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51)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51화(51/101)
제51화
“와, 역시 천마 이청우!”
“여전히 무식한 힘이다!”
“사기다!”
환호성인지 아우성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들으며 청우가 연습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 같이 흙바닥을 뒹굴던 청우의 팀원들은 서로의 흙을 털어주며 부쩍 친해진 모습이었다.
역시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지.
기분이 좋아진 청우는 또다시 힘을 너무 써버렸고 왕린이 속한 팀도 한 번에 끌어당겨 쓰러뜨려 버렸다.
“가라 천마 이청우!”
“다 날려버려!”
연습생들도 그간 스트레스가 쌓였었는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팀들을 보며 환호를 했다.
“줄다리기는 압도적인 파워로 〈100점 만점의 100점〉팀 우승하였습니다. 우승 상품은 음료수와 치킨 세트입니다!”
“와아!”
현지원이 음료수와 치킨 세트 쿠폰을 받아오자 청우가 활짝 웃으며 기쁘게 반겼다.
“얘네 집에 이런 거 많을 텐데.”
현지원이 겨우 치킨 쿠폰에 기뻐하는 이청우를 보며 주지호를 흘끔거렸다. 이딴 거에 기뻐하다니. 옆에 주지호는 그가 알기로 유명 치킨체인그룹의 회장 아들이다. 친분이 있으니 이청우가 말만 하면 주지호가 하루 세끼를 치킨으로 채워줄 텐데. 항상 자신에게 무언가를 얻으려고만 하던 사람들과 어울리던 현지원에게 이청우는 이해하기 어려운 종류의 사람이었다.
“다음 시합은 큰 공 굴리기입니다. 큰 공 안에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한 명이 들어가서 공을 굴리고 2명의 팀원이 뒤에서 밀어주고 다음 팀원 2명에게 배턴을 터치하는 릴레이 경기입니다. 공 안에 들어갈 사람을 골라주세요.”
바로 다음 경기가 이어졌다. 사람이 들어가는 커다랗고 투명한 공이 팀에 하나씩 주어졌다.
“누가 들어갈래?”
청우의 팀도 의논을 시작하려는데 정이원이 나타났다.
“이 팀은 이청우를 넣으세요. 안 그러면 반칙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심판님?”
멀리서 심판이자 MC의 역할인 이석진이 크게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다.
“아, 왜!”
청우가 반발했지만 다른 팀들도 이청우를 넣으라고 아우성을 쳤다.
“천마님이 또 공 한 번에 날려버리면 어떻게 해!”
“맞아, 이청우를 넣어라!”
분위기에 휩쓸린 청우가 공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잡는 손잡이가 달려있었는데 이걸 잡고 있으면 공이 구를 때마다 안에서 같이 회전하게 되는 구조였다.
다른 팀에서도 한 명씩 공 안에 팀원을 넣었는데 온몸으로 구르는 자리였기에 예능감이 있는 연습생들은 자발적으로 들어가곤 했다.
“나도, 나도!”
정이원도 자진해서 공 안으로 들어갔다. 눈에 띄는 자리를 저 녀석이 마다할 리가 없다.
“준비, 출발!”
스태프의 신호에 맞게 연습생들이 필사적으로 커다란 공을 굴리기 시작했다.
“으악! 어지러워!”
공 안에 들어간 연습생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청우는 손잡이를 잡고 버티고 있었지만 정이원은 구르자마자 포기한 듯 깔깔거리며 온몸으로 공 안을 굴러다녔다.
“굴려, 굴려!”
현지원과 주지호가 청우가 든 공을 굴려 한 바퀴 돈 후 케빈과 한희원에게 넘겨주었다.
“하하, Let’s go! 막 굴려버려요!”
“네!”
둘은 언제 서먹했냐는 듯 청우를 굴리며 특히나 더 즐거워했다. 손잡이를 오래 잡고 있었더니 손이 아파진 청우는 안에서 공이 구르는 속도에 따라 같이 뛰며 굴리기로 했다.
“야야, 이청우 서커스한다!”
청우가 균형을 잡은 채 안에서 발로 같이 공을 굴리자 다른 연습생들도 장난감마냥 안에서 떼굴떼굴 구르다가 청우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진작 알려주지 토하는 줄 알았네!”
물론 균형 감각이 청우만큼 좋을 수 없었기에 안에 있던 연습생들은 다시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오오, 빠르다!”
정이원이 욕심이 생겼는지 안에서 몸을 앞으로 날리며 공을 더 밀자 정이원 팀의 공이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청우는 어느 정도 공을 굴리다가 귀찮아져서 다른 연습생들처럼 공 안을 온몸으로 굴러다녔다.
“교대!”
한희원과 케빈이 땀에 젖은 얼굴로 윤시오와 박호민에게 공을 넘겼다.
“자, 이청우를 마음껏 굴려버려!”
함께 운동하는 것만큼 마음이 쉽게 열리는 일이 없다. 케빈과 한희원은 어느새 쉽게 윤시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조금 망설이던 윤시오가 정이원 팀이 엄청난 속도로 출발하는 것을 보고 박호민과 함께 공을 굴렸다. 안에서 이청우가 무념무상한 얼굴로 데굴데굴 굴러다니자 어쩐지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다.
신나게 자신을 굴리며 표정이 밝아지는 팀원들을 보니 뭐 굴러다닐 만하다고 판단한 청우는 쉬는 마음으로 공 안에서 마음껏 굴렀다.
어차피 웬만한 범인과 다른 청우는 이 정도로는 어지럽지도 않았다.
청우 팀이 그를 굴리며 신나 할 때 온몸으로 공 안에서 몸을 던져 날아다닌 정이원 덕분에 이번엔 〈Believer〉팀이 승리하여 상품을 거머쥐었다. 상품은 점점 커지는 구조인지 이번에는 꽤 유명한 메이커라는 운동복 세트가 주어졌다.
치킨이 낫지. 속으로 생각하며 청우도 박수를 쳐주었다.
“다음은 대망의 한우 세트가 걸린 경기! 팀원 많이 모으기입니다!”
“와아!”
“원 안에 있는 다른 팀원들을 떼어내서 우리 팀의 원 안에 넣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경기죠?”
이석진의 진행에 어느새 보조 MC로 승격된 정이원이 같이 장단을 맞추었다.
“맞습니다. 각 팀의 2명은 밖으로 나와 다른 팀의 팀원들을 그냥 떼어내서 들고 와서 내려놓는다. 아주 쉽죠. 나머지 팀원들은 서로 안 떨어지게 꽁꽁 붙어있으면 됩니다. 세공사분들에게 여러분의 힘을 보여주세요!”
경기 규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청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쉽군. 떼어내서 끌고 오기만 하면 된다니. 이건 자신에게 맞춤형 경기라고 볼 수 있겠다. 게다가 경품이 한우니, 더더욱 자신을 위한 경기였다. 이 정도면 운명이지. 암, 그렇고말고.
물론 청우가 아닌 다른 연습생들은 어디가 쉽냐고 야유를 보내는 중이었다.
“세 팀씩 경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첫 번째 경기 준비해 주세요!”
첫 대진은 보컬의 〈바래〉팀, 댄스 포지션의 〈완전 남자〉팀, 랩 포지션의 〈소년과 소녀〉팀이 각각 나와 한 경기를 치르기로 하였다.
“준비, 시작!”
〈바래〉팀의 김하늘이 〈완전 남자〉팀의 왕린에게 종이 인형처럼 들려 나갔다. 안 끌려가고 버티려는 연습생, 끌어내려는 연습생들이 서로 겹치면서 여기저기서 웃긴 장면들이 연출되었다.
현지원은 옆에서 질색인 표정을 짓다가 카메라에 잡히자 밝게 웃으며 즐기는 모습을 보이는 프로의 자세를 보여주었다.
첫 번째 경기는 〈완전 남자〉팀의 싱거운 승리로 끝났다. 다음은 〈Really Really Really〉팀, 〈Believer〉팀, 〈100점 만점의 100점〉팀의 대진이었다.
보컬 포지션의 이덕진이 끝 쪽에서 손을 흔들었다. 옆에 같이 서 있던 최율리가 외쳤다.
“우리는 연약한 보컬 팀이야. 살살해 주세요!”
청우도 몸을 풀며 준비하고 있는데 정이원이 경기를 마친 이석진에게 진행을 넘기고 다가왔다.
“너 다리는 이제 괜찮아?”
이따가 달리기 경주까지 있어서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무리해서 조금 일찍 움직이느라 회복이 더뎌졌지만, 지금은 완전히 멀쩡해진 상태였기에 발목을 풀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무리하지 마. 천마님 너무 세서 무서워요!”
너스레를 떨고 지나가는 걸 보니 이전 경기에서도 다리를 적게 쓰게 하려고 자신을 공에 집어넣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막판에는 팔로 무릎을 감고 그저 데굴데굴 굴러 다리를 안 움직였으니.
‘그렇게까지 오지랖이 넓은 녀석인가? 설마.’
그렇게 생각했지만 여기저기서 은근히 다리를 괜찮냐며 무리하지 말라는 말이 들려왔다. 최근 깨달음을 얻은 터라 어느 때보다 멀쩡했다. 일일이 대꾸하기 귀찮아 이제는 괜찮다는 뜻으로 어깨만 으쓱였다.
이전 삶이었다면 자신을 무시하는 이런 사소한 잔소리 따위는 말도 못 붙이게 했을 텐데 이상하게 지금은 이런 사소한 걱정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청우가 모두 해치우겠다는 기세로 옆에 똘똘 뭉쳐있는 다른 팀들을 바라보았다. 그와 함께 다른 팀에서 팀원을 떼오는 역할인 케빈이 먼저 끝의 보컬 팀으로 가겠다는 손짓을 했다.
〈Believer〉팀에서는 정이원과 미카엘이 서 있었다.
“자, 그럼… 준비… 시작!”
시작 소리가 울리자 청우가 쏜살같이 옆 〈Believer〉팀으로 뛰어갔다. 정이원과 미카엘이 한희원을 손쉽게 떼어내는 것이 보였다. 보컬 팀의 이덕진도 〈Believer〉팀을 떼어내러 뛰어왔다.
청우는 살펴볼 새도 없이 가까이에 앉은 계진성을 번쩍 들었다.
“으억!”
힘을 줘서 버텨볼 새도 없이 달랑 들린 계진성을 손쉽게 제 팀 안에 던져놓고 〈Believer〉팀의 김성우를 당기고 있는 이덕진의 옆으로 다시 돌아갔다.
둘 다 장신의 거구들이라 이덕진이 끙끙거리고 있는 사이 청우가 〈Really Really Really〉팀의 김수호를을 끌어냈다. 김수호가 끌려가지 않으려고 바닥에 납작하게 붙었지만 청우는 종이 인형을 들 듯 김수호를 팔랑팔랑 들어서 손쉽게 옮겼다.
김수호를 들고 돌아오니 팀원 중 윤시오와 현지원이 끌려가기 직전인 것을 발견했다. 청우가 윤시오와 현지원의 어깨에 각각 손을 얹었다.
‘천근추!(千斤錐)’
순간적으로 가해지는 무게에 끌어내는 역할이던 미카엘과 정이원이 순간 뒤로 자빠질 뻔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무거워졌어!”
정이원이 끙끙거리며 힘을 써보았지만 윤시오는 마치 땅에 박힌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의 현지원을 끌어내어 보았지만 현지원도 움직이지 않았다. 점점 시간이 줄어들자 포기하고 보컬 팀을 떼어내러 둘이 뛰어나가자 청우도 시간을 보고는 보컬 팀으로 달려갔다.
“다 비켜!”
청우가 보컬 팀의 2명을 골라 한 명은 옆구리에 끼고 하나는 어깨에 메고 달리자 기겁한 다른 연습생들이 모두 길을 비켰다.
“헐, 천마님 너무한다!”
“다들 왜 이렇게 팔랑거려!”
어리벙벙한 얼굴로 순식간에 보컬 팀의 팀원들이 모두 끌려갔다.
“네, 〈Really Really Really〉팀은 버티기 멤버가 더 이상 없군요. 이제 〈Believer〉팀만 남았나요? 이제 3초 남았습니다.”
청우가 옆에 서 있던 이덕진을 공주님 안기로 앉았다. 팀원이 모두 끌려 나가 당황해 있던 이덕진이 자신도 모르게 다소곳하게 안겼다.
“헉, 전 아닌데요!”
“다른 팀 다 끌고 오면 되는 거지.”
청우가 다소곳하게 안긴 이덕진을 부드럽게 내려 팀에 앉아있던 주지호의 품에 내려주었다.
“?!”
얼결에 주지호가 이덕진을 받아 못 도망치게 꼭 끌어안자 구경하던 연습생들이 바닥을 치며 웃었다.
“네, 종료입니다!”
정이원이 케빈을 끌고 가며 종료 휘슬이 울렸다.
“누가 봐도 승패가 명확하군요. 원 안에 인원이 가장 많은 〈100점 만점의 100점〉팀 승리입니다! 다음은 최종 결승전입니다! 결승전은 1 대 1 대결이군요. 역시 보컬 팀은 연약한가요. 댄스 포지션의 〈완전 남자〉팀과 랩 포지션의 〈100점 만점의 100점〉팀의 대결입니다!”
보컬 포지션들의 야유 소리와 함께 시작 휘슬이 울렸다. 상대가 하나밖에 없으니 처음부터 전력으로 나서도 되겠다 싶어 청우는 케빈과 함께 이동했다.
앉아있던 연습생들을 쭉 살펴보고는 왠지 얄미운 김태양을 먼저 번쩍 들었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김태양이 옆에 앉은 우성우와 팔짱까지 끼고 힘을 주어 버텼지만, 청우가 팔에 힘을 한번 주자 밭에서 무가 뽑히듯 김태양이 쑥 뽑혀 올라왔다.
이 녀석은 친절하게 해줄 필요는 없지.
포대 자루를 메듯 어깨에 김태양을 얹은 청우가 팀으로 돌아와 바닥에 그를 내동댕이쳤다.
룸메이트인 정이솔은 카메라에 좀 더 잡히게 해줄까. 다른 연습생들을 먼저 쏙쏙 골라 뽑아내고는 케빈과 같이 놓고 온 후 우성우를 질질 끌어내었다.
“아야, 아!”
막 다룰 녀석들이 많아서 좋네. 우성우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버텨보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가벼운 베개를 들고 가듯 손쉽게 우성우를 끌어 놓고는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던 이석진에게 물었다.
“형, 끌려갈래요, 안겨 갈래요?”
체념한 이석진이 손을 벌리며 외쳤다.
“유리처럼 다뤄주세요…….”
청우가 씩 웃으며 이석진을 가볍게 안고 팀으로 이동해서 내려놓았다.
“우우! 석진이 형, 자존심 어디 갔어요!”
“그래! 버텨야죠!”
앉아있던 연습생들이 이석진을 놀리며 낄낄거렸다. 이석진도 웃으며 너네도 못 버텼으면서 뭘 그러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가볍게 우승을 차지한 청우가 팀을 대표해 한우 세트를 들고 흔들었다. 팀원들도 처음의 어색했던 분위기는 모두 잊은 채 한마음이 돼서 기쁨을 누렸다.
“이어지는 순서는 대망의 계주입니다!”
이제 마지막인 계주 하나만 남았다. 청우의 팀도 모여 계주 순서를 의논했다.
“달리기에 자신이 있는 사람?”
청우가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 앞 순서가 두 바퀴쯤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은 자신이 이겨줄 수 있다.
“어, 너도?”
그러나 손을 든 사람은 주지호와 청우까지 두 명이었다. 평소 잘 나서지 않는 주지호였는데 손을 들고 나서니 청우가 슬그머니 손을 내렸다.
“지호가 달리기를 잘했나?”
“이번에 내가 너무 도움이 못 돼서 보탬이 되고 싶어. 달리기는 자신 있거든. 이번에도 너무 청우에게 의지해서 이긴 것 같아.”
주지호가 단단히 각오한 얼굴로 말했다. 가볍게 자신이 이겨볼까 했던 청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받고 싶었던 상품은 다 받았고 자신은 넘치게 활약했으니 슬슬 빠져주어도 좋겠지.
“그래, 그러면 지호를 마지막 주자 시키자. 난 아무 데나 들어가도 별로 상관없어.”
의논 끝에 청우, 윤시오, 한희원, 현지원, 박호민, 케빈, 주지호 순으로 달리게 되었다.
맨 앞이면 승패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어려워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청우는 이번 경기는 팀원들에게 맡겨보기로 결정했다.
이기든 지든 경험이 될 것이다. 팀원들에게도, 자신에게도.
자신은 위천무 시절부터 이미 혼자 활동하며 남을 이끌던 사람이었기에 솔직히 이곳의 연습생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눈에 안 찼다.
뭘 하든 혼자 이끌고 나가고 싶어 하는 그에게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 될 것이다.
“좋아, 파이팅 하고 나가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