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24)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24화(24/101)
제24화
***
〈블링블링 유어 아이돌〉
당신의 아이돌을 세공하세요!
1위부터 10위를 공개합니다.
1위 현지원
2위 윤시오
3위 미카엘
4위 한이설
5위 주지호
6위 정채린
7위 이청우
8위 김성우
9위 최율리
10위 박한성
이후 등위와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많은 시청 바랍니다.
***
최종 등급이 발표되고 나서 첫 무대까지 마친 후 전체 순위가 공개되었다. 이전에는 경쟁을 떠나 서로 잘 어울렸지만 순위가 발표되고 나니 연습생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특히 하위권인 연습생들은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자신이 시청자들에게 많이 어필하지 못했음에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중위권의 연습생들은 어떻게든 기회를 얻어 치고 올라가기 위해 틈을 찾느라 눈에 불을 켜고 다녔다.
상위권도 나름대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데뷔권까지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 미묘하게 서로를 견제하는 중이었다.
“왠지 분위기가 살벌해졌네.”
둘러보며 하는 청우의 말에 정이원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렇네. 하지만 이제 진짜 서바이벌인 거겠지. 사실 회사에서도 월말평가때 되면 이렇지 않았냐? 우린 이미 이런 거 익숙하잖아.”
그래, 맞는 말이다.
‘이청우’의 기억 속에서도 항상 평가를 앞두고 데뷔조에 들어가기 위해 연습생들끼리 서로 편을 가르기도 하고 견제를 하기도 하며 분위기가 살벌했다.
아이돌 지망생들은 전국에 수도 없이 많았다. 연습생들은 좋은 소속사에 들어가기 위해 처음 경쟁하고, 운 좋게 소속사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데뷔하기까지 경쟁, 또 경쟁이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데뷔하더라도 이름을 알리려면 또 경쟁이었다.
중원에서는 어땠더라?
중원에서도 경쟁이었다. 차이점이라면 여기서는 성공하기 위한 경쟁잉라면, 거기는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었다는 것.
내가 상대보다 약하면 결국 죽는 곳이었기에, 위천무는 무공 중에서도 음악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음공을 익혔지만, 사실 다른 무공을 익혔다면 경지는 훨씬 더 빨리 올랐을 것이다.
위천무는 한계가 명확함에도 음악을 놓을 수 없어 음공을 익혔고 하늘이 도왔는지 드물게 음공을 익힌 절정고수가 되어 그나마 이름을 날릴 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여기도 생존 경쟁이었다. 아이돌로서 밥 못 벌어먹으면 굶어죽을 테니 말이다.
중원처럼 마음에 안 든다고 물리적으로 없앨 수는 없으니, 어떻게 보면 까다롭기는 이곳이 더 까다로웠다.
중원에서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지금의 청우 수준으로만 했어도 어느 정도 대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 텐데 여기는 음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았다.
묵직하게 가라앉은 숙소의 분위기가 마치 중원으로 돌아간 것 같다.
정이원이 어디론가 부름을 받고 가버린 후 청우도 주위 분위기를 타 묵묵히 자신의 수련과 연습에만 더 집중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빠바바바빰!”
“짜쟌, 오늘은 깜짝 미니게임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모두 방 안에서 나와, 복도로 모여모여모여 주세요!”
남다른 사교성을 자랑하며 실력보다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눈에 띈 진주 등급의 양승원이 정이원과 함께 웬 블루투스 마이크와 박스를 하나 들고 나타났다.
“갑자기 뭐야? 오늘 일정 있었어?”
왠지 아까 정이원이 불려 나가더라니. 양승원에게 단짝을 잃은 청우가 근처에 와 있는 이덕진에게 대신 물었다.
최근 부쩍 친해진 이덕진은 청우와 제법 성격이 잘 맞는지 아니면 그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느꼈는지 청우의 숙소에 자주 의견을 물으러 왔다.
순하고 착한 데다 먹을 것도 자주 나눠주는 이덕진이 마음에 든 청우는 이덕진에게는 특별히 정성껏 가르침을 주었다.
이덕진이 물음에 대답하며 익숙하게 초콜릿 하나를 까서 청우에게 주었다.
“광고 들어와서 게임하나 봐요.”
청우도 아무렇지 않게 초콜릿을 받아먹었다. 단 것이 들어오니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이덕진이 부드러워진 청우의 표정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초콜렛은 반응이 더 좋군. 청우에게 단것이나 맛있는 것을 먹이면 그의 기분이 좋아져 친절하고 너그러워진다.
청우에게 이것저것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며 자주 찾아오다가 이덕진은 깨닫고 말았다. 청우가 초콜릿이나 간식을 먹을 때 더욱 친절하고 세세하게 가르쳐 준다는 것을 말이다. 덕분에 이덕진은 주머니에 청우 전용 간식을 몇 개 담고 그가 예민해 보이거나, 까칠해질 때 하나씩 입에 넣었다.
요새는 질문할 것이 없어도 왠지 저를 보고 눈을 밝히는 청우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그냥 먹을 것을 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도도하게 굴던 청우도 이덕진이 몇 번 간식을 입에 넣어주자 어느새 마음을 연 듯 이덕진이 언제 찾아오든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늘의 피피엘은 새로 나온 홍삼젤리입니다!”
와아…. 숙소 내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청소년들의 입꼬리가 절로 내려갔지만, 그들은 기계적으로 박수 쳤다.
홍삼젤리래. 뭐야 그게, 홍삼 사면 덤으로 주는 그건가? 할아버지 집에서 한 번 본 적 있는데. 역시 망작이라 피피엘도 구리다….
“맛도 있고 영양도 풍부한 홍삼젤리! 홍삼 성분이 있어 피로 회복에도 좋습니다. 심지어 기존의 홍삼젤리들과는 다르게 진짜 6년근 홍삼 성분이 12%나 들어있다고 하는데요? 우리 연습생 친구들이 매일 피로에 절어 있는 지금 딱 좋은 선물이네요!”
“네, 맞습니다. 다 드릴 순 없고 간단한 게임을 통해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홍삼젤리라는 말에 의욕이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방송에 나갈 영상임을 감안해 그들은 애써 웃었다.
다시 의욕을 찾은 연습생들이 열정적으로 자리에 앉았다.
“자, 첫 번째 게임은 전주 듣고 노래 맞추기입니다! 아이돌 지망생이라면 모르기 힘든 노래들이죠. 제일 먼저 손을 든 연습생이 맞추면 됩니다.”
“손을 들면서 자기 이름을 크게 외쳐주세요! 준비~ 시, 작!”
아, 이건 내가 끼어들 수 없는 게임이군. 청우는 일찌감치 손을 떼고 구경할 자세를 취했다. 여기에 와서 그동안 많은 곡을 듣고 춤 연습과 노래 연습을 해왔지만 몇 년씩 그걸 해왔던 다른 연습생들을 따라잡기는 어려웠다. ‘이청우’의 기억이 그렇게 바로 떠오르는 것도 아니고.
청우가 빠지든 말든 주변에 모인 연습생들은 신난 얼굴로 기다렸다. 아마 층마다 돌아다니는 듯 같은 층을 쓰는 연습생들이 우글우글 모여들었다.
“첫 번째 곡입니다!”
딴다단 딴딴, 따따-
“석진!”
“지석!”
“$&(@)@~!!!”
일제히 엄청난 속도로 연습생들이 손을 들고 자신의 이름을 외쳤다. 은근히 뒤로 빠져 팔짱을 끼고 있던 청우는 주변을 둘러싼 우렁찬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겨우 이것만 듣고? 아직 가사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는데?
그렇게 생각한 것은 청우뿐인지 모두가 아는 노래인 듯 저마다 손을 흔들어댔다.
“좋아, 가장 먼저 손을 든 이석진!”
“상탄소년들, I-Dle!”
“네, 정답입니다! 축하합니다!”
정답이었는지 다들 아쉬워하는 와중에 양승원이 소포장 되어 있는 홍삼젤리 작은 봉지를 선물이라며 건네주었다.
첫 정답자인 이석진이 신나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홍삼젤리 봉지를 흔들어 보였다. 청우도 감탄하며 박수를 쳐 주었다. 우와, 좋겠네.
[이청우가 도와주냐고 묻습니다.]응?
“자, 그럼 다음 곡 나갑니다!”
홍삼젤리 하나를 뜯어 입에 넣으며 석진이 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카메라 감독의 표정을 보더니 애써 미소를 지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주변 연습생들이 그 모습을 보며 킥킥 웃는 와중에 두 번째 문제 곡이 시작되었다.
유 캔 빌립- 기다렸던-
[덱소, 속도]“천… 청우!”
“기혀…!”
“$%^$^!”
첫 음이 나오자마자 외치는 ‘이청우’ 덕에 청우는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손을 들고 자신의 이름을 외쳤다. 하마터면 천무라고 외칠 뻔했다. 이름이 바뀐 지가 한참이었지만 급하게 말하려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옛날 이름이 튀어나왔다.
“네, 가장 빨리 손을 든 이청우 연습생!”
그래도 전생 무림인인 그의 속도를 다른 연습생들이 따라올 순 없었다.
“뭐더라, 덱소, 속도?”
“정답!”
아싸!
이 녀석 도움이 될 때가 있구나!
머릿속에서 도와줘도 그런 대우라며 ‘이청우’가 꿍얼댔지만, 청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부상인 홍삼젤리를 받아왔다. 오, 이것이 홍삼젤리라는 거군. 젤리는 처음 먹어보는데.
홍삼은 대단히 비싼 약재 중 하나인데 간식에까지 넣을 수 있다니 역시 현대의 사회는 부유하다. 청우가 봉지를 만지작거리자 카메라 감독의 뒤쪽에서 누군가 먹으라는 손짓을 보냈다.
청우가 부시럭부시럭 봉지를 뜯어 젤리를 하나 까서 입에 넣었다.
“!”
달고 끈적하면서도 쫄깃한 맛 사이로 약재의 쌉싸름한 맛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약재가 품고 있었을 미약한 기운이 청우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홍삼젤리라더니 진짜 홍삼을 넣기는 했구나! 자연의 기가 부족한 데다 오염되어 허한 기운 속에서 살던 청우의 단전이 물을 흡수하듯 미약한 기운을 끌어당겼다. 꽉 막힌 공기 속에서 맑은 공기 한 줌을 얻은 듯 숨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청우가 얼른 두 번째 홍삼젤리를 까서 입에 넣었다. 원하던 반응이었는지 카메라 뒤에 있던 스탭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두 번째라 덜 느껴질 줄 알았는데 여기도 동일한 정도의 기운을 얻을 수 있었다. 심법 1성을 달성한 후로는 자나 깨나 몸에서 자동으로 심법을 운용하던 청우의 단전이 갈증을 해소하듯 또다시 들어온 기운을 맹렬히 끌어들였다.
하. 달고 쫄깃하고 한천과 비슷한데 더 맛있기까지 한 질감에 약재까지 들어가 있는데 그냥 간식으로 뿌리다니.
이런 것만 먹고 자랐다면 요즘 애들은 우리 때 애들보다 내기가 엄청나겠는걸.
청우가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며 홍삼젤리 한 조각까지 음미하듯 5개를 모두 먹어치우자 덕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
“형… 맛있어요?”
“응. 엄청. 몸에도 엄청 좋은 것 같아. 막 기운이 나는데.”
그, 그 정도인가? 그냥 평범한 홍삼젤리처럼 보였는데?
청우의 평가에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던 연습생들이 이석진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처음 듣는다는 듯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더니 자신도 하나 더 까서 먹어보기 시작했다.
“맛 어때? 엄청 맛있어?”
“…평범한 홍삼젤리 맛이야.”
“…역시.”
역시. 연습생들은 별다른 맛이 아닌 것을 깨닫자 조금 수군대다가 방송에 얼굴 한 번 더 비출 겸 게임에 더욱 열심히 임하기로 했다. 이어 3개의 문제가 더 연속으로 나오며 3명의 연습생이 젤리를 받아갔다. 그러나 이후로 젤리를 두 개 이상 까먹는 연습생은 거의 없었다.
청우만 입맛을 다시는 가운데 다음 장르의 게임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지(智)를 시험했으니 체(體)를 시험해 보도록 할까요? 이번 게임은 동료를 업고 오래 버티기입니다!”
“이번에는 2인 1조로 하겠습니다. 어서 짝을 정해주세요!”
연습생들이 주변을 둘러보며 서로 친한 사람들끼리 모이기 시작했다. 청우는 멀리 찾을 것도 없이 이덕진의 팔짱을 끼었다.
“에, 괜찮겠어요? 제가 업을게요, 형.”
이덕진이 190이 넘는 그의 덩치를 생각하며 청우에게 제안했다.
“무슨 소리야. 어린 녀석이. 형이 업는다!”
“저, 무, 무거운데요?”
이덕진이 질색했지만 청우는 이번에는 큰 봉지를 흔들고 있는 정이원을 보며 마음을 굳혔다. 연약한 덕진이에게 업힐 순 없지. 저렇게 큰 봉지를 흔들고 있는데!
“다들 짝을 정하셨나요? 그러면 일어서 주시길 바랍니다. 준비. 시, 작!”
다들 정해진 자신의 짝을 업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아니, 이청우 씨! 지금 이덕진 씨를 업은 건가요? 반대 아닌가요? 덕진아, 네 덩치를 생각해야지!”
양승원이 청우 팀을 보더니 큰 소리로 이덕진을 타박했다. 덕진이와는 친한 사이인가 보다.
대부분 연습생이 덩치가 큰 쪽이 작은 쪽을 업고 있었는데 눈에 띄겠다는 작전을 세운 듯 청우네처럼 작은 쪽이 큰 쪽을 업은 팀이 한 팀 더 있었다.
“아니, 왕린도 리콰이창에게 업혀있군요! 우리 블링돌 5대 근육남 중 하나인데 이게 무슨 일인가요?”
초반이라 다들 깔깔대며 수월하게 업고 있었다. 김태양도 최기현을 업고 있었는데 청우를 흘끔거렸다.
하여튼, 눈깔 곱지 않게 뜨는 거 봐라. 청우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러다가는 날 새겠는데.
그때 청우의 마음을 알아챈 듯 정이원이 다음 지령을 내렸다.
“자, 그럼 이제 업은 상태로 앉았다 일어서기 10번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준비!”
“아악! 너무해!”
“아니, 어떻게 일어나요!”
여기 저기서 원성이 솟구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이원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자 한번! 앉았다 일어나주세요!”
청우의 등에 업혀 있던 덕진이 다급하게 속삭였다.
“형, 어떻게 해요?”
“형만 믿고 잘 매달려 있어라. 다리 안 떨어지게 꽉 잡고.”
이덕진은 같이 봉사활동 가서 청우가 모판 나르는 것을 봐놓고 잊었는지, 불안해했다.
다른 연습생들도 마찬가지로 청우가 보여준 힘은 까먹고 외견만 본 채 청우 팀과 중국인으로 이루어진 왕린의 팀이 가장 빨리 탈락할 거라고 점쳤다.
연습생 대부분 무난하게 앉았다 일어서기 한 번을 거쳤다.
“자, 두 번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