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47)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47화(47/101)
제47화
현지원의 뒤로 함께 따라온 카메라가 반짝거렸다.
“으응. 태양이가 안 떨어져서 다행이네. 가서 축하해 주지 않아도 되겠어?”
정이원이 어색한 표정으로 말을 돌렸다. 차마 대놓고 왜 왔냐고 묻지는 못했다. 평소 데면데면 지내던 현지원이 이쪽으로 오자 건수가 생겼다고 판단했는지 김조연과의 이별을 찍고 다른 쪽으로 빠졌던 카메라가 다시 돌아왔다.
“아아, 청우 순위 오른 거 축하해 주려고. 이제 우리 더 친해지기로 했거든.”
그렇지? 하고 해맑게 웃는 현지원을 보고 청우가 그냥 하하 하고 같이 웃어 버렸다. 뻔뻔하기가 역시 금원장 첫째 아들다운 녀석이었다.
그러고 보니 팬이 보내준 선물이라고 사무실 한편에 쌓여 있던 택배 상자 중에 현지원이 보낸 물건도 있었다. 입지도 못한 고급 정장 세트에 구두까지 들어있어 이걸 뭐하러 보냈나 싶어 집에 처박아두긴 했는데.
“내 선물 받았어? 전해준다고 너네 매니저 형이 그러던데.”
“매니저 아직 아니거든. 데뷔도 안 했는데 뭘.”
“아, 너 아직 전담 매니저 없지. 나 개인적으로 봐주는 매니저 있는데 너도 전담해달라고 할까?”
옆에서 정이원이 ‘우와’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역시 소문난 부잣집 아들은 다르구나 하는 얼굴이었다.
“이상으로 탈락자 발표 및 순위 공개를 마칩니다. 다음은 다음 미션에 대한 발표가 있겠습니다.”
이어 다음 미션으로 주어지는 ‘포지션 평가’에 대한 내용이 떴다.
“보컬 2곡, 댄스 2곡, 랩 2곡입니다! 포지션별로 다양한 스타일의 곡이 포함되어 있으니 곡 잘 확인해 주세요. 포지션을 고른 뒤 부문별로 평가를 받습니다!”
포지션과 곡이 화면에 나타났다. 청우는 노래도 춤도 자신이 있었지만 가능하면 댄스 포지션을 고르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정이원은 댄스를 갈 테고 이덕진과 김해월은 보컬로 갈 테니 이번에는 팀이 나눠질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연습생들도 바쁘게 눈동자가 움직였다. 제각기 공개된 포지션과 곡을 보며 자신이 가고 싶은 곳을 미리 마음속으로 점찍어두는 듯했다. 물론 포지션을 고르는 방법에 따라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야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제비뽑기로 뽑힌 연습생 순서대로 포지션을 고르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자신이 원하는 곡에 정원이 다 찬 경우 자신보다 하위 순위의 연습생 중 한 명을 곡에서 밀어낼 수 있습니다. 밀어내기 전 하위 순위의 연습생은 양보를 부탁할 수도 있겠죠. 한 곡 당 최대 8명까지만 선택할 수 있으나 연습생의 인원수가 49명이므로 지금부터 제비를 뽑아 결정되는 1곡은 9명의 연습생이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
MC가 여섯 개의 나무 막대기 중 하나를 뽑으며 말했다.
“댄스 포지션의 1번 곡은 9명을 뽑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인원수에 맞게 신중하게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연습생들 사이에 만감이 교차했다.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하는 포지션의 곡을 골라 두각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그런데 자신보다 하위의 연습생을 한 명 찍어서 밀어내는 것은 인성점수나 이미지 차원에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양보를 부탁한다니. 만일 거절한다면 양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테고 양보한다면 원하지 않는 곡으로 갈 수도 있다.
“와, 굳이 양보라는 말을 넣었네.”
“인성이란 요소를 욱여넣으면서도 피 튀기는 싸움을 바란다는 뜻이겠지. 역시, 현대 사회란 놀랍구나. 그냥 칼이나 하나 쥐여주지.”
복잡하다며 투덜거리는 청우에 정이원은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칼이냐며 타박했다.
“하여간 참 칼 좋아해. 그러니까 사람들이 천마라고 부르지. 그나저나 너는 어디로 갈 거야?”
“난 노래도 춤도 자신 있으니까 화려하게 하려면 춤 쪽이 좋겠지.”
“그건 그렇겠네. 아니어도 보컬로 가면 되니까 선택지가 꽤 넓은걸.”
하지만 영어도 못하고 랩도 어설프니 랩으로는 가지 않는 게 좋겠다고 정이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론 청우도 랩으로는 갈 마음은 없었다. 불경을 외는 것과 비슷해 나름 흥미로운 장르였지만 지금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기엔 적절하지 않았다.
“이제 부르는 순서대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제비뽑기로 연습생들이 불려졌다. 불린 연습생은 나가서 포지션과 곡을 골랐는데, 댄스, 보컬, 랩 순으로 연습생들이 몰렸다.
아무래도 다들 청우와 같이 보컬보다 댄스가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좋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엇, 나 가야지.”
정이원은 댄스 중 〈완전 남자〉라는 곡을 선택하였는데 파워풀한 춤동작이 포인트인 곡이었다. 댄스 실력과 체력이 많이 올라온 정이원에게 딱 맞는 곡이었다. 게다가 청우도 마음속으로 노리고 있던 곡이었다.
다시 정이원과 같은 팀이 될 수도 있겠는데. 특정 연습생들끼리 몰려다니는 것이 표를 받는 데 좋은 일일지 나쁜 일일지 청우는 아직 잘 분간이 가지 않았다. 어느 쪽이든 자신 있으니 차라리 보컬로 가야 하나?
청우가 고심하는 사이 점차 포지션별로 자리가 줄어들고 남은 연습생들도 많이 줄어들었다. 이덕진은 완전히 보컬 중심인 〈바래〉라는 곡을, 김해월은 보컬 중에서도 댄스를 보여줄 수 있는 곡 〈Really Really Really〉를 선택했고 미카엘은 댄스 포지션 중 〈Believer〉라는 팝송 곡을 골랐다.
그리고 정이원은 6위인 다른 연습생에게 밀려 미카엘이 있는 〈Believer〉로 이동하였다. 팝송이라 어려운 감이 있는데다 춤으로는 이 중 거의 탑에 가까운 미카엘이 있는 팀으로 가게 되자 정이원이 약간 황당해했지만 금세 표정 관리를 하고 싱글싱글 웃으며 팀원들과 인사를 했다. 하지만 카메라를 피해 청우와 눈을 마주치며 왜 나를, 이라며 억울해했다.
눈으로는 정이원을 놀리며 청우는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도통 그의 이름이 안 뽑히는 건지 일부러 뒤로 미룬 건지 청우는 거의 마지막에야 뽑힐 수 있었는데 그가 첫 번째로 원하는 곡이었던 〈완전 남자〉는 이미 자리가 다 차 있었다. 그러면 두 번째 선택지를 고르기로 하였다. 이쪽도 다 차 있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러면 박호민 연습생을 밀어내고 보컬 포지션 〈Really Really Really〉로 가겠습니다.”
살펴본 중 그나마 다른 쪽에 어울릴 것 같은 음색을 가진 박호민을 밀어내자 뭐라고 하려고 하던 그는 이내 랩 포지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원래도 보컬이나 랩이나 실력이 비슷하다는 걸 청우도 알고 있었기에 망설임 없이 그를 고른 것이기도 했다.
이미 이 곡에 들어와 있던 이덕진과 김해월이 청우와 작게 하이파이브를 하며 즐거워했다.
거의 마지막에 가까운 청우 뒤로는 의외로 현지원과 한이설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순위가 낮은 연습생 1명 정도. 청우까지 모두가 순위가 높은데 마지막으로 밀어둔 것을 보면 순서가 마냥 무작위인 것은 아닌 듯했다. 상위권 연습생은 나중에 순서가 되더라도 다른 연습생을 밀어내고 자리를 가질 수 있다. 분쟁을 바라는 제작진의 꼼수가 느껴졌다.
“이제 한이설 연습생 골라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자리는 거의 차 있었다. 랩 포지션에만 세 자리가 남아 있었는데, 랩으로만 구성된 곡에 1자리 그리고 댄스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곡에 2자리가 남아 있었다. 아마 누구든 밀어내겠지, 싶었는데 한이설이 그의 앞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왔다.
“저는 이청우 연습생을 밀어내고 〈Really Really Really〉를 선택하겠습니다.”
“!”
갑자기 지목당한 청우는 깜짝 놀랐다. 제작진들도 흥미로운 얼굴을 했다.
“이청우 연습생이요? 그렇죠, 한이설 연습생은 2위니까 3위인 이청우 연습생을 밀어낼 수 있죠.”
“네. 저는 보컬도 댄스도 보여드린 게 없어서 이번에 확실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청우 연습생이 이 중 순위가 가장 높으니 오히려 다른 연습생들에게 공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선택이 크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테니까요.”
순위가 높으니 탈락할 위험이 적어 낮은 연습생들을 밀어내는 것보다 공정하다는 한이설의 말은 일견 옳아 보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밀려나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특히나 3위라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연습생이 별로 없어 밀릴 거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 없는 청우였다. 조금 항변해볼까 했지만 한이설은 눈은 단호했다.
‘잘 몰랐는데 나를 싫어했나?’
청우는 밀려나서 고를 수밖에 없는 랩 포지션 자리 중 그나마 댄스를 보여줄 수 있는 〈100점 만점에 100점〉을 고르기로 했다. 랩에는 전혀 자신이 없었으니 댄스라도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밀려난 경우는 남은 자리밖에 갈 수 없기에 선택지가 없었다.
게다가 그 팀에는 주지호가 있기도 했다. 의외로 보컬, 댄스보다 랩이었나. 청우가 밀어냈던 박호민도 있었는데 속마음은 어떻든 겉 표정은 청우가 오는 것을 보고도 태연했다.
“다음은 사토시 연습생.”
다음으로 불린 일본인 연습생 사토시도 그와 같은 〈100점 만점에 100점〉을 골랐다. 등수가 높지 않았기에 비어있는 적절한 선택지를 먼저 고른 느낌이었다.
맨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현지원이었다. 아마 보컬이나 댄스 중에서 밀어내겠지. 현지원은 성격은 좀 이상한 녀석이었지만 실력은 확실히 좋은 편이었다. 물론 청우보다는 못하고, 미카엘이나 최율리에 비하면 댄스나 보컬도 약간 부족한 수준이었지만 어디에 두어도 두각을 나타내긴 했다.
“저는 랩 포지션의 〈100점 만점에 100점〉으로 가겠습니다.”
아니, 저 녀석은 왜 여기로.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채로 현지원은 청우가 있는 랩 포지션의 〈100점 만점에 100점〉을 선택했다.
덕분에 안 그래도 선택지가 없었던 사토시는 다시 한번 완전 랩인 〈소녀와 소년〉으로 향해야 했다.
혹시 날 따라온 것은 아니겠지, 하고 청우가 속으로 생각했지만 설마 싶어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그러다 아니면 그게 무슨 쪽이람.
“이제 포지션 곡 선정이 전부 끝났습니다. 각 포지션별로 개인 득표수 1위인 연습생에게는 5만 표가, 팀별로 1위인 연습생에게는 2만 표의 베네핏이 주어집니다. 그러면 다들 멋진 무대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일단 차후 모여 결정하기로 하고 연습생들이 흩어졌다.
“야, 어때, 너네 팀?”
정이원이 할 말이 많다는 얼굴로 날 듯이 달려왔다. 이미 곡 선택이 끝난 순간부터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얼굴이었다.
“너 화려한 팀에 들어갔더라. 김성우에 미카엘에.”
“하, 계획 실패야. 완전 몰렸어. 야, 미카엘 춤 진짜 잘 추지? 나랑 좀 겹치려나? 이번에는 센터 뺏길 거 같아서 리더라도 해야 하나 그러고 있다. 진짜. 근데 너네 팀은 구성 더 오짐.”
정이원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청우의 팀은 청우를 비롯해 주지호, 청우가 밀어내서 온 박호민, 원래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도 나왔던 랩을 잘하기로 유명한 윤시오, 현지원과 미국에서 온 케빈, 그리고 48위로 간신히 올라온 한희원이 있었다.
오묘한 팀 구성이라는 정이원의 말에 청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주지호와 이청우, 현지원을 보면 의외로 상위권이 모여있어 나쁘지 않은 팀 구성이지만 셋이 별로 안 어울리는 데다 랩은 그다지 잘한다고 보기 어려웠다. 윤시오는 랩은 잘하는 편이지만 본인 개성이 너무 강해 아이돌에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었고 케빈도 누가 봐도 서양인에 가까운 외모라 개성이 강했다.
거기에 비하면 한희원은 그냥 묻히겠는데. 이미 누군지도 모르겠다고 정이원이 생각했다.
“뭐, 하는 대로 해봐야지. 의외로 내가 랩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런 요령을 기대하느니 랩의 기초부터 해야겠더라. 저녁 먹고 빨리 와.”
태평하게 청우가 말하는데 뒤에서 윤시오가 툭 끼어들었다. 단발에 한쪽을 딴 머리를 한 윤시오는 똑같은 연습생 옷을 입고 있었지만 어딘가 멋스러운 데가 있어 눈에 띄었다.
“어, 쟤 너랑 성격도 비슷하겠는데. 너네 팀 재밌겠다.”
밥 먹고 구경 가도 되냐는 정이원을 밀어버렸다. 청우의 입장에서는 이게 마냥 즐겁지 않았다. 랩을 못하는 건 맞지만 어쩐지 독불장군으로 살아온 성격상 남이 자신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이 영 낯설었다.
멘토라도 되면 자신보다 절대 고수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추슬러 볼 수 있겠지만 이 애송이들이 조금 더 안다고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다니.
과연 자신이 이번 미션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자신이 없어졌다.
그리고 청우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일단 랩은 어느 정도 소화하는지 알아야 노래를 편곡하든 커버하든 할 것 같아서. 두 소절씩 불러보자.”
윤시오가 반박은 듣지 않겠다는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 청우는 속으로 울컥하는 것을 참았다. 이건 맞는 말이다. 애송이가 나에게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이 아니다.
한희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지만 한 소절을 채 채우기도 전에 윤시오에게 컷 당했다.
“다음.”
케빈은 영어가 섞인 억양으로 발음을 알아듣기 어렵다는 평을 받았고 주지호는 두 마디를 부르기도 전에 더 들을 필요가 없다는 평을 받았다.
주지호가 시무룩한 얼굴을 하자 멀리 있던 카메라가 신난다는 듯 가까이 다가왔다. 특이하게도 주지호의 팬들은 그가 실력이 거북이처럼 느는 것을 좋아하는 듯했다. 찾아보니 연습하면서 시무룩해하는 모습이나 무대에서 헤매는 모습을 소위 ‘짤’로 만들어 소비했다. 청우는 이 세계 소저들은 참 특이하다며 혀를 찼다.
“이건 본 적이 없는 그런 아름다움이야, 말로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할 거야”
박호민과 현지원은 의외로 들을 만한 랩 실력을 선보였다. 청우는 이제야 잘 부르는 랩과 아닌 랩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발음의 정확성과 말할 때의 리듬이 중요하다는 거겠지.’
“책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꿈속에서나 만나보는”
“그만.”
그리고 청우도 주지호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실력이라는 듯 차가운 윤시오의 컷을 들었다.
내가 이렇게 빨리 끊을 정도란 말인가, 청우가 발끈하려는 찰나 양옆에서 두 명이 나섰다.
“왜 청우가 하는 데 중간에 끊어!”
“맞아! 청우가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데 좀 더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어지간하면 본인이 손해 보는 일이 있더라도 나서지 않는 주지호가 공격적으로 나오자 오히려 청우가 움찔했다. 게다가 현지원은 왜 그의 편을 드는 건지.
…이거 진짜 나 따라서 곡 고른 거 아냐?
하지만 윤시오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마저 말했다.
“노래는 잘하더라. 춤도 잘 추고. 근데 이건 랩 포지션인 건 알고 있겠지? 아무래도 아이돌 곡이니 댄스도 중요하긴 하겠지만 결국 랩이 중심이라는 뜻이지. 근데 너희는 다 랩이 영 꽝이야. 랩이라는 게 단순히 중얼거리고 빨리 말하면 다가 아니잖아? 난 그런 거 용납 못 해.”
그리고 윤시오가 자신의 차례라며 방금까지 다른 연습생들이 했던 노래의 시작 부분을 하기 시작했다.
“이건 본 적이 없는 그런 아름다움이야, 말로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할 거야, 그녀 없이 사는 건 해보나 마나~”
이 세계에는 청우가 들어본 적 없는 노래와 장르가 많았다. 특히 힙합은 청우에게 너무 생소해 손도 대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확실히 윤시오의 지적대로 랩은 춤, 노래와 달리 청우의 실력히 확연히 떨어졌다.
어느 정도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기에 금세 따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게 패착이었다. 그가 이룬 것은 과거의 것이다.
몇 천년의 세월이 지나서 자신의 부족함을 또다시 깨닫게 되었다. 스스로 이미 음악의 정수를 깨달았다고 생각했는데 시대가 바뀌면 깨달음도 바뀌는 것이었다.
청우의 몸에서 살짝 빛이 났다.
아무도 느낄 수 없을 정도의 희미한 빛이었지만 주지호는 순간적으로 청우를 건드리면 안 된다고 느꼈다. 그는 없는 말솜씨를 쥐어짜며 연습생들의 시선을 끌어 청우에게 시간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주지호의 도움 속에서 청우는 서서히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깨달음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