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36)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36화(36/101)
제36화
“트로트!”
“트로트?!”
팀원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미리 이야기는 어느 정도 해두긴 했지만 팝송과 트로트 중에 고르기로 하긴 했었는데 트로트라니.
모든 팀의 장르 선택이 끝나자 정이원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며 팀원들을 위로했다.
“괜찮아. 만화 주제가보단 훨씬 나아. 요새 트로트도 나름대로 인기 있기도 하고. 잘하면 팬층도 넓히고 좋지 뭐.”
아쉽게도 댄스와 발라드는 모두 놓쳤지만 실패에만 매몰되어 있을 수는 없다. 정이원을 중심으로 청우에게 모인 팀원들은 빠르게 의견을 교환했다.
“트로트 아는 거 많이 있어?”
“아니요,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생각해 놓았던 건 몇 개 있어요.”
“가서 패드 빌려올게요.”
마치 미리 분담이라도 해놓았던 것처럼 팀원들이 착착 제 역할을 찾아 움직였다. 정이원과 이덕진은 이미 청우와 많이 맞추어보았던 터라 손발이 잘 맞았고 청우가 낚아채 온 김해월은 작곡 쪽으로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기에 사실 이번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청우가 특별히 데려온 조커 카드였다.
“해월아, 너만 믿는다.”
청우의 말에 해월이 굳센 표정으로 답했다.
“네!”
해월이 곡만 잘 만들어 준다면 나머지는 팀원들의 실력으로 커버가 가능했다.
한쪽으로 모인 팀원들이 어떤 노래를 할지부터 의논하기 시작했다. 그때 정이솔이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저기, 제가 사실 트로트 마니아거든요. 생각해놓은 곡이 있어요.”
미리 생각해 둔 것이 있었던 듯 정이솔이 몇 가지 곡을 꺼내 추천하며 편곡 방향까지 제시했다. 김해월도 그것을 보더니 금세 둘이 죽이 잘 맞아 빠르게 논의에 들어갔다.
“[자네들은 어떠한가? 다른 제안이 있는가?]
“[노래들이 중국 가곡이랑 비슷한 느낌이 드네요. 우리도 좋아요.]”
여전히 청우의 할아버지뻘 말투에는 적응되지 않은 것 같지만, 중국인 연습생들도 동의했다. 청우도 같은 생각이었다. 예전 무림에서 불렀던 노래들과 트로트는 어딘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많았다. 인생이나 한에 관한 내용이라면 무림에서 부르던 노래들이 빠질 수 없지.
정이솔과 김해월이 중심이 되어 편곡을 완성하고 수정 후 안무와 콘셉트를 맞추기로 하자 일이 술술 진행되었다. 주어진 회의 시간을 알차게 쓰고 정이원과 함께 나오는 길에 미카엘과 대화하고 있던 주지호가 보였다.
“어, 안녕하세요, 형들.”
붙임성 좋게 미카엘이 먼저 말을 걸었다. 이만한 실력에 예의도 있는 녀석들은 드물기에 청우도 미카엘을 좋게 보고 있었다.
“장르도 잘 뽑았던데, 잘 되어 가?”
정이원과 미카엘도 나름 죽이 잘 맞는지 이야기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사교성이 좋고 춤에 관심이 많은 둘은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금세 친해져 있었다.
“같은 팀이 안 돼서 아쉽다.”
그걸 보며 주지호가 청우에게 말을 툭 던졌다. 눈을 마주쳤지만 애써 외면했던 청우가 주지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그래도 인기 많던걸? 애들이 가위바위보까지 해서 데려간 건 너밖에 없지 않아?”
그 말에 주지호가 뭐라 반박하려 했지만 미카엘과 정이원이 끼어들었다.
“그죠, 제가 힘들게 형 모셔왔어요.”
“오, 인기쟁이~”
쑥쓰러워하는 주지호를 놀리며 장난치던 미카엘이 청우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형네랑 저희가 앞뒤 순서더라구요. 잘 해봐요, 우리.”
“그래. 열심히 안 하면 우리 무대에 묻힐지도 모른다.”
“물론이죠. 형네도 각오하셔야 할걸요.”
주지호와 미카엘의 조합이면 미카엘이 많이 눈에 띌 텐데. 의욕이 넘치는 건 좋아 보이나 과연 주지호에게 좋은 팀일지는 모를 일이다. 좀 더 자신을 생각해서 움직이면 좋을 텐데 주지호는 아직까지 자기주장을 내세우기보다는 남들에게 끌려다니는 점이 좀 안타까웠다.
미카엘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주지호를 데려간 것 같지는 않았지만.
오늘 미션이 발표된 터라 많은 연습생이 중앙 강당에 모여서 회의 중이었다. 청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디선가 아주 익숙한 기운이 느껴지는 데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살기? 아니, 악의 정도인가.’
이전에도 한 번 느꼈지만, 자신을 싫어하는 현지원 쪽의 연습생들이 보내는 악의라고 생각했는데 미묘하게 조금 더 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무공도 배우지 않은 일반인이 이 정도로 기운을 내보낼 수는 없을 텐데.
“형, 장르를 살려야 하니까 많이 바꾸지는 않는데 중간에 랩이랑 편곡 추가해서 이 노래 하기로 했어요.”
김해월이 신나서 보여준 곡은 농촌 봉사활동을 위해 곡을 탐색하다 청우도 들어본 적이 있는 유명한 트로트 곡이었다.
“‘진짜야’네. 나도 들어본 적은 있는데. 트로트 느낌이 너무 강하지 않겠어?”
“그래서 중간에 독백 느낌으로 차분하게 부르는 부분을 넣어서 분위기 전환을 좀 하려구요. 랩도 추가할 거고 가능한 트로트 느낌을 살리면서 군무나 보컬을 많이 보여주는 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 우리 팀이 보니까 실력들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그건 그렇다. 아닌 듯해도 청우가 심도 있게 골라온 팀이었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을 것, 순위가 높지만 최상급은 아닐 것, 기본 실력이 탄탄할 것, 그리고 성실하고 협조적일 것.
연륜에 걸친 안목에 더불어 관상까지 꼼꼼하게 확인한 청우의 눈썰미는 정확했기에 팀 미션에서 우위를 보여줄 정도의 팀을 만들 수 있었다.
저번에는 팀 실력에 맞게 하향 평준화하느라 마음껏 실력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는 진짜로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 저녁부터 같이 운동 좀 하자. 너랑 덕진이랑 같이.”
그러려면 보컬 라인의 실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이번 장르가 트로트인 만큼 가창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기에 청우는 자신의 무공을 좀 나누어줄 생각이었다.
어차피 조금 알려준다고 손해가 될 것은 없었다. 다만 현대의 상식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을 어떻게 납득시킬지가 문제다.
일단 기초음공부터 시작해볼까나. 청우가 주머니에서 홍삼젤리를 꺼내 입에 넣었다. 비타민이라는 것에서는 영양분을 많이 느낄 수 없었는데 무공은 내기를 다루는 터라 자연 약재에서 내력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비타민보다 홍삼 넣었다가 뺀 물이라도 넣은 홍삼젤리 쪽이 더 내력 모으기가 편했다.
팀 연습 후 저녁을 먹고 주어진 개인 연습 시간에 청우는 이덕진과 김해월을 데리고 무공 수련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미 외공 수련에 가까워진 정이원은 혼자 마보자세 후 삼재권법을 익히고 있었다.
천마라는 별칭은 매우 부담스럽지만 좋은 점은 이런 짓을 시켜도 다들 컨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웃으며 넘어간다는 점이다.
“어, 덕진이랑 해월이도 왔네. 얘네도 체조시키게?”
“응. 복근에 힘이 좀 들어가야 소리가 잘 뻗어 나오지. 이번 무대에서는 보컬이 중요하니까.”
댄스가 중점인 정이원은 외공을 익히도록 하였지만 보컬이 중심인 김해월과 이덕진은 자신이 배운 음공의 기본을 가르치기로 했다.
다만 본격적으로 음공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내공이 필요한데 단전까지 만들기보다는 몸에 있는 혈도를 흘러가는 내기를 중심으로 음공을 쓸 수 있도록 변형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음공의 위력은 낮아지지만 적은 기운으로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만일 이 녀석들이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청우와 같이 데뷔하게 된다면 그때는 같은 팀 멤버로서 단전을 통한 본격적인 음공을 전수할 생각도 있었다.
“소리를 깊이 있게 내기 위해서는 몸의 기운을 사용해야 하거든. 일단 기운을 한 번 움직여 줄 테니까 느껴보고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해 봐.”
둘은 어리둥절했지만 평소에도 청우가 가끔 이상하게 구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별다른 말 없이 시키는 대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김해월은 원래 의심이 적은 성격이었고 이덕진은 청우 형이 무림 컨셉을 좋아하니 최대한 맞춰줄 생각이었다.
둘이 무슨 생각을 하건 효과를 보고 나면 시키지 않아도 정이원처럼 혼자서 수련을 하게 될 거였기에 청우가 그들의 몸속에 내기를 넣어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가능한 부드럽게, 혈도를 조금씩만 열어가면서.’
무공을 익히지 않은 몸에서 내력을 움직이는 것은 청우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었기에 내력은 아주 느린 속도로 청우의 팔을 통해 두 명의 몸속으로 들어간 다음 천천히 전신의 혈도를 따라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간혹 막혀 있는 혈도를 만나면 긁어내면서 작은 틈을 만들어서 움직이거나 옆을 통해 타고 흐르며 한 바퀴 순환하자 두 명의 몸에서도 땀이 흘러내렸다.
“왜, 왠지 시원한데요, 형? 어떻게 하는 거예요?”
‘그냥 컨셉이 아닌가? 느낌 탓인가?’
청우가 어느 정도 되었다 싶어 같은 느낌을 유지한 채 노래를 불러 보도록 시켰다.
정해진 구결대로 내력을 순환시켰기에 노래를 부르면 몸속의 내기가 길을 따라 자연스럽게 목소리로 따라 나갈 수 있었다.
물론 스스로는 내력을 보충할 수 없기에 청우가 간간히 넣어줘야 했지만.
“짭, 짭짭 짭이야 너만 빼고 모든 것이 짭이야~ 짭, 짭짭, 짭이야~”
시험 삼아 이번에 부르기로 한 트로트 노래 ‘진짜야’의 첫 소절을 불러본 해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원래 목소리가 얇은 편이라 깊이 있는 트로트 노래를 시작할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별로 힘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자신의 목소리에서 깊이 있는 울림이 들렸다.
“어, 뭔가 잘되는데요? 뭐지?”
이덕진도 노래에서 깊이 있는 음감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형, 이거 뭐에요? 진짜 천마 이런 거예요?”
“그럴 리가. 그건 그냥 컨셉이야. 별호는 천마 말고 새로운 게 있으면 좋겠는데.”
근데 이제 연습생들이 다들 천마라고 불러서 벗어날 수는 없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진짜 천마가 올 리도 없을 테니 그냥 천마로 살아봐?
딴생각하는 청우의 시치미에 진짜 기 체조 같은 건가 생각한 이덕진과 김해월은 청우가 인도하는 대로 연습을 시작했다. 노래를 연습하면서 구결대로 내력을 움직이는 것도 잊지 않았기에 평소보다 훨씬 깊이 있는 발성과 소리를 낼 수 있었다.
“트로트는 깊이 있는 부르는 감성이 중요하니까 창법이 좀 다른 거 알지? 이쪽으로 연습하자. 고음 연습 많이 하고.”
“네!”
“천마님의 비밀 무공 전수에 참여한 걸 환영한다. 흐흐.”
가만히 있던 정이원이 정곡을 찔렀지만 청우는 모른 척했다. 저 녀석은 확실히 감이 좋아 언젠가는 이게 진짜 무공이라는 것을 알아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청우’ 때부터 알았던 녀석이라면 분명 자신이 ‘이청우’가 아니라는 것조차 알아냈겠지.
일단 데뷔하는 게 우선이고 코앞의 무대를 성공시키는 게 먼저였다. 청우는 상념은 접어놓고 남은 시간도 연습에 몰두했다.
숙소에서의 생활은 매일 비슷했다. 일어나면 씻고 연습하고 밥 먹고 연습하고, 잔다. 주말에 일어나는 특별한 이벤트가 없다면 말이다.
“이번 주말에 또 봉사활동 간대요. 이제는 팀별로 같이 한대요. 우리는 누구랑 가게 될까요?”
김해월이 와서 청우에게 속닥거렸다. 형, 저는 지원이 형네는 아니면 좋겠어요.
청우도 대답해 주었다.
“난 괜찮은데.”
바깥에 나가면 아무래도 카메라가 더 적어지지. 와서 깝치면 아주 주옥되는 거야.
그런데 김해월이 불안해하는 걸 보니 왠지 예감이 불길했다. 이럴 땐 꼭 일이 잘 안 풀리던데, 진짜로 현지원네랑 같이 가려나?
그리고 청우의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이번 주 봉사활동에서 〈짭이야〉팀과 〈딩동댕〉팀은 ‘나눔의 집’ 배식 봉사활동을 가도록 하겠습니다. 함께 힘을 합쳐 열심히 봉사활동을 수행해주시기 바랍니다.”
“와아…….”
예의상 환호는 하였지만 양쪽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얼마 전에 했던 말이 씨가 되었다며 김해월이 자기 입을 찰싹찰싹 때렸다. 이쪽을 보는 현지원이나 김태양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
“와아, 우리 열심히 해보자.”
영혼이나 진심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대화에도 오랜 시간 가식적인 미소로 훈련된 현지원이 미소를 지으며 청우의 손을 맞잡았다.
“그래. 어디 열심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