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79)
만렙 회귀자입니다만-79화(78/300)
제 79화
솨악! 솨아악!
신화와 최지혁이 리바니스와 전투를 치르는 동안, 윤별이도 꾸준히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었다.
신화의 얘기대로 전투가 시작되자, 풀숲 사이에서 크고 작은 몬스터들이 나타났던 것이다.
하지만 D-랭크 정도 수준의 몬스터들로, 윤별이 선에서 얼마든지 제거 가능한 녀석들이었다.
다만 여기저기서 하나씩 나타나는 것이 꽤 귀찮게 만드는 패턴인 것 같기는 했다.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수가 꾸준히 늘어나 리바니스와 싸우는 각성자를 괴롭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윤별이는 끊임없이 신화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폈다.
신화의 공격, 수비, 연계, 모든 것이 마치 살아 숨 쉬는 실전 전투의 교과서 같았다.
보통 KSA나 대형 길드에서 외부 홍보용으로 보이는 전투 영상은 과장이 많았다.
이를테면 원거리 공격에 특화된 각성자 위주로 화려한 ‘이펙트’를 만들어 내는 전투 위주였다.
그나마 그것도 연출이나 과도한 보정이 들어가 정말 이게 재능이 맞나 싶을 정도의 의심을 유발하기도 했다.
신화처럼 지근거리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듯, 전투를 하는 영상을 본 기억은 드물었다.
하지만 접근전이 필수인 윤별이에게는 꼭 필요한 참고 자료였다.
분명 신화의 공격은 파괴적이면서 다소 무식해 보이는 구석이 있지만, 자세히 살피면 오히려 더 디테일했다.
‘이 정도면 박성희나 신정준도 능가하겠어. 애초에 리바니스에게 전혀 밀리지 않잖아. 유효타를 단 한 번도 허용하지 않았어.’
윤별이에게 바로 떠오르는 근딜러 계열의 각성자가 둘 있었다.
바로 홍연 길드 제3팀의 팀장이자 권법을 사용하는 S랭크 각성자인 박성희.
그리고 청연 길드 소속으로 길드 마스터 신정아의 남동생인 S+랭크의 격투가 신정준이었다.
그들은 KSA 주최로 열린 전국 각성자 대련에서 8강에 든 인물이라서 전투 스타일을 정확히 기억했다.
두 사람의 수준과 비교했을 때, 신화가 그 둘보다 뛰어나면 뛰어났지 절대로 못하지 않았다.
한데 바로 그때.
‘은신이다!’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했는지 리바니스가 황급히 뒤로 물러서며, 은신 재능을 쓰려는 것이 보였다.
몸의 외형이 흐릿해지는 모습은 은신의 전조이기 때문이다.
윤별이가 은신 재능을 전문적으로 활용하는 각성자이기에 알아볼 수 있는 변화였다.
푸슈슈슈!
동시에 리바니스가 품속에서 뭔가를 터뜨리며, 붉은 연기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은신, 그리고 연막을 이용한 왜곡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속셈인 듯했다.
‘어떻게 되는 거지?’
연막에 완벽하게 가려진 리바니스의 모습에 윤별이가 살짝 당황했다.
녀석이 신화나 최지혁을 그대로 두고 이쪽을 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홰애애액!
파공음이 매섭게 들리더니, 이내 신화의 실루엣으로 보이는 형체가 연막의 중간을 갈랐다.
“멍청한 데는 약도 없지!”
후웅!
동시에 힘찬 외침이 들려오며, 무언가를 묵직하게 휘두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다음.
와드드득!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포크레인에 눌려 찌그러지는 나무판자의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도통 보이지 않았다.
이미 은신과 연막으로 인해 리바니스의 위치를 추적조차 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신화의 실루엣은 그 안에서 묵묵하게 한곳만을 열심히 패고 있었다.
찌걱. 쩌걱. 빠각. 와득.
서걱. 푸슉. 카칵. 파츳.
마치 공포 영화를 보는 듯했다.
보이는 건 전혀 없는데, 다양하고도 섬뜩한 소리들이 형태를 바꾸며 연신 터져 나왔다.
연막이 계속 번져 나가고 있었기에 최지혁도 윤별이의 옆으로 다가와서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었다.
“신화 씨가 설마 당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각성자가 당하는 그림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기 마련인데.
윤별이는 그런 불안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신화에게는 늘 계획이 있는 것 같았으니까.
단 한 번도 확신 없이, 생각 없이, 대책 없이 달려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1시간처럼 길게 느껴지는 1분의 시간이 흘렀을까?
“야아아압!”
신화가 기합과 함께 전력으로 질주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쿠웅!
이윽고 연막 밖에서 패대기를 치듯 리바니스를 지면에 메다꽂는 신화의 모습이 선명히 드러났다.
“와……!”
“나, 참…….”
최지혁과 윤별이의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분명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세상의 모든 것을 오시하듯, 거만하기 짝이 없었던 리바니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끄르르륵……!
넝마가 된 걸레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 * *
‘이게 부활의 꽃이다, 이거지.’
나는 죽은 리바니스의 심장 언저리에서 자연스럽게 피어오른 부활의 꽃을 확인했다.
크기는 엄지 한 마디보다도 작은 이 녀석이 사람의 목숨 값 하나를 대신한다.
가격?
애초에 그 가치에 값을 매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여겨졌다. 사람 목숨이 얼마냐고 물어보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전생에는 레체로가 이 꽃을 두 개나 갖고 있어 얼마나 끔찍했는지……. 상상도 하기 싫다.
꿀꺽.
괜한 생각으로 머리가 더 복잡해지기 전에, 나는 꽃을 바로 삼켰다.
[섭취물 : 부활의 꽃] [적합도 : 100%] [섭취자가 죽을 경우섭취자를 약간의 상처나 질병도 없는 무결점이었던 몸 상태로 완벽하게 복구시킵니다.] [능력명 : 완전 부활]
‘그래, 무결점! 레체로를 찢고, 터뜨리고, 박살 내 죽여도 이 녀석 때문에 완전 부활을 했지.’
어쨌든 이렇게 미래의 레체로가 얻을 꽃 하나를 빼앗고, 내 목숨 값 하나를 늘렸다.
100점 만점에 1000점!
내 이득도 톡톡히 챙기고, 기특하게 미래도 대비하고. 내가 생각해도 참 잘했지 싶었다.
“그럼 이제 분배를 좀 해 볼까?”
나는 혀를 빼문 채 축 늘어져 죽은 리바니스의 시체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녀석의 배 속에서 일찌감치 발광(發光)하는 최상급 차원석의 향연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분배의 시간이다.
* * *
쏴아아.
폭우가 쏟아지는 새벽.
새벽일을 끝마친 뒤, 구슬땀을 흘리며 돌아온 청년 하나가 자신의 집 앞에 섰다.
그러자 반대편에 위치한 집으로 향하던 이웃 부부가 그에게 말을 건넸다.
“러셀! 오늘 우리 농장 일을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일손이 부족해서 걱정했는데, 어쩜 이렇게 큰 도움이 되는지!”
“고맙다, 러셀. 네가 없었다면 우리 부부가 몇 날 며칠을 농장에서 고생했을 게야.”
“아니에요. 이웃끼리 돕고 살아야죠.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 휴가 중이거든요.”
“다니는 회사가 직원 복지가 좋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네! 휴가도 자주 얻고 말이야.”
“실적이 좋으면 쉬기 싫다고 해도 억지로 쉬게 해 주더라고요. 하하.”
천진난만한 웃음과 함께 멋쩍은 표정을 짓는 러셀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착하고 건실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내일 저녁 식사 괜찮지?”
“그럼요! 포도주는 제가 준비해 갈게요! 마침 괜찮은 포도주를 이모님이 보내 주셨거든요.”
“그래, 그래! 고맙다, 러셀!”
“안녕히 주무세요!”
훈훈한 작별 인사와 함께, 러셀이 조용히 대문을 닫았다.
방금까지만 해도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던 러셀이었지만, 문이 닫히자마자 그의 입가에서 미소는 완전히 사라졌다.
“…….”
집 안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비까지 내리는 어두운 새벽임에도 러셀은 불을 켜지 않았다.
멍멍! 멍멍!
온종일 오매불망 기다리던 주인이 왔다는 사실에 강아지가 반갑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지만.
러셀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저 기계적으로 냉장고 안에서 정체불명의 ‘고깃덩어리’를 꺼내서는 녀석에게 던져 줄 뿐이었다.
끼잉-. 끼잉-.
주인에게만 맡을 수 있는 체취가 그리웠던 녀석이 계속 달라붙었지만.
“꺼져.”
끼이이잉…….
살기 어린 한마디에 녀석은 고깃덩어리를 입에 문 채 집 안의 가장 어두운 곳으로 사라졌다.
터벅. 터벅. 터벅.
적막을 차갑게 깨뜨리는 발소리가 지하실로 이어졌다.
꿀꺽- 꿀꺽-.
그리고 러셀이 방금 냉장고 안에서 꺼낸 포션을 들이켰다.
“이게 한국의 강신화가 만든 강화 포션인가? 흥미롭군. 부작용이 전혀 없는 포션이라…….”
러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신화의 이름이었다.
이웃은 러셀이 각성자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을 생각해 보면, 꽤 전문적인 지식이었다.
“하아……. 엄청난 힘을 내게 부여하는군. 나조차도 더 강해질 수 있게 만드는 포션이라 이건가?”
러셀의 눈이 붉게 반짝였다.
이윽고 지하실에 들어간 러셀이 불을 켜자, 수많은 모니터가 가득한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방에는 미리 세팅이라도 해 뒀던 것처럼 신화의 모든 것이 걸려 있었다.
어렸을 적의 사진부터 해서 짐꾼 시절에 짐꾼 동료들에게 찍힌 수많은 ‘굴욕 사진’까지.
지금의 신화와 180도 다른 풋풋했던 시절의 사진과 동영상들이었다.
“1월 말부터 강신화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어. 인생도 바뀌었고, 삶의 방향성도 바뀌었지. 그럴 만한 시련이나 고난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셀이 가늘게 눈을 떴다.
“최상급 마력 포션, 강화 포션, 거기에다가 쿼드러플을 훌쩍 뛰어넘는 재능. 이 정도면 압도적으로 시대와 시간을 앞서가는 것 아닌가?”
많은 점이 의문스러웠다.
유독 강신화라는 인물을 통해서만 믿기지 않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어떤 특이한 전조 없이 갑자기 터져 나온 일이었다.
“참 신기한 놈이군…….”
음침하게 깔린 러셀의 목소리가 정면의 모니터에 출력된 신화에게로 향했다.
모니터 속의 신화는 얼굴에 숯검정을 뒤집어쓴 채 50㎏에 달하는 짐을 메고 있었다.
저런 각성자가 하루아침에 능력자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며칠뿐이었다.
바로 그때.
우우우우웅-.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자 러셀이 목소리를 몇 번 가다듬고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하라 마리나, 반갑군.”
잠깐 동안, 러셀의 목소리가 180도 바뀌었다.
적당한 미성이었던 그의 목소리는 순식간에 차갑게 깔린 중저음의 목소리가 됐다.
-VVIP, 말씀하신 대로 강신화 씨가 움직일 준비가 됐다고 하네요. 협조할까요?
“약속은 지켜야지. 강신화의 합류 예상 시점은?”
-아무리 늦어도 닷새 안에는 움직일 듯해요.
“좋군. 무엇을 요구하든 들어주도록 해. 우리에게 소중한 판매자이자 중요한 사람이니 말이야.”
-알겠어요. VVIP.
“그리고 웬만하면 마스터로 편하게 부르지. 발음하기 더 힘들지 않나?”
-호호, 노력해야죠. 그럼 예정대로 진행할게요.
빠르게 용건을 주고받은 대화가 끝났다.
마리나가 러셀을 지칭한 이름.
그것은 바로 VVIP였다.
수많은 각성자들이 동경하며 부러워하는 세계 조직인 WSA.
그곳에서 단 한 번도 그의 맨얼굴을 보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알려지는 존재, VVIP.
하지만 그 남자는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이웃의 사랑을 듬뿍 받는 건실한 청년이자 벤처 기업의 사원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있었다.
“다음에 흡수할 재능은 뭐가 좋을까……. 강신화를 바로 지금? 아냐. 내버려 두면 지금보다 더 많은 재능을 개화할지도 모르지.”
수십 개의 모니터를 한가득 채운 신화의 모습을 바라보던 러셀이 혀끝으로 은근히 입술을 핥았다.
이는 꽤 흥미로운 각성자가 나타났을 때만 보이는, 러셀의 숨길 수 없는 관심의 반응이었다.
“강신화, 넌 도대체 누구냐.”
대답 없는 목소리가 눅눅한 지하실 전체로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