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25)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25화(25/101)
제25화
정이원은 구령을, 양승원은 연습생들이 제대로 앉았다 일어서는지 감시하기 위해 복도의 끝과 끝을 오갔다.
“어허, 완전히 엉덩이가 내려와야지요!”
“으악!”
의외로 다른 연습생들이 먼저 넘어지거나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청우는 무공에서 마보가 기본인데 역시 연습생들의 하체 힘이 부실하다며 혀를 찼다. 그는 이덕진 대신 베개를 들고 있는 것처럼 가볍게 앉았다 일어섰다.
이덕진은 너무나 가볍게 앉았다 일어서는 청우를 보며 저가 요새 다이어트를 해서 가벼워졌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청우는 불순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김태양 팀을 흘끗 보며 일부러 여유 있는 표정을 지어주었다.
하오문은 원래 사소한 시비더라도 진심을 다해 응하는 법이지. 다들 없이 사는 처지라 작은 것 하나에도 민감하거든.
“셋!”
“넷!”
가벼운 쪽이 무거운 쪽을 든 터라 처음부터 흔들거렸지만 꽤나 버티던 중국인 팀이 탈락했다. 네 번째부터 우르르 탈락이 쏟아져 내리며 5팀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다섯!”
남은 팀들은 오히려 가볍게 다섯까지 해내었다. 청우는 아직도 남아있는 김태양을 보며 일부러 무거운 척을 하며 이덕진을 추슬렀다.
“어. 이. 쿠. 무. 거. 워. 라.”
“형, 연기가 너무 어색한데요.”
“시끄러.”
하지만 그런 청우의 발연기에 김태양은 희망을 느꼈는지 아득바득 잘 버텨냈다.
“일곱!”
어느새 일곱 번째가 되자 3팀 정도가 남게 되었다.
“이제는 한 발로 서고 버텨주시기 바랍니다!”
승부가 오래 갈 것 같았는지 정이원이 룰을 바꾸었다. 청우는 학처럼 한쪽 다리를 접은 채 균형을 유지했다.
“그리고, 업고 있는 쪽은 두 팔을 펴서 벌려주시고 업힌 쪽에서 알아서 잘 매달려주시기 바랍니다!”
“으악!”
다리가 후들후들거려도 청우를 노려보며 악으로 버티던 김태양이 넘어졌다. 청우가 그쪽을 보며 하하 웃어주었다. 김태양의 분한 얼굴이 아주 즐거웠다.
“허헉.”
그리고 남은 팀인 이석진과 김성우는 절묘하게 균형을 잘 맞추고 있었다. 이석진은 특히나 블링돌 5대 근육남 중 하나이기 때문인지 잘 버텨냈다.
“청우야! 빨리 넘어져 주라!”
이전에 같은 진주 등급에서 친하게 지냈기에 이석진이 청우에게 소리를 치며 덕담(?)을 건넸다.
청우가 웃으며 평온하게 말했다.
“형! 저는 내일까지도 버틸 수 있어요! 포기하세요!”
“야, 성우야. 괜찮겠어? 쟤 저렇게 하나도 안 떨고 말하는 거 보니까 진짜 괜찮은가 봐.”
“아, 형 말 시키지 마세요.”
이석진와 김성우가 투덜거리자 청우가 여유롭게 이덕진에게 말했다.
“덕진아, 꽉 잡아라.”
청우가 이덕진을 업은 그 상태로 한 발로 콩콩 뛰었다.
“정이원! 더 어려운 거!”
청우의 요청에 정이원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그 상태로 앉았다 일어서기!”
“으악! 그건 좀! 항복!”
김성우와 이석진이 우르르 무너지자 청우가 승리의 표시로 앉았다 일어서기를 연속으로 5번 해냈다.
“우와!”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청우가 홍삼 젤리 큰 봉지 1개를 얻어냈다.
“아싸!”
청우가 기쁜 기색으로 소중하게 홍삼젤리 봉지를 끌어안자 양승원이 소감을 물었다.
“이청우 씨, 홍삼젤리 그렇게 맛있었나요?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덕진이가 깃털처럼 가벼워서 어렵지 않았고요. 이 홍삼젤리는 쫄깃하고 달콤한 데다 진짜 홍삼이 함유되어서 좋아요. 감사합니다, 아껴 먹을게요!”
다음 게임이 이어졌지만 이미 방송 분량은 충분한 데다가, 게임 상품으로 홍삼 젤리가 아닌 다른 제품이 나오자 더는 참여하지 않기로 한 청우는 자신을 쳐다보는 이덕진에게 홍삼젤리를 뜯어 한 주먹 건넸다.
“먹어, 덕진아. 네가 잘 버텨서 받았다.”
“그러면 하나, 아니 두 개만 먹을게요.”
이덕진은 청우가 하도 소중히 홍삼젤리를 챙기자 혹시나 다른 맛인가 싶어 젤리를 받아 먹어보았지만, 익히 알던 그 맛이었다.
‘컨셉이라고 하기엔 너무 진심인데. 이 형 제대로 된 홍삼이나 젤리를 먹어본 적이 없나?’
청우가 여유 있는 집에서 자라지 않았다는 걸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이덕진이 안타까운 눈으로 청우를 바라보았다.
‘뭐 줄 때마다 좋아했던 게 평소에 못 먹어봐서였나……? 앞으로 더 잘 챙겨줘야겠다. 그래야 이런 거 보고 달려들지 않지. 형 몰라줘서 미안해요.’
이덕진의 마음속 다짐과 안타까운 눈길을 하나도 눈치채지 못한 청우는 아쉬운 표정으로 마지막 탈락자인 이석진과 김성우에게도 홍삼젤리를 나누어 주었다.
마지막 미니게임은 ‘3, 6, 9’로 끝을 향해 달려가는 중인지 몇몇이 중앙으로 나와서 숫자를 외치고 있었다.
“53!”
“탈락!”
숫자들과 뽀숑, 박수 소리 그리고 탈락이 난무하는 가운데 남들이 웃든 뒤집어지든 상관없이 청우는 평온한 얼굴로 홍삼젤리를 씹었다.
마침내 모든 게임이 끝나고 정이원과 양승원이 귀여운 척을 하며 ‘다음에 또 만나요~’라고 말하는 것을 끝으로 깜짝 미니게임 시간이 끝이 났다.
“와, 정신없었다.”
“재밌다. 아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미니게임 덕분에 첫 번째 무대 연습생 순위는 잊고 경직된 분위기에 활기가 띠었다. 연습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떠들며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얼굴들이었다.
등수 공개가 되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연출진 쪽에서도 눈치챘던 것 같다. 간단한 게임이었을 뿐이었는데, 연습생들 모두 혈기왕성한 10대, 20대 남자들이라 그런지 순위는 잊고 승부욕에 불타 분위기가 제대로 전환됐다.
덕분에 청우에게는 좋은 일이 하나 더 생겼다.
기분이 좋아진 미니게임 우승자들이 상품으로 받은 홍삼 젤리를 너도나도 청우에게 건넸기 때문이다.
“천마님, 이거 좋아한다며? 내 거 줄게.”
“고마워!”
첫 기부를 냉큼 받자 다른 연습생들도 우르르 몰려와서 홍삼 젤리를 건네주고는 갔다.
“다들 나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가 봐.”
잔뜩 얻은 홍삼젤리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리자 이덕진이 옆에서 ‘아니, 그냥 젤리가 필요 없어서 준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지만, 이미 젤리를 마구 입에 넣는 청우의 귓속에 들어오지 못한 채 튕겨 나갔다.
청우가 신이 나서 선계의 손주머니에 홍삼젤리를 마구잡이로 넣다가 정리가 되지 않자, 뽀로X 비타민을 잠시 꺼냈다.
홍삼젤리와 같이 두면 찾기 힘들 것 같은데, 어디에다 둘까. 청우가 작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정이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이청우. 이제 뽀로X는 필요 없다는 거야?”
마침 정이원이 오다가 자신이 준 비타민 봉지가 꺼내져 있는 것을 보며 투덜거렸다.
“넣을 곳이 없어. 덕진이랑 애들 나눠줘야겠다.”
정이원이 서운한 척하며 청우의 목에 매달려 징징거렸지만, 그는 그 상태 그대로 뽀로X 비타민을 다른 연습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뽀로X 비타민은 맛있었지만, 그에겐 더 맛있고 심지어 영양도 풍부한 홍삼젤리가 있었다!
영약 수준까진 아니어도 피로할 때마다, 내력이 떨어질 때마다 쓸 수 있는 즉석 피로회복제가 생긴 셈이다.
“이것만 있으면 밤샘 연습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오, 그거 홍삼젤리 PPL 회사에서 진짜 좋아할 만한 반응이다.”
이제 정이원이 알려준 바에 이르면 여러 명이 팀을 이루어 곡을 완성하는 팀 미션이 시작될 때가 되었다.
“근데, 청우야. 팀전 하면 나랑 할거지?”
“글쎄. 근데 둘 다 같은 호박 등급인데 같은 팀에 들어갈 수 있을까?”
“아마 이제 등급은 별로 상관없을지도 몰라.”
“게다가 너랑 나랑은 이제 포지션이 겹치는데.”
“너무해!”
낄낄거리며 정이원을 떼어 놓았지만 청우는 자신의 포지션이 너무 댄스로 치우쳐져 있다고 느꼈다.
초반에야 신체 균형을 맞추면서 단기간 내에 폭발적으로 발전시키기 좋은 게 춤이라서, 그 하나를 죽어라 팠다. 그러나 마지막 데뷔조가 되려면 춤 하나만으로는 부족했다.
청우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직전에 밤새 인터넷을 서치한 바로는 대중은 춤과 노래 모두 완성형이여야 인정한다.
춤은 이제 충분하니 이젠 가창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그리고 이번 팀 미션을 그 기회로 삼을 것이다.
***
“주말 동안은 푹 쉬셨나요, 연습생 여러분? 다시 〈블링블링 유어 아이돌〉 새로운 시작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제는 드디어 본격적인 팀 미션이 시작될 때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이 안무, 보컬, 랩 등 아이돌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기를 열심히 익혔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익혔던 기본기를 바탕으로 여러분이 아이돌로서 어떤 가치와 재능을 지니고 있는지를 세공사 여러분들께 보여드릴 때가 되었습니다.”
“와아!”
MC의 말이 끝나자 약속이라도 한 듯 연습생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예상대로 그룹으로 이루어지는 팀 미션을 수행할 때였다. 그룹은 어떻게 정하는 거지?
청우의 궁금증에 대답이라도 하듯 스태프들이 공이 들어있는 둥근 기계를 들고 들어왔다.
“순위별로 1위에서 10위까지의 연습생들이 팀장이 되어 이 통에서 팀원의 번호를 무작위로 9개씩 뽑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1위에는 베네핏이 있습니다. 1위인 현지원 연습생은 원하는 연습생 3명을 직접 지명할 수 있습니다. 10위권 안에 있는 연습생은 1명만 선지명할 수 있습니다.”
현재 1위는 현지원이다. 청우는 그것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위에 있을 수는 없는 법. 오히려 정상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밑에서부터 올라가 위를 끌어 내리는 것이 그의 적성에 더 맞았다.
지금은 의기양양하겠지만 두고 보라지. 청우가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동안 현지원은 그의 수족과도 같은 계진성, 김태양, 미카엘을 뽑았다. 아마 미카엘은 인기가 높기 때문에 뽑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 미카엘 연습생은 현지원 연습생의 팀원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원래 미카엘 연습생이 팀장이었을 조는 선택받지 못한 연습생들이 모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나머지 5명의 팀원의 번호를 뽑아주세요.”
현지원이 1위로서 나머지 6명을 뽑아 총 10명의 팀을 구성했다. 이어 2위인 윤시오가 자신을 포함한 10명의 팀원을 구성, 4위인 한이설이 10명의 팀원을 구성, 주지호와 정채린에 이어 청우의 차례가 되었다.
“9명을 뽑으면 되는 거죠?”
청우는 통에 손을 넣고 동그란 캡슐을 하나 뽑았다.
“69번?”
“나야, 청우야!”
이석진이 신나서 손을 흔들었다. 다행히 아는 얼굴이군. 실력도 나쁘지 않고 인성도 좋다. 도움이 될 만한 팀원이다.
“35번, 28번”
이어 뽑힌 연습생은 청우가 잘 알지 못하는 연습생들이었다.
“이제 3개.”
그리고 뽑힌 연습생은 청우가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 계진성 똘마니다.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은 잘 알았다. 첫날 청우를 치고 지나가면서 시비를 걸고 식당에서도 마주친 적이 있었지. 그쪽도 청우가 반갑진 않은 듯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는 정이원과 이덕진이 나왔다. 정이원은 뽑히자마자 ‘예쓰!’를 외치며 만세를 불렀다. 이덕진도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이 정도 구성원이면 제법 만족스러운 팀이었다. 아는 사람도 많은 데다 그가 편하게 여기는 정이원과 이덕진이 모두 들어있었다. 이석진도 잘 아는 편이라 마음이 편하고. 모르는 연습생들은 이제부터 실력을 알아 가면 되겠지. 그리고 저 계진성네 똘마니는 이번 기회에 좀 인성을 고쳐주어야겠다.
마음속으로 계획을 세우며 청우가 킬킬댔나. 내 구역에 혼자 들어오다니 간이 큰 녀석.
자신이 뽑았지만 멋대로 자신의 구역에 쳐들어온 적의 똘마니 취급을 하며 청우가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어 모든 조장의 팀원 선별이 끝났다. 아마 이번 팀 미션이 끝나면 꽤 많은 연습생이 탈락하게 될 것이다. 방해꾼 한둘이 있어도 청우는 탈락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탈락이 뭐람, 청우는 이번 미션에서도 가능한 가장 높은 성적을 거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결심을 응원하듯 혼원천의 네 번째 업적 알림이 떴다.
[네 번째 업적 – 첫 번째 팀 미션에서 리더가 되어 상대 팀을 이기세요.]어차피 해야 하는 일을 할 건데 업적 보상까지 주겠다는 혼원천의 알림이 아주 만족스러웠다.
“팀 미션 곡은 제비뽑기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대표자는 제비뽑기로 곡을 선택하고 각 팀끼리 모여 리더와 센터, 킬링 파트 분배, 곡 콘셉트를 의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위부터 10위 연습생이 차례대로 제비를 뽑았고, 청우 역시 곡을 뽑았다.
〈꿈의 거울〉, 웅장한 분위기의 멜로디와 서글픈 가사가 인상적인 곡으로 영어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게 특이점이었다.
메인 테마곡 가사도 한글로만 만들더니, 연출이 한국적인 요소를 꼭 어디 한 군데에 넣으려는 노력이 보였다.
그러나 청우와 팀원들에게 중요한 건 한글로만 이루어진 가사나 오케스트라를 반주로 쓰는 게 아니었다.
바로 대한민국 가창 1등 여자 솔로 아티스트, 유아이의 곡이라는 점이었다.
팀원 모두가 알았다. 유명한 곡을 커버할수록 원곡과 비교되리란 것을. 뛰어나게 잘하지 않는 이상 원곡에 비비지도 못할 게 분명했다.
청우 홀로 이 사실을 체감하지 못한 채 희희낙락이었다. 모든 팀의 곡 선정이 끝나고, 이제는 팀을 이끌어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리더의 자리는 양보 못 하지. 청우는 자신이 모은 팀원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그리고 첫 마디에 리더 선언을 외쳤다.
“제가 뽑은 팀이니까 제가 리더 하고 싶습니다.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
당당한 청우의 말투에 정이원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이석진은 오히려 환호했다.
“저, 저기… 일단 자기소개부터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담이 약해 보이는 팀원1, 이한솔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를 하지 않아서 아직 청우도 팀원들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네요. 저부터 자기소개 하겠습니다. 이름 이청우, 호박 등급이고 나이는 21살입니다. 리더 하고 싶습니다.”
무림인에게 후진은 없지. 리더는 무조건 내 것이다. 청우와 처음으로 대화해 본 나머지 연습생들은 조금 당황한 듯했지만 박수를 쳐주었다.
이 팀 잘 운영될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