환각이나 왜곡에 대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잘 보였다.
적외선으로 보이는 세계는 가시광선으로 보는 세계와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열 갈래의 길이 보였다.
던전 내부를 탐색하던 KSA 요원들을 무척 애먹였다던 그 갈림길이었다.
문제는 이 갈림길이 안에서 또 열 갈래로 갈라지기에 실제 선택지는 100가지에 달한다는 점이다.
‘여덟, 그리고 둘.’
하지만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신화에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이것은 전생에 마고스의 현신 이후, 폐허가 된 흔적을 조사하던 요원들에 의해 밝혀진 정보다.
알고 있는 정답대로.
신화는 유유히 휘파람을 불며, 던전의 더욱 깊은 곳으로 빠르게 사라져 갔다.
* * *
1시간 후.
“후아! 확실한 정답을 알고 있는데도 틈을 찾는 게 어렵긴 어렵네. 이러니 초행은 찾고 싶어도 당연히 못 찾지!”
나는 먼지투성이가 된 외투 전체를 탈탈 털어 내며, 새로운 공간의 느낌에 적응하고 있었다.
‘이형(異形)의 틈’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공간을 비집고 들어와 맞이한 내부의 이중 던전이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도착이 가능한 공간에 있는 마고스.
그렇기에 무려 십 년이라는 긴 세월을 웅크린 채로 때를 기다렸어도 못 찾은 것일 터다.
마고스는 이 상태로 오랜 시간 이중 던전 내에서 차원 에너지를 공급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하다가.
10년 후에 엄청난 재앙이 된다.
내 입장에서는 사실 돈을 벌러 온 것이지만, 어쩌다 보니 미래의 재앙도 함께 대비하게 된 셈이 됐다. 딱히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번지수는 잘 짚은 듯하네.”
마고스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특수 공간이 전방에 보였다.
푸른빛 결계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운동장 형태의 공간이었다.
언뜻 가까워 보이지만, 직선 주로로 달려도 5km는 족히 가야 하는 공간이다.
공기의 질이 매우 나쁘다.
지구에서 느낄 수 있는 산소의 상큼함은 사라지고 없고, 매캐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
평범한 폐를 가진 각성자가 왔다면 당장 호흡 곤란, 중독 증세를 보여도 이상할 것 없는 대기.
하지만 개변된 ‘마력의 폐’는 적절하게 공기를 필터링해서 받아들였다. 이것이 바로 개변의 힘이다.
아직 개변을 하지 못한 코와 식도에서 약간의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독성은 없었다.
“……응?”
결계를 향해 걷던 나는 말라비틀어진 고목 옆에 널브러져 있는 백골 하나를 볼 수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세월이 한참 지난 듯한 망자의 백골로 보였다.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 얼굴 형태라나 신분증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 하나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반지를 빼내어서는 정보를 살폈다.
[인비저블 링(Invisible Ring)] [판정 등급 : C] [단기간의 짧은 투명화 능력을 가진 아티팩트입니다.착용자의 모습을 평범한 시각으로는 탐지할 수 없습니다. 단, 기척과 체온은 숨길 수 없습니다.]
“경계가 허술한 곳에 은신 잠입하기 좋겠네. 적외선 CCTV만 있어도 바로 들통 나겠지만.”
나는 묵묵히 반지를 챙겼다.
이런 것은 먼저 손에 넣는 사람이 임자다.
주인을 찾아 준다느니 하는 생각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미 원주인이 죽은 마당이 아니던가.
C등급의 아티팩트는 보통 10억 원에 거래된다.
투명화 능력은 많은 이들이 군침을 삼킬 만한 능력이라 판매 가치는 충분했다.
다만 판매는 보류.
언제 투명화 능력이 필요할지 모르니, 일단 착용하고 다닐 생각이었다.
물론 활성화를 해야만 투명화가 진행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상시에는 그냥 반지일 뿐이다.
용도야 많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중에 박도원 녀석을 다시금 흠씬 두들겨 패 주는 맛도 있을 듯했다.
한데 바로 그때.
“쿠워어어! 쿠워어어!”
전방 500m 정도 지점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한 녀석이 거구의 몸을 힘껏 드러냈다.
언뜻 보기는 반달가슴곰을 쏙 빼닮은 녀석.
‘마고스가 함께 데리고 나타났던 수문장, 매드 베어(Mad Bear) 같은데?’
매드 베어.
특수한 심장을 가지고 있는 몬스터로 녀석의 심장을 섭취할 경우.
단기간 한정이지만, 근력을 기존의 3배 이상으로 극대화하는 강화 능력을 부여하는 녀석이었다.
“마고스만 잔뜩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도 있었구나? 그래, 전생에 네 녀석의 심장은 이하성이 챙겼지? 니콜라스가 내 거라고 챙겨 주려고 했었는데……. 놓쳤지.”
이하성.
현재 한국 각성자 협회의 본부장을 하고 있는 남자.
지금 시점에서 SSS랭크의 각성자일 것이고, 또한 서른아홉으로 불혹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전생에 양껏 즐겼을 테니 현생은 내가 씁시다. 이하성 씨?”
본인은 인지도 하지 못하고 있을, 혼자만의 농담을 지껄이며 나는 매드 베어에게 향했다.
녀석이 가진 강화 능력을 얻는다는 것은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아 주는 격이니까.
복주머니를 걷어찰 이유는 없었다. 일단 녀석을 제압해야 마고스를 만날 수 있기도 했고.
“후우.”
나는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힌 뒤, 자리에 멈춰 선 채로 심호흡을 했다.
매드 베어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광폭해져 전투 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놈이다.
즉, 가장 좋은 것은 개전과 동시에 녀석의 숨통을 끊어 놓는 것이다. 장기전은 무조건 내게 불리하다.
“캬악……!”
살짝 더러운 느낌이 없지 않지만, 나는 있는 힘껏 가래침을 입 안에 모았다.
그리고 마력과 함께 성질을 변화시키자, 평범한 가래침이 순식간에 맹독성 가래침으로 변했다.
그다음.
오른손에 마력 전부를 끌어모아 고강도로 응축하기 시작했다.
단 1%의 마력도 남기지 않고, 영혼까지 끌어모은 압축이었다.
“쿠오오오!”
나와 시선이 마주친 매드 베어가 거구의 양팔을 휘두르며, 내게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신장 4m에 달하는 거대한 곰이 매섭게 달리는 모습은 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와라. 빨리 끝내자.”
나는 좀 더 기다렸다.
그리고 내가 딱 노리고 있는 지점까지 매드 베어가 성큼 달려드는 순간!
“퉤!”
힘껏 침을 뱉었다.
마비 독성의 가래침.
삼키는 즉시, 온몸이 마취 주사를 맞은 듯이 싸늘하게 굳을 독성의 침이었다.
“끄헙!”
목청껏 포효하느라 입을 벌리고 있던 매드 베어는 내 침을 피할 새도 없이 그대로 삼켜 버렸다.
간접 키스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