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50)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50화(50/101)
제50화
청우는 어두운 밤하늘을 향해 몸을 날렸다.
간만에 내공이 쭉쭉 사라지는 느낌이 낯설었다. 시원한 공기가 빠르게 얼굴을 스쳐 지나가고 한계까지 몸의 근육이 당겨오는 통증은 오히려 즐거웠다.
무공을 쓰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다니. 오랜만에 속박을 벗어던지고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몸을 누비니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이청우가 묻습니다.]“어떻게 해줄까? 여기선 목을 따는 건 안 된다고 했으니 팔다리라도 잘라줄까?”
[이청우가 질색합니다.]그럴 줄 알았다며 청우가 혀를 찼다. 그도 인과율에 어긋나게 큰 힘을 발휘할 생각은 없었다. 여기서 너무나 큰 내공을 발휘하면 분명 이 세계 어딘가에 있을 힘을 지닌 존재들도 눈치를 챌 것이다. 물론 저승사자들도 눈치를 채겠지.
그러고 보니 죽이면 저승사자가 단박에 나타나겠구나.
쳇.
정말 죽일 생각은 없었지만 아쉽게 되었다.
빠른 속도로 땅이 휙휙 지나가고 첫 번째 목적지인 최기현의 집이 보였다. 저 아파트의 10층 1호라고 했던가. 청우는 아파트 옥상에 내려선 후 선계의 손주머니에서 긴 줄을 꺼내 옥상에 묶고 최기현의 집 바깥에서 안을 살폈다.
눈을 감고 기를 흩뿌려 기척을 살피니 그의 부모님은 안방에 동생이 작은 방에 있었지만 최기현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런.”
추종향도 없이 여기서 사람을 찾기란 좀 어려운데. 난감해하고 있으려는데 1층 아파트 출입구 쪽으로 누군가 들어오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안력을 돋구어 살펴보니 찾고 있던 최기현이었다.
‘밖에 있다니 오히려 잘되었네.’
청우가 그대로 손을 놓고 아파트 벽을 타고 달려 내려갔다.
“악!”
눈앞에 사람이 떨어지자 놀란 최기현이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청우가 재빨리 그의 아혈을 짚어 목소리를 막은 뒤 낼름 집어 옥상으로 올라갔다.
눈 깜짝할 사이 붙잡혀 옥상으로 올라온 최기현은 자신이 지금 꿈을 꾸나 싶은 얼굴이었다.
아혈을 짚힌 탓에 최기현이 입만 벙긋거렸다.
“…누, 누구……. 이, 이청우? 여기 옥상인데? 내가 왜 여기에? 너, 너! 뭐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라고 하고 싶은가 봐?”
청우가 최기현의 입 모양을 대신 읽어주자 공포에 질린 최기현의 얼굴에서 핏기가 몽땅 사라졌다.
“소리 지르면 팔다리를 모두 잘라버릴 거야.”
날카로운 엄포에 최기현이 벌벌 떠는 동안 청우는 아혈을 풀어주었다. 아혈이 풀렸지만 그는 겁에 질린 듯 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
“나한테 왜 그랬어?”
“…내, 내가, 뭐… 뭘…….”
“두 번 묻게 하지 마라. 왜 그랬냐고.”
아주 조금 내보인 살기에도 최기현은 오줌을 지릴 지경이 되었다. 술을 마셨는지 술 냄새가 펄펄 풍겨 청우가 조금 뒤로 떨어졌다.
잡아놓고 보면 이렇게 하찮은 녀석이다. 약해 보이는 건 괴롭혀도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본인이 약자가 되었을 땐 ‘이청우’만 한 강단도 없이 굴 거였으면서.
“그, 그냥 질투 나서 그랬어! 그리고 동훈이가, 괜찮다고. 어차피 집도 별로고 그냥 저러다가 사라질 테니까 괜찮다고……. 내가 잘못했어, 청우야. 글 다 지웠는데 소송 취하해 주면 안 될까?”
점차 술기운이 깨는 듯 주섬주섬 말하던 최기현이 퍼뜩 생각난 듯 소송 취하를 말해왔다.
“그게 뭐야. 난 몰라. 회사 일은 회사랑 얘기해. 난 그냥 개인적으로 복수하러 온 것뿐이니까.”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솔직히 실력도 그저 그런 애가 얼굴 하나 믿고 도도하게 구는 게 열 받아서 그랬어. 우리 상대 안 하는 건 무시하는 거 같아서 더 짜증 났고. 어허헝, 잘못했어. 진짜 미안해!”
엉엉 울기 시작하는 최기현을 바라보았다. 그 사과는 자신의 몫이 아니기에 청우는 묵묵히 듣고 있기만 했다. ‘이청우’에게 이 마음이 다 전해지길 바라며.
눈앞에 사람이 떨어지자 놀란 최기현이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청우가 재빨리 그의 아혈을 짚어 목소리를 막은 뒤 낼름 집어 옥상으로 올라갔다.
눈 깜짝할 사이 붙잡혀 옥상으로 올라온 최기현은 자신이 지금 꿈을 꾸나 싶은 얼굴이었다.
아혈을 짚힌 탓에 최기현이 입만 벙긋거렸다.
“…누, 누구……. 이, 이청우? 여기 옥상인데? 내가 왜 여기에? 너, 너! 뭐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라고 하고 싶은가 봐?”
청우가 최기현의 입 모양을 대신 읽어주자 공포에 질린 최기현의 얼굴에서 핏기가 몽땅 사라졌다.
“소리 지르면 팔다리를 모두 잘라버릴 거야.”
날카로운 엄포에 최기현이 벌벌 떠는 동안 청우는 아혈을 풀어주었다. 아혈이 풀렸지만 그는 겁에 질린 듯 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
“나한테 왜 그랬어?”
“…내, 내가, 뭐… 뭘…….”
“두 번 묻게 하지 마라. 왜 그랬냐고.”
아주 조금 내보인 살기에도 최기현은 오줌을 지릴 지경이 되었다. 술을 마셨는지 술 냄새가 펄펄 풍겨 청우가 조금 뒤로 떨어졌다.
잡아놓고 보면 이렇게 하찮은 녀석이다. 약해 보이는 건 괴롭혀도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본인이 약자가 되었을 땐 ‘이청우’만 한 강단도 없이 굴 거였으면서.
“그, 그냥 질투 나서 그랬어! 그리고 동훈이가, 괜찮다고. 어차피 집도 별로고 그냥 저러다가 사라질 테니까 괜찮다고……. 내가 잘못했어, 청우야. 글 다 지웠는데 소송 취하해 주면 안 될까?”
점차 술기운이 깨는 듯 주섬주섬 말하던 최기현이 퍼뜩 생각난 듯 소송 취하를 말해왔다.
“그게 뭐야. 난 몰라. 회사 일은 회사랑 얘기해. 난 그냥 개인적으로 복수하러 온 것뿐이니까.”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다시는 안 그럴게. 솔직히 실력도 그저 그런 애가 얼굴 하나 믿고 도도하게 구는 게 열 받아서 그랬어. 우리 상대 안 하는 건 무시하는 거 같아서 더 짜증 났고. 어허헝, 잘못했어. 진짜 미안해!”
엉엉 울기 시작하는 최기현을 바라보았다. 그 사과는 자신의 몫이 아니기에 청우는 묵묵히 듣고 있기만 했다. ‘이청우’에게 이 마음이 다 전해지길 바라며.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으니 괜찮다고 ‘이청우’가 말합니다.]과거의 은원을 풀어줄 때마다 ‘이청우’가 점차 더 희미해져 간다. 은원을 모두 풀고 데뷔까지 이루고 나면 분명 이 녀석은 미련 없이 훌훌 떠나버릴 터였다.
이제는 그를 잡는 것이 정말 ‘이청우’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게 해주는 것이 정말 그를 위한 일일지도 모른다.
“평생 속죄하며 살아라.”
청우가 눈으로 내공을 집중시켜 귀랑암흑마안(鬼狼暗黑魔眼)을 사용했다. 마공을 바탕으로 하는 술법인 탓에 단전이 진탕되는 느낌이 들었다.
눈이 마주친 최기현의 눈앞에 지옥도가 펼쳐졌다. 몇 초에 불과한 환상이지만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청우’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지금의 고통이 느껴질 것이다. 그를 떠올리기만 해도, 언급하려고만 해도 네 눈앞에 지옥도가 다시 펼쳐질 거야. 다음에 또 글을 쓸 때는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주어진 단어를 떠올리거나 생각만 해도, 관련된 것을 접하기만 해도 온몸이 잡아먹히는 듯한 지옥도가 펼쳐지는 술법이었다. 무당파 도인인 스승에게 배운 그의 기초 심법은 정순한 정공이었던 탓에 마공에 가까운 기운을 쓰자 청우에게도 통증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전부터 ‘이청우’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꼭 이렇게 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드러나는 건 없으면서도 가장 오래 고통받는 술법이었다.
정신을 공격받은 탓에 몸을 숙이며 괴로워하는 그를 붙잡아 수혈을 짚고는 그의 방 창문을 열고 던져넣었다. 자신이 왔다 간 것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더 이상은 ‘이청우’란 이름 근처도 가거나 떠올리려고 하지 않겠지.
청우는 그대로 몸을 날렸다. 이제는 최종 목표인 한동훈을 찾으러 갈 차례였다.
해가 뜨기 전까진 돌아가야 했기에 좀 더 서둘렀다. 한동훈은 서울 외곽의 한 단독주택에 살고 있었다.
[마공의 개입으로 흔적이 남았습니다. 누군가 감지할지도 모릅니다.]그 정도는 감당해야 하는 업보겠지. 곧이어 한동훈의 집이 나타났다.
한동훈은 다행히 집에서 자고 있었다. 청우는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간 뒤 가져온 퉁소를 불었다.
퉁소는 소리가 아닌 내공을 뿜어내어 주변에 소리를 차단하는 막을 쳤다.
“야, 일어나봐.”
청우가 자고 있는 한동훈을 끌어내려 침대 밑으로 패대기를 쳤다.
“컥, 뭐, 뭐야! 누구야!”
부스스 눈을 뜬 한동훈이 청우를 발견했다.
“이, 이청우?”
“야, 넌 왜 그랬는지 묻지도 않을 거야. 그냥 네가 잘난 것 같이 느껴지니까 그랬겠지. 현지원이 뒤를 봐주고 너도 거기 끼고 싶고. 남들이 잘 나가면 샘나고 다 깔아 내리고 싶었겠지. 너 같은 새끼들은 보나 마나 뻔하거든.”
“여긴 어떻게? 내가 꿈을 꾸나?”
“너는 좀 고통을 받을 필요가 있어.”
청우는 혼란스러워하는 한동훈을 보더니 다시 퉁소를 들었다. 그리고 곡을 연주했다. 분근착골의 곡이었다.
“끄아아악! 엄마! 아빠! 아아악!”
퉁소 소리가 들리자 한동훈의 뼈와 근육이 고통스럽게 뒤틀렸다. 고통에 겨운 그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퉁소를 멈추자 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멈추었다. 뼈와 근육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아무런 티도 나지 않았다.
“네가 지금까지 괴롭힌 애들 모두 이런 고통을 겪었을 거야. 너 같은 녀석들은 직접 느끼지 않으면 영 깨닫지 못하더라고. 그런 의미에서 몇 번 더 당해봐. 그래도 네가 괴롭힌 애들 숫자만큼은 안 될걸.”
청우는 그날 두 시진 정도 퉁소를 불었다. 내공을 쓰니 기운이 쭉쭉 빠져나갔지만 그는 쉬지 않고 불었다. 연주가 끝난 후 한동훈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착하게 살아. 남 괴롭히거나 죄짓지 말고. 죄지으면 다시 찾아올 거야.”
이번에는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곡을 연주했다. 반쯤 나가있 던 한동훈의 정신이 다시 돌아왔다.
“네가 사실은 ‘이청우’를 죽인 거나 마찬가지야. 네가 저지른 짓은 결국 다시 돌아오는 거지.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한 단죄이니 네 업보랑은 상관없어. 네 업보는 곧 너도 느끼게 될 거야. 내 일이 잘못되면 지옥에서 또다시 만날 테니 내가 잘 되길 아주 열심히 빌어야 할 거야. 이미 지은 죄가 많으니 앞으로 절이나 성당이라도 다니지 그래.”
눈물콧물 범벅이 된 한동훈은 무조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누군지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겠다. 그저 착하게 살고 그가 잘돼야 한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다.
정신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한동훈을 보며 청우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동이 틀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돌아갈 시간이었다.
***
“연습만 하시느라 힘드시죠?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시간! 미니 게임 아니죠~ 간식 게임도 아니죠~ 바로 운. 동. 회!”
“와아아!”
이번에도 진행을 맡은 이석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연습생들의 환호성이 넓은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스튜디오 뒷산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니 연습실에서의 답답함이 조금 사라지는 것 같다.
결국 청우의 팀은 그 이후로도 마음이 영 모이질 않았다. 윤시오도 의욕을 잃었는지 혼자 하기로 한 건지 청우와 주지호가 가사를 건넸지만 보는 둥 마는 둥 혼자서 개사와 편곡에 들어갔다.
청우는 조금 거들어 보려고 했지만 실력이 안 된다며 껴주지도 않았다. 주지호와 현지원을 닦달하며 안무를 완성했지만 다른 팀원들은 하는 둥 마는 둥 안무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미 소문이 다 났는지 이덕진은 평소보다 자주 와서 간식을 주고 가고 정이원은 청우 팀을 볼 때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금은 연습보다 이렇게 몸이라도 써야 덜 심란할 것 같았다.
솔직히 다 두드려 패서 말을 듣게 할 수도 없고, 이제 겨우 랩 초보자로서 발을 뗐으면서 혼자 다 하고 있는 윤시오를 두드려 팰 수도 없고.
청우 팀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중반을 지나 연습생 전체가 알게 모르게 지쳐 있었는데, 운동회라니. 제작진들 역시 능수능락하다며 청우가 속으로 칭찬했다.
“이번 운동회는 팀전으로 이루어집니다. 팀원끼리 협력해서 승리한 팀에게는 여러 가지 상품이 주어집니다!”
시청률이 많이 올랐다더니 상품이 화려해졌다. 매번 출처를 알 수 없는 홍삼젤리나 건강식품, 쓸모를 알 수 없는 휘어지는 독서등, 이상한 모양의 모자 같은 잡동사니만 주더니 이번에는 음료수 박스, 치킨 상품권, 메이커 운동복에 한우 세트와 최신형 게임기까지 있었다. 치킨 상품권이나 한우 세트는 좀 탐나는데?
청우가 먹을거리 앞에서 한참 기웃거리니 사회를 맡은 이석진이 이 식충이를 끌어내라며 장난스레 외쳤다.
“자 그럼 첫 번째 경기는 줄다리기입니다! 다들 아시죠? 줄을 잡고! 몸을 뒤로 눕히고! 과연 어느 팀이 지구력과 근력이 좋은지 확인하겠습니다. 준비!”
길고 두꺼운 밧줄에 매달린 연습생들이 영차영차 힘을 썼다. 균형을 잃고 넘어져 질질 끌려가는 김성우를 보고 연습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분위기에 물들었는지 청우의 팀원들도 조금씩 웃는 얼굴이었다.
이번 기회에 마음들을 바꾸면 좋을 텐데.
작게 기대를 가졌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청우는 가능하면 이번 운동회에서 혼자라도 모두를 이겨볼 생각이었다.
마음도 복잡한데 힘이나 쓰자!
“다음은 〈Believer〉팀과 〈100점 만점에 100점〉팀입니다!”
“저기. 우리 한번 파이팅 외치고 가자. 서로 여러 가지 생각이 있겠지만 이번 기회에 마음을 좀 하나로 모으면 좋겠어.”
나가려는데 주지호가 웬일로 큰 소리를 냈다.
“매번 청우 탓만 하면서 연습 빠지고 각자 시간 보내봤자 좋은 결과 얻긴 어려워. 이번에 망치면 손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가잖아. 남은 시간이라도 협력하자.”
맞는 말이다. 청우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주지호가 내민 손 위에 손을 겹쳤다. 현지원은 귀찮지만 어쩔 수 없다며 손을 내밀었다. 한희원이 주저주저하며 손을 올리자 청우가 케빈을 바라보았다.
“OK, got it.”
케빈이 양 손을 들며 항복 표시를 하더니 손을 올렸다. 앞이 안 보이는 답답한 느낌에 연습을 빠졌지만 그래도 속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연습이라도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
케빈이 손을 올리자 박호민도 손을 올렸다.
사실 박호민은 청우의 첫인상이 매우 좋지 않았다. 곡 선택할 때 순위에 밀려 차선책 팀에 오기도 했고, 현지원이 청우를 따라오자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친목질하는 것 같아 보기 안 좋았다. 다른 연습생들을 기만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게다가 실제로 보니 이청우의 랩 실력은 기대보다 형편없었고 주지호는 더 뚝딱거리는데다 현지원은 어느새 가식을 집어던진 듯 더 재수가 없었다.
팀 구성부터 삐걱거렸는데, 윤시오는 자기가 실력이 좋다는 이유로 계속 지적질을 하고 거기에 이청우의 이슈까지 더해, 박호민은 이 팀이 회생할 수도 없이 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살펴보니 윤시오는 혼자라도 잘하려고 아등바등하고 있고 다른 멤버들도 자신에게 화내거나 닦달하지 않은 채 기다려 주었다.
이청우도 현지원도 다른 팀원이 한심해 보였겠지만 비난하지 않았다.
그래, 새삼 이렇게 시간만 버릴 이유가 뭐가 있겠나 싶었다.
박호민까지 손을 올리고 나니 모두의 눈길이 윤시오에게 향했다.
윤시오도 주춤주춤 손을 올렸다.
다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제야 겨우 마음이 뭉쳤다는 걸 느꼈다.
주지호가 배시시 웃으며 파이팅을 외쳤다.
잘생긴 얼굴에 햇살이 그림처럼 비치며 싱그러운 미소가 반짝거렸다.
“앗, 눈부셔.”
한희원이 저도 모르게 말하자 모두가 웃음이 터졌다.
“자, 하나! 둘! 셋!”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팅!”
“파이이이팅!”
의외로 한 번에 분위기가 좋아졌네. 이러면 더 힘을 쓸 맛이 생기겠는걸.
묵묵히 청우 팀을 기다려준 〈Believer〉팀의 정이원이 청우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잘됐냐?’
‘이제 좀 해볼 만한 듯.’
정이원이 씩 웃으며 외쳤다.
“감동적이었지만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가라, 미카엘!”
미카엘이 맨 뒤에서 근육이 다부진 팔을 휘휘 저으며 포효했다.
“가자!”
청우는 어디라도 상관없었기에 자신 있게 중간에 섰다.
“두 팀 다 파이팅이 좋네요. 그럼 준비… 시작!”
삑!
“영, 으아아악!”
앗차, 힘을 너무 썼구나.
“헐.”
“뭐야, 저게.”
“누가 괴물인 거냐, 잊고 있었는데 이청우냐?”
저도 모르게 신이 나서 있는 힘껏 내공까지 절로 쓰며 줄을 잡아당긴 청우의 탓인지 삑 소리가 나자마자 정이원의 팀은 몽땅 바닥에 질질 끌려온 채로 흙투성이가 되어 널브러졌다.
너무 갑자기 끌려온 탓에 청우의 팀원들도 넘어져 엉켜있었다.
“어, 승리는 〈100점 만점에 100점〉팀?”
이석진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승리 판정을 외쳐주자 어쨌든 이겼다며 주지호가 흙이 묻은 얼굴로 기뻐했고, 한희원과 케빈이 손을 맞잡고 붕붕 뛰었다.
혼자 멀쩡하게 서서 청우가 하하 웃었다.
흙투성이 정이원이 바닥에 누워 쏘아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우리 애들이 기뻐하니 된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