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46)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46화(46/101)
제46화
에잇, 찝찝해.
이번 휴식 기간에는 별로 쉬지 못한 기분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기꾼 단체를 방문한 후 청우는 마음 한구석에서 맴돌던 생각이 자꾸만 튀어나왔다. 떠올리기만 해도 심란해지는 생각을 그는 애써 심연으로 꾹꾹 밀어 넣었다.
선인을 모신다는 그 남자는 선계의 스승님과 연결된 혼원천의 기운이라도 느낀 건지 의미심장하게 뭐라 말했었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최소한 선계의 기운을 느끼거나 선계에 아는 것이 있다는 소리다.
제단은 분명 도인이었던, 이제는 선계에 올라간 누군가를 위한 것일 터였다.
천인의 대리인이라는 단체의 수장으로 보이는 남자는 완전 허황된 말로 사람을 속이는 사기꾼은 아니었지만 신도로 보이는 이들은 사기꾼 혹은 그들에게 속은 호구들이 섞여 있는 것 같고.
그리고 현지원을 저주하고 있는 그 청년이 아마 현지원에게 악귀를 보낸 장본인일 것이다.
청년 본인의 기운이 강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 정도의 악귀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제단의 힘과 악의를 모으기 쉬운 현대 사회의 특성 덕분이겠지.
그가 누군지 이름은 알 수 없었지만 현지원을 증오하는 건 확실했다. 후에 정이원에게 짐작 가는 사람이 있나 물었더니 그런 사람이 어디 한둘이냐며, ‘안티카페’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덧붙여 현지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아니, 사람을 싫어하면 그냥 싫어하는 거지. 어째서 그렇게 인터넷에서 모여 증오와 혐오를 공유하며 희롱하고 낄낄대는 걸까.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어 봤자 뭐 그리 좋다고.
처음에 연습생 중 1등으로 시작해 대중의 주목을 받고, 방송에 보인 여러 모습과 태도에 싫어하는 사람이 생길 수는 있으나 왜 굳이 그걸 말로?
중원에서는 그럴 시간에 칼을 한 번 더 휘둘렀다. 청우로서는 여러모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 현지원의 안티팬이 내뿜는 감정이 제단을 매개체로 극대화되면서 강력한 악의로 발발한 것일 터였다.
저번에 저승사자들이 어느 정도 처리한 것 같기는 한데 아직 그 청년이 기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대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스승님 생각부터 현지원에게 악의를 보내는 청년까지 여간 찝찝한 게 아니었다. 그대로 회사에 들러 강 실장을 만나니 무슨 일이냐며 한창 묻다가 집에 차로 데려다주겠다며 차키를 들고 일어났다.
“짜잔, 이것 봐라. 다 너한테 온 거야.”
강 실장이 계속 입꼬리를 실룩거리더니 이유가 있었다. 뭔가를 말하려다 계속 참길래 뭘 숨기고 있나 했더니 이런 걸 숨기고 있었다.
재계약 이후 회사에서는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주었는데, 오늘은 팬들에게서 온 선물 가져가라며 그를 부른 것이었다. 위험한 물건이 있을 수 있으니 회사가 먼저 확인하느라고 택배 상자와 포장지는 제거하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다며.
눈으로 ‘깜짝 놀랐지? 대단하지? 어서 내가 만족할 만큼 놀라봐’라고 말하는 듯한 강 실장의 얼굴을 본 청우가 ‘우와!’하고 감탄사를 내주었다.
전생에서도 이런 선물은 잔뜩 받아봤지. 전에 비하면 엄청나지도 않다며 쌓인 물건과 편지들을 보며 태연하게 편지 한 장을 집어 들었지만, 왠지 입꼬리가 자꾸만 위로 올라가는 것을 참기 힘들었다.
청우는 편지를 펼쳐 그 자리에서 한 장, 한 장 차례로 읽기 시작했다. 편지 안에는 하나같이 그를 응원하는 따뜻한 말과 마음이 담겨있어서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계속해서 읽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속으로 대단치 않다곤 했지만 이런 건 지난 생에서도 별로 못 받아봤다. 전생에는 주로 ‘혼인하자’와 ‘죽여 버리겠다’는 내용의 편지만 받아봤기에, 읽는 내내 마음이 자꾸만 순두부처럼 뭉글뭉글해졌다.
“청우야, 그리고 회사 온 김에 옷도 받아서 가자.”
“저 옷 많은데요?”
“네 그 꽃무늬 바지 좀 어떻게 하라고 성화다, 청우야. 회사만 너 방치한다고 욕을 아주……. 제발 그 몸빼바지는 집에서만 입자? 응?”
회사에서 연결해준 스타일 팀에서 청우에게 어울리는 사복과 트레이닝복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김선복은 계약대로 사비를 털어 전부 구매해 주었고 말이다. 그래도 요즘 청우의 화제성이 좋아 김선복이 웃으며 계산했다고 강 실장이 전해 주었다.
사복이나 트레이닝복이나 전반적으로 화려하기보다는 깔끔한 스타일 위주였다. 아직 데뷔한 것은 아니니 고가의 브랜드나 눈이 찌푸려지는 화려한 것은 제외했다. 덕분에 환골탈태까진 아니더라도 신체를 강화하고 노폐물을 제거하여 더 균형 잡힌 몸과 깨끗해진 피부, 또렷하게 보이는 이목구비가 더 눈에 잘 들어왔다.
이 모든 변화 중에서 청우는 사실 조금이라도 커진 키가 제일 만족스러웠다.
아직 이미지를 만드는 중이니 부채는 들고 다녀도 특색이 있고 좋겠다는 말에 청우도 기쁘게 부채를 챙겼다.
내공을 맨손으로도 발휘할 수는 있지만 매개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긴박한 상황일 때 조절할 수 있는 정도가 달랐기에 무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간단한 비도 같은 것이나 피리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저승사자와 만나면 싸우거나 도망갈 수 있냐고 이청우가 묻습니다.]‘이청우’도 저번에 저승사자와 마주칠 뻔한 일이 걸리는 것 같았다.
아직은 내공심법이 3성 정도라 직접 대항하기는 어렵지만 들키지 않도록 기척을 숨기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했다. 5성 정도 되면 저승사자와 맞서도 도망칠 수 있을 것이고 7성 정도 되면 이기지는 못해도 비등하게 대항할 수는 있을 것이다.
9성이면 승부를 장담할 수 있고 12성, 즉 대성을 하고 나면 더는 저승사자가 자신의 상대가 아니게 될 것이다.
혹시 모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무공을 대성하는 것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겠다.
‘어휴, 바쁘네. 저쪽이고 이쪽이고 사는 건 왜 이렇게 바쁘고 빡빡한 걸까. 그렇다고 죽는 게 편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상한 종교 단체도 알아봐야 하고, 선계나 저승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하고, 무공도 익혀야 하고 방송도 잘 해내어 데뷔도 해야 한다. 데뷔를 위해서 이름도 알리고 눈에도 튀고 실력도 더 키워 보여주어야 하니 해야 할 일투성이였다.
팬들이 보낸 선물 중 청우가 숙소에서 당장 쓸 수 있는 것을 추려 강 실장이 손에 들려주었다. 그중에서 청우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6년근 홍삼 선물세트였다.
가루만 들은 것 같은 젤리도 내공 증진에 꽤 도움이 되었는데 이건 얼마나 도움이 될지 궁금해 그 자리에서 뜯어 입에 물었다.
스틱형으로 되어 있는 홍삼은 진하고 깊은 맛을 보여주었고 같이 들어있던 홍삼 절편은 중원의 삼 못지않은 품질이었다.
무엇보다 순수한 홍삼의 기운이 넘쳐나 운기조식이 너무나 잘 되었다.
집에 가져온 후 한 입 먹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홍삼을 반 박스를 먹어버렸다.
그 이후로는 섭취해도 내공 상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단 걸 깨달아 효과 없이 먹어버린 홍삼 스틱이 아까웠지만, 유의미했다.
숙소로 출발하는 오늘 청우는 최상이었다. 얼굴은 반짝이고 신체도 생기가 넘쳐 오죽하면 강 실장이 방송하러 돌아가는 게 그렇게 좋냐고 물을 정도였다.
숙소에 들어와 남은 홍삼과 가벼운 선물을 정리하고 있자니 다른 연습생들도 하나둘 들어와 인사를 하며 며칠 간의 안부를 전했다.
왁자지껄했던 것도 잠시 사복에서 단체 연습복으로 갈아입으니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제 다시 데뷔를 위해서 달릴 때이다.
“어, 왔네. 아니 너는 가도 어쩌면 그런 곳을 쫄래쫄래 따라다니냐.”
정이원이 청우를 보자 마침 잘되었다는 듯 쫓아와 타박을 놓았다.
“내가 거기 간 건 어떻게 알았어?”
“야, 네가 이제 유명인이라는 거 자각 좀 해라. 별스타 들어갔다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그새 바이럴 계정에 ‘실시간 도믿맨 따라가는 천마님’해서 보니까 네가 딱 봐도 사이비 단체 사람이랑 얘기하는 영상이 뜨잖아. 맨날 이상한 머리끈이랑 라이트노벨 광고하는 계정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내 어이가 없어서 너한테 연락한 다음에 바로 신고했잖아.”
“하필 그 순간을 또 누가 봤대. 우리가 그렇게 유명해졌나? 잘 모르겠던데.”
청우가 머리를 긁적이자 정이원이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
“우리 팀 미션 조회수 장난 아니야. 집에 가서 확인 안 해봤어? 게다가 지난주에 ‘최고의 트로트맨’인가 결방해서 다들 그거 다시 찾아본다고 들어왔다가 또 우리 영상 봐서 조회수 더 올랐잖아. 너 이제 그렇게 길거리 함부로 다니면 안 돼. 이런 거 잘못 따라갔다가 사이비라고 소문이라도 나봐. 더 골 아파. 이제 알겠냐?”
“그냥 좀 궁금한 게 있어서. 진짜로 믿을 건 아니었는데. 기도비 내랬는데 그럴만한 돈도 없고.”
정이원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뭐야, 심지어 가서 돈 뜯길 뻔한 거야? 바보냐? 어, 바보야? 다음부터는 절대 따라가지 마. 밖에서 이미지 좀 생각하고. 넌 특히나 순위 높아서 알아보는 사람도 많을 거라고.”
“알았어, 알았어. 이제 안 갈게.”
청우는 절대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정이원에게서 풀려날 수 있었다.
찝찝한 점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은 데뷔 뒤로 밀어두기로 했다. 지금 당장은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하나씩 해결해야겠다.
연습생이 모두 모이자 MC가 나오고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2차 순위 및 탈락자 발표의 시간이 된 것이다.
첫 탈락자 발표 때에는 불안하고 초조한 얼굴들로 안절부절못하는 연습생들도 이제는 한 번 겪었다고 익숙해졌는지 한결 차분해진 얼굴이었다.
“보석이 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블링블링한 원석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세공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2차 팀 미션을 마치고 순위 및 탈락자를 발표할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먼저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연습생 친구들에게 박수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진행을 들으며 청우는 일단 팀원들을 한 번씩 살펴보았다. 이번 ‘짭이야’팀에서는 탈락자가 없을 것이다. 다들 안정적인 순위인데다 결과도 좋았다. 다른 팀들은 어떻게 되려나.
“자, 그러면 2차 팀 미션 결과 발표부터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2차 팀 미션 때 눈에 띄게 약진한 팀이 있죠. 바로 ‘짭이야’팀입니다!”
“와아!”
MC가 호명하자마자 청우와 팀원들은 연습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결과가 좋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너튜브 조회수가 다른 팀들을 월등하게 앞질렀을 뿐 아니라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올랐을 뿐 아니라 현장 투표수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따라서 1위 베네핏과 조회수 환산 투표수가 적용됩니다! 이어서 ‘드르렁’팀은…….”
화면에 뜬 1차 발표 순위에서 사회자가 부르는 팀마다 개인 득표수가 적용되어 올라갔다. 최종 집계는 아니었지만 청우와 정이원, 이덕진과 김해월은 무리 없이 10위권에 안착할 것 같았다. 리콰이창과 왕린은 중국 출신이라 개인 투표수가 적을 것 같지만 그래도 30위권 밖으로 밀릴 것 같지는 않았다.
“현장 투표수로는 두 팀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아주 미세하게 갈렸죠. 특히나 현장투표 개인별 합산 1위는 미카엘 연습생입니다!”
청우는 팀 내에선 개인 득표 1위였지만 아무래도 팬이 많은데다 잘생긴 서구적 외모와 체형에 화려한 춤 솜씨, 게다가 아이돌 댄스곡까지 끝내주게 소화한 미카엘을 이기기는 턱도 없는 수준이었다.
의외라면 미카엘의 옆에서 최선을 다해 뚝딱거린 주지호가 팀 내 개인 득표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번 미션에서 ‘생각보다 안 뚝딱거려서 실망이다’, ‘주지호 얼굴에 저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시청자 평을 받으며 인기몰이 중이라고 MC가 놀리듯 덧붙였다. 주지호는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일 뿐이었다.
“주지호는 그냥 얼굴로 몰표 아니었나.”
정이원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주지호의 춤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라 청우는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이제는 시작 박자조차 놓치지 않았다.
이어 상위권의 팀과 하위권 팀, 그리고 개인 득표수 등도 모두 공개되어 드디어 최종 등수 발표와 탈락자 발표만이 남았다.
“그러면 팀 미션 최종 등수를 발표합니다!”
사회자의 말과 함께 이전에 공개되었던 등수가 촤라락 바뀌면서 새로운 순위가 공개되었다.
1위는 미카엘이었다. 역시나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정석적인 아이돌 육각형 멤버, 확신의 데뷔조인 그는 이번에도 자신의 자리를 잘 지켰다.
2위는 의외로 한이설이었다. 청우는 한 번도 말을 섞어 본 적이 없었지만 아역 배우 출신이라는 한이설은 꽤 유명한 드라마에 나왔었기에 인지도가 높다고 들었다. 춤과 노래는 뛰어나진 않고 그럭저럭인 수준이었지만 이름만 들어도 전국민의 대다수가 알고 있다나. 본인이 크게 아이돌에 관심 없어 보여서인지 지지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시작할 때는 나온다는 소문만으로 최고의 화제성을 모았었다.
3위는 드디어 이청우의 이름이 올랐다. 개인 득표수 및 환산 득표수의 위력이 큰 듯했다. 게다가 때아닌 중년 팬층이 유입되어 소속사에서도 데뷔 못 하면 트로트 가수 하면 되겠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다른 순위는 크게 변한 것이 없었지만 주지호가 한 계단 오른 6위, 최율리가 다시 9위로 올라오며 김해월은 8위, 정이원이 10위가 되었다. 현지원은 5위로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다.
멀리서 17위가 된 이석진과 19위 김성진이 얼싸안고 기뻐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계진성은 순위가 몇 단계 떨어져 18위, 20위권이던 김태양은 45위로 추락한 것이 보였다.
“야, 이제 간당간당해졌다. 잘하면 얄미운 얼굴 안 볼 수도 있겠는데.”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 김태양을 보며 정이원이 속닥거렸다.
“그러게. 아직 인성점수 환산도 남았잖아.”
“아, 맞다. 인성점수가 있었네.”
정이원이 씩 웃었다. 헛소문에 뒷담화에 은근한 방해까지 한 김태양을 그동안 청우보다 더 얄밉게 생각하던 그인지라 꼴 좋다는 표정이었다.
팀 미션에서 잘했던 연습생들은 대부분 생각했던 대로 순위가 높아 큰 이변은 없었다.
“이제 인성점수가 반영된 최종 순위가 발표됩니다. 인성점수에 대한 근거 사항은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됩니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었거나 봉사활동에서 적극적이었거나 팀에 큰 기여를 한 경우 등 구체적으로 인성점수에서 상점을 받을 수 있는 경우, 그리고 어떻게 하면 마이너스 점수가 되는지 등이 화면에 엔딩크레딧처럼 쭉 지나갔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한 경우, 팀 내에 분란을 일으킨 경우, 봉사활동에서 성실하게 맡은 일을 수행하지 않은 경우 등이 있는 걸 보니 결과가 대충 예상이 갔다.
49위까지의 최종 순위 발표가 끝났다. 탈락한 연습생들은 아쉬움을 감춘 채 주위의 다른 연습생들과 인사를 나누며 퇴장했다.
1차 팀 미션을 같이 했던 박철수와 김조연이 담담하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순위가 낮은 편인데다 이번 미션에선 크게 눈에 띄지 못해 이미 예상했던 터라 오히려 마음이 편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가도 응원할게요. 그래도 저번에 알려주셨던 부분들이 많이 도움이 되었어요.”
“밖에서 만나면 되니까 자주 연락하고 지내자.”
두 번째 탈락자 발표인지라 다른 연습생들도 대부분 담담한 얼굴이었다. 이전처럼 급격하게 우울해지는 분위기도 없었다.
퇴장하는 연습생들 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49위 김태양이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유일하게 순위가 20위 이상 하락한 그였기에 당연히 탈락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슬아슬하게 커트라인에 걸려버렸다.
“좀 아쉽네. 그래도 이젠 예전처럼 굴진 못하겠지.”
“그래. 내가 못 하게 할 테니까.”
“!”
어느새 옆에 다가온 현지원이 계진성과 김태양 등 이전 자신의 패거리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며 정이원과의 대화에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