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13)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13화(13/101)
제13화
청우의 의도가 어쨌든 그의 말은 ‘너희가 너무 헤매서 답답해 죽겠으니 내가 나서겠다’는 선언으로 들렸다.
정이원은 며칠 보지 않긴 했지만 이젠 청우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기에 하하 웃고 넘겼다. 하지만 안 그래도 본인들이 헤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마음이 답답하고 여유가 없던 다른 연습생들은 눈에 불을 켜고 청우를 쏘아보았다.
“안무 다 따셨나봐요.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 아주 보기 좋네요.”
대놓고 욕은 하지 못하니 가시가 뾰족뾰족 박힌 말로 연습생 하나가 청우에게 응수했다. 하지만 너무 빙빙 돌려 비꼰 탓에 말 대신 칼을 드는 중원 출신 청우는 조금도 알아듣지 못했다.
“네 안무는 거의 다 숙지했어요. 제가 앞에 서겠습니다. 보고 따라 해보세요. 열심히 연습하시면 여러분도 저처럼 자신감이 생기실 거에요.”
악수(惡手)도 이런 악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도 모르고 해맑게 웃은 청우는 정이원을 슬슬 밀어내고 제일 가운데 앞에 섰다.
다시 음악을 틀고 청우가 동작을 시작하자마자 그가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려던 연습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첫 등급평가 때 실력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보통 첫 등급평가는 한 곡을 오랫동안 연습해서 완성도를 높혀 오기에 잘하는 사람이 많아 그러려니 했었다.
게다가 청우는…….
“이청우 말이야, 내 친구가 같은 소속사인데 실력도 없는 데 얼굴 하나 가지고 뽑혀서 맨날 월말평가에서 하위권인데도 여태까지 방출되지 않고 버텨서 별명이 거머리 연습생이랜다.”
“야, 그뿐인 줄 알아? 같은 소속사 연습생들이 잘 지내보자고 불만 얘기하거나, 조언을 해주면 사장님한테 괴롭힌다고 일렀대. 그래서 애들이 사장님한테 이를까 봐 말도 못 붙였다는데? 사장님이 엄청 예뻐한다나 봐.”
“전에 소속사에서도 애들 따돌리고 괴롭히다가 방출됐다잖아.”
…라는 와전된 소문들이 몇 명에게 흘러들어와 연습생들 사이에 퍼져 있었다. 진주 등급에서의 소문 전파자는 김태양이었다. 그는 한동운의 중학교 친구였다. 친하지는 않았는데 자신이 〈블링돌〉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잔뜩 듣고 온 참이었다.
안 그래도 사장님 눈에 들지 못해 기회를 못 잡고 여태 데뷔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김태양은 진주 등급 안에서 정이원이 가장 싫었지만, 그 옆의 이청우도 만만찮게 싫었다.
그래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고, 소문의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김태양은 진주 등급 내 연습생들에게도 그가 들었던 이청우의 소문을 잔뜩 이야기해 두었다.
하지만 청우의 안무 시범이 이어지자 진주 등급 연습생들의 뾰족한 눈초리는 점점 아래로 내려가더니 놀란 얼굴로 바뀌었다.
어제 받은 안무 영상인데 청우는 유일하게 모든 동작을 다 외우고 있었다.
“후우. 잘 보셨습니까?”
한 마디 해주려고 벼르고 있던 김태양조차 트집 하나 잡기 어려운 완벽한 동작들이었다.
“어, 너, 청우 안무 다 외웠어? 다 딴 거야?”
“음. 아직 완벽하게는 아니고. 보니까 세세한 동작에서 손 뻗는 각도랑 발 나가는 타이밍은 더 맞춰야 되겠더라. 근데 이건 몇 번 더 하면서 맞춰보면 될 것 같아.”
“대, 대단하다. 난 아직 그 정도까지 못 외웠는데. 우리랑 같이 연습해도 되겠어? 혼자 하는 게 훨씬 빠를 텐데. 이거 메인 무대에 올라가는 등급평가 대상이잖아. 호박 등급에는 들어가면 솔로 댄스 파트도 노려볼 수 있을 텐데.”
[이청우의 소원 성취를 위한 세 번째 업적 – 메인 테마곡의 솔로 댄스 파트를 쟁취하세요.]정이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알림음이 울리며 혼원천이 다음 업적 달성 목표를 제시하였다. 솔로 댄스 파트를 쟁취하려면 등급 무대에서 가장 상위인 호박 등급에 들어가야 하고, 그 안에서도 경쟁해서 이겨야 했다. 쉽지 않겠는걸.
하지만 지금은 일단 이곳에 발을 들였으니 같이 하는 연습이 먼저였다. 청우는 기왕 시작한 만큼 흐지부지 안무를 조금 봐주는 척, 같이 연습하는 척만 할 마음은 없었다.
“정이원 너 혼자 알려주는 것보단 같이하는 게 더 빠를 거야. 나도 알려주면서 한 번 더 숙지하면 좋고. 1절부터 입박으로 천천히 해볼 테니, 따라 해보세요.”
청우는 정이원이 두 손을 꼭 맞잡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는 것을 무시하며 안무의 처음 동작부터 다시 준비했다. 정이원은 또 무언가를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무래도 그가 저를 위해 나서주었다고 생각한 듯 감동받은 눈치였다.
서둘러 음악을 다시 틀고 동작을 하며 거울을 통해 다른 연습생들의 동작까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자, 처음부터 천천히 해볼게요. 쓰리 앤 포… 47번 연습생 발 뻗을 때 반 박자 느려요. 포에서 발 딛고 동작 해줘야 해요. 55번은 오른쪽 어깨 펴고! 굽혀져서 동작이 예쁘게 나오지 않습니다.”
중간중간 연습생들의 박자감과 동작, 몸에 배인 습관까지 파악하며 하나하나 지적해나가자 아까보단 훨씬 군무가 보기 좋아졌다.
연습생들도 그것을 느꼈는지 점점 청우를 향한 눈빛이 호의적으로 변해갔다. 멘토들도 이 정도로 자세히 한 명, 한 명 봐주지 않았는데 청우는 눈이 다섯 개라도 달린 것처럼 5명의 연습생 각각의 실수나 잘못된 동작을 전부 잡아냈다.
“여기서는 한 바퀴 회전 후 다리를 들고, 아니 47번 이렇게 따닥. 저기 66번은 오른쪽 팔을 더 들어요.”
답답한지 청우의 말이 점차 지시형으로 변했지만 단체 연습을 시작할 때부터 본인들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만큼 연습생들은 청우의 충고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동작을 교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체로 연습하는 연습생들의 동작이 점차 나아지자 혼자 연습하던 사람들도 슬금슬금 단체 연습팀으로 다가왔다.
“저도 같이해도 되나요?”
“정이원한테 물어보세요. 쟤가 이거 시작한 사람이라.”
정이원은 청우가 혼자 안무도 완벽히 숙지하고, 나서서 안무도 설명해 주고, 연습생 하나하나 가르쳐 주면서도 공은 그에게 넘기는 모습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시작은 그가 했어도 여기서 청우가 아예 리더 역할을 가져가면 방송 분량을 더 많이 가져갈 텐데. 고생은 자처하면서도 정이원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았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며, 그는 히힛, 하고 웃었다.
청우는 얘가 갑자기 뭘 잘못 먹었나 왜 이렇게 바보같이 웃지 싶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춤 연습을 이끌어갔다.
그가 매의 눈으로 날카롭게 연습생들 하나하나 지적하다 보니 이게 자율 연습 시간인지 레슨 시간인지 모르게 되었지만, 연습생들은 잔뜩 혼났어도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오히려 개인 연습하던 김태양만이 ‘지네가 연습실을 전세 냈어, 뭐야’라고 꿍시렁거렸으나 눈치가 있어서인지 들리게 말하지는 않았다.
모든 파트를 한 번씩 연습해 보고 한숨 돌리는 시간이 되자 청우는 기왕 나선 거 휴식까지 제대로 서비스하기로 했다. 소중히 아껴놓은 보물을 손주머니에서 꺼내어 같이 연습한 연습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이거 몇 개 없는 거지만 나눠 먹어요. 많아서 준 게 아니에요. 우리 끝까지 열심히 해봅시다.”
“아, 네.”
청우가 하나하나 인사를 하며 한 명에게 꼭 한 개씩만 나누어주었다. 아까웠지만 차별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같은 연습실에서 따로 연습하고 있던 연습생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얼결에 같이 나눠 받은 정이원이 약소한 물건의 정체를 확인하곤 눈을 비볐다.
‘이건 내가 준 뽀X로 비타민!’
정이원의 집에는 어린 동생들이 있어 항상 떨어지지 않는 간식이었다. 입이 심심할 때 먹으려고 대용량으로 한 봉지로 챙겨와 아무 생각 없이 청우에게도 한주먹 나눠주었는데 열렬한 반응을 얻고 말았다.
‘이 새콤달콤한 맛은 뭐야? 양이 적어서 감질나! 먹으니까 막 기운이 솟는 것 같은데?’
애기들 비타민이라 그렇게 효과가 있지는 않을 텐데 청우는 두 눈을 빛냈다. 약국에만 가도 막 주는 물건인데 처음 먹어보는 듯한 반응에 정이원은 청우에게 한 봉지를 그대로 주었다. 요즘 보이지 않길래 다 먹었나 했더니 주머니에 잘 들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청우가 너무나 정중하면서도 아까운 태도로 비타민을 나눠주어 연습생들은 ‘사실 몰랐지만 이것은 대단한 효능을 지닌 귀한 물건인가 보다’ 생각하며 뽀로로 비타민을 쪽쪽 빨아먹었다.
다들 넙죽넙죽 비타민을 받아들며 청우에게 우호적으로 변하는 분위기에 김태양 혼자만이 이를 박박 갈며 청우가 다가오자 코웃음을 치며 거절했다.
“이 나이 먹고 웬 뽀X로. 전 괜찮습니다.”
무안이나 줄까 싶었는데 청우는 너무나 해맑은 표정으로 혹시나 그가 말을 바꿀세라 비타민을 얼른 도로 집어넣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적어도 조금은 무안한 표정이라도 지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김태양이 이를 더욱 갈았지만 청우는 누가 봐도 안 받아서 잘 되었다는 얼굴로 비타민을 쏙 집어넣고 다음 사람에게 갔다.
그걸 보니 김태양은 왠지 비타민을 다시 뺏고 싶었지만 거절해놓고 도로 달라고 하는 건 누가 봐도 우스운 모양새라 카메라를 생각해 가까스로 참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청우는 정이원과 함께 진주 등급의 연습생 무리와 함께 테마곡 연습에 매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등급의 연습생들 내에서 그의 평가는 완전히 뒤집혔다.
“천마님, 성격 엄청 좋은데?”
“연습할 때는 무섭긴 한데 엄청 세심하더라. 멘토님도 그렇게 세세하게는 안 봐주시던데.”
“그러게. 이기적이고 혼자 나선다고 하더니 완전 헛소문이었어. 뒤에서 씹는 애들이 왜 나오는지 알겠네. 잘하니까 견제받았었나 봐.”
한번 이미지가 좋아지자 청우의 평판은 파도를 타듯 상승세로 쭉 이어갔다. 며칠이 지나자 청우는 진주 등급 연습생들과는 대부분 말을 텄으며, 연습할 때 엄하게 굴수록 오히려 환호를 받았고, 끝나면 고맙다며 이런저런 간식을 얻어먹게 되었다.
진주 등급의 연습생들은 청우에 대해 돌았던 나쁜 소문들까지도 알아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리 천마님이 보니까 말주변이 좀 없네. 오해 사기 쉬운 타입이야.”
“그러니까. 좋은 일 다 해놓고 생색도 안 내잖아. 저 정도 실력이면 혼자 연습하고 센터 차지하려고 할 텐데. 하나하나 다 신경 써주더라. 저러니 견제하는 사람이 생기지.”
“쟤가 어디 저래서 곡을 뺏겠어, 선 넘는 거 딱 질색하던데. 눈으로 보지 않은 건 역시 믿는 게 아니라니까.”
연습생들은 저들끼리 뭉쳐 청우에 관한 이미지를 더욱 좋게, 공고히 쌓아갔고 점차 청우를 귀여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 민수 형 오른쪽 팔! 지금 올리고, 다시 반대로. 아니, 석진이 형 다리에 힘 더 주고!”
연습생들이 호의적으로 구니 청우도 점점 그들이 편해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하오문 시절 했던 기초무공 교관같이 굴고 있었다. 그때와 다른 점은 지금은 무공이 아닌 춤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때는 깍듯하게 교관님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묘하게 놀림받고 있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넵! 천마 교관님!”
“천마 아니라니까!”
“그럼 무뼈 교관…….”
“아, 아니라고!”
“꺄악! 천마님 화내신다!”
하아, 본래 위천무의 몸이었다면 위엄이 넘쳐 한 마디, 한 마디, 말할 때마다 존경 어린 시선을 받았는데, 가녀리고 왜소한 이청우의 몸으로 들어와서인지 다들 그가 소리를 질러도 꺄악꺄악 거리며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무튼, 다시, 다시. 여기 중반부터.”
“넵!”
그래도 말들은 잘 들으니 다행이었다. 청우는 다시 연습에 몰두했다. 연습생들을 세세하게 가르치면서 자신도 현대의 안무 동작에 대해 더 자세히 느끼고 익힐 수 있었다. 이제는 조금이지만 자신의 곡에 대한 깨달음을 안무에 적용할 수도 있게 되었다.
물론 저 뒤에서 흐뭇한 스승님 미소 같은 걸 띄고 있는 정이원은 좀 거슬리긴 했다.
“정이원, 춤 똑바로! 표정이 그게 뭐야!”
“넵, 교관님!”
정이원은 능글능글 대답하더니 슬쩍 윙크하고는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안무 연습에 집중했다.
하나둘씩 모두 단체 연습팀에 합류하여, 진주 등급에서 개인 연습을 이어가는 건 김태양과 말이 안 통하는 중국인 연습생 리콰이창뿐이었다.
김태양도 개인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줄어들 때마다 자신도 저 무리로 들어갈까 고민했지만 왠지 이제 와서 합류하는 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이청우의 비타민을 거절하는 것도 이제 그 혼자뿐이었다.
말이 안 통하는 데다 중국인 연습생끼리 뭉쳐다니느라 따로 연습하는 리콰이창조차 뽀X로 비타민은 신나서 받았다. 심지어 그는 어설픈 바디랭귀지로 하나 더 얻기까지 했지. 아까워하는 얼굴로 하나 더 주던 이청우가 얼마나 얄밉던지.
역시 테마곡을 위한 마지막 등급평가 전에 저 얄미운 이청우와 정이원을 한 번 골탕이라도 먹였으면 좋겠는데.
그때 숙소 내부에서만 쓰는 휴대폰의 메신저가 울렸다.
띠링-
[계진성 : 김태양, 뭐 함? 오늘 저녁에 같이 ㄱ?]마침 그에게 딱 필요한 연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