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71)
만렙 회귀자입니다만-71화(70/300)
제 71화
“이 던전의 라이선스 우선권을 보상으로 받도록 하죠. 확실하게 문서화해 주시고요. 당연히 아마추어처럼 하진 않으시겠지만.”
“문서화는 물론이고, KSA의 자체 공시도 있을 거예요. 일을 주먹구구식으로 하진 않아요.”
“여기로 확정하겠습니다.”
나는 LA 던전의 분류와 식별번호를 다시금 가리켰다.
미국에 있는 던전이지만, KSA 소유라서 K로 시작하는 분류 알파벳이 붙는 것도 특징이다.
“K-10004 던전. 여기로 확정하시는 거죠?”
재차 확인하는 나미나의 말에서는 ‘아무리 잘난 실력이라도 여길 공략할 수 있겠어?’ 하는 의문이 묻어났다.
뭐, 십분 이해가 간다.
내가 나미나의 입장이어도 그랬을 테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랭크를 좀 더 높이고, 괜찮은 팀을 꾸리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봤다.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슬슬 자체적으로 내 팀을 꾸릴 구상에 들어간 상태이기도 하고.
“네, 확정합니다.”
“바로 계약 문서화에 들어가죠. 전자 계약도 가능한 게 요즘이지만, 못 미더우실 수 있으니까요.”
“아날로그 감성도 나쁘진 않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상 계약은 성사됐다.
제아무리 정보에 능통한 KSA라고 해도, 이 던전에서 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모를 것이다.
애초에 공략이 수십 차례나 된 던전이기에 더욱 그럴 터였다.
물론 이중 던전의 위치를 까맣게 모르고 있기에 다 차려 놓은 밥상을 못 먹는 것에 가깝지만.
일 처리는 순식간에 끝났다.
KSA 본부장의 직인을 미리 찍어 온 덕분에 공란만 채우면 되는 식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액체화의 꽃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의 라이선스 우선권을 얻었다.
누가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는 이상, 꽃은 언젠가 내 차지가 될 것이다.
이것을 금액적인 가치로 본다면 글쎄…….
꽃의 희소성과 ‘액체화 재능’의 활용도를 본다면, 최소 5천억 원의 가치는 한다고 확신한다.
그로부터 5분 후.
“드세요. 갑작스러운 자리라 뭘 준비를 못 했네요.”
“아뇨, 마침 기온이 쌀쌀했는데 센스 있는 따뜻한 차에 감사해요.”
나는 서류 가방의 정리를 마친 나미나에게 티백으로 우려 낸 캐모마일 차를 건넸다.
별다른 사적인 대화 없이 그녀를 돌려보낼 수도 있었지만,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차 한 모금을 쭉 들이켠 나미나가 먼저 말문을 뗐다.
“윤별이 팀장, 그러니까 별이가 이번에 휴직계를 냈어요.”
“휴식이 분명 필요하긴 할 겁니다. 육체적인 회복이야 끝났지만, 멘탈은 아니죠.”
“혼자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이번 일에 큰 충격을 받은 거겠죠.”
“이번과 같은 일은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피해 없이 넘어간 것이 천만다행인 거죠.”
“다시 한번 한국 각성자 협회를 대표해서, 그리고 별이를 아끼는 상사로서 강신화 씨에게 감사드려요. 큰 신세를 졌어요.”
“감사 인사를 들으려고 한 것 아니었습니다. 뭐, 무보수로 목적 없이 도운 것도 아니고요.”
“내부에서 있었던 일이나 과정에 대해서 따로 여쭤보지는 않을 게요. 어차피 명확한 결과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래 주면 피차 서로 편하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정 청취니 뭐니 해서, 안에서 있었던 일을 꼬치꼬치 캐물으면 일만 복잡해진다.
이쯤 되면 KSA도 알 것이다.
내게 공식적으로 부여된 랭크의 알파벳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아마 나름대로 내 재능과 실력을 계산해서,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새로이 판단하겠지.
그게 A랭크이든 S랭크이든, 신경 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KSA에서 앞으로 신화 씨에게 공식적인 영입 제안을 할 일은 없을 거예요.”
“좋은 판단이네요. 저는 KSA가 싫은 게 아닙니다. 다만 비즈니스 파트너의 관계가 편할 뿐입니다.”
“다만 종종 KSA 차원에서 협력 요청을 하게 되면, 그때는 응해 주셨으면 해요.”
“그에 따른 확실한 보상만 충분히 협의된다면, 협력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죠.”
“감사해요. 본부장님이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신화 씨의 일침 덕분에 자기 자신부터 먼저 반성하게 되셨다고요.”
“대한민국의 품격에 맞는 KSA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저도 자부심이 생길 테니까요.”
“명심할게요. 아 참, 그리고.”
“예?”
“혹시라도 별이가 KSA를 그만두게 되면, 홀로 다른 곳에 휘둘리지 않게끔 잘 좀 챙겨 주세요.”
나미나의 입에서 윤별이의 퇴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의외였다.
여자의 육감 같은 것일 수도 있었고, 그녀의 성격을 잘 아는 나미나 나름의 판단일 수도 있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별이 씨가 신화 씨에 대해서 관심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말 안 하던가요?”
“그래요? 잘 모르겠는데.”
“각성자 대 각성자로서 엄청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어차피 컨디션 체크 차원에서 한번 만나 볼 생각이기도 했고요.”
나미나의 말을 받았다.
사실 KSA에서의 근무를 다시 한번 재고해 보라고 한 것은 내 입김이기도 하니까.
그녀가 만약 KSA를 나온다면, 나는 최 신부님에 이어서 윤별이도 내 팀에 합류시킬 계획이다.
잠재력과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그녀는 내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다.
특히 던전의 난전에서 마무리가 덜 된 몬스터의 뒤처리를 확실하게 할 수 있는 ‘암살자’니까.
“가 볼게요. 차 잘 마셨어요.”
“나중에는 던전에서 뵙죠. 좋은 건이 있으면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 주세요.”
“KSA에서 추진 중인 비밀 프로젝트가 몇 개 있어요. 신화 씨의 참여를 적극 검토해 볼게요.”
“저, 음모론 좋아합니다.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임무 같은 것, 대환영입니다.”
“호호호! 알겠어요!”
그렇게 만남은 마무리되었다.
일방적인 KSA의 찬사에 보상까지 챙긴, 나로선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만남이었다.
* * *
같은 시각.
“후우. 후우. 후우.”
가로등 불빛 하나만 겨우 은은하게 비추는 사제관 앞에서 한 남자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바로 최지혁이었다.
각성자가 된 이후, 최지혁에게 새벽은 대낮과도 같은 활동성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모두가 잠든 시간이었기에 조용히 숨을 죽이고, 이따금씩 깊은 숨소리만 내며 훈련 중이었다.
‘신화 씨가 알려 준 방법이 확실히 효과가 있어. 마치 족집게 과외를 한 듯해.’
이마에 잔뜩 맺힌 땀방울을 닦아 내는 최지혁의 입가에는 미소가 한가득했다.
지난번.
신촌역에서 신화와 만나고 헤어질 때, 자신에게 해 줬던 조언이 하나 있었다.
‘재능을 쓸 때 즉각적으로 마력의 순환을 끌어올리지 마시고 상시 방전되는 느낌이 있더라도 마력 순환을 계속 유지하세요.’
‘습관이 무섭잖아요. 딱 일주일만 그렇게 연습해 보세요. 마력을 모두 소진하면 소진한 대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고요.’
그의 말대로 최지혁은 우직하게 훈련에 매진했다.
상시 마력 순환을 아주 조금이라도 하고 있는 상태를 유지했고.
모두 소진하여 마력이 바닥을 드러내면, 다시 회복될 때까지 기다렸다.
이 작업을 반복하다 보니, 디버프 재능을 유지하는 시간이 예전보다 3배 이상 길어졌다.
비약적인 성장이었다!
‘활용할 수 있는 마력이 부족하기에 아껴 쓰려는 마음을 버리고, 역발상으로 임하는 것이 이렇게 중요할 줄이야!’
게다가 더 놀라운 것은 불과 몇 시간 전, 자정을 즈음해 랭크도 E+에서 D-로 상승한 것이다.
일주일이라는 단기간에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었다.
최지혁이 믿고 따라 한 것은 신화의 조언밖에 없었다. 즉, 자신의 변화는 오롯이 그의 덕분이었다.
“마르첼로, 변화가 엄청나군. 나도 놀랐어, 정말.”
그때, 마침 밖으로 나와 그를 지켜보던 동료가 감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각성자이자 신부이며, 오랜 벗이기도 한 김환덕 신부였다.
“베드로, 봤나……?”
“요즘 강신화 씨가 매스컴도 많이 나오고, 엄청 유명세를 타던데. 정말 난 사람인 모양이군.”
“그렇다니까. 신촌역에서 있었던 일도 그렇고, 참으로 정의롭고 멋진 사람이지.”
신화 본인이 들었다면 어깨를 으쓱였을 말이지만, 최지혁은 기분 좋은 착각을 하고 있었다.
“그분이 팀에 들어오라고 했다 하지 않았나? 그런 사람이라면 함께할수록 마르첼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김환덕의 말에 최지혁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나야 영광이지만……. 과연 강신화 씨가 나 같은 사람을 괜찮게 생각해 줄지 모르겠네.”
“뭐가 마음에 걸리는 건가?”
“내 자질의 문제랄까.”
최지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실 지난 일주일 내내, 최지혁은 일과 이후의 시간에 항상 신화의 전투 영상을 계속 보아 왔다.
그래 봤자 신촌역에서 근접 촬영한 영상이 전부지만, 어쨌든 신화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눈에 익히고 살폈던 것이다.
볼 때마다 감탄했다.
아울러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파괴적인 힘을 지닌 공격을 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전율을 느꼈다.
꼭 닮고 싶은 힘 있는 각성자의 모습이자 홀로 수많은 사람을 지킬 수 있는 정의로운 영웅의 표본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자신이 신화와 함께하게 된다면, 어떻게 디버프를 보조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꾸준히 고민해 왔다.
“세상 모든 만물에는 쓰임이 있지. 마르첼로도 마찬가지고. 마르첼로가 가진 재능은 각성자 세계에서 필수로 필요한 재능이 될 거야.”
“베드로 신부처럼?”
최지혁의 물음에 김환덕이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매일 다양한 각성자 공대로부터 파티 제안을 받으며, 바쁘게 밤을 지새우는 그였기에.
그나마 오늘이 보름 만에 맞이하는 첫 휴일이었던 것이다.
한데 바로 그때.
드르륵! 드르륵!
옆에 놓아두었던 최지혁의 스마트폰 진동이 연신 울렸다.
어지간해선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 아니면 볼 일이 없는 스마트폰인데, 실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그것도 신화의 전화였다.
“오…….”
최지혁이 떨리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강신화 씨?”
-신부님, 새벽에 죄송합니다. 혹시 주무시고 계셨다면 정말 죄송하네요.
“아닙니다! 워낙에 야행성이라. 이제부터 활동할 시간입니다. 거짓말 아니에요.”
-하하, 신부님이 거짓말을 하시진 않겠죠! 그러면 다행이네요. 혹시 지금 시간 있으세요?
“지금요?”
갑자기 남자끼리 데이트 신청을 할 리는 없고, 어쨌든 신화의 연락이라 기분은 너무 좋았다.
-네, 지금요. 신부님과 서로 합을 맞춰서 훈련을 해 보고 싶은 게 있거든요.
“제가 합이 맞춰질까요?”
-그건 해 보고 나서 평가하셔도 늦지 않죠. 양화 타워의 지하에 있는 ‘예화 훈련실’에서 연습을 할 겁니다.
“예화 훈련실!”
최지혁의 입이 떡 벌어졌다.
예화 훈련실.
양화 길드가 양화 타워의 지하 최하층에 건설한 국내 최고의 훈련 시설로, 진성태의 호인 예화를 따서 지은 이름이었다.
외부인이 사용할 경우, 약 50분 대여 비용만 해도 무려 2억 원에 달하는 값비싼 공간이기도 했다.
-같이 한번 땀 좀 흘려 보죠?
“아……!”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남자, 강신화의 제안이 그렇게 전해졌다.
어느덧 최지혁에게는 자신의 우상이 된 신화와 드디어 호흡을 맞춰 볼 기회가 생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