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23)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23화(23/101)
제23화
강신영은 오늘 일정을 마음속으로 정해 두었다. 아기와 4시에 베이비카페에 갈 것이다. 그리고 한 시간 반 정도 놀고 나면 우리 귀염둥이는 곯아떨어지겠지. 집에 6시에 도착할 테니 그녀의 계획은 완벽하다.
천무신교의 공지를 보고 계획을 다시 한번 점검한 그녀는 베이비카페에 갈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 6시. S채널 신기가요 특집! 〈블링블링 유어 아이돌 – 난 준비됐어〉 많은 시청 바랍니다.]강신영이 짐을 싸느라 분주한 한편, 고등학생인 이소민도 공지를 보았다. 오늘 석식은 편의점 햄버거로 때워야겠다. 이소민은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무대를 보기 위해 몰래 가져온 언니의 음질 좋다는 콩나물 이어폰과 스마트폰을 꼭 쥐었다. 시간을 끊임없이 확인하며 이소민은 6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
“나, 나 떨고 있니?”
청우는 눈앞에 불쑥 내밀어진 덜덜 떨리는 정이원의 손을 무심한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어. 떠네.”
“야, 어떡해, 어떡해! 떨림이 안 멈춰!”
호들갑 떠는 정이원을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지금 이런 상태인 것은 정이원뿐만이 아니었다.
신기가요와 연결되어 생방송으로 중계된다는 것에 긴장한 연습생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자리에서 정이원처럼 벌벌 떨고 있거나 다리를 떨거나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넌 긴장도 안 돼? 생방송이라니까, 생방송?”
청우는 카메라가 어색하긴 해도 촬영되고 있다는 감각엔 무딘 편이었다. 생방송인지 알게 뭔가, 무대를 잘하면 그만이지.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 올려서 이 무리 속에서 최고로 돋보이는 것이다. 청우는 조용히 호흡을 골랐다.
“으아아, 너무 떨려!”
하지만 이제 발까지 동동 구르기 시작한 정이원이 눈에 띄게 거슬렸다.
“어휴, 진짜. 야, 이리 와봐. 내가 긴장하지 않게 해줄게.”
“어?”
발을 구르다 못해 손톱까지 물어뜯으려던 정이원이 청우의 부름에 가까이 다가왔다.
“뒤돌아봐.”
청우는 슬금슬금 등을 돌린 정이원의 어깨의 혈도를 강하게 누르며 내력을 주입했다.
“으악!”
순간적인 통증에 등으로 손을 올리던 정이원이 몸 안으로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기분에 몸을 뒤틀다 말고 멈춰 섰다. 신기하게도 따뜻한 기운이 퍼지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오, 역시 청우. 너네 집 무슨 한의원 해? 무슨 침 놓듯이… 하여간 신기해.”
“너무 긴장하면 제 실력의 반도 발휘하지 못해. 머리는 차갑게. 호흡은 가라앉히고. 연습했던 것만 떠올려. 그것만 해도 충분하니까.”
청우의 조언은 어딘가 연륜이 느껴졌다. 덕분에 마음이 가라앉은 정이원이 차분한 눈으로 주위를 훑었다.
“차분해지니까 이제 좀 보이네. 이야, 근데 무대 봐봐. 인성이니 공정이니 해도 결국 서바이벌은 서바이벌인가 봐. 등급별로 무대 위치 차이 너무 나는데?”
빛나는 보석 형태의 무대는 화려한 조명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가장 윗부분은 호박 등급 연습생들이, 아래로 갈수록 낮은 등급의 연습생들이 자리를 잡았다. 아래로 갈수록 조명과 더 가까워져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조명을 너무 화려하게 하는 거 아닌가?”
청우가 같이 아래 무대를 살펴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래서야 얼굴이나 보이려나?
“방송에서는 원래 이 정도 조명을 써줘야 얼굴이 밝게 나와. 그리고 아마 실력이 부족한 연습생들을 가리려는 거겠지. 조명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춤을 잘 춰 보이게도, 못 춰 보이게도 만들 수 있거든.”
“어, 너는…….”
“안녕. 우리 같은 반인데, 내 이름 알아? 난 최율리. 너 솔로 됐을 때 축하도 해줬는데 기억 못 하려나? 내가 그렇게 임팩트 없는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사실 주지호나 미카엘에 비하면 수수한 인상이었지만 여기서 그렇다고 하면 나쁜 놈이 되는 거겠지.
“율리 형!”
정이원이 반갑게 최율리를 맞이했다.
“우리 댄스 센터님이 뭐 하시나 구경하러 왔지. 준비는 다 됐어? 지상파 음악방송이라 시청자 수가 어마어마할걸? 그냥 인터넷으로 내보내는 거랑은 다르다고. 긴장하고 그래서 실력 못 보이면 곤란해. 지금 네가 우리 프로그램 간판이니까.”
“긴장 안 되는데요.”
“내가 긴장 푸는 법… 뭐?”
“긴장 안 돼요. 그러고 보니 형이 보컬 솔로죠?”
잠시 어안이 벙벙했던 최율리가 살펴보니 이원이나 이청우나 긴장감은 없고 오히려 기대가 가득한 눈빛이었다.
갓 데뷔한 아이돌이나 연습생들이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이 그랬고, 최율리 역시 첫 데뷔 무대 때 긴장해 카메라 앞에서 뻣뻣하게 굴었었다.
보컬 솔로가 댄스 솔로 바로 뒤였기에 혹시라도 이청우가 무대를 망치면 자신까지 흔들릴 걸 걱정해 찾아왔더니만.
최율리는 아직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서보지 않아서 모르는 건가, 대담한 건가 가늠해 보다가 걱정이 무색한 듯하여 허탈하게 웃었다.
“대담한 동생들이네. 긴장해서 실력 발휘 못 할까 봐 걱정돼서 와봤는데.”
청우가 씩 웃었다. 무대에서 긴장이라니. 그는 이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간 동안 무대에 올라왔다. 이런 깨끗하고 단정한 무대뿐 아니라 훨씬 다양한 곳에서, 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남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해 왔다.
칼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도 악기를 연주해 보았는데 겨우 이 정도쯤이야.
“뭐 좋아. 혹시 네가 망치기라도 하면 바로 이어지는 내 솔로 파트에 영향이 갈까 봐 온 거야. 난 이번에 진짜 간절하거든. 그럼 다들 잘해보자.”
최율리가 한 손을 들어 인사하며 자신의 위치로 가서 섰다. 정이원과 청우도 각자 지정된 위치에 섰다.
앞에서 스태프들이 준비 신호를 알렸다. 긴장에 떨던 연습생들이 일제히 자신의 자리를 찾아 정렬했다.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는 첫 무대다.
이 무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에 연습생들 전부 잡생각들은 떨치고 무대에 집중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모두의 기세가 바짝 섰다. 가장 센터에 서 있던 청우에게도 그 기세가 느껴질 정도였다.
‘좋은 기세네.’
별 기대가 없이 온 연습생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의 아이돌 시장이 엄청나게 치열하다더니 다들 나름의 꿈과 기대를 가지고 이 자리에 선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연습생 중 아이돌이 되는 비율이 엄청나게 적다고 들었다. 그러니 이런 프로그램에도 어쩔 수 없이 희망을 가지고 뛰어드는 거겠지.
어쨌든 연습생들의 기세가 느껴져 청우도 흥이 올랐다. 마치 강호초출 햇병아리들이 첫 전투에 나가기 직전의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선배님이 좀 이끌어 주셔야지.
암전되어 있던 조명에 불이 들어왔다.
일제히 빛을 발하는 눈부신 조명들 속에서 익숙한 반주 소리와 함께 99명의 연습생이 일제히 같은 동작으로 블링돌의 본격적인 첫 시작을 알렸다.
두둥-
-우린 모든 준비가 되어 있어.
지금 여기 이 순간
다른 건 생각할 필요도 없어.
나를 봐, 네 앞에 있잖아.
여기만 봐 다른 건 볼 필요 없어.
팔과 손가락 각도까지 맞춘 화려한 군무가 이어졌다.
수십 명이 같은 동작으로 움직이는 장관을 멀리서 찍어내던 카메라는 점점 연습생들 개개인을 클로즈업 해주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의 영향으로 이 순간 곡이나 군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눈에 띄어야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연습생들이 저마다 미소를 짓거나 몰입한 표정을 보여주었다.
하나로 집중되어 있던 기세가 점차 흐트러지는 것을 느낀 청우가 혀를 쯧 차더니 점프하여 부드럽게 턴 하는 동작에서 한쪽 다리에 내력을 집중시켜 진각을 밟았다.
묵직한 쿵 소리와 함께 박력 있게 다음 동작을 이어 나가는 청우의 기세에 다른 연습생들이 자기도 모르게 그의 기세에 휘말려 같이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를 바라봐, 나를 찾아줘
너를 위한 준비를
모두 끝낸 나야!
손을 뻗어줘!
난 준비 됐어!
여기 네 눈앞에 있는 나는
반짝이는 보석이 될 거야.
후미 그룹의 연습생들이 고난이도의 동작에 좀 비틀거렸지만 다행히 조명이 강해서인지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다.
곧 이어지는 댄스 솔로 파트.
청우 주변의 연습생들이 한 발짝씩 물러서며 포인트 조명이 청우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두둥-
심장까지 울리는 베이스 반주 위로 청우가 한 번 가볍게 뛰어올랐다가 발을 구르며 상체를 돌렸다.
박자에 맞추어 점프하고 공중에 있는 동안 발을 돌리며 땅에 발이 닿자마자 스텝을 밟고 상체를 움직인다.
핀 조명 아래에서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처럼 가볍게 동작들을 해내는 청우를 보며 기본 동작의 가벼운 군무를 이어 나가던 정이원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어떻게 저렇게 높이 뛰는데 둔한 느낌이 없고 가볍지?’
핀 조명에 이어 붉은 조명으로 바뀌며 열정적으로 춤을 추던 청우의 동작이 느려지고 앞으로 손을 뻗으며 청우가 뒤의 보컬 솔로 파트와 이어지는 가사를 카메라에 대고 속삭였다.
-그래, 나야, 네 곁에 이미
준비가 다 된 내가 있어
그리고 청우가 옆으로 빠져 대형으로 돌아가자 최율리가 대형 중간으로 나왔다.
이 프로그램의 최고의 메인 보컬로 각광받고 있는 최율리는 성격은 다소 특이한 면이 있지만 무대에서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타입이었다.
-나를 바라봐줘, 널 위한 내가 여기 있어
네가 원하는 게 어떤 모습이든
난 다 이뤄낼 수 있어
어둡고 빛 하나 없는 곳에서
네가 날 발견해 주기만을
기다린 내게 손을 뻗어줘,
날 가져가
이젠 모든 준비가 다 됐어!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고음이 쭉 뻗어 나갔다. 과연 심사위원은 물론 시청자들 모두 그를 메인 보컬감이라고 손꼽을 만한 실력이었다. 음 이탈 없이 높은 고음까지 쭉 뻗어내며 안정적인 호흡으로 노래를 이어가던 최율 리가 다시 대형으로 돌아오자 일제히 99명의군무가 다시 시작되었다.
-나를 바라봐, 나를 찾아줘
-너를 위한 준비를
모두 끝낸 나야!
손을 뻗어줘!
난 준비 됐어!
여기 네 눈앞에 있는 나는
반짝이는 보석이 될 거야.
피날레로 화려한 불꽃이 솟아오르며 떨어지는 종이 꽃가루 사이로 연습생들이 엔딩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카메라들이 빠르게 근접하자 연습생들은 만족한 얼굴, 어필하는 눈빛, 아쉬워하는 모습을 각각 카메라에 담아냈다.
각각의 속마음이 어떻든 이제 메인 테마곡의 무대는 공개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무대를 본 시청자들의 투표일 것이다.
자신의 실력이 충분히 드러났을지, 시청자들에게 어필이 되었을지 연습생들의 고민과 기대가 가득 담긴 채 메인 테마곡 무대의 생방송이 막을 내렸다.
“컷, 수고하셨습니다.”
스탭들의 신호에 따라 연습생들은 제각기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아, 나도 저 위에 서서 했으면 더 잘했을 텐데.”
“나 너무 떨려서 아직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거 같아. 소리 들리냐?”
“귀에서 음악 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 같아.”
눈앞에서 봐주는 관객은 없었지만 처음으로 나가는 공식 무대에 다들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하여튼 애송이들이 겨우 한 번에 들떠 가지고.’
[그러는 형도 얼굴이 들떠있다고 이청우가 말합니다.]“아니거든?!”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 있던 청우가 ‘이청우’의 지적에 발끈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말했다.
“뭐가 아니야?”
“응? 아니야, 아무것도.”
“와, 그나저나 우리 천마님 춤 진짜 잘 추더라? 왠지 계속해서 실력이 더 늘고 있는 느낌이야. 기분 탓인가? 혹시 나 몰래 어디서 혼자 과외라도 받고 있는 거 아니야?”
“하, 뭐래. 그냥 나의 실력이 점점 드러나고 있는 거지.”
“헐, 이 자신감!”
정이원이 청우의 머리카락을 마구 흐트러트렸다. 행동이 과격한 걸 보니 이 녀석도 첫 무대에 마음이 붕붕 떴나 보다.
하긴 매번 남들 뒤에 서거나 연습실에서 하는 평가 무대만 해보았을 텐데 중계 무대라고는 해도 지상파 음악방송에 당당히 가수로서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을 테니 다들 들뜬 것도 이해가 갔다.
청우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무대에 서고 나니 마음 한 곳에서 뭉실뭉실한 구름이 피어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래, 무대란 이런 느낌이었지.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감각이 핏줄을 타고 다시 올라와 심장이 간질거렸다. 좀 더 많은 무대를 하고 싶다.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도 직접 보고 싶었다.
“미션 무대는 관객들 앞에서 한다고 했지?”
“응. 기대되지?”
무척.
청우는 다음 무대가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띠링-
[세 번째 업적 달성! 메인 테마곡 무대에서 댄스 솔로 파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였습니다. 업적 달성 보상으로 혼원천이 작동됩니다. 혼원을 엽니다. 계약자에게 필요할 보상이 지급됩니다.]“호오. 이게 나올 시간이 되었구나.”
청우가 기대하며 혼원천이 내어 줄 다음 보상을 기다렸다.
[선계의 손부채효과 – 사용 시 주인의 매력을 최고로 끌어냅니다. 부채질까지 하면 시원하기까지!(단, 조건을 만족해야 효과가 발동합니다.)]
“?”
흰색에 고풍스러운 난 그림이 끝부분에 새겨진 부채가 하나 튀어나왔다. 중원에서는 많이 쓰기는 했지만 왜 이게?
게다가 여기서는 이런 부채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직 여름이 다 된 것도 아니고.
매력을 올려준다는 건 무슨 뜻이지? 일단은 손주머니에 부채를 넣어두었다. 언젠가는 쓸데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차라리 영약을 하나 더 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러고 보니 선계향도 떨어져 가고 있는데.
[현 세계에 대한 당신의 영향력이 늘어났습니다. 당신을 주목하는 눈이 늘어납니다. 당신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 생깁니다. 효과 보상으로 선계향이 주어집니다.]청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혼원천이 다시 작동하며 선계향이 든 작은 호리병을 내주었다.
그냥 보고 있다가 필요한 거 알아서 주는 느낌인데. 스승님 이렇게까지 퍼주셔도 인과율 같은 거 괜찮으신 거겠지?
어쨌든 청우는 주어진 것을 거절하지 않기에 신나게 선계향도 챙겼다. 문제들이 모두 해결되었으니 다시 본업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