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9)
만렙 회귀자입니다만-9화(300/300)
제 9화
마고스는 보통 놈이 아니었다.
10년 후 신도림역의 대재앙으로 등장하는 녀석의 명성답게.
10년 전인 2020년, 지금.
성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탐색전에서 체감한 마고스의 실력은 최소 B+랭크 이상이었다.
이 정도면 정상적으로는 B랭크의 각성자 다섯이 붙어도 쉽게 공략할 수가 없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죽을 가능성도 매우 높고 말이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사냥을 하는 것이었기에 나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싸웠다.
녀석이 드롭 할 차원석과 특이 재능을 부여하는 특수 수단인 ‘꽃’을 꼭 얻겠다는 목표를 가진 채!
“하찮은 미물이 과연 이 마고스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은가?”
예전 같았으면, 들리지 않았을 마고스의 말이 또렷하게 들렸다.
마고스가 쓰는 언어가 바로 나스 대륙의 언어였기 때문이다.
나인 로드의 동료 중에 나스 대륙에서 온 녀석이 하나 있어, 그곳 언어를 배울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훗날 각성자들이 나스 대륙 또는 ‘판 대륙’이라고 부르게 되는 새로운 세계.
그들과의 연결점은 2025년에 생기게 된다. 아직 5년 후의 일이지만.
“순순히 뒈지기나 해, 이 도마뱀 자식아!”
파앙! 파앙!
나는 아슬아슬하게 옆을 거칠게 내리치는 마고스의 꼬리를 피해, 힘껏 녀석의 등 위로 도약했다.
마고스의 외형은 악어를 쏙 빼닮았다. 악어 중에서도 기민함이 뛰어난 악어라면 비유가 맞을까?
주 공격 패턴은 물어뜯기와 꼬리치기인데, 꼬리치기에 걸리면 저승으로 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별것 아닌 듯해 보이는 저 꼬리치기가 대형 트럭으로 깔아뭉개는 정도의 위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나스 언어?”
당황한 마고스가 눈동자를 굴렸다.
순간적으로 언어의 교감이 이뤄지니 신기하면서도 당황한 모양이었다.
나는 녀석의 반응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용도에 따라 접히는 부분이라 상대적으로 외피가 약한 뒷덜미를 힘껏!
와득!
물었다.
강철도 씹어 먹는 개변된 이다.
마고스의 외피를 찢고, 그 안에 앞니와 송곳니를 쑤셔 넣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끄아아아아!”
마고스가 절규했다.
짧은 네 다리로는 나를 타격할 수 없기에 꼬리를 힘껏 말아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꼬리의 날카로운 끝을 이용해 내 목을 찌르거나 밀쳐 낼 생각인 듯했다.
‘마비형 독침.’
나는 마력을 이용해 침샘에서부터 변화시킨 독성 침을 그대로 마고스의 상처 부위에 흘려 냈다.
이로 뻥 뚫린 구멍을 내고, 그곳에 침을 흘려 넣으니 유입은 그야말로 고속도로였다.
“커컥, 컥.”
목에서부터 뻗어 나가는 마비의 기운을 느꼈는지 마고스가 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침은 넉넉하게 넣었다.
이런 대형 몬스터는 어설프게 주입을 했다가는 자체적인 저항력으로 버티기 때문이다.
대형 동물일수록 마취를 할 때, 마취약을 늘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파앗!
시간차를 두고 마고스의 꼬리가 내 머리가 있던 자리를 훑으며 지나갔다.
뻔한 공격 패턴이라 손쉽게 피할 수 있었고, 녀석의 꼬리는 애꿎은 허공만 갈랐다.
‘일반 각성자로서는 엄두를 낼 수도 없고, 시도를 해 봤자 성공하기 힘든 부위의 공격이지만…….’
마고스의 뒷덜미를 보며 생각했다.
전생에 신도림 전투 당시 많은 각성자들이 마고스의 약점을 찾기 위해 그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다들 강화된 외피가 없는 배가 가장 약할 것이라 생각하고, 녀석의 밑으로 침투하곤 했었다.
결과는 압사(壓死).
그야말로 아파트가 붕괴하는 것과 같은 압박과 눌림 속에서 각성자들은 으깨어진 채 죽어 갔다.
그것도 A랭크니 S랭크니 하는 상위권의 각성자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죽어 나간 것이다.
하지만 훗날, 마고스 사냥에 성공하고 연구를 한 뒤에 모두가 알게 됐다.
마고스의 최대 약점은 다수의 신경 줄기와 마력 증폭의 시작점인 목 뒷덜미였다는 사실을.
겉보기에는 철갑과 같은 외피가 둘러져 있어 엄두조차 내지 않았던 부위가 실은 가장 약했던 셈이다.
‘마고스 같은 몬스터는 한 곳만 패는 콘셉트가 잘 먹히지. 특히 도마뱀, 악어류 몬스터는 더더욱.’
전생에 지금의 마고스, 그러니까 B+랭크 정도 몬스터는 수를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이 잡았다.
내게 있어 녀석의 난이도는 잡을 수 있을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잡을까의 문제였다.
괜히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끌면, 혹시라도 현장에 도착한 KSA 요원이 내부로 들어올 수도 있었다.
그러면 남아 있는 내 기척을 따라 특별한 공간을 확인하게 될 수도 있겠지. 그건 사양하고 싶다.
나만 아는 꿀을 이유 없이 남과 공유하고 싶진 않거든!
‘그렇다면!’
타앗!
다시 훌쩍 뛰어올라 마고스의 목 뒷덜미에 재차 안착했다.
“크압! 망할! 빌어먹을! 으아!”
눈알을 굴리면 바로 보이는 위치에 있는데, 공격할 수 있는 수단으로는 가장 먼 곳에 있는 나.
그래서인지 마고스가 몸을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며, 약이 잔뜩 오른 괴성을 토해 냈다.
나야 좋다.
그러면 그럴수록 침으로 불어넣은 마비의 기운은 혈관을 따라 몸 전체로 쭉쭉 뻗어져 나가게 될 테니까.
“도마뱀 맛 좀 볼까!”
우적! 우적!
찌이이익! 쫘아아악! 쫘악!
“끄어어어!”
녀석의 뒷덜미에 박아 넣은 이를 이용해서 힘껏 외피 속에 숨겨진 연한 살점들을 찢어 냈다.
사방으로 피가 튀었고, 당연히 내 얼굴에도 핏물이 잔뜩 튀었다.
누군가가 보았다면 마귀의 모습을 연상할 정도로 나는 인정사정없이 녀석의 살을 뜯어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뜯어진 살점을 따라서 가감 없이 노출된 마고스의 혈관과 하얀 뼈를 확인했다.
결국 괴수니 뭐니 하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들도 골격은 동물의 것을 그대로 따라갔다.
인간이 그러하듯, 몬스터에게도 약점은 존재한다.
그 약점이 어디인지를 알고, 완벽하게 분쇄할 수 있는 강력한 힘만 가지고 있다면……!
제압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된다.
푸욱!
피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 혈관들 사이에 오른손을 깊숙하게 밀어 넣었다.
후우웅!
그사이 마고스의 꼬리가 파공음을 내며 날아들었지만, 몸을 납작하게 엎드려 쉽게 피해 냈다.
사각지대다.
목덜미에 딱 달라붙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엎드려 있으면, 머리카락이 조금 쓸려 나갈지언정 꼬리치기에 당하지는 않는다.
‘최대치 강화. 냉각 변화.’
상처에 쑤셔 넣은 내 손을 최대치로 강화했다.
움켜쥔 주먹이 점점 단단해지더니, 이내 강철구를 달아 놓은 것처럼 꼿꼿해졌다.
아마 마고스 녀석에게 목에 쇠꼬챙이라도 박힌 것 같은 묵직함과 고통을 동시에 선사할 것이다.
“커어어어억! 제발! 으아악!”
아니나 다를까, 마고스의 비명이 들려왔다.
상상이나 했을까.
전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하찮은 미물이라며 무시했던 인간에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유린당할 줄은?
이래서 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하고, 전투는 해 봐야 안다.
하기도 전에 지레 포기하는 것은 겁쟁이들이나 하는 짓이다.
권고라는 소리에 겁을 잔뜩 집어먹고는 던전 밖에서 시간이나 때우고 있는 소중현처럼 말이다.
꾸득. 꾸드드득.
다음 순간.
단단해진 주먹을 중심으로 뿜어져 나온 마력의 기운이 일제히 극한의 한기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마력의 성질을 내 뜻대로 바꿀 수 있는 ‘변화’의 재능이다.
지금의 나처럼 신체 강화, 속성 변화를 연이어 단시간에 이끌어 낼 수 있는 각성자는 손에 꼽힐 정도다.
두 개의 재능을 가진 듀얼, 세 개의 재능을 가진 트리플 각성자야 존재하기는 하지만.
순식간에 빠르게 연계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소 10년 이상의 숙련된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허어어업?”
목 뒤에서부터 마고스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혈관을 따라 퍼져 나가는 한기가 몸 전체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듯했다.
사람으로 따지면, 전신마취와 냉동 작업이 끝난 상태와도 같다.
사실상 생살여탈권이 내게로 넘어온 셈이다. 적어도 눈으로 보이는 상황은 그렇다.
하지만.
“…….”
마고스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나름 다음 수단을 내다보고 있는 듯했다.
‘불꽃 폭주.’
심장의 생명력을 담보로 자신의 몸 전체를 불태워 화신으로 변해 버리는 마고스의 패턴.
바로 불꽃 폭주다.
몸 전체의 상태를 한 차례 리셋 하는 패턴이기 때문에, 이대로 두면 내 작업이 수포로 돌아간다.
‘이 위치에서 정확히 사선으로 쭉 들어가면, 심장을 찌를 수 있어. 앞을 가로막을 흉곽의 뼈들도 모두 피할 수 있고.’
그때.
화르르륵!
나는 마고스의 꼬리에서부터 시작되는 불꽃 폭주의 태동을 눈으로 확인했다.
몸 전체가 불길로 뒤덮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5초.
“후!”
짧은 심호흡과 함께 나는 움켜쥐고 있던 오른손의 주먹을 쫙 폈다. 그리고 즉각 개변에 들어갔다.
마력의 폐가 강력한 펌프처럼 체내의 마력을 폭발적으로 오른손에만 뿜어냈다.
순식간에 충만해진 오른손의 마력은 개변을 하기에 충분한 양을 단숨에 뛰어넘었고.
샤아아아아……!
마력 특유의 푸른빛 섬광과 함께 오른팔의 개변이 순식간에 완료되었다.
바로 그때.
쫘아아악!
오른팔이 날카롭게 성질이 변하면서, 앞으로 쭉 늘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개변 직후, 신체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돌출 반응이다. 신체의 성질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통과의례’라고 불렀었다.
이 때문에 내가 육체 개변을 시도할 때는 곁에 아무도 없었다. 몸이 어떻게 튈지 몰라서다.
니콜라스 녀석도 없었다.
삼중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훈련실 밖에서 나를 관찰했었다. 마치 실험동물이라도 된 것처럼.
푸욱!
“끄억.”
“닿았군!”
어쨌든 오른팔 개변의 통과의례에 걸려든 것은 다름 아닌 마고스의 심장이었다.
마치 장검의 검날처럼 쭉 늘어난 오른팔은 맥동하던 마고스의 심장 중심을 그대로 관통했다.
초록빛으로 빛나던 마고스의 눈동자의 초점이 빠르게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분명 숨은 끊어진 것이 맞았다.
하지만.
처업! 처어업!
꺾여서는 안 될 관절 바깥 방향으로 꺾여 버린 마고스의 앞다리 두 개가 내 몸을 잡았다.
“같이 죽자는 거냐?”
목숨이 다하기 전에 혼자 죽을 수는 없다고 여겼는지, 마고스는 어떻게든 나를 붙잡으려 했다.
붙잡힌 것으로는 문제가 될 것이 없었으나, 불꽃 폭주가 죽음과 무관하게 현재 진행형이었다.
화르륵! 화르르륵!
기름띠에 불을 붙인 듯이 활활 타오르는 열화의 불길이 순식간에 허리춤을 지나 내가 있는 목덜미까지 접근해 왔다.
이대로라면 전투에는 승리해도, 내 목숨까지 위태로워질 상황.
“망할 도마뱀 XX!”
나는 욕지거리를 시원하게 토해 내며, 허리춤을 힘껏 움켜쥔 마고스의 양팔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것은 흡사 거대한 족발을 물어뜯는 광경과 비슷했다.
투둑. 툭. 툭.
그사이 마고스의 심장 언저리에서 떨어진 무언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오……!”
그것은 바로 세금을 제하고 개당 9억 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차원석 세 개와 마고스의 고유 재능을 머금은 ‘강철의 꽃’이었다.
상상한 것, 그 이상의 보상이 내 눈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