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40)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40화(40/101)
제40화
청우의 부상에 상관없이 다음 경연을 위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중간 점검에서 청우는 앉아서 노래를 불러야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청우 팀의 평가는 좋은 편이었다.
다른 팀들도 중간 점검을 진행하였는데 확실히 화려한 군무가 들어가는 댄스 팀과 보컬 실력을 선보일 수 있는 발라드 팀을 이기기는 어려워 보였다.
특히나 미카엘 팀의 화려한 안무는 다른 팀들의 기를 죽이기에 충분했다.
“확실히 잘하긴 하네. 저렇게 실력이 좋은데 장르 선택도 잘해서 어려움이 하나도 없네. 이번에는 저 팀이 1등하겠는데?”
“잘하긴 하네요. 근데 지호 형이 좀.”
“아. 불쌍한 녀석. 하필 저기에 들어가서.”
화려한 안무로 날아다니는 미카엘의 뒤로 꽃병풍마냥 허우적거리는 주지호가 보였다.
제 딴에는 많이 노력한 듯 전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앞에 미카엘이 있으니 실력 차이가 두드러져 주지호가 자꾸 배경으로 묻혀 들어갔다.
“형은 회복하는 데만 집중해요. 이번에는 우리가 열심히 해볼게요.”
“흠, 그래야지.”
김해월이 위로해 주었지만 청우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등수는 충분히 상위권이었지만 아직 경합 초반이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순위였다.
청우는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이쪽 세상에 물정이 어두운데다 문화가 익숙하지 않았기에 언제 무슨 실수가 나올지 몰랐다.
‘여기는 실수 한 번에 큰일이 난다지.’
물론 그게 좋은 점도 있었다. 청우는 저 멀리 보이는 김태양을 보고 씩 웃었다. 언젠가는 자신이 미리 깔아놓은 떡밥이 미끼를 물게 되겠지.
“일단 할 수 있는 만큼은 열심히 해보자. 혹시 알아. 내가 그전에 회복해서 무대 위에서 갑자기 일어나서 춤출 수 있게 될지.”
“에이, 형도 참. 부담 갖지 않아도 돼요. 뼈가 거의 부러졌다면서요. 깁스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낫겠어요. 그 의사 선생님이 천하의 명의라도 그건 어려울걸요?”
“하하, 그치? 그냥 해본 말이야. 에휴. 빨리 나아서 같이 무대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청우의 아쉬움에도 아랑곳없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저마다 팀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고 가끔 현지원이 나타나 청우에게 뼈에 좋은 거라며 칼슘 영양제나 멸치를 주는 것만 빼면 별다른 일은 없었다.
“쟤 왜 갑자기 저러냐. 그리고 왜 냄새나게 굳이 멸치야.”
오늘도 오다 주웠다며 멸치를 한 상자 갖다주고 가는 현지원을 보며 정이원이 혀를 끌끌 찼다.
정이원은 쟤가 왜 갑자기 착한 척이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청우는 대수롭지 않게 멸치를 하나 씹으며 대답했다. 중원에서는 얼마나 귀한 생선인데 여기서는 이렇게 홀대받다니. 짭짤한 것이 맛있구만.
“철들었나 보지.”
“쟤가?”
뒤에서 매번 애들 조종하고 괴롭히고 패거리 만들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하고 귓가에 정이원이 속닥거렸지만 청우는 현지원이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았다.
아직도 악귀의 기운이 현지원 근처에 있었기 때문이다.
저번에 한 번 큰 힘을 썼기에 다시 그 정도의 사고를 일으키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그 악귀는 여전히 현지원을 노리고 있었다.
현지원은 일반인이지만 한번 죽음의 위기에서 악귀의 기운을 느꼈으니 미약한 살기는 계속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실제로 구해 주기도 한 청우에게 본능적으로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것이다.
“냅둬. 이제 애들 괴롭히는 일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아마 그런 상태에서는 다시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은 어려울 것이다. 그도 어렴풋이 자신이 왜 그런 일을 당하는지 느꼈을 터.
아쉽지만 현지원은 이미 그의 손을 떠났으니 남은 녀석들을 몰아내고 데뷔하는 일만 남았다. 물론 데뷔하고 나면 이전에 ‘이청우’를 괴롭혔다던 한동훈과 최기열을 찾아내어 받은 만큼 되돌려주어야겠지.
다시 연습 삼매경 중이던 때에 작은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일대일 대결로 연습생 둘이 붙어 이기는 쪽은 3분간 자기 PR 영상을 내보내고 진 쪽은 옆에서 인형탈을 쓰고 춤을 추는 것이다.
미니 이벤트였기에 연습생들이 MC를 맡았는데 이번에는 이석진과 김성우였다. 진주 등급부터 청우, 정이원과 친분이 있었기에 앞에 나온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자, 그러면 공정성을 위해 대결 상대와 대결 종목은 모두 제비뽑기로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대결 상대와 대결 종목이 담긴 쪽지함이 있는데요, 김성우 연습생은 누구랑 같이하고 싶습니까?”
이석진의 매끄러운 진행에 밑에 있던 다른 연습생들도 환호를 보냈다. 무대가 넓은 데다 다른 물건들을 모두 치워서 공간을 확보한 것을 보니 몸을 쓰는 대결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자신 있지.
자고로 사자는 토끼를 사냥할 때에도 최선을 다하는 법이다.
몸에 힘을 주려던 청우가 아릿한 다리의 통증에 자신의 부상을 기억해내고 어깨를 늘어뜨렸다.
하, 이 내가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어야하다니.
“일단 제일 같이하기 싫은 것은 미카엘 연습생이랑 이청우 연습생입니다.”
앉아서 박수를 치고 있던 청우가 몰려드는 시선에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왜.
“아, 그쵸. 저도 그건 동의합니다. 미카엘 연습생은 뭘 시켜도 다 잘하잖아요?”
“예. 게다가 너무 예의가 발라서 뭐라 말은 못 하겠는데 시작부터 지는 느낌이 들어요. 얼굴도 잘생겼고요.”
“아, 그렇게 따지자면 주지호 연습생이 저는 제일 싫네요. 투샷에서 이미 졌거든요.”
앉아 있던 연습생들이 다들 하하 웃었다. 이미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만큼 주지호의 잘생긴 얼굴은 유명했다. 채널 돌리다 주지호 얼굴 때문에 입덕하게 되었다는 세공사들도 꽤 있었다.
애매한 지상파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라 연습 기간이 짧거나 아니면 정말 간절한 연습생들이 많이 나와서 채널 자체의 인지도가 없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외외로 훈훈한 외모의 연습생들이 많아 알음알음 화제성을 높여가고 있었다.
“이청우 연습생도 잘생기긴 했는데 그보다는 너무 무서워요.”
“맞아요. 천마님은 무섭죠. 연습하다가 혼날 때는 지릴 뻔했어요.”
“아, 형이 형이신 건 아시죠?”
“천마님은 백 년 이상 사셨을 테니까 그런 건 없죠. 이덕진 연습생 공주님 안기로 들고 뛰는 거 보셨나요? 아, 하지만 지금은 다리를 다쳤으니 해볼 만하겠네요. 바꾸겠습니다. 저는 이청우 연습생이랑 하고 싶네요!”
“앗, 그럼 저도 이청우 연습생이요!”
“우우, 야비하다!”
청우의 항의에도 웃으며 넘긴 이석진이 진행을 시작했다.
“자, 그럼 첫 번째 대결자를 뽑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을 두 개 뽑겠습니다.”
이어 나온 공에 적힌 번호와 이름은 김해월과 이덕진이었다.
“아니,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방금 이덕진 연습생을 말했더니 정말 나오네요.”
“이건 체력으로 하면 너무 일방적이겠는데요?”
190에 가까운 이덕진과 서 있자니 김해월은 더 작아 보이기까지 했다.
“대결 종목은, 두구두구두구, 딸기 게임입니다!”
“이렇게 귀엽게 동작을 넣어서 해주세요!”
마지막 4박자에 허리에 손을 올리고 양 볼에 주먹을 고양이처럼 하나씩 갖다 대는 귀여운 동작에 이덕진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와, 덕진아! 귀엽겠다!”
정이원이 신이 나서 큰 소리로 낄낄거렸다.
“같은 팀이라고 봐주면 안 되니까 지는 사람은 새벽 연습 추가하기로 하자!”
청우도 같이 낄낄거렸다.
그리고 게임은 짓궂게 옆에서 더 ‘귀엽게’, ‘더더 귀엽게!’를 강조하는 이석진의 페이스에 휘말려 박자를 놓치고 만 이덕진의 패배였다.
강제 애교 시간이 끝났다며 이덕진은 안도했지만 정이원은 돌아온 이덕진의 귀에 속삭였다.
‘너 인형탈 시나X롤이던데. 엄청 귀엽겠다. 오늘 귀여움 폭발이네, 우리 덕진이.’
알게 모르게 청우의 부상으로 여러 가지를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정이원이 귀까지 빨개져 상황을 부정하고 있는 이덕진을 놀리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리고 컨디션이 좋아진 것인지 닭싸움에 나가서 당당하게 승리를 거머쥐고 돌아왔다.
이길 경우 자기 PR과 함께 이번 경연 무대 곡도 소개할 수 있었기에 몇 명의 승리자를 낼 수 있는가가 중요했는데 김해월과 정이원, 왕린이 승리하여 어느 정도 무대 홍보가 될 것 같았다.
“자 다음 대결은 미카엘 연습생과 현지원 연습생입니다! 지난번과 이번 투 톱을 달리고 있는 연습생의 대결이네요!”
현지원이 지난번 팀 대결에서 왠지 다른 연습생들을 알게 모르게 무시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 후 그와 함께 다니는 계진성, 김태양 등의 인성 논란이 불거졌다.
심지어 프로그램에 나오기 전의 일들도 슬슬 수면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어 현지원의 등수는 부동의 1위에서 멀어져 차츰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사이 미카엘의 등수는 점점 치고 올라와 실시간 순위로 1위를 찍었기에 신구 1위의 맞대결로 분위기가 몰아졌다.
“왕!”
“밤!”
“빵!”
“왕!”
둘이 왕밤빵으로 번갈아 말하기를 한창 하고 있을 때였다.
‘음?’
또다시 날카로운 살기에 청우가 고개를 들자 무대 위쪽 조명 위에서 무언가 검은 형태가 또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 잦은데?’
지난번 그 악귀 같은데 형태를 형성하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악의를 흡수할 수가 있다고?
게다가 현지원은 요즘 얌전히 있느라 별일도 없었을 텐데.
이번에는 생명의 위협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구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왠지 이미 발을 들인 기분에 현지원이 눈앞에서 해를 입으면 찝찝해질 것 같았다.
청우의 무공은 기본이 음공이라 퉁소나 비파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에겐 다행히 전에 주머니에 넣어둔 선계의 부채가 있었다.
청우는 아이구, 덥다, 하고 중얼거리며 빠른 손놀림으로 부채를 꺼내어 자신을 향해 두어 번 부치다가 바람결에 휘파람 소리를 넣어 무대 위쪽으로 날려 보냈다.
한창 왕밤빵을 외치고 있던 현지원이 갑자기 멈추었다.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이전에도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었는데.
현지원이 본능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청우를 바라본 순간 머리 위에서 조명이 삐걱 소리를 내며 퉁 떨어졌다.
“으악!”
모두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지만 조명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을 뿐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아 먼지만 날릴 뿐이었다.
“어어, 내려와요, 내려와!”
스태프들의 분주한 안내 속에 게임이 잠시 중단되고 일제히 재점검에 들어갔다.
다들 수군거리며 무슨 일인지 사태를 파악하려는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언뜻 부채를 이쪽으로 부치던 청우를 본 듯한 기분에 현지원이 재빠르게 청우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깁스한 다리 때문에 목발을 짚고 있는 것이 왠지 눈에 걸렸다.
“야, 이거 나 때문이냐?”
여기 연습생들은 내공은 한 줌도 없는데 이상하게 다들 감들이 좋단 말이지. 제법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있는 듯한 현지원에게 청우도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이리 와봐 봐.”
청우가 현지원을 조용한 구석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모두가 떨어진 조명과 무대를 신경 쓰느라 이쪽을 보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말이 새나가면 분명 이쪽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터였다.
“너, 혹시 사람 죽였냐?”
청우는 매우 고심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지만 현지원은 펄쩍 뛰었다.
“아,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말고!”
사람 죽인 일이 왜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제일 쉬우면서도 의심해 볼 만한 일인데. 어쨌든 현지원의 반응을 보니 아닌 것 같다.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닌데 이렇게 원한이 짙은 데다 악의를 어떻게 이렇게 쉽게 모을 수 있는 거지?
현지원이 좀 못되게 굴고 이기적이고 남들을 괴롭히기는 하지만 희대의 연쇄살인마도 아니고 악성 사기꾼도 아닌데 악의가 좀 과했다.
“무슨 나쁜 짓 한 거 없어?”
“어떤 짓? 솔직히 안 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음, 뭐 사람을 죽였다거나, 아니면 평생 모은 재산을 빼앗는 사기를 여럿에게 쳐서 삼대에 걸친 저주를 받았다던가.”
무림에서도 괴력난신에 속하는 이런 잡기술 쪽은 아는 것이 없어 청우도 뭐라 더 말하기가 애매했다.
어설프게 저승에 한 발을 걸치고 있다 보니 기와 술에 예민해졌을 뿐 근본적 해결책 따위를 알 리가 없었다. 게다가 어쩐지 원혼보다는 저주에 가까운 것 같은데 발동되는 상황도 파악하기 어려웠다.
“여기는 도가 계열은 없겠지? 가서 부처님이나 뭐 네가 모시는 신에게 가서 시주 많이 하고 싹싹 빌어봐. 이대로면 좋게 끝나진 않을 것 같은데.”
“뭐, 뭐를 알고 있어?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나한테 뭐가 붙어 있는 건 맞지?”
현지원은 이제 얼굴만 동동 떠다닐 정도로 공포로 새하얗게 질렸지만, 청우도 딱히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매번 이런 건 아닌 것 같으니까 알아서 조심해라. 그리고 착한 일 좀 많이 해라. 덕행이 있어야 상쇄라도 해줄 텐데 덕행이 없으니까 몸으로 때우는 거잖아.”
청우는 현지원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려 준 뒤 다시 무대 쪽으로 나왔다. 이제 점검이 끝난 듯 다시 게임을 이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쪽 세계도 이렇게 저주나 악령의 기운이 강하다니 특이하긴 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이 세계로 넘어왔을 때보다는 공기 중의 기운이 좀 짙어진 것 같기도 하고.
심각한 일이 생기면 이렇게 막아주면 되겠지. 일단은 내 코가 석 자다. 데뷔부터 하고 생각해봐야겠다.
마음속이 나름대로 복잡해진 청우였지만 그도 지금은 중원을 누비는 무림고수가 아니라 데뷔가 간절한 연습생일 뿐이다. 머리 아픈 이야기는 나중에 생각해야겠다.
청우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멀리서 느껴지는 저승의 기운을 차마 느끼지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