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20)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20화(20/101)
제20화
설마 그렇게 내공을 쏟아서 기혈을 맞추어 주었는데 아직도 그 수준으로 뚝딱거리진 않았겠지?
노래는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도움을 주진 못했지만 춤은 확실히 늘었다. 과연 어디까지 등급이 올랐으려나.
역시 주지호의 이름은 없었다.
“아, 주지호 찾는구나? 오, 이름 없네. 등급 올라갔나 보다. 그러고 보니 저기 등급 조금 바뀌긴 했네. 저번에 봉사 갔을 때 봤던 애들 몇 명 올라갔나 보다.”
누가 추궁과혈을 해주었는데 당연하지. 청우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제는 중간등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에메랄드 등급입니다.”
여기도 계진성의 무리 중 한 명이 있었다. 잔챙이의 이름 따위는 기억해주지 않는 편이지만 얼굴은 확실히 기억에 남았다. 쯧쯧, 그러게 몰려다닐 시간에 연습이나 한 번 더 하지.
“다음은 사파이어 등급 연습생들입니다.”
“오, 주지호 여기까지 올라왔네.”
이번에는 아는 얼굴과 이름들이 많이 보였다. 일단 두 등급이나 상승했음을 표시하는 화살표가 반짝이는 주지호가 있었다. 그리고 계진성은 원래 이 등급이었는지 화살표 표시는 없었다. 숙소의 같은 방에 있던 이한주와 정이솔도 있었다.
“이솔이도 한 칸 올라왔네. 열심히 했나 보다. 하, 김태양 내가 떨어질 줄 알았지. 혼자 짜증 나게 굴더니. 아, 덕진이도 있네. 덕진이가 너 연습시키는 거 보고 너무 멋있었대.”
연습? 같은 등급 녀석들을 연습시킬 때는 스승처럼 변해서 엄청 호령했던 것밖에 기억나지 않는데.
초코바를 챙겨주는 착한 녀석이지만 취향은 아무래도 특이한가 보다. 그래서 나한테 잘 해줬었나?
“그리고 이제 상위등급입니다. 한쪽은 진주 등급, 한쪽은 최고 등급인 호박 등급입니다. 과연 호박 등급의 연습생들은 누구일까요?”
최고 등급 소개에는 공을 들였는지 남은 연습생들의 이름과 얼굴이 전부 화면에 나타났다. 아마 긴장감을 좀 준 뒤 둘로 나눌 건가 보다. 그리고 청우의 예상대로 긴장감이 흐르는 음악과 조명이 지나간 후 화면의 연습생들이 둘로 나누어졌다.
“야, 너랑 나랑 같은 등급인데? 올라간 거야, 떨어진 거야?”
초조해하는 정이원의 목소리와 함께 나눠진 그룹의 위에 진주와 호박 그림이 떴다.
“야! 우리 올라갔어! 와 씨, 진짜! 다 네 덕분이다 청우야! 하하하!”
정이원이 신나서 청우의 등을 팡팡 쳐대기 시작했다. 이 녀석, 생각보다 힘이 세네. 호흡을 열심히 했나. 몸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청우가 화면에 뜬 이름들을 살펴보았다.
“야, 석진이 형이랑 민수 형도 올라왔네! 우리 같이 연습했던 애들은 선방했다. 아무도 하락은 안 했네.”
“축하한다, 이 녀석들!”
“천마님! 축하해요!”
같이 연습했던 연습생들이 와글와글 몰려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다들 등급이 떨어지지 않은 것에 기뻐하는 듯 표정들이 밝았다.
잘했다며 머리를 퍽퍽 치는 누군가의 손길을 느끼며 화면을 보니 김해월이 진주까지 등급이 상승해 있었다. 얼굴만 아는 미카엘은 여전히 호박 등급이었다.
“이제 모든 연습생들의 최종 등급 발표가 끝났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온 결과에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세공사 여러분께서도 이 원석들이 마침내 보석으로 가공되는 그 시간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마무리 멘트까지 끝나자 기뻐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하는 여러 연습생의 얼굴을 카메라가 클로즈업했다. 어떤 연습생들은 너무나 실망하여 카메라를 의식하지도 못했고 기뻐하는 연습생들은 카메라를 의식한 채 얼마나 기뻐해야 하는지 몰라 우물쭈물거리기도 했다.
청우는 활짝 웃었다.
기쁠 땐 기뻐해야지. 이 결과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가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연습하면서 자신만의 완성도를 높이고 육체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무사히 그의 과업을 완성하지 않았는가. 당연히 기뻐야지.
“야, 나가면 꼭 연락해라. 같이 밥이라도 한 번 먹자.”
“그래. 너 하는 거 봐서.”
“뭐야, 이 자식이. 하하!”
정이원은 결국 가장 높은 등급까지 올라간 것이 기쁜지 마냥 웃는 얼굴이었다. 여기에도 좋은 인물들이 있다. 이청우가 미리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청우가 이건 모두 형이 해낸 결과라고 말합니다. 자신과는 다르게 형은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칭찬해주는 이청우의 목소리가 왠지 평소보다 조금 멀어진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일까?
촬영이 1차로 종료되고 연습생들은 저마다 짐을 챙겨 3일간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청우가 씩 웃었다. 이제는 회사로 가서 그의 성과를 수확해올 시간이 되었다.
연습생들이 삼삼오오 숙소를 나서자 저마다 마중 나온 회사의 차량이 보였다. 차의 크기에 따라 회사와 연습생들의 위상이 다르다고 했던가?
“청우야! 연락해라!”
정이원이 차에 타며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청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이 세계로 와서 실컷 가지고 놀았던 물건이지만 이주 만에 돌려받으니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부재중 : 0까까오톡 : 10]
전화 온 곳은 없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그의 ‘가족’은 연락하지 않은 듯했다.
쯧, 청우는 혀를 차곤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가족을 모르는 건 청우도 마찬가지이지만, 피를 나눈 가족이어도 없는 거나 똑같네. 이럴 바엔 그냥 없었던 게 역시 속이 편한 거였어.
“이청우.”
그때 누군가 또 청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여어, 쫄보지원 님이시네.”
청우가 씩 웃자 현지원이 미간을 찌푸리며 바라보았다.
“조심히 가는 게 좋을 거다. 다음에는 이번과는 좀 다를 테니까.”
“그래, 기대되네. 다음에는 내가 진짜 칼로 날려버릴 수도 있잖아? 요새 힘 조절이 좀 안 되더라고.”
말끝에 약간의 살기를 담자 현지원이 움찔하더니 얼굴이 창백해졌다.
“흥!”
한 번 살기를 경험하고는 예전과 같을 수는 없겠지. 어딜 내 앞에서 뻔뻔하게 고개를 쳐들어. 황급히 달아나다가 뒤돌아서는 현지원을 보며 청우가 낄낄거렸다. 야, 봤냐. 이 형아가 네 복수 해주는 거.
[이청우도 속이 시원하다고 말합니다.]역시 기분 탓이었나? 머릿속으로 ‘이청우’와 현지원 저거 다음에 또 나대면 앞에서 겁먹고 오줌싸게 해주겠다고 허세를 부리며 청우도 가방을 들고 정문 쪽으로 나섰다. 이쪽에서 버스를 탄다고 하던데.
“청우야!”
“어? 형?”
“어디가, 이리 와, 이리.”
뜻밖에 강 실장의 모습에 청우가 어리둥절했다. 설마 날 데리러 온 건가?
“저 데리러 오신 거예요?”
“그래, 임마. 당연하지. 소속사도 있는 녀석이 어딜 혼자 쏘다니려고 그래? 가자. 내가 태워다줄게.”
그렇다면 거절할 수는 없지. 버스보단 차로 다니는 게 훨씬 편했기에 청우는 슬쩍 그의 차에 몸을 실었다.
“아무도 안 오실 줄 알았는데요.”
“야, 설마 형이 널 집에 혼자 보내겠냐. 내일은 사장님이 맛있는 거 사 주신다고 같이 밥이라도 한 번 먹자던데?”
흐음? 청우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아무래도 그가 들어가서 해낸 일이 사장 귓가에도 들어간 모양이다.
“너 이번에 제일 높은 등급에도 들었다며? 사장님이 엄청 좋아하셨어. 밖에는 방송 3회분 풀렸거든. 근데 시청률이 기대했던 것보다 엄청 좋더라고. 사람들이 안 볼 줄 알았는데 또 욕하면서 보긴 하더라. 너 분량도 엄청 많이 나온 거 알아? 지금 버스 타고 가면 누가 알아볼지도 모르잖아. 그래서 내가 마중 나왔지.”
신나서 떠드는 강 실장의 말을 듣고 있던 청우가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제 내 위상을 보고 회사에서도 다르게 대우해 주겠다, 이 말이로군?
어느 곳에서나 가인에게 무서운 건 악평보다 무관심이었다. 이쪽 연예계에서도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는 건 자명했다. 누구에게도 관심을 못 받는 것보다는 악플이라도 관심을 받는 게 낫다. 일단 얼굴을 자주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져야 좋아지는 법이다.
검색이라도 좀 해볼까?
인터넷 검색창을 익숙하게 연 청우는 속으로 현대 사회에 아주 잘 적응했다며 스스로를 칭찬하고는 블링블링 유어 아이돌을 검색했다. 그러자 뉴스 기사가 쭉 뜨기 시작했다.
[블링블링 유어 아이돌, 과연 아류작의 한계를 넘을 수 있을 것인가.] [블링블링 새로운 연습생들 얼굴을 알리다!] [아이돌 연습생 검증의 허점, 과연 블링돌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철저한 검증 시스템, 더 이상의 A-NINE은 없다!] [어른들의 욕심에 희생당하는 연습생들, 과연 결말은?] [시작도 전부터 표절 시비? 익스트림 슈퍼 아이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대부분은 안 좋은 내용이었지만 간혹 옹호하는 기사도 있었다. 그래도 기사가 이렇게 많이 떴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는 뜻이니 나쁜 것은 아니었다.
청우는 이번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해보았다. 정이원이 밖에 나가면 꼭 해보라고 알려주었다.
[이, 청, 우]한 글자씩 치자 관련된 내용이 쭉 뜨기 시작했다. 메인 프로필에는 사업가 이청우, 성악가 이청우가 뜨고 그 후에야 연습생 이청우가 떴다. 아직 데뷔도 안 했는데 아이돌이라고 표시되어 있군. 소속사에서 올려준 듯한 프로필 사진은 ‘이청우’였던 시절 찍은 사진으로 어딘가 겁먹은 듯한 눈동자에 힘이 없는 모습으로 누가 봐도 지금의 청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건 바꿔 달라고 해야겠다.’
그 밑에는 연결된 기사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호평이었다.
[‘블링돌’ 이청우! 눈에 띄는 검술 실력!] [‘블링돌’ 이청우의 특이한 인사? ‘천마 청우’ 인사드리오!]몇 개 없네. 아직 그 정도는 아닌가? 청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흘끗 청우가 뭘 하는지 지켜본 강 실장이 블로그를 보라며 블로그 주소를 하나 알려주었다.
[청량청우]라고 되어 있는 블로그를 방문하자 더 많은 글을 올라와 있었다. [‘블링돌’ 춤신춤왕 청우 모멘트!] [우리 청우 보고가세요! 검무 대박 환상! 무협에서 튀어나왔나.] [요즘 영업 중 – 천마청우] [뜨고 있는 인물 – ‘블링돌’ 이청우]이 블로그의 주인은 청우의 팬이었는지 3회차밖에 방영되지 않았는데 제법 많은 글이 올라와 있었다.
“3회차밖에 안 되었는데 글이 생각보다 많네요.”
“아, A-NINE에 멤버 한 명이 라이브 방송을 술 먹고 했더라고. 한번 봐봐. 그걸로 오히려 화제성이 확 올라갔어.”
어디, 청우가 A-NINE, 음주 방송을 검색하자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개수의 뉴스 기사와 글들이 떴다.
청우는 뉴스에 첨부된 영상을 재생시켰다. 처음 시작부터 날것 그대로 송출되는 영상에 그도 살짝 놀랐다.
[미친 방송국 놈들이 연습생들 데려다가 자기네 입맛대로 돌리더니 다 쥐어짜고는 버리고 새 걸로 갈아 끼우네. 남들 욕하는 것 말고는 할 짓 없는 것들이 또 새로운 애들 나왔다고 가서 욕이나 처하겠지. 걔네나 우리나 똑같아. 지금은 인성 바른 척하지만 다 똑같다? 니네가 빠는 오빠들도 마찬가지야. 안 걸렸을 뿐이지 다 뒤에선 마약 하고 여자 만나고 다닌다고. 블링돌? 다 망해서 죽어버려라. 한영수 그 새끼 존나 안목도 없음. 거기 나온 새끼들 하나도 못 뜰걸?]영상 아래로 관련 뉴스가 줄지어 이어졌다. 절로 클릭해 보고 싶게 만드는 자극적인 헤드라인들이었다.
[마약 혐의로 수사 중인 A씨의 라이브 방송,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저격!] [K-POP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마약 수사 연예계로 확대 조짐!]“이게 왜요?”
“사람들이 걔 하는 거 보고 팬들이 다 떨어져 나가서 새로운 남자 아이돌 판다고 블링돌로 다 몰렸거든. 그리고 한PD가 오죽 연습생 인성을 강조했어? 그게 A-NINE 데뷔 프로그램이랑 비교하는 쇼츠가 엄청 나오면서, 사람들이 한번 볼까? 하는 거지.”
그러니까 이전에 망했던 그룹 놈이 욕하는 글을 쓰니까 다들 그놈이 싫어서 응원차 우리 프로그램에 관심을 준다 이 말이군.
여전히 독이 든 성배가 되겠지만 잘된 일이었다. 청우는 이 프로그램으로 반드시 데뷔할 생각이었다. 같은 멤버가 될 녀석들이 누구일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청우와 같이 있다면 절대로 사고는 치지 못할 것이다. 사고를 치게 내버려 두느니 다리를 분질러 버리지.
“흐음, 그러고 보니 사장님께도 받을 게 있으니 회사에 들르긴 해야겠네요. 숙소 생활을 해보니 필요한 게 많더라고요. 제가 원하는 대로 지원을 전폭적으로 해주신다고 했으니 통이 얼마나 크신지도 좀 봐야겠어요.”
“그, 그래. 내가 사장님께 미리 말씀드려 놓을게. 그런데 청우 너 실력 정말 많이 늘었더라.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 왜 지금까지는 못했어?”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건 아니에요. 꾸준히 노력한 게 벽 앞에서 막혔는데, 그게 뚫리니까 잘 된 거죠. 제가 대기만성형, 뭐 이런 거였나 봅니다.”
내일 김선복과의 식사 자리가 아주 기대되는걸. 생각보다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데뷔해도 마냥 바닥은 아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술술 일이 잘 풀려가는 느낌에 청우가 콧노래를 불렀다.
강 실장은 내일 데리러 오겠다며 청우를 오피스텔 앞에 내려주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은 변함없이 적막했다. 2주 동안 남자애들과 종일 부대끼다가 돌아오니 오히려 혼자만의 시간이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후우, 이제 이쪽도 계산 좀 해봐야겠는걸.”
청우는 이제 본격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다음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가장 먼저 ‘이청우’의 자금 사정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일단 이 집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작업실이라고. 20평 안 되는 오피스텔이었지만 청우에겐 감지덕지, 아니 궁전이나 다름없었다.
성인이 되던 날 명의도 온전히 ‘이청우’의 것이 되었다고 하니 길바닥에 나앉을 걱정은 덜었다. 하오문 시절처럼 길거리를 전전해야 하는 게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
아버지는 새로운 가정을 꾸리곤 청우를 없는 취급했다곤 하지만, 미성년자 때는 달마다 생활비를 주었다고 한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그에게 생활비를 받지 않았으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축도 조금씩 했다고.
그럼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 볼까?
이제는 대충 이 세계의 물가나 화폐 가치를 대략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재정을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지.
어디.
청우는 ‘이청우’가 알려주는 대로 스마트폰의 은행 앱을 열고 로그인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