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7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73화(72/300)
제 73화
‘역시 신화 씨는 대단해.’
훈련 내내 최지혁은 신화의 움직임에 크게 감탄하고 있었다.
비록 자신이 D-랭크의 각성자이기는 해도, 보는 눈이 낮은 것은 아니었다.
동료 김환덕에게 영상으로 공부하느냐는 핀잔을 들을 정도로 수많은 각성자의 전투 영상을 봤다.
분명 상위 각성자의 전투는 화려하고 다채로웠지만, 제3자의 시선으로 보면 문제점이 많았다.
다만 그들은 뛰어난 힘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단점이 쉽게 묻힐 뿐이다.
하지만 신화는 여타 영상 속의 상위 각성자들과 비교해 봐도, 압도적이라 할 정도로 군더더기 하나 없이 움직임이 간결했다.
단적으로 말하면, 버리는 동선이 단 하나도 없었다.
어린 나이가 무색하게 전투에서 느껴지는 경험은 절륜했고, 공격 하나하나는 파괴적이었다.
‘왜 저런 분이 내게 관심을 갖는 걸까? 내가 가진 능력이 정말 베드로 신부의 말처럼, 언젠가 빛을 볼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신부님, 집중하세요!”
“아앗, 네! 알겠습니다!”
최지혁 특유의 ‘낮은 자존감’ 센서가 발동할 무렵, 신화가 그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일순간 집중이 끊긴 것으로 보이는 디버프의 흐름에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일침을 날린 것이다.
‘경험 부족으로 인해 거칠게 디버프가 걸리는 부분을 제외하면, 확실히 신부님은 기본기가 있어. 이것도 타고난 재능이야.’
한편 신화는 최지혁의 계속되는 보조에 흡족해하고 있었다.
방어력을 대폭 깎는 절망의 늪.
대상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둔화시키는 망자의 저주.
시야의 왜곡과 변칙적인 차단을 꾸준하게 발생시키는 카오스 사이트(Chaos Sight)까지.
이 모든 연계가 신화의 움직임을 100%는 아니더라도, 90% 이상을 따라올 정도로 빨랐다.
구슬땀을 흘려 가며 홀로 연습한 시간이 여실히 느낄 정도로 말이다. 신화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지. 던전의 변수는 비단 하나뿐만이 아니니까.’
바로 그때.
새로 등장한 가상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자리를 잡고 서 있던 신화가 옆으로 쓱 몸을 피했다.
최지혁의 반응을 본 것이다.
“흣차……!”
‘역시 나만 보고 있는 게 아니었어. 신부님, 진짜 악으로 깡으로 집중하고 계셨군요?’
전력을 다해 몸을 옆으로 날리며 피하는 최지혁의 모습이 보였다.
디버퍼나 힐러, 주술사와 같은 서포트형 원딜러의 특성은 보조할 대상‘만’ 본다는 것이다.
의존성이 강하기 때문에 변수가 발생했을 때, 소위 비명횡사하는 경우도 수없이 많았다.
그래서 신화는 그 반응 속도를 봤던 것인데, 최지혁의 대응은 상상 이상으로 빨랐다.
“죄송합니다, 신화 씨! 공격 회피 과정에서 디버프가 끊겼네요!”
“괜찮아요. 잘 피하셨어요.”
“순간 당황해서 디버프에 대한 집중이 끊겼습니다! 으……. 너무 부끄러운 걸요.”
“죽을 수도 있는데, 거기서 집중하고 있는 게 더 이상한 거죠, 신부님!”
“아……. 그렇습니까? 하, 하하.”
멋쩍은 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해맑게 웃는 최지혁을 보며, 신화도 웃음을 터뜨렸다.
“자, 다시 가죠! 집중! 집중!”
신화가 최지혁을 채찍질했다.
아직 훈련 시간은 충분히, 아주 많이 남아 있었다.
* * *
얼마 후.
‘둘이 궁합이 잘 맞아. 서로의 사용법을 알고 있는 느낌이랄까? 분명 아까 설정대로 나타난 기가노스는 SS+랭크였는데, 제대로 한 방을 먹이기도 했고.’
정훈은 기록한 내용들을 토대로 신화와 최지혁의 호흡에 적잖이 놀라고 있었다.
우선 신화의 ‘제자’를 칭했던 자신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는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방어와 회피에서 더욱 독보적이었다.
각성자에게 공격보다 몇 배는 어렵다고 여겨지는 방어, 그리고 회피.
하지만 신화는 오히려 이 두 가지를 훨씬 더 쉬워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 신화가 훈련 동료라고 데려온 최지혁의 실력도 일품이었다.
처음에는 신부님, 신부님 해서 웬 성직자가 왔는가 싶었는데, 선해 보이는 이미지와는 대조적인 디버프 재능을 가진 각성자였다.
현재 각성자 세계에서 디버퍼의 취급은 썩 좋지 않았다.
디버프 재능 자체의 지속 시간이 길지 않은데다가, 자체 생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교하게 능력을 다루지 못하면, 아군에 디버프를 거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양화 길드에서 디버프 형태의 주술을 쓰는 진보미도 예전에 적잖이 고생을 했다.
지금의 그녀는 진성태의 아낌없는 투자와 내로라할 스승들이 붙어 만들어진 결정체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아웃사이더로 보이는 저 신부는 능숙하게 신화를 보조하고 있었다.
바꿔 말하면.
신화가 저 신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100%의 활용법을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바로 그때.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건가?’
정훈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단순히 지인과의 훈련이라 하기에는 훈련의 강도도 높았고, 대여된 시설의 수준도 높았다.
그리고 실력 증진이 필요해서 한 훈련이라면, 최지혁이 아닌 양화 길드의 간부를 불렀을 것이다.
‘팀…….’
불현듯 떠오른 단어는 그것이었다. 신화가 자신만의 팀을 꾸리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
그렇게 되면 양화 길드는 길드 최고의 ‘이슈 메이커’이자 인재인 신화를 잃게 된다.
‘마스터를 만나 봐야겠다.’
정훈이 조심스럽게 참관실의 한쪽 구석에서 서예희를 향해 전화를 걸었다.
늘 자신의 직감이 거의 들어맞았던 정훈으로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촉이었다.
* * *
그로부터 신화와 최지혁은 6시간을 꽉 채운 훈련을 마쳤다.
신화야 적당히 체력 안배를 하면서 개변 능력을 꼼꼼히 점검하는 쪽으로 여유롭게 전투를 치렀지만.
문제는 최지혁이었다.
땡, 하고 종료를 알리는 알림음이 들리는 순간.
“크허어억……!”
최지혁이 숨넘어갈 듯한 소리를 내며, 훈련실 중앙에 사지를 쭉 뻗은 채로 쓰러져 버렸다.
가쁘게 몰아쉬는 숨결이 차가운 훈련실 공기와 맞물려 희뿌연 입김을 연신 만들어 냈다.
“정말 놀랍네요. 신부님의 기초 체력이 상상 이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높아요. 멋집니다.”
신화가 진심 어린 칭찬을 건넸다.
최지혁이 그간 ‘디버퍼’로서 재능을 무시당했을지는 몰라도.
각성자로서의 기초 체력 훈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해 왔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지구력이나 순발력은 특히.
비록 투박한 맛은 있었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꾸준히 훈련한 것은 틀림없었다.
“하아, 하아……. 솔직히 지금, 저는 엄청 행복합니다. 여태까지 이렇게 저를 활용해 준 각성자가 없었거든요. 하아.”
“멋진 보조였어요, 신부님.”
“저는 다 봤습니다. 제 기술이 빗나가더라도 거기에 맞춰서 신화 씨가 몬스터의 위치를 조정해 주는 모습을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죠.”
“아닙니다. 그 정도로 제가 눈치 없고, 모르진 않아요. 하하.”
웃는 최지혁의 모습에서는 신화에 대한 동경과 존경이 동시에 묻어났다.
실로 오랜만에 훈련이라는 이름 아래, 실전처럼 긴장하며 굵은 땀을 흘려 본 최지혁이었다.
아울러 신화가 100%에 가깝게 자신을 적극 활용해 주니, 자존감도 크게 올라갔다.
마치 소울메이트를 만난 느낌이었다. 단언하건대, 신화만큼 자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각성자는 없을 듯했다.
‘각성자로서 독보적 능력도 있고, 성격도 정의롭고. 게다가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정말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다. 함께할 수 있다면 정말 영광일 것 같아!’
최지혁은 신화에게 푹 빠졌다.
지난 10년간, 외롭고 답답하기 그지없었던 각성자 생활에 마치 한 줄기 밝은 빛을 보는 듯했다.
그사이.
컨트롤 센터에서 신화가 결과지를 쭉 출력해서는 누워 있는 최지혁에게 다가와 그것을 건넸다.
“훈련 전체를 봤을 때, 실제 전투였다면 신부님은 세 번 죽었을 것으로 나오네요.”
“세, 세 번이나 죽었단 말입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이거 정말 면목 없군요. 부끄럽습니다.”
결과지의 내용이 워낙에 세분화되어 적혀 있어, 최지혁은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연계해서 보는 법을 알고 있는 신화는 능숙하게 다음 말을 이어 갔다.
“제 스스로 낼 수 있는 화력 최댓값은 S+인 것 같네요. 그런데 기록에서는 말입니다.”
“네. 말씀해 주세요.”
“지속 시간이 극단적으로 짧기는 했지만, SS+랭크에 육박하는 화력을 낸 적이 좀 있네요.”
“그 말은 제 보조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다는 말씀인가요?”
“맞아요. 제가 가진 육체적 능력과 신부님의 디버프를 합치면, 시너지가 거기까지 가는 거죠.”
“SS+랭크!”
물론 그 위로도 SSS랭크와 EX랭크가 존재하긴 하지만.
D-랭크인 최지혁은 꿈도 꾸지 못했던 세계의 얘기이자 신기한 알파벳의 언급이었다.
“더 놀라운 것을 말씀드릴까요? 우리 훈련, 평균적인 몬스터의 랭크가 얼마나 됐을 것 같습니까?”
“글쎄요. 제 체감은 가끔 튀어나온 고랭크의 몬스터 일부를 제외하면, C랭크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틀렸어요. A랭크예요! 우리가 상대한 몬스터의 평균이 A랭크였다는 겁니다.”
“예? 제가 겨우 D-랭크인데 A랭크 평균의 던전에서 싸운 것이라고요? 그건 말도 안 되는…….”
“제가 여기서 거짓말을 해서 뭐 하겠어요. 이 정도 수준이면 신부님이 세 번 죽은 게 잘못된 게 아니라, 엄청 선방한 겁니다.”
“…….”
“하나 더. 제가 일부러 몬스터를 통과시켜 신부님을 위험에 빠지도록 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사망 판정도 안 받았을 거고요.”
“정말로요?”
“여기 맨 아래에 붉게 적혀 있는 알파벳이 전체 통계의 평균입니다.”
신화가 가리킨 결과지의 하단에는 과연 알파벳 A가 적혀 있었다.
감개무량했다.
물론 대부분 신화 덕분에 이뤄 낸 성과이긴 했지만, 그간 실전에서 늘 부족했던 자신감이 꽉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고맙습니다. 신화 씨, 감사합니다! 지금보다 더 강해져서 신화 씨에게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정말입니다!”
“훈련 당사자는 훈련 영상을 녹화한 다음, 폐기할 수 있어요. 오늘 훈련 영상도 챙겨 드릴게요.”
“오! 정말입니까?”
“괜히 예화 훈련실이 국내 최고의 시설이 아니니까요. 그럼 조만간 저와 함께 실전, 어떻습니까?”
“저야 신화 씨가 불러 주시면 어디든지 가리지 않고 갈 겁니다! 부디 불러만 주세요!”
자신감이 크게 오른 최지혁의 의욕은 하늘을 뚫을 듯했고, 신화는 그를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10년 후의 그는 긍정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이었는데, 10년 전이라고 해도 다를 게 없었다.
그렇게 짧고 굵었던, 두 사람의 훈련은 끝이 났다.
서로의 폭발적인 시너지에 대해 두 눈으로, 온몸으로 체감한 확신의 시간이었다.
그로부터 훌쩍 사흘이 흘렀다.
2월 13일, 새벽.
신화는 예전 KSA에서의 대련에서 발급받은 라이선스를 토대로 K-9183 던전 솔플을 마쳤다.
전부터 노려 왔던 보스 몬스터.
흑갈고리 멧돼지의 고기를 섭취하여, 마력 저장 능력을 위장으로 흡수하기 위한 행보였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만 문제는.
“와……. 이걸 언제 다 먹냐.”
성인 장정 세 명을 합쳐 놓은 덩치보다도 훨씬 큰 듯한 흑갈고리 멧돼지의 덩치였다.
이 녀석을 다 먹어야만, 비로소 능력을 흡수할 토대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먹방이 필요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