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82)
만렙 회귀자입니다만-82화(81/300)
제 82화
진보미의 안내에 따라 도착한 나의 안전 자택 1호.
한 채당 50억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매입하고 보강한 저택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비밀번호는 0315예요. 나중에 신화 씨가 원하는 숫자로 다시 바꾸면 돼요.”
“0315……. 3월 15일이 보미 씨의 생일인가 보죠?”
“호호, 강조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어요.”
딱 한 달 남았다.
그녀와의 인연이 특별한 만큼, 그때가 되면 작은 선물이나 하나 챙겨 줄 생각이다.
여러 가지로 내 손발이 되어 많은 것을 신경 써 준 그녀이니까. 고생이 많았던 사람이다.
“자, 일단 둘러보세요. 실험도 얼마든지 해 볼 수 있고요.”
“어디 보자…….”
집 안을 꼼꼼하게 훑었다.
혹시나 누락된 부분이 없을까 싶었는데, 내가 진보미에게 주문한 모든 것들이 잘 구비되어 있었다.
화장실 내부 인테리어부터 원하는 침대와 가전제품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리고 세밀하게 볼 수 있는 탁월한 시력을 바탕으로 혹시 감시 장치 같은 것이 있는지도 살폈다.
깨끗했다.
처음부터 믿었지만, 역시나 ‘장난질’ 같은 것은 치지 않았다.
다만 외부 침입에 대한 보안을 확인해야 하므로, 진보미에게 세팅을 부탁했다.
“보안 버튼을 눌러 줘요.”
보안 장치 가동은 간단하다.
거실에 세팅되어 있는 보안 버튼을 누르면 된다.
그러면 바로 옆에 꽂혀 있는 차원석을 중심으로 에너지가 공급되며, 방어 역장이 생겨난다.
24시간 내내 보안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최하급 차원석 1개.
하루 유지비가 약 십만 원쯤 되는 셈이다.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각성자의 부유함을 생각하면 그리 큰 비용도 아니다.
“눌렀어요!”
샤아아.
이윽고 들려온 진보미의 목소리와 함께 집 안 전체를 푸른빛으로 감싸는 역장이 생겨났다.
SS랭크의 보안 시공.
그 말은 SS랭크의 암살자가 침입해도, 능히 10분 이상을 버텨 낼 수 있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후우.”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한 뒤.
폭발적으로 체내의 마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심장, 폐, 간, 뼈, 가릴 것 없이 전신에 흩어져 있는 마력을 오른손에 전부 모았다.
이미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이글거리고 있는 오른손 주먹에는 엄청난 힘이 실려 있었다.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꽉 잡았고, 두 다리를 지면에 붙여 무게중심을 확실하게 잡았다.
“조금 더. 조금 더.”
아직 부족했다.
강화 포션을 따로 마시지 않은 만큼, 마력이 완전히 고갈될 정도로 모여야 했다.
“이것 참…….”
옆에서 지켜보던 진보미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황당할 것이다.
바로 옆에서 B-랭크의 각성자가 SS랭크의 힘을 가지고 테스트를 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이게 내 본질이다.
작정하고 극한의 한계치로 오버 파워를 하면, 일격이지만 SS랭크의 힘도 충분히 낼 수 있었다.
별도의 버프나 강화 포션의 복용이 없는 일반 상태에서 말이다.
츠츠츠츳!
열기가 오를 대로 오른 주먹이 당장에라도 녹아내릴 듯한 고열을 뿜어냈다.
여기서 몇 초만 더 지체했다가는 테스트를 하기 전에 내 오른손 뼈가 녹아내릴 듯했다.
다음 순간!
“하아아압!”
기합과 함께 나는 정면에 보이는 역장을 향해 주먹을 힘껏 뻗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각 잡고’ 활용해 본 적 없는 그야말로 일격필살이었다.
뻐어어엉!
주먹이 푸른빛 역장에 닿는 순간, 수많은 균열의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꺄아악!”
동시에 휘몰아친 거센 후폭풍이 제법 떨어져 있던 진보미를 단숨에 휩쓸었다.
졸지에 머리카락과 그녀가 입고 있던 원피스가 흩날리는 부끄러운 모습이 연출됐다. 다행히 ‘노출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다.
-침입자 발생. 침입자 발생.
-파괴 신호 감지. SS랭크 탐지. 비상 보안 체계가 추가로 가동됩니다.
“문제없네요. 이 정도면 합격!”
나는 시스템의 경고와 안내를 들으며,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온 힘을 다해서 SS랭크의 화력을 낸 거죠?”
“부끄럽게도 전력을 다 써야 했네요. 아직까지 B-랭크 뉴비라.”
“와……. 정말 눈앞에서 보안 시스템을 비상 체계까지 가동시킬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진보미가 감탄하며 혀를 내둘렀다.
그녀가 놀란 이유는 비단 내 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비상 보안 체계가 가동되었다는 것은 추가로 방어할 보조 역장을 만들었다는 뜻.
즉, 방금 전의 일격으로 주 장벽이 될 역장이 내구력을 모두 잃고 박살이 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수하려면, 최소 3억 원의 추가 비용이 지출된다. 즉,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돈을 날려 먹었다는 뜻이다.
“아직 남은 네 집에서도 이 테스트는 무조건 할 겁니다. 보수 비용은 전부 제가 부담할 테니, 바로 보수를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이죠. 물론 그렇게 해 드리는데, 이왕이면 내구도 측정 장비를 쓰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애석하게도 독한 마음을 먹은 암살자들은 기계나 장비처럼 예측 가능한 존재가 아니라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측정 기계가 편하기는 하다.
하지만 역장에서 유난히 파형이 불안정한 곳을 노린다거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외곽부터 부수는.
이런 변칙적인 형태를 기계로는 테스트를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인 각성자가 직접 해야 하는 것이다.
“보수 작업은 지금도 준비할 수 있어요.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팀이 있거든요.”
“서둘러 주시면 더 좋죠. 입주야 하루라도 빨리하면 좋으니까.”
“여긴 합격인가요?”
“네! 완전히 마음에 드네요. 역시 양화건설인데요?”
나는 무척 만족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엄지를 척 치켜들어 보였다.
“…….”
하지만 진보미는 나 홀로 보안용 역장을 박살 내면서까지 실험하는 광경이 생소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하는 법! 유비무환이니 나쁠 것은 없었다.
“자, 다음 집으로 가죠.”
그렇게 우리는 바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이번에도 화이트 존인 신도림역 일대에 위치한 ‘양화 파스텔 팰리스’로의 이동이었다.
* * *
얼마 후.
‘지금까지 많은 구매자를 봤고, 나 역시 유난을 떨면서 테스트를 했지만, 신화 씨는 정말 차원이 다르네.’
진보미는 전문가 이상의 지식으로 꼼꼼하게 보안 시공 상태를 점검하는 신화의 모습에 놀랐다.
단순히 보안용 역장의 내구성만 테스트한 것이 아니었다.
차원석과 외부 역장을 연결하는 접합부도 꼼꼼하게 확인했고, 심지어 그 와중에 티끌만 한 크기의 결함을 발견하기까지 했다.
그것은 보안 시공에 대해서 제법 많이 아는 진보미마저도 놓친 미세 공정상의 문제였다.
그렇게 신화와 정신없이 총 다섯 채의 집을 돌아다니며, 물 샐 틈 없는 점검을 마쳤다.
한편 진보미의 연락을 받은 시공 담당자는 어떻게 ‘일개’ 고객이 그것까지 알아냈냐며 혀를 내둘렀다.
어쨌든 그렇게 점검을 마친 뒤, 즉시 양화건설의 사람들이 나타나 보수를 시작했다.
미세 결함이 발견된 곳은 꼼꼼하게 확인해 본 결과, 역시나 신화가 지적한 부분이 모두 맞았다.
얼마 후.
“콩나물국밥 좋아해요?”
“네! 엄청 좋아하죠. 야간 공략을 끝내고 나면, 항상 간부들이랑 찾는 곳이 콩나물국밥집이에요.”
신화와 진보미는 인근의 24시간 국밥집에서 따끈한 국밥을 먹었다.
마침 일어나고 먹은 것이 없어 배가 출출했던 차에 진보미의 제안으로 속을 채우게 된 것이다.
“총 다섯 채. 시공이 참 만족스럽네요. 100점 만점에 95점은 되는 것 같아요.”
“정말로 죄송해요. 다섯 번이나 교차 검증을 했는데도 미세 결함을 발견하지 못했어요.”
“아뇨, 신경 쓸 것 없어요. 사실 시스템은 아무 영향이 없어요. 보안 상태에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고.”
“하지만.”
“단지 새집에 처음 들어가는 만큼 작은 오류도 없기를 바라는 주인의 욕심인 거죠.”
“다음에 기회를 한 번 더 주시면, 그때는 꼭 100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아닙니다. 보미 씨가 제 말을 너무 무겁게 듣는 듯하니 수정해서 100점 만점으로 하죠!”
“아니에요!”
“자, 먹어요. 국밥은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이거든요.”
“신화 씨는 볼 때마다 힘이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에요. 이론적으로는 아까 테스트할 때의 일격이면 예희 언니도…….”
“죽을 수도 있죠.”
진보미의 예상에 신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각성자에게 일격필살의 수가 있다는 것은 그래서 무서웠다.
경우에 따라서 최소 사생결단의 ‘동귀어진’이 가능한 파괴력을 기습적으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정말 많은 사람이 신화 씨를 탐낼 거예요. 저희뿐만이 아니라 많은 곳에서 관심을 가지겠죠.”
“그럴 겁니다.”
신화는 부정하지 않았다.
내실이 전혀 없는 대상에 대한 관심이야 금세 모래성처럼 무너지거나 거품처럼 사라지겠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당장에 최상급 마력 포션과 강화 포션의 제작이 가능하잖은가?
게다가 이번에 마리나와 연계한 WSA 소유의 던전 공략을 통해서 새로운 제작품의 재료를 얻을 생각이었다.
‘식별 안경.’
전생에는 신도림 전투 1년 전, 그러니까 2029년에 등장한 안경이다.
무엇을 식별해 주는가 하면.
안경으로 확인한 몬스터가 죽을 경우, 차원석이 합성될 ‘불완전한 코어’가 있는지를 잡아낸다.
아울러 각성자에게 한 톨의 경험치도 주지 않는 ‘깡통 몬스터’가 무엇인지도 알아낼 수 있다.
효율과 실속을 추구하는 각성자들에게 차원석이 없는, 또는 경험치가 없는 몬스터를 걸러 낼 수 있다는 것은 상당한 시간 절감 효과를 안겨 준다.
제작 난이도가 높아 판매 단가가 높겠지만, 항상 그랬듯 큰손들은 가격에 딱히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밥을 먹는 내내, 신화와 진보미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
진보미도 더 이상 길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재밌는 일상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신화는 스무 살의 어린 진보미의 순수함이 부러웠다.
그녀는 분명 실력 있는 각성자였지만, 동시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각성자 세계의 암투에 휘말리지 않길 바랐다.
양화 길드의 울타리 안에서 서예희, 윤태호와 함께 지금의 삶에 만족하면서 지낸다면.
그녀가 크게 위험에 처할 일은 없을 듯했다.
30분 후.
“갈게요. 보수까지 전부 끝나면 톡 하나 남겨 줘요. 그때부터는 매일 거처를 바꿔 가면서 잘 생각이거든요.”
“알겠어요. 바로 연락할게요.”
“새벽에 고생 많았어요.”
“그런데 제 차 안 타실 거예요? 집으로 돌아가야죠.”
“바람이나 좀 쐴 겸해서요. 아직 몸도 덜 풀렸고, 두 다리나 좀 풀 겸.”
“또 영화 찍게요?”
“정답. 그럼 연락 줘요.”
파앗!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화는 제자리에서 훌쩍 뛰어올랐다.
진보미의 눈앞에 있던 그가 순식간에 바로 옆에 있던 빌딩의 옥상으로 사라졌다.
“…….”
진보미가 어느덧 달빛을 벗 삼아 빠르게 멀어져 가는 신화의 뒷모습을 보며 손을 뻗었다.
이어 실루엣을 움켜쥐듯, 주먹을 힘주어 쥐었다.
그리고.
“강신화 씨, 도대체 당신이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가요? 우리 길드가 감히 담을 수 없을 만큼 더 큰 대의와 정의를 꿈꾸고 있는 건가요?”
진보미는 시원하게 헛다리를 짚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