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8)
만렙 회귀자입니다만-8화(8/300)
제 8화
“끄업?”
신화의 침을 삼킨 매드 베어의 표정에 물음표가 잔뜩 찍혔다.
너무 용맹스럽게 소리를 질러 댄 탓인가 싶었다.
침을 삼키는 순간.
혀부터 얼얼해지기 시작하더니, 식도를 지나 몸 전체가 얼음처럼 굳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화가 짐작한 대로 매드 베어는 마고스의 거처를 지키는 수문장이 맞았다.
녀석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명령은 그저 침입자를 처단하라는 것뿐이었다.
마고스와 매드 베어 모두 나스 대륙에서 알 수 없는 힘에 휘말려 이곳으로 오게 된 녀석들이었다.
영문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새로운 세상에 던져졌고, 그래서 조용히 몸을 회복시키는 중이었다.
한데 침입자가 나타난 것이다.
앞서 2년 전에 나타났던 불청객은 진즉에 매드 베어가 물어뜯어 죽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불청객이 뱉은 침을 삼키는 순간, 매드 베어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헛…….”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신화의 머리를 우악스레 움켜쥐려 했던 녀석의 양팔이 축 늘어졌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이 쭉 빠져 버렸다.
눈을 깜빡이는 것을 제외하면 그 무엇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스윽. 스윽.
어느덧 매드 베어의 앞으로 다가온 신화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애완동물을 다루듯이.
“너는 참 맷집이 좋은 녀석이었어. 내가 아무리 힘껏 주먹질을 해대도 죽을 생각을 안 했지.”
옛 기억을 되새기며, 신화가 자신의 오른팔을 빠르게 쭉 뻗었다.
그리고 당장 팔 전체가 녹아내릴 듯한 고열을 분출하며, 새빨갛게 뜨거워지도록 만들었다.
용광로에서 갓 꺼낸 금속의 모습처럼 열기가 상당했지만, 정작 당사자의 표정은 평온했다.
껌뻑. 껌뻑껌뻑.
그 육중한 거구의 매드 베어가 연신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마비된 몸은 불가항력이었다.
“언뜻 보기에 C랭크급은 되는 듯하네. 너도 10년 뒤에는 SSS랭크급 대괴수가 되었었지?”
기억이 선명했다.
박수 한 번을 칠 때마다 모기처럼 짓눌려져 죽어 가던 각성자들의 모습을.
그 희생자 명단에는 신화가 깊은 정을 붙이고 동고동락했던 동료도 하나 있었다.
‘최 신부님.’
최지혁이라는 본명 대신, 최 신부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던 동료가 떠올랐다.
저주술과 강령술에 능한 디버퍼라서 신화와는 궁합이 정말 잘 맞았던 사람이었다.
한데 한순간의 방심으로 최 신부를 바로 눈앞에서 잃었다. 바로 전생의 이 녀석에게 말이다.
“네놈을 다시 본 덕분에 꼭 살리고 싶은 사람이 떠올랐어. 너를 죽이고, 그 사람은 살릴 거야.”
신화는 여전히 영문을 모른 채로 눈만 깜빡거리는 매드 베어의 머리 쪽 털을 움켜쥐었다.
C랭크급의 괴수.
이 녀석을 단숨에 처치하기 위해서는 B-랭크급 이상의 화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신화에게는 이를 가능하게 만들어 줄 순간적인 화력이 있었다.
다음 순간.
“하아압!”
신화가 기합과 함께 달아오른 자신의 오른팔로 그대로 매드 베어의 목옆을 거칠게 그었다.
굵고 단단한 전봇대처럼 두껍기 그지없는 매드 베어의 목이지만.
솨아아악!
고열을 머금은 신화의 팔은 매드 베어의 목을 그대로 가르며 지나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살점과 뼈를 순식간에 녹인 다음 완력으로 절단해 버린 것과 같았다.
툭. 투툭. 툭.
매드 베어의 목이 포물선을 그리며 나가떨어졌다.
제대로 눈조차 감지 못한 녀석의 시선은 여전히 신화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나스 대륙에서 ‘산의 왕’이자 흉포한 사냥꾼이라 불렸던 명성이 무색한 허무한 최후였다.
“아우, 뜨거워!”
동시에 팔에서 느껴지는 격렬한 통증에 신화가 오른팔을 힘껏 털어 내며, 개변을 중단시켰다.
아직 팔과 손의 개변을 진행하지 않은 탓에 재능의 지속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여기서 5초 정도만 더 지속했더라면, 지금쯤 왼손잡이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을 터였다.
“여기서 잠깐 식사 좀 하고 들어갈까?”
마침 배가 고팠다.
매드 베어의 사체에서 적출한 심장을 먹어야 하기에 조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소모한 마력을 회복할 여유가 필요하기도 했고.
전생에 요리야 지겹게 했었다.
오죽했으면 나인 로드의 동료들이 요리 능력도 만렙이냐며 찬사를 보냈을 정도니까.
미식가였던 신화는 예전부터 몬스터 고기로 다양한 요리를 하는 것을 즐겼다.
잘만 조리하면 값비싼 소고기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맛 좋은 고기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어서였다.
“심장이면 볼 것도 없이 질길 테니, 톱날 사마귀의 내장에서 채취해 온 장액을 써야겠네. 그러면 되겠다.”
즉석에서 레시피를 떠올린 신화가 바로 불을 피울 준비에 들어갔다.
야생의 식사.
이는 산전수전 다 겪은 신화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아주 평범한 식사 패턴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 * *
그로부터 30분 후.
던전 입구에서 짐꾼들과 함께 진탕 술판을 벌이던 소중현은 현장에 도착한 관계자를 만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화 슈트 차림으로 완전 무장을 끝낸 사람이었다. 즉, 전투복 차림이었다.
검은색 일색의 코디.
흑발에 쇼트커트.
거기에다가 갈색으로 차갑게 빛나는 눈빛이 인상적인 여성이었다.
“소중현 공대장님이신가요?”
그녀가 사전에 신분 조회를 통해 조사를 마친 소중현의 모습을 알아보고는 물었다.
그러자 소중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왼쪽 가슴에 달린 명패를 확인했다.
<한국 각성자 협회
서울 지부 제7팀
던전관리부 팀장 윤별이>
“구로, 신도림, 영등포 일대를 담당하는 7팀에서 나오신 모양이군요. 미인이시네요! 반갑습니다.”
“네, 맞아요.”
서글서글하게 대하는 소중현과 달리 윤별이의 표정은 싸늘하고 차갑기 그지없었다.
“내일로 예정된 던전 공략의 라이센스를 인계받고 싶…….”
“잠시만요. 일단 남은 인원부터 파악 좀 할게요.”
소중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별이는 각성자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인원을 파악했다.
보통 적당히 절차의 앞뒤를 바꾸기도 하는 것이 오래된 관리국 직원의 모습이었지만.
팀장으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윤별이는 철저하게 정석대로 일을 처리해 나갔다.
이윽고 인원 파악을 전부 마친 윤별이가 유일하게 체크되지 않은 이름을 보았다.
[판정 등급 : F랭크] [등록 직업군 : 짐꾼] [강신화]윤별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자, 소중현이 바로 말을 덧붙였다.
“아까 던전 구경을 한다고 들어갔습니다. KSA에서 공략 중단 권고까지 할 정도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들어가라고 하셨고요?”
“각성자 자유의사인데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사전 고지와 책임 유무에 대한 언급은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그냥 죽으려고 들어간 것밖에는 안 되는데요? 들어간 시간은요?”
“1시간은 족히 넘었을 겁니다. 모인 것이 9시였으니까.”
“KSA에서 오늘 9시에 K-848 던전의 등급을 D랭크에서 C-랭크로 격상했어요. C-랭크인 제가 들어가도 목숨을 장담하기 어려운데, F랭크 짐꾼을 그냥 보내요?”
“말씀을 드렸잖습니까. 강신화 본인의 자유의사였다고요.”
“이것 참…….”
윤별이가 얼굴을 붉혔다.
사실 각성자가 던전에서 죽는 일은 자주 벌어지는 일이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유난을 떨 것도 없었다.
하지만 공략 중단 권고를 한 곳에서 사망자가 나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던전의 내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사망자의 흔적도 함께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몬스터에게 갈가리 찢긴 시체를 수습하는 일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고역이기도 했고.
“C-랭크 던전이면 최소 D랭크 각성자 다섯이 붙어야 입구부터 수월하게 공략할 수 있는데…….”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망은 기정사실인 듯 보였다.
도망쳐 나오려고 했다면, 진즉 뛰쳐나왔을 것이다. 한 시간이나 지체됐을 리가 없었다.
“알게 뭡니까! 제 호기심을 못 이기고 죽으러 들어간 놈에게 뭐 그리 마음을 쓰십니까?”
“그러게 말이야! 평소에는 짐꾼들 복지 좀 신경 써 달라고 해도 콧방귀도 안 끼던 KSA가 말이야?”
서울 지부 지부장의 말이 그간 선임자들이 일을 개판으로 했다고 했는데.
지금 짐꾼들의 반응을 보니 딱 그런 듯했다.
짐꾼도, 공격대도 모두가 같은 각성자라는 기본 대전제를 선임자는 지키지 않은 모양이다.
“그건 제가 사과드리죠. 불쾌한 점이 있으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쩝…….”
날 선 반응 없이 바로 저자세로 나오니, 짐꾼들도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애꿎은 소주잔만 비웠다.
일단 조사를 시작해야 했다.
그녀 홀로 이곳에 온 것은 그녀가 C-랭크 각성자이기도 한 데다가 탁월한 은신 능력이 있어서다.
굳이 여럿이서 복잡하게 내부를 살필 필요 없이, 혼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계산이었다.
“강신화 씨가 사망인지 실종인지, 혹은 아직 생존해 있는지는 제가 찾도록 하죠. 수고하셨어요.”
“라이센스는?”
“여기. 철원의 K-4885 던전 라이센스예요. 가장 비슷한 조건으로 수배하느라 거리가 좀 멀어졌네요.”
“좀 먼 게 아니라 이건…….”
소중현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라이센스와 함께 동봉된 서류를 보니 괜찮아 보였다.
오히려 KSA에서 신경 써 줬는지, 공략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곳이었다.
스릉. 스르릉.
이윽고 윤별이는 품속에서 꺼낸 두 개의 단검을 챙겼다.
그녀가 사용하는 단검 아티팩트로, 개당 가격이 100억 원을 호가하는 B랭크 아티팩트였다.
“오우!”
사방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녀의 양손에 고가의 빌딩 한 채씩 들려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한데 바로 그때.
쿠웅! 콰앙! 쿠우우웅!
“……?”
던전 입구에서 갑작스러운 폭음이 일었다.
동시에 지축이 흔들렸고, 폭음이 들린 지점에서 검은 연기가 펄펄 피어올랐다.
“뭐, 뭐지?”
영문을 모르는 짐꾼들이 당황하여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혹시 차원문이 갑자기 열리며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아웃브레이크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이건 출구 차원문이잖아?”
눈썰미 좋게 차원문의 성질을 바로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윤별이였다.
K-848 던전의 입구 차원문, 그 바로 옆에 생겼으니 볼 것도 없이 출구 차원문이었다.
그 말인즉슨.
이 던전의 보스 몬스터, 또는 핵심에 해당하는 존재인 키(Key) 몬스터가 공략됐다는 뜻이다.
“설마?”
윤별이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차원문 앞으로 걸어갔다.
이 던전에 들어간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라고 했다.
F랭크의 짐꾼인 강신화.
신분 조회에서 짐꾼 활동 경력을 제외하면, 단 한 줄도 쓰여 있지 않은 평범한 각성자였다.
다음 순간.
차원문을 비집고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후! 후우! 아우, 뜨거워! 마고스, 이 자식! 뭐 이렇게 죽기 전까지 열심히 발악을 하냐. 머리카락까지 다 태워 먹을 뻔했네. 후!”
그것은 마고스의 거센 불길에 죄다 태워 먹고 넝마가 된 옷을 걸치고 나타난 신화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차원문에 쏠렸던 모두의 시선은 이내 경악과 당황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평균 D랭크로 이루어진 4인의 각성자 공격대도 가능성이 없다고 여겨 공략을 포기했던 던전.
그곳을 F랭크 각성자가 혈혈단신으로 홀로 끝장내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 이, 이게, 이럴 수가?”
좀처럼 당황하지 않아 얼음 공주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윤별이마저도 네 번이나 말을 더듬었다.
있을 수 없는.
그래서 절대 말도 안 될 일이.
눈앞에서 현실로 벌어졌다!
이변의 주인공은 바로 F랭크의 짐꾼, 강신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