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70)
만렙 회귀자입니다만-70화(69/300)
제 70화
그 이후로도 이하성은 꽤 오랜 시간을 내 ‘영웅담’을 언급하는 데 썼다.
나에 대한 진심 어린 고마움 때문인 듯도 했고, 그만큼 문제가 잘 해결됐음을 강조하기 위함인 듯도 했다.
드르르륵!
왜 전화가 안 오나 했다.
스마트폰을 보니, 마치 앞을 다퉈 경주라도 하듯 톡과 전화가 오는 중이었다.
역시나 1등은 진보미였다.
“네, 보미 씨.”
-신화 씨! 와! 저거 뭐예요? 제주도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거예요?
“말하자면 좀 길어요.”
-당연히 길어야죠! KSA에서 신화 씨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거잖아요? 이거 엄청난 이슈예요!
“훗, 보미 씨가 바로 전화한 것을 보면 확실히 이슈가 된 것은 맞는 것 같네요.”
나는 나보다 10배는 더 기분이 좋은 듯한 진보미의 반응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참 순수한 그녀다.
나에 대한 것은 진보미 본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신경을 써 주고 있다.
아무리 봐도 내게 길드 구성원으로서의 관심 이상의 감정이 있는 듯하지만.
‘대기업 회장님이 아끼는 막내딸과의 로맨스라…….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괜히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진보미는 예쁘고, 귀엽고, 생기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여자다.
사실 그래서 문제다. 그 매력이 가족, 친지, 지인 할 것 없이 뿜뿜 터져 나오고 있으니까.
-얘기를 자세히 들려주실 수 있어요? 이거 제주도 휴가 가셔서 엄청난 일을 하셨네요!
“어차피 곧 마딜로 던전 공략할 때 볼 거잖아요? 그때 이동하면서 들려줄게요.”
-네에! 좋아요!
한데 바로 그때.
똑똑.
진보미와 통화 중인 내게 문밖에서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초인종을 누르지 않는 것. 그것은 이 시간에 방문한 것이 실례라는 것을 잘 안다는 뜻이다.
“보미 씨, 제가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요.”
-다시 연락 안 하고 까먹을 거 아니에요? 쳇, 어쨌든 알겠어요. 연락 주세요!
“네, 그럼.”
삑.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현관 버튼을 눌러 누가 왔는지 확인했다.
그러자 특유의 오피스 룩 차림으로 나타난 나미나가 보였다.
‘어쩐지 그녀 대신에 이하성이 나온다 싶더니.’
누구보다 매스컴 노출을 즐기는 나미나가 TV에 안 나와서 이상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어떻게 공동현관을 통과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들어온 것이겠지.
이래서 이 집도 보안이 아주 좋다고 하긴 힘들다.
물론 지난번에 진보미를 통해 좋은 집을 구해 놨다. 입주는 며칠 내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곳으로 거처를 옮기면, 지금처럼 남을 따라 공동현관을 들어오거나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네, 무슨 일이시죠?”
-KSA 서울 지부 지부장, 나미나예요. 강신화 씨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찾아왔어요.
“정확한 용건을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는데요. 할 이야기가 뭔지 저는 모르잖습니까?”
-이번 제주도 사건에 대한 보상 건으로 찾아뵀어요. 나쁜 의도는 없답니다.
“보상이라……. 그건 기분 좋은 소식이군요. 잠시만요.”
너무 속이 보였나 싶을 정도로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문을 열어 주었다.
“이번 제주도의 아웃브레이크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삑.
시청하던 TV 방송은 껐다.
제주도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부터 해서 전후 사정에 대한 이야기를 이하성이 설명하는 중이었다.
어쨌든 이번 일로 유명세를 크게 치르게 됐다.
향후 다양한 포션과 제작품을 파는 비즈니스에 엄청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파급효과를 따지면, 시청률 높은 드라마의 주연으로 출연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각성자 뉴스는 각성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챙겨 보기 때문에 항상 시청률이 높았다. 특히 이번 같은 긴급 담화라면 더더욱.
안으로 들어서며 나미나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항상 톡톡 튀는 성격과 말투의 그녀지만, 오늘은 왠지 말투가 무척 차분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죄송해요.”
“의외이긴 한데, 뭐 괜찮습니다. 자고 있던 것도 아니고.”
“지지부진하게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요. 이미 KSA 상부에서 논의가 끝난 보상 건으로 강신화 씨를 찾아오게 됐어요.”
“일 처리가 엄청 빠르네요?”
“저희가 다른 것은 몰라도 보상은 확실히 하거든요. 본부장님 지침이기도 하고.”
“잘 봐 달라는 뜻은 아니고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물론 저희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다만 필요 이상의 후속 취재에 응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대충 어떤 말뜻인지는 알아들었다. 자꾸 뉴스를 재생산하지는 말아 달라는 뜻이다.
이미 대국민 사과까지 진행하고 있는 마당에 피차 서로 힘 빼지 말자는 뜻이겠지.
그럴 정도로 나와 KSA의 관계가 철천지원수 같은 악연도 아니고 말이다.
“일단 얘기를 계속 들어 보죠.”
“보상에 대한 내부 회의가 끝났고 통과가 됐어요. 극단적으로 어긋나는 조율이 아니면, 제 선에서 해결 가능해요.”
“오호.”
그녀의 말이 꽤 흥미로웠다.
보통 포상자에 대한 보상을 정해서 제공하기 마련인데, 나와 협의를 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즉, 내 입맛에 맞추겠다는 것이다.
내가 만족하지를 못하고 밥상을 뒤집어엎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우선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려요. 본부장님을 포함해, 저희 서울 지부 전원이 강신화 씨의 실력에 감탄했어요.”
“해야 할 일을 한 거죠.”
“해야 할 일도 힘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거니까요. 별이에게 얘기를 들어 보니, SS-랭크 보스 몬스터와 일대일로 싸우셨다면서요?”
“네, 그랬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게 말이 안 되는 얘기거든요. 물론 별이의 일침을 듣고 생각을 달리하기로 마음먹었지만요.”
“일침?”
“별이가 그러더군요. 자꾸 상식에 빗대서 신화 씨를 재단하려고 하지 말라고요. 그럴수록 모순에 빠진다고.”
대답 대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힘의 잠재 능력에 나 역시 매번 깜짝 놀라곤 한다.
순간적인 화력이라고 해도, 잠시나마 SS-랭크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물며 그것이 C-랭크 각성자의 경우라면 더더욱 말이다.
“사심 없이 부탁드릴게요. 나중에 저희 서울 지부의 요원들과 지난번처럼 대련 한번 해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페이는?”
“물론 협의해야죠. 섭섭하지 않게 챙겨 드릴 수 있을 거예요.”
“언제든 환영입니다. 타도 강신화, 부수자 강신화! 이런 전력 탐색 같은 것만 아니라면요.”
“호호호, KSA가 영입에 실패했다고 해서 신화 씨가 저희의 적은 아니에요. 대한민국의 소중한 각성자이시죠.”
나미나의 쿨한 반응에 나 역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KSA와 나는 지금 정도의 거리감이 딱 좋다.
필요에 따라 서로 도울 수도 있지만, 구속하지 않는 관계.
협력할 수 있으나, 그것이 의무나 권리가 되지는 않는 관계.
즉, 비즈니스 파트너의 관계가 가장 이상적이다.
“좋습니다. 이제 보상 얘기를 들어 보죠.”
“네. 신화 씨에 대한 진심 어린 칭찬을 하다 보니 잡설이 길어졌네요.”
촤르륵!
나미나가 바로 테이블 위에 챙겨 온 서류들을 쭉 펼쳐 놓았다.
크게 세 분류였다.
현금 보상.
던전 라이선스 보상.
아티팩트 보상.
서류철 맨 앞에 그런 식으로 이름이 큼지막하게 붙어 있었다.
“일단 현금 보상은 빼죠.”
나는 가장 필요 없어 보이는 분류부터 빼기로 했다.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다.
게다가 돈은 그 액수 자체에 모든 가능성이 제한된다.
무슨 말인가 하면, 가치의 변수가 없다는 뜻이다.
내가 오늘 10억 원을 받는다고 해서, 그 돈이 내일 20억 원의 가치를 하지는 않는다.
“아티팩트 보상도 됐습니다.”
이어서 아티팩트도 제외시켰다.
내 기억대로라면, KSA가 공식으로 소유한 아티팩트 중에서 나와 시너지가 좋은 건 없었다.
설령 그럴 만한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중 오픈 마켓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내가 보상의 개념으로 특별하게 챙기기에는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럼 던전 라이선스 보상 쪽을 보시겠어요?”
“네, 여기를 좀 살펴보고 싶네요. 라이선스 보상이라는 게 공략 우선권이죠?”
“네, 맞아요. 신화 씨가 라이선스를 신청한 시점에 공략 팀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신화 씨에게 1순위가 주어져요.”
엄청난 특전이었다.
내가 탐낼 만한 A랭크 판정 이상의 던전은 매번 라이선스 발급 신청 줄이 끝이 없다.
게다가 던전 랭크의 특성상 공략 기간을 길게 잡아 주기에 대기 시간도 무척 길었다.
단적인 예로 인기 많은 화이트 존의 ‘1호선 라인’ 던전들은 기본 대기 기간이 3개월이었다.
오늘 신청해도 5월 10일이 되어야 공략을 시작할 수 있을까 말까 하다는 얘기다.
‘이거 어쩌면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회심의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나처럼 미래를 알고 있는 ‘회귀자’라면, 던전의 가치는 그 미래만큼 폭등하게 되니까.
4일 남았다.
2월 14일이 되면.
진보미의 치료 보상으로 받았던 안산의 K-2027 던전이 E랭크에서 A랭크 던전으로 탈바꿈한다.
나는 이번 KSA의 보상에서도 그런 특전을 누릴 가능성을 보고 있었다.
“미공략 던전은 없나요?”
“있어요. 하지만…….”
“제 랭크가 낮아 공략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
나는 이어질 나미나의 말을 예측하고는 선수를 쳤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해요.”
“아닙니다. 뭐 그림의 떡이라도 보고 있으면 즐거운 거니까요. 있나요?”
“있어요.”
나미나가 서류철에 두껍게 꽂힌 수많은 종이들 중에 검은색 스티커를 붙여 둔 것을 쭉 꺼냈다.
촤륵. 촤륵. 촤륵.
빠르게 내용을 검토했다.
우선 미공략 던전들 중에 판정이 A랭크 이하인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런 곳은 최초 공략이어도 꽃을 얻을 가능성이 희박할뿐더러 꽃의 가치도 낮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발모의 꽃’이라든가.
누군가에게는 지상 최대의 희소식이겠지만.
나처럼 머리숱이 너무 많아 열흘에 한 번씩 머리카락을 잘라야 하는 사람에게는 스트레스다.
‘꽃이 없는 곳도 제외.’
미공략 던전 타이틀이 있다고 해서 모두 꽃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기억을 되짚으며, 꽃과 관련이 없는 던전을 전부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그러자 선택지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나미나가 준비해 온 던전 관련 서류는 수백 장에 달했지만, 최종 분류가 끝난 내 손에 들린 것은.
딱 한 장이었다.
‘전생에 뇌를 개변한 덕에 기억이 생생해서 도움이 많이 돼. 이름만 봐도 입구와 내부 지도가 선명하게 떠오르니.’
기억을 되짚어 꼼꼼하게 검증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내가 나미나에게 내민 서류는 KSA 소유의 던전이지만 미국의 LA에 있는 던전이었다.
대격변 초창기.
KSA와 USA의 협력 탐사 중에 발견해서 소유권이 KSA로 넘어온 던전이었다.
‘이중 던전. 마고스 같은 미래의 대형 마수가 숨어 있는 곳. 그리고 특이 꽃을 얻을 수 있는 곳.’
강철의 꽃, 초월의 꽃, 가속의 꽃에 이은 네 번째 재능이 되기를 원하는 능력.
바로 ‘액체화의 꽃’을 정조준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