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87)
만렙 회귀자입니다만-87화(86/300)
제 87화
타타탓!
이윽고 나는 토우거들의 품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죽으러 가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 좀 더 윌슨의 위력을 배가시킬 각도를 만들기 위해서다.
후웅! 홰앵!
제법 몸집이 되는 토우거이기에 근처에서 팔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뿐만 아니라, 몇몇 놈은 주변의 나무를 뿌리째 뽑아서 무기로 사용하는 중이었다.
“흣차!”
미안한 얘기이지만 가속 재능은 물론이고, 초월 재능을 통한 경로 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한 내게.
이런 굼뜬 녀석들이 휘두르는 눈먼 몽둥이는 애초에 당할 내가 아니었다.
나는 살짝 목을 까딱이거나, 몸을 비트는 정도로 쉽게 공격을 피해 냈다.
그다음.
토우거 무리의 정중앙에 보란 듯이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몰이사냥 끝 막다른 길에 내몰린 사냥감을 보듯, 토우거 무리가 게걸스럽게 침을 흘리며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마 저기에 잡히면, 피자 조각처럼 여러 갈래로 찢겨 개죽음을 맞이하게 되겠지.
하지만 내 움직임이 훨씬 빨랐다.
파아앗!
바로 지면을 박차며 도약했다.
이제는 단언할 수 있다.
현재 내 랭크인 B-에서 알파벳으로 한 단계 이상 차이 나는 수준의 몬스터가 아니라면.
장담컨대 한 트럭이 몰려와도 죽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이다.
“좋아.”
상공의 정점에 이른 나는 왼손에 움켜쥔 윌슨을 내가 원하는 그립으로 잡았다.
‘포심(Four-Seam) 패스트볼.’
내가 이래 봬도 중학교 때까지는 야구부에 몸담고 있었던 몸.
투수에 4번 타자까지 겸했었으니, 그 기억은 여전히 몸에 남아 있다.
어쨌든 추락하기 시작하는 중력에 곁들여 마력의 절반을 윌슨에게 불어넣었다.
왜애앵!
순식간에 윌슨이 달아올랐다.
이제 남은 절반의 마력은 약간만 남기고, 아낌없이 건틀릿에 털어 넣었다.
“간다……!”
개변으로 강화된 왼팔의 능력에 특유의 마력 방출 능력까지 더해지자.
파아앙!
윌슨 그 자체가 폭탄이 되어 그대로 낙하했다.
공간을 찢는 파공음은 순간, 귀를 멍하게 할 정도로 굉장했다.
동시에 지면으로 떨어지던 나는 강철 강화 재능을 이용해 몸 전체를 단단한 강철로 만들었다.
그리고.
쿠우우우웅…….
거대한 버섯구름이 일었다.
* * *
“보조할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요.”
폭발이 일어나는 순간.
마리나와 한소준은 직감했다.
폭발에 휘말린 토우거는 단 한 마리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하늘에서 토우거의 살점과 핏물들이 폭죽처럼 쏟아졌다.
생존은커녕 시체 하나 성한 녀석이 없었다. 전리품의 ‘ㅈ’ 자도 못 꺼낼 정도로 전부 터졌다.
“신화 씨가 괜찮아야 할 텐데.”
“여기서 강신화 씨가 죽는다고 하면 꽤 몰래카메라 같기는 하겠네요, 크큭.”
유머든 일상이든, 그 코드가 확실히 다른 한소준이었다.
마리나는 신화가 저돌적인 구석은 있어도, 항상 노림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일전의 짧은 대련에서 체감하지 않았던가?
신화는 마리나의 은사 활용에서 생기는 극히 좁은 사각지대를 발견해 낸 몇 안 되는 각성자였다.
그때.
저벅. 저벅.
희뿌연 모래 먼지를 가르며, 걸어오는 한 사람의 인영이 보였다. 의심할 여지도 없이 신화였다.
“후, 잔챙이를 나눠서 잡는 것은 성격에 안 맞아서. 다들 뭐 어디 문제없죠?”
신화가 그을음으로 새까매진 얼굴을 손으로 쓱쓱 닦아 냈다.
그 꼴을 차마 못 보겠는지, 한소준이 황급히 달려가서는 그에게 물티슈 한 통을 통째로 건넸다.
그러자 마리나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이렇게 신화 씨가 다 정리해 버리면, 저는 뭐 해요?”
“당신은 나중에 본 무대에서 활약해야죠. 얘네들은 그냥 애피타이저밖에 안 되는데.”
“WS…… 아니, 보통 공대는 토우거를 가장 껄끄러워한다고요. 무리를 지어 다니는 데다 물리적인 공격에 대한 방어력이 높아서.”
“그래서 마력으로 해결을 봤죠. 방금 공격은 윌슨을 이용해서 터뜨린 일종의 마력 폭탄이거든요.”
“신화 씨에게는 방출 재능도 서브 개념이 아니라 메인이네요?”
“제가 가진 재능 중 가볍게 사용하는 재능은 하나도 없어요. 다 그만한 가치가 있죠.”
신화가 힘주어 말했다.
그간 획득한 모든 재능은 신화가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그 사용법을 100% 아는 것들이었다.
“힐러가 필요 없는 건 아니죠?”
한소준이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토우거 무리를 보았을 때만 해도 어떤 동선으로 힐을 넣을지 플랜을 짜 볼까 하고 고민했는데.
신화의 1타 30피에 다 의미 없는 고민이 되어 버렸다.
“A구역은 원래 쉬워요. 사실 문제는 지금부터죠.”
신화가 앞에 보이는 언덕의 끝자락에 있는 수많은 식인 식물의 군락을 가리켰다.
“맹독 식물, 그레이 하귀드(Grey Hogweed).”
“저기는 돌아가는 게 좋을 듯한데…….”
이내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확실히 껄끄러운 구역이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 * *
사각사각. 사각사각.
나는 그레이 하귀드가 있는 군락 구간에 진입하기에 앞서, 근처에 보이는 카트라를 열심히 캤다.
이 녀석들은 내가 여기에 온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한 병당 5억 원을 호가하는 포션의 재료 세 가지 중 하나인 만큼, 목숨을 걸고서라도 캘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내가 열심히 낫의 형태로 변형시킨 손으로 카트라를 캐고 있자, 마리나가 궁금한 듯 옆에서 물었다.
“이건 독초잖아요. 사실 독으로도 큰 효과가 없고 기껏해야 배탈을 유발하는 풀인데, 굳이 왜?”
이게 세간의 인식이었다.
아마 훗날 강화 포션을 개발하는 연구 센터도 카트라는 후보군에 들어가 있지 않을 것이다.
“그냥 기념품 삼아서 좀 챙기는 겁니다. 쉽게 볼 수 있는 풀은 아니잖아요?”
“기념품치고는 특이한 걸요?”
“그러면 몇 뿌리 챙겨 드릴까요? 심심할 때 뜯어먹을 수 있게?”
“됐어요! 잡초, 그것도 독초를 누가 먹겠어요?”
“금방 끝납니다. 적당히 숨 좀 돌리고 있어요.”
짧은 시간에 주변에 보이는 카트라를 전부 쓸어 담았다.
뿌리까지 확실하게 캐서 최고의 상태로 보존해 아공간에 넣었다.
일단 30뿌리 확보!
강화 포션 30팩을 제작할 물량을 확보한 셈이다.
기대 가치로 따지면 150억 원이 넘는다. 잡초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이 녀석들이 말이다.
어쨌든 새로운 인연이 끊임없이 엮이면서, 나를 둘러싼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어쩌다 보니 마리나와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네. 전생에 비교하면, 끝까지 데면데면했던 것보다 훨씬 가까워졌어.’
니콜라스가 옆에 있었다면 그놈의 지겨운 나비효과 타령을 귀에 못이 박이게 들었을 것이다.
인연 하나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로 인해 파생될 미래를 꼭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녀석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녀석이 회귀하면 나한테 상을 줘도 모자랄 판이지. 진즉 신도림 전투의 가능성도 없앴고, 재앙의 씨앗인 샤미까지 내가 일단 잡아 뒀는데?’
생각해 보니 타령은커녕, 오히려 포상을 받아야겠지 싶었다.
나는 은퇴 준비도 하면서, 동시에 녀석의 미래 대비까지 같이 해 주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많은 미래 인재의 목숨을 구했는가?
회귀하자마자 마고스를 죽였고.
그로 인해 훗날 희생될 예정이었던 수백 명의 최상위 각성자의 목숨을 살릴 안배를 마쳤다.
그뿐만 아니라 최지혁 신부님에서 진보미와 정훈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 많았다.
‘니콜라스, 제발 좀 빨리 회귀해라! 올해 벌어질 사건이 한두 개가 아닌데, 그것까지 내 손으로 해결하고 싶진 않다고.’
나는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올해는 유독 전 세계적인 대형 사건 사고로 유능한 각성자가 줄줄이 죽어 나가는 해이다.
마냥 내 일이 아니라고 무시하기에는 정말 많은 능력자들이 죽는다.
‘가뜩이나 지금도 돈 벌 궁리를 하느라 머리 아파 죽겠는데…….’
쩝.
괜히 다시게 되는 입맛.
니콜라스의 얼굴이 오늘따라 왜 이리 그립게 느껴지는지.
보고 싶다.
* * *
얼마 후.
“신화 씨. 사전 브리핑을 할 때 얘기했지만, 그레이 하귀드 군락 구간은 무시하는 게 어때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유즈하 씨와 생각이 같습니다만. 화염계 재능 각성자가 아니면, 저 식물들은 감당이 안 될 텐데요.”
그레이 하귀드가 있는 언덕으로 향하던 나에게 마리나와 한소준이 동시에 제동을 걸었다.
나는 차분히 답했다.
“어차피 우회 루트로 가면 제노사이더(Genocider)를 만납니다. 전신이 무기고, 전리품 드롭은 없고, 공략은 까다롭고, 심지어 맷집은 좋고. 완전 시간 낭비예요.”
“하지만 우리는 화염으로 구성된 각성자가 없는데 돌파할 방법이 있어요? 화염을 제외한 세컨드 플랜은 짜 본 적이 없어요.”
마리나와 한소준의 판단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기는 했다.
그레이 하귀드는 악명 높은 식인 식물이다.
해바라기와 유사한 외형을 갖고 있는데, 꽃 대신 위치한 것이 사람의 것을 쏙 빼닮은 이빨이다.
높이가 무려 3m에 달하는 그레이 하귀드.
보통은 노란색 줄기지만, 유독 붉은색 줄기인 녀석의 이에 한번 물리면, 마비 독액이 주입된다.
이것은 훗날에도 해독약이 나오지 않는 독으로 한번 물리면, 영원히 마비가 풀리지 않는다.
사실 영원이라는 단어를 쓸 필요도 없는 게 마비가 되면 그 상태로 수많은 녀석들의 이에 물려 죽기 때문이다. 다음이 없다.
“모두 날 믿어 봐요. 100m 남짓 되는 중간 지름길을 포기하면 아쉽잖아요? 돌아가면 최소 5km 이상이에요. 하루 이상은 잡아먹고요.”
나는 군락 한가운데에 희미하게 보이는 한 줄 루트를 가리켰다.
이 루트를 따라 있는 식물들만 처리하면, 외곽에 있는 녀석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알겠어요! 신화 씨는 늘 계획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뭐죠?”
“두 분이 할 일은…….”
즉각 브리핑에 들어갔다.
적당한 휴식을 마치고 난 지금.
집중력이 최고로 높을 때, 빨리 해치우는 게 좋을 듯했다.
캬히! 캬이!
내가 제법 가까운 위치에 접근하자, 녀석들이 일제히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적의를 보였다.
바로 뒤에는 마리나가 은사로 조종하는 칼라킬이 있었다.
이동하는 내내 전투를 치르면서 다소 손상되긴 했으나, 여전히 쓸 만은 했다.
애초에 이미 죽은 상태에서 마리나의 마력을 통해서 조종이 되는 상태인지라.
근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만 아니라면, 뼈와 살이 문드러질 때까지 써먹을 수 있었다.
“전략적으로 노란 놈에게는 대놓고 물릴 겁니다. 소준 씨, 원거리라 까다롭겠지만…….”
“그저 확실하게 가치를 보여 주십쇼. 그러면 저는 불평불만 없이 끝까지 보조할 겁니다.”
“좋습니다.”
나는 지금부터 부지런히 사용해야만 하는 양손을 열심히 좌우로 털었다.
이제부터는 속전속결이다.
마력도 모두 채워졌고.
머릿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논스톱으로 연계할 이 ‘마의 구간’에 대한 계획도 세워져 있었다.
‘이 녀석들을 확실히 챙겨 놔야 마력 포션에 30%의 각성 효과라는 특성을 추가로 부여하지.’
목표도 확실했다.
“…….”
나를 지켜보는 두 사람의 눈빛은 각기 다른 의미로 반짝이고 있었다.
S+랭크인 마리나는 공략하는 내내 내가 보인 다양한 재능에 대해서 신기해하는 눈치였고.
한소준은 이번에는 또 얼마나 힐을 넣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할지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마 시련이나 위기, 머리 아픈 고민에 희열을 느끼며 즐기는 녀석은 저놈밖에 없을 것이다.
‘한밑천 단단히 잡는 거다!’
힘껏 투지를 불살랐다.
이 던전의 모든 것이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수많은 재료의 보고였다.
더 다양해질 제작품과 앞으로 더 풍부해질 내 특별한 재능.
나는 이곳에서 또 한 번의 폭풍 성장을 꿈꾸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