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30)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30화(30/101)
제30화
중간평가 날이 밝았다.
청우의 조는 나눈 분량과 연습상태를 확인했다. 중간평가, 리허설, 무대 순으로 방송에 나간다고 했으니 시청자들이 무대에 대해 본격적으로 추측하는 첫 평가라고 볼 수 있었다.
“다들 열심히 연습은 했겠지?”
팀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로 열심히 했지. 만약 중간평가에서 멘토 선생님들이 파트를 바꾸라거나 편곡을 다시 하라고 해도 이제는 더 할 기력이 없을 정도로 연습했다.
그리고 솔직히 청우가 같은 팀이라서가 아니라 감정을 배제하고 봐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래, 고생했지. 이젠 진짜 못 바꿔.”
“그러게. 오늘 칭찬만 듣는 거 아니야?”
하지만 청우는 알고 있었다. 청우의 팀원은 일단 절대적인 실력이 상당히 부족한 수준이었다. 어찌어찌 연습을 통해서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었지만 타고난 게 조금 부족했다. 수차례 혈도를 타공하고 관절을 새로 재생시켜 주었지만 여전히 청우나 정이원, 이석진과 나머지 멤버들의 수준 차이는 뚜렷했다.
그래도 칼군무와 대형 변화, 부채 퍼포먼스 등 실력 차이를 가능한 좁히고 눈에 띄지 않게 할 수 있는 갖은 방안을 모두 동원했다.
남은 것은 팀원들이 얼마나 집중해서 일을 해내느냐, 이다.
“그러면 여기가, 7조구나. 그래. 7조 한번 시작해 볼까?”
중간평가를 위해 보컬 멘토 이민성과 수석 멘토 태리나가 와 있었다. 나머지는 다른 상대팀 평가를 위해 간 듯했다.
최종 무대 전에는 상대팀의 무대를 볼 수 없도록 콘셉트 및 파트 분배 기초연습이 끝난 후부터는 전체 팀을 절반으로 갈라 대결을 하지 않는 팀끼리만 서로를 볼 수 있도록 연습실이 구성되어 있었다. 아마 지금쯤 짝수 팀도 중간평가를 하고 있을 것이다.
청우가 리더로서 앞으로 나섰다.
“저희는 유아이 선배님의 〈꿈의 거울〉이라는 곡을 커버하였습니다. 동양풍, 몽환이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무대를 꾸며보았습니다. 센터는 정이원이고 메인보컬은 저이며 나머지는 각자 포지션에 맞게 파트를 분배하였습니다.”
중간평가는 파트 분배와 실력 점검이 위주이기에 때문에 소품인 부채나 퉁소 등은 가지고 오지 않았다. 간단한 설명 후 팀원들이 시작 대형으로 섰다.
“오, 기대되는데? 그런데 청우가 메인보컬이라고? 나는 안무 파트일 줄 알았는데.”
이민성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크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도 이 팀을 살펴보니 보컬 능력치가 높은 멤버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덕진 정도가 괜찮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런데 청우는 어땠더라?
-흩날리는 빛들 속에서
네 모습이 아른거려
여기는 꿈속의 낙원,
거울에 비친
달그림자가 흔들리네
10명이 동그랗게 서 있다가 부채를 펼치는 손동작을 하며 한 번에 흩어졌다가 한 바퀴를 돌며 새가 날갯짓을 하듯 점프하고 주저앉았다가 일어섰다.
부채를 펼치는 모습의 팔의 동작부터 각도, 그리고 점프하는 높이까지 맞추어 보고 있던 다른 팀들이 전율을 느낄 정도였다.
이걸 맞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정이원이 다른 연습생들의 감탄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모두가 같은 동작을 하기 위해 평균적인 높이를 정한 후 높이 뛸 수 있어도 자제하고 못 뛰면 수백 번 점프를 시켜서라도 높이 선을 맞추었다.
-아득한 향기에
심장이 벅차올라
눈을 감았다 뜨면
눈앞에 네가 보여
흩날리는 꽃잎 속에
아름다운 그대가 있어.
숨지마, 도망치지 마
차가운 유리 속에 비치는 너
너 만을 보며 난
이 꿈에 빠져들어
팔을 접었다 펴며 한 바퀴 돌면서도 청우는 안정적으로 음을 소화했다.
고음 파트는 대부분 이덕진과 청우가 소화하고 나머지 파트는 팀원들이 나누어 가진다.
랩 파트가 끝나자 대형이 절반으로 갈라지며 청우가 앞으로 등장했다. 퉁소를 불며 분위기를 전환할 것이지만 아직은 비밀로 했기에 간단한 안무를 소화하고 퇴장했고 곧이어 정이원이 센터로 등장하여 킬링 파트를 소화해냈다. 춤으로는 청우도 인정하는 정이원인 만큼 화려하고 어려운 동작도 어려움 없이 완수해냈다.
-흩날리는 빛들 속에서
네 모습이 아른거려
여기는 꿈속의 낙원,
거울에 비친,
달그림자가 흔들리네
다시 브릿지가 등장하며 이덕진이 앞으로 나왔다. 순둥한 리트리버 같은 얼굴이 처연하게 고개를 숙이고 나머지 멤버들이 부채로 그를 가리며 다음 안무를 수행한다.
마찬가지로 부채의 펴지는 각도까지 살펴본 청우였기에 10명이 한 팀이지만 마치 한 명인 듯 움직였다.
마지막 마무리 포즈까지 끝내자 주변에서 박수 소리가 흘러나왔다.
“우와, 엄청 잘 한다.”
“쟤네 연습 엄청 했나 봐. 동작이 엄청 잘 맞네. 되게 잘해 보인다.”
수석 멘토인 태리나는 기립박수를 칠 기세였다. 사실 이 팀에는 이청우, 정이원, 이석진을 제외하고는 등급도, 순위도 높지 않은 멤버들이 많아 조금 쳐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아이들은 자신들끼리 할 수 있는 최선의 무대를 꾸며왔다.
물론 이보다 실력이 더 좋았다면 훨씬 화려하고 멋진 무대를 꾸밀 수 있었겠지만 누가 안무를 짰는지 딱 멤버들이 할 수 있는 한계치만큼을 끌어낸 것 같은 수준의 동작이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다.
“와, 이거 안무 누가 짰어?”
그러자 정이원이 대표로 대답했다.
“저와 청우가 같이 했습니다. 대부분 청우가 많이 했어요.”
태리나가 새삼스럽다는 눈으로 청우를 바라보았다. 청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동작으로 항상 안무를 추어왔기에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렇기에 자신이 조금만 지도하면 훨씬 좋아질 것이 눈에 보여 밑에 두려고 한 것도 있었다. 그런데 본인의 수준만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이제 보니 다른 사람의 수준을 볼 수 있는 안목도 갖춘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네가 왜 메인보컬?
지금 수준에서 최선으로 완벽했던 이 팀의 무대에 아쉬운 점을 꼽자면 보컬이 약하다는 점이었다.
안무는 아직 무대 의상도, 제대로 된 소품이나 배경, 특수효과가 들어가지도 않았지만 본 무대를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하고 잘 조율되어 있었다.
하지만 보컬은 그나마 이덕진이 선전하고 있고 모두가 적재적소에 맞게 최선의 실력으로 노력하고 있었지만 눈에 띄게 노래를 잘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청우가 차라리 센터를 하고, 이덕진이 메인보컬을 맡는 쪽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러면 서브 보컬이 너무 떨어지긴 하는데… 청우가 서브보컬을 맡아서 둘이 노래를 대부분 처리하면… 그러면 다른 애들은 모두 묻혀버리겠지.
“잘하긴 하네. 그런데 청우야, 네가 메인보컬을 하는 것보다 안무에 집중하는 게 더 낫지 않았겠어? 그러면 더 어려운 동작도 가능했을 것 같은데 왜 가진 무기를 살리지 않으려고 해?”
보컬 멘토인 이민성의 질문에 청우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저희는 보컬 층이 약하기 때문에 제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약점을 메꾸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주어서 사실 안무는 저에게 맞추기보다는 모두가 할 수 있는 가장 상향된 수준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자면 또 맞는 말이라 이민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 멤버로 이 정도 무대를 꾸렸다면 그냥 두어도 잘할 것 같긴 했다. 지금까지 본 중에서 가장 완성도 있는 무대였다. 마치 숙련자가 구성한 무대인 것처럼.
“뭐, 너희가 그렇다면야 알아서 잘하겠지. 솔직히 이 정도만 되어도 괜찮은 것 같아 더 할 말이 없네. 보컬은 좀 더 힘있게 소리를 뽑아 올린다고 생각하고 노력하면 더 좋아질 것 같아.”
“안무나 퍼포먼스도 괜찮은 것 같고, 사전 준비 잘하고 무대 적응만 하면 완벽할 것 같네. 역시 보컬이 아쉽긴 한데… 됐다. 리허설 기대할게.”
나름대로 호평을 받았기에 멤버들은 다들 들뜬 기색이었다. 그때 우성우가 손을 들었다.
“멘토님, 혹시 제가 센터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요?”
‘그렇지.’
역시 우성우가 한 건 해줄 줄 알았다. 물론 청우는 센터를 바꾸어줄 마음이 손톱 때만큼도 없었지만 우성우가 어그로를 좀 끌어주었으면 하긴 했다. 큰 싸움을 일으켜 분량을 한 번에 가져가려던 현지원은 아쉽겠지만 이쪽도 나름 필사적이다.
연습 내내 연습은 하면서 입으로 투덜거리고 자잘한 트러블을 일으키게 하여 카메라의 시선도 놓치지 않으려는 청우의 계획이었다.
“음… 성우도 잘하긴 하지. 그런데 이원이가 솔직히 조금만 못해도 해보라고 하겠는데 너무 잘했어. 이미지도 딱 맞고, 동작도 너무 잘해서. 굳이 지금 바꿔보라고 하고 싶진 않네.”
역시나 이민성이 칼 같이 잘라내었다. 태리나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성우는 아쉬운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지만 더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청우가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한다는 암시는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우성우는 암시를 통해 팀의 의견에는 동의한다는 기본 전제가 있어 입으로는 청우와 정이원에게 딴지를 걸었지만 실제로는 모두의 의견에 순응하듯 행동하고 있었다.
다른 팀들도 나름의 시빗거리들을 가지고 있겠지. 하지만 방송에서 그걸 드러내는 것은 매우 위험했기에 대부분의 연습생은 다수의 의견에 반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조용하고 수월하게만 풀려간다면 방송이 재미가 없어질 테니 제작진은 약간의 트러블을 기대하고 있겠지.
청우는 적당히 그 선에 맞춰줄 생각이었다.
“자, 다음 9조 나와 보세요.”
다음 조의 시작을 들으며 청우는 팀 멤버들과 함께 지정된 자리로 가서 앉았다.
“청우야, 우성우랑 얘기 잘 된 거 아니었어? 어제부터 자꾸 애가 까칠하게 구네.”
혹시나 센터에서 밀릴까 봐 심장이 한번 덜컹했던 정이원이 속닥거렸다.
“그래도 연습은 열심히 하잖아. 대형도 잘 맞추고. 걱정 마, 무대에는 최선을 다할 거야.”
“그야 그렇지만. 하마터면 센터 뺏기는 줄 알았네.”
정이원의 농담 섞인 하소연에 청우가 킥킥 웃었다.
“간이 콩알만 하네. 지금 센터 엄청 잘하고 있어. 별걱정을 다 하네. 아, 하지만 못하면 가차 없이 뺏어 버릴 거야. 내가 센터도 해야겠다.”
“으악, 그러지 마. 지금도 벌렁벌렁 하다니까.”
청우의 말에 깜짝 놀란 정이원이지만 청우가 자신을 꽤나 높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안심한 듯, 정이원도 곧 웃어넘겼다. 청우는 돌려서 칭찬은 해도 직접적으로 잘한다 소리는 하지 않는 편인데 드물게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지고 확신이 생겼다.
자신의 실력은 충분하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소속사 낙하산 연습생 때문에 데뷔가 밀린 후 자신감이 떨어진 정이원이었다. 사실 이번 프로그램도 나가지 말고 다음 데뷔조를 기다리라는 회사의 말에 반발하며 힘들게 나왔다. 여기서 데뷔권에도 들지 못하면 정말 자신감이 없어져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잘한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이 터무니없는 자신감의 발현이면 어쩌나 고민했었다.
그런데 자신이 봐도 실력이 대단한 편인 청우가 칭찬해 주자 저 바닥에 파묻힌 줄 알았던 자신감이 다시 조금씩 싹을 틔웠다.
“네가 잘한다고 한 거야. 열심히 할 테니까 말 바꾸면 안 돼.”
“내가 언제 말 바꾸는 거 봤어?”
“하긴, 넌 막말은 해도 빈말은 안 하지.”
“뭐야?”
“히힛, 나 초코바 있는데.”
나는 막말을 하는 게 아니고 사실을 말하는 거라고 외치려던 청우가 초코바 소리에 할 말을 잊었다. 무슨 초코바일까? 저번에 땅콩 들은 게 맛있었는데.
아니 중원 상인들은 그렇게 오래 살았으면서 초코바 하나 못 만들어내다니. 카카오 열매가 분명 있었을 텐데.
역시 현대의 기술력은 최고라며 청우가 딴생각에 빠져들었다. 땅콩 들어있는 거면 좋겠다.
그리고 또다시 연습의 시간이 돌아왔다.
“이제는 부채랑 의상이랑 소품이랑 다 맞춰서 최종 연습으로 가자.”
이제는 청우도 자신의 모든 노력을 무대에 기울일 생각이었다. 더 이상은 전력이 유출될 일도 없을 테고. 우성우는 다시 반항 못 하게 암시를 걸어서 다루고, 다른 애들도 실력 좀 키워주고… 머릿속으로 바쁘게 계산하면서 다음 계획을 짜고 있는데 그날 저녁 뜻밖의 방문자가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형.”
“안녕, 해월아.”
그건 김해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