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5)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5화(5/101)
제5화
말이 안 통하는 청우에 김선복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아니, 너 진짜 재능이 없다니까? 요즘 시청자들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하도 많이 봐서 실력에 엄청 민감해. 얼굴만 가지고 아이돌 되는 건 옛날이야기지.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 추면서 어쩌려고 그래?”
“제가 그동안 많이 실망시켜 드린 것을 압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잘할 자신이 있습니다.”
하지만 청우 역시 뒤로 물러서지 않고 진지하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 지금까지 노력해도 안 됐잖니. 그리고 우리 계약 기간도 거의 끝나가는 것도 알고 있지?”
“그래서 제가 이번에 더 간절히 기회를 원하는 겁니다. 더 바라지 않겠습니다. 이번 프로그램만 나가게 해주세요. 사장님.”
그 말에는 김선복의 마음도 조금 약해졌다. 따지고 보면 데뷔할 것처럼 데려온 것은 회사니까 기회를 못 줄 것도 없긴 하다만.
“나도 그러고 싶지만 네 실력으로 보건대 보나 마나 첫 등급평가에서 제일 낮은 등급부터 뜰 거야. 그러면 방송 분량을 애초에 못 뽑아. 그렇다고 네가 나서서 분량 챙길 만한 성격이야? 결국, 시청자 투표도 순위권은 고사하고 50등도 못 들고 처음으로 방출될걸. 내가 심지어 한PD랑 아는 사이인데 널 내보냈다가 그렇게 망하면 걔가 내 안목을 어떻게 평가하겠니. 너나 나나 같이 망신당하지 말자고 내가 진짜 좋게 말하는 거야.”
사장의 말에 청우가 진지한 얼굴로 다시 말했다.
“사장님, 사실 이 프로그램 독이 든 성배잖아요? 그래서 사장님께서도 이번에 연습생들을 참가시키지 않으신 거고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방송국에 면 세운다 생각하시고 버리는 패라고 생각하시고 저를 내보내 주세요. 그간 제 실력도 많이 늘었고, 방송이 또 100% 실력만으로 잘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사장님께서도 제게서 가능성을 보시고 데려오신 것처럼, 그 가능성을 다시 한번 봐주세요.”
“가능성? 그래, 있었지. 솔직히 너 얼굴 보고 내가 혹한 것도 사실이야. 그리고 아류작에, 논란이 많아서 여기 내보내도 이익이 없다는 것도 맞는 판단이고. 하지만 실력? 한PD가 얼마나 깐깐하게 사람 보는지 알아? 이 바닥에 유명하진 않아도 실력 좋은 애들 쌔고 쌨어. 한PD가 악편은 좀 해도 사람 실력을 칼처럼 보는 애야. 며칠 노력한다고 되는 줄 아나.”
나름 도발까지 해보았지만 김선복은 콧방귀만 뀌었다. 그래, 이청우의 실력을 보니 저 태도가 이해가 갔다. 청우는 노선을 바꾸어보기로 했다. 어떻게든 사장을 설득해 이 프로그램에 나가야 했다. 첫 번째 업적부터 실패할 수는 없지.
청우가 감정을 잡았다. 저 먼 산을 바라보며 슬픈 생각을 끌어올렸다.
무림에서 모았던 내 돈, 한 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는데 벌써 남의 돈이 되었겠지.
소중하게 아끼던 악기들. 벌써 하오문 놈들이 하나씩 나누어 가져갔겠지.
강호에서는 날 보고 뭐라고 말할까? 방심하다가 뒷골목에서 칼이나 맞은 무림 고수라며 비웃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금씩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니, 너 왜 그래! 왜 울고 그래, 내가 너 괴롭힌 것 같잖아!”
예상대로 김선복이 화들짝 뛰어올랐다. 불같은 성질에 계산적인 면모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음이 약하고 감성적이었다. 게다가 아닌 척해도 이청우의 외모를 매우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그냥, 그동안 괴롭힘만 받고 이제 겨우 앞가림 좀 해보나 했는데, 좋은 기회가 왔는데 또 놓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청우가 대성통곡할 낌새를 취하자 벌떡 일어난 김선복이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다고! 다 큰 애가……!”
“큽, 크흡. 갑자기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고 원망스럽네요. 저를 괴롭혔던 친구들의 이름이 하나둘 떠오르고. 그중에는 데뷔조에 들어간 애도 있는데, 걘 데뷔하고, 저는 장장 4년을 여기서 썩다가 작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다니……! 너무 슬퍼서 오늘도 가서 일기나 써야겠습니다. 흑!”
“이, 이름! 이, 일기!”
지금 이 시기에 따돌림의 ‘따’라도 나오면 네가 만드는 그룹이 될 거 같으냐. 청우는 속으로 코웃음 쳤다. 내 앞길을 막으면 그쪽 앞길도 막히는 거야.
“아아, 너무 슬퍼서 집에 가서 인터넷 친구들과 이 슬픔을 좀 나누어야 할 것 같아요. 어차피 아무도 안 나가는 프로그램인데! 4년이나 쓸모없이 있다가 이제 계약 종료가 코앞인데! 다른 애들이 무시하고 괴롭혀도 다 꾹꾹 참아왔는데!”
“아니, 자, 잠깐만. 진정 좀 해봐, 청우야. 가, 강 실장!”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저는 그럴 가치도 없는 인간인가 봐요! 나가 죽어야지! 이 쓸모없는 녀석! 너 따위가 살아서 뭐해! 일기랑 블로그나 남기고 죽어야지!”
“아니, 잠, 잠깐만! 야, 강 실장! 어디 갔냐!!”
“예, 사장님! 아니 청우야! 왜 애를 괴롭히세요!”
청우의 거짓 울음에 강 실장이 뛰어 들어와 사장을 타박하자 더욱 커졌다.
“아이고! 흑흑흑! 어차피 저 같은 건 나가도 그만, 안 나가도 그만이실 텐데! 이 멍청이! 죽어! 나 같은 건 죽어야지! 흑흑흑!”
“왜, 왜 그래 청우야! 진정해! 알겠어! 알겠으니까 진정해! 그, 그래, 내가 생각해 볼게! 생각해 본대도!”
호오? 약간 항복의 신호로군.
청우가 울음소리를 줄이고 얼굴을 가린 손 사이로 눈을 빼꼼 내밀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시는 건가요?”
“그, 그럼! 이, 일단 앉아봐.”
청우는 바뀐 분위기를 느끼며 느릿느릿 소파에 앉았다.
[이청우가 이거 괜찮은 거냐고 묻습니다.]‘뭐 어쩌겠어. 이미 한 번 죽기 직전까지 갔던 애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무슨 짓 할까 봐 무서워서라도 다시 생각할걸?’
청우가 탁자에 있는 거울을 흘끗 보며 눈물을 콕콕 닦았다. 이 녀석, 울어도 얼굴이 별로 안 망가지네. 이건 좀 부러운데.
하아, 한숨을 내쉰 김선복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강 실장은 청우를 다독거리며 사장을 설득하기 위해 말했다.
“사장님, 사실 그 프로그램, 우리한테 정말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여론도 썩 좋은 편은 아니고. 그러면 오래 고생했는데 청우에게 기회를 주셔도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청우, 재능은 없지만 진짜 열심히 노력해왔어요. 성실한 건 아시잖아요.”
“훌쩍, 킁! 죄송해요. 한강 물이 차가워서 감기 걸렸나 봐요. 아직도 안 낫네.”
한강 소리에 강 실장과 김선복이 모두 찔린 표정을 지었다. 말은 안 했지만 사실 괴롭힘이 있었던 건 사실이고 청우의 어려움을 방치했던 것도 사실이다. 김선복이 두 손을 든 채 항복 신호를 보냈다.
“알겠다. 내가 한PD한테 얘기하마. 그 서바이벌 프로그램 나가도 좋아.”
“정말요?”
청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하얗고 앳된 얼굴이 환하게 웃으니 사장실까지 밝아지는 기분에 김선복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말 저 얼굴이 왜 데뷔를 못 하는 건지!
“대신 조건이 있어.”
그래도 사업은 사업. 손해만 볼 수는 없다. 김선복이 애써 눈을 돌리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뭔데요?”
“네가 이번엔 진짜 잘해보겠다고 하니까 기회를 주는 거야. 그런데 여기서 실망시키면 아까 말했듯이 이제는 내 안목과 우리 회사 망신을 나가서 시키는 거나 다름없지. 그러니 내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으면 나도 널 더 이상 우리 회사에 둘 수 없다.”
무슨 뜻이지? 청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첫 등급평가에서 최소 중간 이상은 할 것. 그게 내 조건이다!”
“……!”
“네! 알겠습니다!”
아니, 청우가 어떻게 중간이나 평가를 받아요, 라고 외치려던 강 실장보다 청우가 먼저 대답을 했다.
“만일 중간도 못 하면 4개월 남은 우리 계약은 그날로 종료다. 한PD에게도 너 우리 회사 소속 아니니까 당장 방출해도 상관없다고 할 거야. 방송국에서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소속사가 없는 데다 실력까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겠지? 네 얼굴 한 번 방송에 안 나오고 첫 타자로 탈락할 거야. 각오하고 있겠지?”
그렇겠지. 방송에 얼굴이 나올 수 있는 연습생들은 한정되어 있고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나거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면 소속사의 힘에 따라 분량이 정해질 테니.
하지만 청우는 자신이 있었다. 청우가 재능이 없어 보였던 것은 정말 그가 재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이 현대인들은 모르는 기맥의 조화가 청우의 몸에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한 노력이 결실을 보이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청우는 그것을 해결할 능력이 충분했다.
“물론입니다!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강 실장이 말리기도 전에 협의를 마친 두 사람은 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하였다.
〈프로그램 첫 등급평가에서 이청우가 상위 3등급 이내에 들지 못할 시 바로 자사와의 계약은 종료하며 사내 따돌림과 폭력 사건에 관해 일체 발설을 금지한다.
반대로 청우가 상위 등급을 받게 되면 회사에서는 적극적으로 이청우를 서포트한다.〉
“그런데 서포트는 어느 정도로 해주시는 거예요?”
“어느 정도로 원하지?”
청우가 순진한 얼굴로 말했다.
“아직 생각나는 게 없는데 일단 제가 원하는 대로 해주신다고 적어주시면 안 될까요? 저는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생각나면 말씀드릴게요.”
“그래, 그야 뭐.”
하긴 아직 데뷔 근처도 못 가본 청우가 회사의 서포트가 어느 수준인지 알 리가 없겠지. 김선복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적도록 강 실장을 시켰다.
강 실장이 멋지게 완성한 계약서를 둘은 복사하여 서로 나눈 뒤 원본은 강 실장이 잘 보관해두기로 하였다. 김선복의 사람이지만 인간적인 의리가 충분한 사람이니 모른 척하지 않겠지. 뭐, 설마 그렇게까지 상도덕에 안 맞는 짓을 한다면 청우도 현대의 도덕 따위는 무시한 채 중원의 율법으로 처리할 생각이었기에 동의했다.
“그럼 출연 관련은 사장님께서 처리해 주시리라 믿고… 연습실 좀 빌려주시겠어요? 2주밖에 안 남았으니 하루라도 더 연습해야죠. 회사 연습실에서 하면 다른 연습생들 눈에 띌 텐데…….”
“다른 연습생들한테는 비밀 엄수해. 회사에 들락거리면 소문날지 모르니, 합정 사옥에 리모델링 하려고 비워둔 곳 쓰고. 아, 강사는 못 붙여준다.”
“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자신의 몸으로 중간 이상 등급을 어떻게 받냐며 이청우가 걱정합니다.]‘이청우’가 머릿속에서 온갖 걱정을 늘어놓았지만 청우는 태연했다. 내공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혼자만 쓸 수 있는 공간이라니 내공 수련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이곳은 기가 희박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분명 자연의 기가 풍부한 곳이 있을 것이다. 이전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류의 경지만 회복하면 그 누구도 청우에게 재능 없다는 소리는 하지 못하게 되리라.
청우는 사장실을 나선 이후 첫 등급평가를 위한 곡을 빠르게 고르고 그 곡만을 연습하며 단전에 내기를 모으고 내공 심법 수련에 집중했다.
만음신공(萬音神功)
음공을 쓰기 가장 알맞은, 스승님이 전수해주신 심법이다. 숨 쉬듯 수련해온 신공은 지난 삶에서도 그를 다른 사람보다 몇 단계나 앞서가게 해주었다.
그나마 근교에서 가장 공기가 맑다는 도봉산에서 내기 수련을 하던 중이었다.
한창 집중하던 청우의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
지이잉-
강 실장 형이었다.
[청우야, 출연 확정됐다. 자세한 건 전화로 알려줄게.]그리고 ‘블링블링 유어 아이돌’에 이청우의 출연이 드디어 확정되었다.
빠밤-
[첫 업적 달성!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이 확정되었습니다. 첫 업적 달성 보상으로 혼원천이 작동됩니다. 혼원을 엽니다. 첫 업적 달성이므로 가장 간절히 원하는 선계의 물건을 소환합니다.]강 실장에게 출연 확정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혼원천이 업적 보상을 소환해주었다.
첫 업적 보상으로 가장 간절한 것이라.
청우는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있었기에 손을 모아 주문을 외웠다. 제발, 제발!
두구두구-
혼원천의 가운데 동그란 문양이 빛을 발하더니 안에서 작은 물건이 밖으로 솟아오르듯 나와 커졌다.
콩처럼 생긴 작은 단환이었다.
[3급 선단효과 – 내력 증진(10년 내공)]
“심 봤다!”
작은 단환의 효과를 보자 청우가 벌떡 일어나 소리를 치며 기쁨의 몸짓으로 덩실거렸다.
[이게 뭐냐고 이청우가 묻습니다.]“선단이라! 선계의 단환이 실존하고 있었구나. 복용하면 10년 내공을 준다잖냐. 이것만 있으면 2류 무인까지 단번에 올라갈 수 있어. 이거, 혼원천 좀 하는 녀석인걸.”
원래 위천무의 경지는 초절정.
좀 더 살았다면 화경에 손이라도 대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만 회복해도 이 세계에서는 한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일 것이다.
깨달음은 이미 얻었다. 단지 내공과 신체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뿐.
이전보다 그 경지에 도달하는 시간은 훨씬 빨라질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10년이나 줄여줄 수 있다니.
한참 늦어 굳어진 육체로 처음 내공을 운용하게 되는 상황이지만 그를 도와 진기도인 해줄 사람 하나 없다. 하나 무인인 그로서는 무공을 쓰지 못한다면 팔다리 없이 살아가는 것과 같다. 청우는 바로 선단을 입에 넣고 가부좌를 틀었다. 어차피 사람이 없는 곳에서 내공 수련만을 위해 며칠간 지낼 참이었는데 잘 되었다.
선단을 집어삼키자마자 엄청난 내력이 청우의 혈도를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강하게 맥동하는 단전에서의 내력을 느끼며 청우는 바로 심법에 따라 내력을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가자, 만음신공(萬音神功)!
단련이 되지 않은 몸과 혈도에 막대한 내력이 흐르니 핏줄이 울퉁불퉁 솟아오르며 피부가 붉은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혈도가 터져나가는 듯한 고통에 ‘이청우’는 의식 저편으로 도망쳐버렸다.
이 고통마저 기꺼운 청우는 온몸으로 내기를 순환시키며 몸 안의 탁기를 몰아냈다.
마침내 순환을 모두 마친 내기가 언제 날뛰었냐는 듯 단전에 고이 안착하자 주먹만 한 내력 덩어리가 느껴졌다.
“엉망이군.”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에 청우가 근처 계곡물로 향했다. 몸의 탁기가 얼추 배출되었다. 이제는 이 육체도 의지에 따라 움직여줄 것이다.
프로그램에 출연할 날이 기다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