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37)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37화(37/101)
제37화
“왜 하필 〈딩동댕〉 팀일까요.”
카메라에는 들어가지 않게 속닥거린 김해월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전에 청우의 편을 들어준 탓에 계진성이나 김태양이 김해월의 보는 표정이 영 곱지 않았다.
겉으론 다들 하하 가식적인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버스 안의 분위기는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난 설거지 잘하니까 설거지 팀에 들어가야겠다. 연습들은 잘 되고 있나요?”
정이원이 능청스럽게 말을 먼저 건넸다. 중국인 연습생들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해서인지 즐거운 표정이었고 〈딩동댕〉 팀의 다른 중국인 연습생들도 즐겁게 말을 이었다. 현지원의 패거리를 빼면 두 명 정도였지만.
“봉사활동 내용은 배식과 설거지, 그리고 다른 일들을 도와주시면 되고요, 끝나면 공원에서 깜짝 게릴라 무대를 할 예정입니다. 세공사분들께 장소와 시간은 오늘 공지될 예정입니다.”
예상치 못한 게릴라 무대 공지에 연습생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노숙인분들게 배식 봉사를 하는 ‘나눔의 집’ 봉사활동이라 연습생으로서의 인지도 상승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그저 봉사활동일 거라고 모두들 마음 한편으로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근처의 큰 공원에서 게릴라 무대를 하게 되면조금이라도 이름을 알리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될 게 분명했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과연 팬분들이 얼마나 있으며 얼마나 올까. 규모야 어쨌든 팬들을 만난다는 것은 기쁜 일이기에 버스 안 연습생들의 표정이 아까보다 훨씬 밝아졌다.
“자, 다들 내리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현지원 연습생이 순위가 가장 높으니까 안내와 지휘 부탁드립니다. 여기 큐카드.”
담당 스태프가 현지원에게 큐카드와 진행 및 안내를 맡겼다. 순위가 높은 연습생을 밀어주는 모습에 불만이 있어도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정이원이 입을 조금 삐죽였다. 나한테 MC 맡기면 정말 잘할 수 있는데. 심지어 한 번 해본 경험도 있고 말이다.
“하하, 안녕하세요, 현지원입니다. 저희는 지금 마로니에 공원 근처 ‘나눔의 집’에 봉사활동을 하러 왔습니다. 일단 역할을 분담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체로 설거지에 4명, 배식 당번 5명, 식자재 운반 3명, 도시락 배달에 2명입니다. 일단 자원한 차례대로 채우고 실력으로 나누어 볼까요?”
청우의 팀원들도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어디 갈까? 역시 배식이 쉬워 보이지 않나?
청우가 중국인 연습생들에게 통역을 해주고 김해월과 이덕진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정이원이 번쩍 손을 들었다. 조금 늦게 김태양이 손을 들었는데 현지원이 김태양을 먼저 선택했다.
“네, 김태양 연습생?”
“저랑 진성이랑 성우랑 기현이는 배식 당번 하도록 하겠습니다. 성진이랑 현석이 형은 설거지한대요.”
“저희가 설거지를 잘하거든요.”
정이원이 한 마디를 떼기도 전에 현지원이 그럼 자신도 같이 배식을 하자며 배식 당번 5명과 설거지 2명이 채워졌다. 현지원이 그리고 나서 느릿느릿 정이원을 불렀다.
“그러면 정이원 연습생과 〈짭이야〉팀은 어떤 역할을 하실 예정인가요?”
정이원이 뒤를 둘러보았다. 중국인 연습생은 도시락 배달이 어울릴 것 같았다. 외국인이기에 봉사하면서 노숙인분들과 대화를 나눌 때 어려움이 있겠지만 주소를 찾아가는 것은 예능적 요소를 확실히 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식자재는 힘이 좀 들겠는데 덕진이랑 저랑 음, 이원이 하면 어떨까요?”
“에이, 난 설거지하려고 했는데 천마님이 그러시면 힘쓰러 가야지요.”
청우의 제안에 〈짭이야〉 팀도 각자 역할 분담을 마쳤다.
역할 분담을 마치자 준비된 듯 나눔의 집 봉사원들이 각자의 위치를 안내해 주었다. 김해월과 정이솔을 설거지 팀으로 보내고 청우는 이덕진, 정이원과 함께 건물 뒤편으로 향했다.
“트럭에서 식자재 내려서 안쪽으로 운반하면 되고요, 중간에 설거지 나오는 거 옮겨서 부엌 안쪽으로 옮기거나 물 같은 것 옮겨주시면 됩니다. 근데… 이 학생은 힘쓸 수 있으려나.”
무공 수련을 통한 신체 강화로 몸도 많이 좋아지고 키도 커졌지만 이청우의 체질상 근육이 많이 붙는 몸이 아니다보니 겉으로 보기에는 마른 편이었다. 덕분에 청우는 다시금 얘를 어쩌면 좋나, 하는 눈치를 받았다.
“얘가 이래 뵈도 힘이 엄청 좋거든요. 아마 여기서 일 제일 잘할 거예요. 무거운 거 많이 맡겨주세요.”
현대의 청소년들은 좋은 것으로 잘 먹고 자라서 그런지 다들 키가 너무 크다. 청우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청우가 이 세계에서 놀란 점은 없어서 못 먹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중원에서는 평범한 농가의 가정이라면 일 년에 한 달 정도는 나무껍질 벗겨서 끓인 물로 버티기도 하는데.
“그러면 일단 우리가 제일 바쁘니까 먼저 시작해 봅세.”
안내해 준 봉사자 아저씨가 셋을 건물 뒤편에서 좀 떨어진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잠시 기다리니 트럭이 들어왔다. 트럭의 위에는 각종 야채와 액체나 소스가 들어있는 통이 있었고 미리 어느 정도 조리된 음식이 들어있는 스티로폼 박스가 가득 쌓여있었다.
“뭐랄까 와서 춤 연습할 때 빼면 짐 나르고 있는 기분인데.”
중원보다 힘쓸 일이 더 많네. 청우가 투덜거리며 키의 반만 한 드럼통을 번쩍 들었다.
“아니, 학생! 힘 진짜 세네!”
“아따, 저걸 한 번에 드네!”
같이 짐을 나르러 온 봉사자들의 깜짝 놀라는 소리에 청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짐을 날랐다. 주변에서 칭찬해주니 절로 으쓱하는 마음이 드는데? 청우가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가장 무거운 짐을 두 개씩 들어서 번개 같은 속도로 나르기 시작했다.
“같이 가요, 형!”
이덕진도 질세라 짐을 들고 청우를 쫓았다. 청우가 아닌 척해도 칭찬에 신나 한다는 사실을 아는 정이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의 속도에 맞게 일을 시작했다.
바깥쪽에서 부지런히 짐을 나르는 동안 설거지 팀은 미리 식기 등을 세팅하고 있었다. 배식 팀은 아직 할 일이 없어 봉사자들과 가볍게 잡담을 하며 안에서 만들어진 요리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정이원이 꿀 빠는 역할을 저쪽 팀에서 다 가져갔다며 분통 터져 했지만 청우는 그의 어깨를 톡톡 두드려주고 말았다.
지금은 쉬워 보이지만 배식하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청우는 몸이 힘든 일보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 끼가 간절한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배식하는 일이 생각처럼 쉬울 수 있을 리가 없다. 정이원도 조금 더 있어 보면 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요리가 완성되고 배식 준비가 되자 밖에서 봉사자들이 사람들을 줄 세워 들여보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식자재 팀의 일이 줄어 물을 채우거나 바깥에서 줄 도우미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도시락 배달팀은 애초에 떠나고 없었는데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둘이 봉사자와 손과 발로 의사소통을 하며 독거노인들과 교감하는 모습이 제법 예능적으로 잘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쪽은 알아서 분량 챙겨오겠네. 방송 보니까 봉사활동 쪽이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으면 분량이 많지는 않더라고. 무대랑 연습하는 것만 찍어도 시간이 꽤 되는 데다 이번에도 다섯 장소로 나누어서 움직이니까.”
그렇겠네. 그래도 봉사활동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포맷은 나쁘지 않았는지 시청률은 예상치보다 좋다고 들었다.
“이따 팬분들이 올까?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근데 우리 팬이 있을까요? 인터넷에서는 제법 응원해주시는 것 같던데 …전 인기가 없는 편이라.”
“너 골든리트리버랑 합성한 짤 돌아다니던데 뭔 소리야. 누가 인기도 없는 연습생을 짤을 만들어서 뿌리겠어.”
“오, 덕진이 인기 많대! 떠오르는 샛별이네.”
“그건 어느 세대의 표현이냐. 청우는 가만히 보면 말하는 게 좀 할아버지 같을 때가 있어.”
“맞아요.”
대기하며 티격태격하는 동안 배식이 시작된 안에서는 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더 달라니까! 야, 없이 산다고 무시하는 거야!”
“이건 어느 고기예요? 소고기면 좋겠는데.”
감사하다며 보람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새로 온 얼굴들에 거부감을 느끼는지 화를 내거나 트집을 잡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아, 죄송합니다.”
살면서 죄송하다는 소리는 많이 안 해보았을 현지원이 쩔쩔매며 사과하는 모습은 청우에게 아주 장관이었다. 눈으로는 ‘이 거렁뱅이들이 감히 나한테!’라고 외치고 있지만 카메라 탓에 입으로만 사과하는 현지원의 모습이 아주 재미있게 느껴졌다.
“봐, 배식 안 하길 잘했지?”
무거운 것을 잔뜩 들고 나른 탓에 어깨를 주무르고 있던 정이원도 안쪽의 참상을 보고는 고소하다는 얼굴을 했다.
“원래 이 정도만 드리는 거예요.”
“줄 서시고 빨리 지나가세요.”
시간이 지나자 배식 팀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줄 정리를 하고 있던 청우는 강화된 청력으로 안의 소리를 듣고 있다가 이마를 찌푸렸다.
‘저러면 안 될 텐데.’
오늘 방송 촬영 때문에 낯선 사람들이 많은 데다 얼굴을 가리기로 했지만 카메라가 들이대진 탓에 식사를 받으러 온 사람들도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서 평소보다 많이 불평불만이 쏟아졌고 다른 봉사자들은 익숙하기에 잘 넘기고 있었지만 그 불만을 직접 상대하고 있는 현지원이나 계진성 과 같은 연습생들은 표현을 자제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하긴 아직 나이도 어린데다 잘 사는 집에서 원하는 대로 다 이루며 살아왔는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주거나 이해해줄 리가 없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분위기에 제작진들도 조금 염려가 되는지 청우와 정이원에게 와서 배식 당번을 바꾸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네, 저희가 가도 돼요.”
청우가 시원하게 대답했다.
“…가시라니까요! 싫으면 사 먹으면 되지.”
“뭐, 너 이 어린 놈의 새끼가! 지금 이런 데서 밥 먹는다고 무시하는 거야!”
결국 시비가 붙은 계진성이 중얼거렸다. 짜증 나.
현지원이 중재하듯 말했다.
“저희도 좋은 마음으로 봉사하러 왔는데 이렇게 계속 화내시면 곤란해요. 시민분들이 기부해서 준비한 거잖아요. 계속 드시려면 이러시면 안 되지 않을까요?”
아, 저건 불을 붙였네.
현지원은 중재하려고 한 말인 듯하지만 공짜로 먹고 봉사 받으면서 적당히 하라는 속뜻이 담긴 말에, 안 그래도 피해의식이 있는 듯한 노숙자가 완전히 폭발해서 식판을 집어 던졌다.
“으앗!”
그리고 옆에 있던 계진성이 그 식판을 그대로 맞아 온통 더러워지고 말았다.
“악, 씨X!”
결국 참지 못한 계진성이 욕을 하기 시작하고 노숙인은 길길이 날뛰며 안쪽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누가 얻어먹는 거지새끼인 줄 알아! 이런 데 차려입고 와서 애새끼들이 사람을 무시해!”
말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 현지원이나 다른 배식당번 연습생들의 눈빛은 상대를 깔아보는 눈이었다. 사실은 얻어먹는 거지가 맞는 거 아니냐고.
‘인성 좋은 모습으로 방송 타야 하는데 별 거지 같은 게 다 난리네.’
현지원도 이제 짜증이 나서 표정 관리가 잘되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안쪽에서 설거지나 할걸. 고무장갑 끼고 더러운 것 만지기 싫어서 배식을 하기로 한 건데 생각보다 훨씬 성가시고 어려운 일이었다.
“저기, 진정하세요, 김 사장님. 우리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닌데 왜 이러세요.”
결국 다른 봉사자들이 중재하고 말리고서야 김 사장이라고 불린 노숙인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진정시키자 나눔의 집 대표 봉사자가 제작진에게 배식 당번 교체를 이야기했고 밖에 있던 청우 팀이 들어가게 되었다.
“화내서 죄송해요. 너무 진성이나 제 친구들에게 함부로 대하시니까 저도 화가 나서 그만.”
그나마도 체면을 차릴 줄 아는 현지원은 카메라를 의식해 사과했지만 식판을 맞은 계진성은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저 녀석이 언제 저런 수모를 겪어봤겠는가. 남 괴롭힐 때 식판 엎어버리기나 해봤겠지.
그들의 악행을 알고 있는 청우는 오히려 당하는 그 모습에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봤니, ‘이청우’야. 세상은 생각보다 공평하단다. 가만히 있어도 나쁜 놈은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목이 떨어지지. 물론 내가 더 빨리 멱을 따면 더 즐겁겠지만 결국은 자신의 업보대로 돌아오는 법이란다.
“저희가 배식할 테니 자리 바꿔도 돼요. 앞치마 주세요.”
정이원은 안에서 겪은 수모를 들어보고 그다지 들어가기 싫은 얼굴이었지만 계진성의 더러워진 몰골은 다시 들어갈 수 없는 수준이었기에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같이 나온 김태양의 너희도 당해보라는 눈빛이 짜증 났지만 이덕진까지 같이 들어가게 되었다. 홀로 남은 우성우는 지난번의 팀 경험으로 청우 일행과 친분이 있다고 판단되었는지 그대로 두었다.
현지원 일행은 밖에서 줄 정리와 접수를 하고 청우가 배식을 시작했다. 카메라에, 낯선 사람들에, 얼굴이 잘나고 여유 있어 보이는 어린애들이 와서 봉사한다고 깔짝대니 다들 거부감이 생겼겠지.
청우는 오자마자 분위기를 파악했다. 빈민가에서도 자랐던 그였기에 흘러가는 상황을 바로 알아차렸다.
“맛있게 드세요.”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으니 할 수 없지.
빈민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잘 아는 청우는 배식줄의 가장 앞에 섰다.
그리고 배식을 하며 동시에 눈에서 기세를 발산했다. 가장 빠르고 쉽게 상대를 제압하는 방법은 힘으로 누르는 것이다. 청우는 기세를 내보내 눈빛으로 상대를 누르기 시작했다.
배식받던 노숙인이 청우와 눈을 마주친 후 깜짝 놀라 고개를 숙였다. 어린 애송이들인데 눈빛이 매섭다. 마치 사람을 수십은 죽여본 듯한 눈이었다. 어렵게 살아온 사람들일수록 눈치를 키울 수밖에 없기에 그들은 빠르게 고개를 숙여 항복을 표시했다.
‘음? 괜찮네?’
앞에서 청우가 기세를 발산해 배식받는 사람마다 족족 눌러버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정이원과 이덕진은 아까와는 달리 고분고분 음식을 받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긴장을 떨치고 한층 친절하게 응대했다. 아니 다들 예의 바르고 좋으신 분들인데 현지원이랑 계진성은 어쩌다 저런 난리를 낸 거람.
맹수와 눈을 마주친 후 사슴처럼 떨고 있는 사람들을 저도 모르게 친절한 눈빛으로 위로해주면서 배식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배식이 끝날 무렵, 결국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