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Max-Level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93)
만렙 회귀자입니다만-93화(92/300)
제 93화
전력을 다해 몸을 날렸다.
공격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상황은 사실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게 될 경우다.
공중에 있을 경우는 위치 이동이 수월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추락하거나 하는 것이 힘들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몸을 띄우자, 카타벨라가 여섯 개의 날카로운 다리 끝을 일제히 내게 집중시켰다.
‘팀원의 역량을 믿는 것도 능력이지.’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이 전투는 나 혼자서 이끌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뒤에는 든든한 힐러가 있고, 카타벨라의 후방에는 조작 계열의 능력자가 있잖은가?
내가 판을 만들어 가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을 없는 사람 취급을 하지는 않았다.
패앵!
‘나이스, 마리나!’
역시나 마리나가 적절하게 보조를 맞췄다.
일순간 카타벨라의 두 다리에 꽂힌 은사에 변화를 주자, 피분수가 솟으며 살점이 깊게 파였다.
-꺄아아아!
기분 나쁜 비명과 함께 나를 공격하려던 카타벨라의 다리가 멈칫했다. 찰나의 빈틈이었다.
‘나도 소싯적엔 유단자였어!’
공중에서 전력을 다해 오른발을 뻗어 올렸다. 그것은 흡사 뛰어 차기와 비슷한 자세였다.
뻐어억!
-크헉!
정확히 카타벨라의 턱 아랫부분을 노리고 찬 발차기가 명중했다.
보통 발차기가 아니다.
뼈는 물론, 근육까지 확실하게 개변한 오른쪽 발에 초월 가속의 재능을 실어 올려서 찬 발차기다.
순간 거의 직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카타벨라의 머리가 뒤로 확 꺾였다.
홰앵! 홰앵! 홰앵!
이윽고 볼썽사납게 카타벨라가 허공에 손을 휘저으며, 무게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보통 대다수의 생체는 머리뼈나 두개골처럼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제법 있다.
문제는 전신을 통제하는 사령실 역할을 하는 머리에 문제가 생길 경우, 다른 신체의 문제보다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파팟!
그래서 나는 쓰러진 카타벨라의 가슴 위에 올라타서는 바로 내려찍듯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마력은 3할 이상 남아 있었고, 여차하면 즉각 보조해서 가져다 쓸 수 있는 심장의 마력도 있었다.
‘보조 배터리가 이래서 좋은 거라니까.’
나는 살기 어린 미소와 함께 주먹의 목표 지점을 카타벨라의 얼굴 중심으로 정했다.
그리고.
퍽! 퍽! 퍼퍽! 퍼퍼퍽!
가속으로 빠르게 속도를 끌어올리며, 순식간에 수십 번에 달하는 연타 공격을 얼굴에 퍼부었다.
이 연타에는 폭권 1장부터 6장까지의 모든 공격이 남김없이 연계됐다.
폭발적인 화력의 공격!
주먹을 내리찍을 때마다 카타벨라의 몸과 두 다리가 들썩일 정도로 상당한 위력이었다.
달리 여성형이라고 해서 손속에 인정을 두거나 하지는 않았다. 악(惡)에 남녀 구분은 없으니까.
푸욱! 사악!
물론 카타벨라도 멍청하게 누워서 맞고만 있지는 않았다.
머리에 집중된 공격에 신음하는 와중에도 기어이 끄집어 낸 다리를 이용해서 나를 공격했다.
옆구리, 어깨, 허벅지 할 것 없이 카타벨라의 여섯 다리가 내 살점을 찢고 지나갔다.
끝이 마치 날카로운 갈고리처럼 되어 있어 살점을 찢고 잡아당길 때마다 제법 많은 피가 튀었다.
“…….”
하지만 묵묵히 버텨 내며, 내 자리를 지켰다. 고통마저 분노로 승화시켜 오히려 더 거세게 공격을 퍼부었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극한에 다다른 대미지 딜링!
그것은 후방에서 보조하고 있는 한소준을 전적으로 믿기에 가능한 공격이기도 했다.
샤아아아. 샤아아.
‘적절하군.’
역시나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부상이 발생한 부위에 정확히 한소준의 치유 구체가 닿았다.
어쩌면 그렇게 칼 같은지!
흠잡을 곳 하나 없는 완벽한 치유의 ‘배달’이었다. 전생에 ‘힐 택배’라고 불렸던 녀석다웠다.
“와아아!”
투지와 열정으로 가득 찬 기합을 내지르며, 나는 심장의 내부에 고이 모셔져 있던 마력을 꺼냈다.
심장에 저장되는 마력은 체내를 순환하는 마력보다 응축도가 훨씬 높다.
물론 한 번 사용하고 나면 채우는 시간이 제법 걸리기는 하지만.
필요할 때 위력적인 일격을 위해 가져다 쓰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의 원료였다.
“끝이다, 카타벨라!”
나는 앞서 폭권 6장까지 연계하는 과정에서 일찌감치 들어간 5장의 상태를 살폈다.
벼락의 권, 진권.
덕분에 카타벨라의 얼굴은 방금 만든 순두부처럼 부드러워져 있었다.
지잉!
이윽고 주먹의 형태로 변화시킨 오른손 주먹의 끝에 붉은 수인이 하나 맺혔다.
묵철 폭권 제1장, 폭권.
일전에 내가 회귀하자마자 박도원을 손볼 때 썼던, 추억의 그 기술이었다.
그때는 비루한 F랭크의 몸뚱이와 마력으로 사용했던 무난한 기술이었는데.
이제는 B-랭크는 물론, 밸런스를 제법 갖춘 몸으로 쏟아 내는 일종의 필살기였다.
-나는……! 나는 죽지 않……!
카타벨라의 외침이 무색하게.
콰아앙!
나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폭권을 내리꽂았다.
권의 끝에 닿는 모든 것을 진탕시키는 정조준의 일격이자, 내 모든 마력을 소진한 필살기였다.
쿠우우웅!
단단했던 지면을 부수며 들어간 카타벨라의 머리를 중심으로 원형의 후폭풍이 일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격에 목뼈까지 부러지면서 그대로 지면에 박혀 버린 카타벨라의 머리는 8할 이상이 파묻혀 있었다.
“후우.”
그제야 나는 감정적으로 정리된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마치 빨리감기를 한 것처럼 전투의 모든 상황이 순식간에 지나간 느낌이었다.
역시 체력과 부상을 일절 신경 쓰지 않고 전투에 전념할 수 있다는 점과.
대상의 움직임을 극단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보조 수단 – 마리나 – 이 있다는 사실은.
나로 하여금 오직 극한의 공격에만 치중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회귀 후, 여태껏 경험했던 전투들 중에 가장 마음 편하게 공격에만 올인할 수 있었던 협력인 듯했다.
“죽었…… 어요?”
얼떨떨한 표정으로 모든 움직임이 멈춰 버린 카타벨라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살피는 마리나.
나는 그녀가 걱정할세라 약간의 회복된 마력을 이용해 오른팔을 검으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푸욱!
맥동하지 않는 카타벨라의 차가운 심장에 그것을 찔러 넣었다.
살아 있을 때는 그렇게도 단단해 보이던 가슴팍의 외피도 죽은 이후에는 그저 껍데기일 뿐이었다.
꿰뚫고 들어간 검이 카타벨라의 심장 중심부에 깊은 상처를 냈다.
이제 다시 확인해 볼 필요도 없는 카타벨라의 완벽한 죽음이었다.
* * *
얼마 후.
신화와 한소준의 전리품 분배를 돕던 마리나가 말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맷집과 투지로 버티면서 보스 몬스터를 극딜 하는 각성자는 처음 봤어요.”
“동료를 믿으면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죠. 믿으니까 공격에만 집중한 겁니다.”
“약점을 잘 캐치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신화 씨가 SS랭크의 보스 몬스터를 잡은 거예요.”
“확실한 도핑도 있었고, 당신의 은사를 활용한 완벽한 동선 제한도 있었죠. 같이 이룬 성과예요.”
“그렇게 공을 우리한테 돌리면, 두 번 죽이는 느낌이 되는 거 알죠? 충분히 부끄럽다고요.”
마리나가 얼굴을 붉혔다.
볼멘소리가 아닌 진심이었다.
이번에는 한소준이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죠. 이번의 던전 공략,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매스컴에서 엄청 띄워 주는 것 같아서 실력이나 보고 욕이나 하자, 하고 따라왔는데…….”
“하하하.”
신화가 한소준의 거침없는 감정 표현에 웃음을 터뜨렸다. 전생에도 그랬는데, 역시 한소준다웠다.
“강신화 씨는 타고난 싸움꾼인 것 같네요. 전투 내내 마음에 들었습니다. 솔직히 최고예요.”
척! 하고 치켜드는 한소준의 엄지가 그가 느낀 감정의 모든 것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이어 한소준이 말을 덧붙였다.
“기념품만 챙겨 가죠.”
탁!
한소준이 집어 든 것은 죽은 카타벨라에게서 떨어져 나온 몇 가닥의 머리카락이 전부였다.
즉, 모두 양보한 것이다.
각성자로서 그간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 왔고, 그런 사람을 만난 데 대한 무한한 기쁨의 표현이었다.
* * *
출구 차원문을 따라 나오자마자 신화 일행은 모두 해산했다.
전날 충분히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A구역부터 C구역까지 공략하는 내내 피로가 누적된 탓이었다.
한소준의 양보 덕에 카타벨라의 시체를 모두 챙길 수 있게 된 신화는 아공간에 그것을 보관했다.
숙소에 복귀하는 대로 안구, 심장, 폐, 비장을 따로 조리하여 섭취할 생각이었다.
일반 각성자라면 상상도 못 할 식단이지만, 고유 능력을 흡수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식사였다.
‘분배 없이 독식하게 된 덕분에 차원석 소득만 계산해도 90억 원에 가깝네. 돈을 벌려면 역시 강력한 힘이 있어야 해.’
숙소로 돌아오는 길 내내, 신화는 흡족한 표정으로 이번에 손에 넣은 차원석을 살폈다.
빈익빈, 부익부는 각성자 세계에서도 통용되는 논리였다.
F랭크 각성자는 짐꾼으로 고생하며 평생을 일해도 수억 원을 벌기가 힘들지만.
상위 랭크의 각성자는 던전 한 번만 잘 공략해도 수십억 원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하다못해 이 던전을 각성자 열 명이 공략했다고 치면, 일인당 분배 가치가 9억인 셈이었다.
F랭크 각성자의 삶에 비추어 보면,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인 것이다.
‘이 정도 진행이면 3월 전까지 3000억 원은 충분히 모을 수 있겠어! 드디어 은퇴 계획 1단계 시작인가?’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섬 하나를 산다고 끝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작이었다.
화려하게 구성된 문명의 이기와 편의를 모두 갖춘 나만의 세계로 은퇴하고 싶은 것이니까.
단지 혼자 있을 공간만 필요했다면, 회귀하자마자 바로 무인도에 들어가 자연인이 됐을 것이다.
신화는 이번에 괌을 둘러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는 휴양과 휴식, 레저의 극치. 이 섬에는 신화의 미래가 있었다.
‘영화처럼 등대도 짓고, 새파란 파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별장도 짓고! 해수 정화 시설, 개인 농장, 화원까지……! 정말 채워 넣을 것만 한가득한데?’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세상 그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오색영롱한 자연을 즐기며, 물아일체가 되는 삶!
그것이 전생에 끝내 이루지 못하고 회귀 ‘당한’ 신화가 현생에서 꿈꾸는 최후의 지상 낙원이었다.
쏴아아아.
숙소로 돌아와 창문을 열어젖힌 신화를 반긴 것은 갑자기 괌 전체에 쏟아지기 시작된 장대비였다.
샤미는 곤한 잠에 빠져 있었다.
밥이라도 챙겨 줄 생각에 깨워 봤지만, 신화를 향해 앙칼지게 이빨을 힘껏 드러내고는 다시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자는 내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부르르 떠는 모습이 악몽에 시달리는 듯했다.
‘서두르지 말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지 않던가?
샤미를 상대로 뭔가 하려 하기보다는 서로에게 라포르(Rapport)를 쌓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신화는 전생의 경험으로 샤미를 알지만, 반대로 샤미는 자신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극을 생각하지도 않고 무작정 다가가기만 한다면, 역효과가 날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제 식사 시간이군.’
한편 테이블 위에 놓인 그릇에는 향신료를 듬뿍 쳐서 조리를 끝낸 카타벨라의 ‘흔적’들이 있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면 뭔들 못 먹을까.’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우적우적. 우물우물.
신화가 카타벨라의 능력을 흡수하기 위한 식사를 시작했다.
우르릉! 콰쾅! 쾅! 번쩍번쩍!
어두운 밤하늘과 쏟아지는 장대비, 그리고 음산한 천둥소리와 번쩍이는 번개에 맞물려.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야밤의 외로운 식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얼마 후.
[능력명 : 즉사의 일격] [능력 매개체 : 카타벨라]신화가 미련 없이 괌을 선택한 이유이자 목적이었던 능력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
또 하나의 확실한 필살기를 손에 넣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