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59)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59화(59/101)
제59화
연습에 몰두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 어느새 봉사활동을 갈 날이 다가왔다. 오늘을 위해서 밤마다 잠도 자지 않고 내공 수위를 높이는 데에 집중했다. 가능한 존재감을 희미하게 만들기 위해 주변 기운에 동화하는 심법도 다시 익혔다.
자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난 정이원이 부스스한 눈을 비비다 기겁했다. 1층 침대 위에 시커먼 그림자가 꼿꼿하게 허리를 세운 채 앉아 있었다.
“어우씨, 깜짝이야. 또 저러네.”
화장실에 다녀온 정이원은 한밤중에 귀신인 줄 알았다며 작게 툴툴대곤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금세 다시 잠들었다. 청우가 심법을 익히며 운기조식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 같은 방을 쓰는 연습생들 모두 특이한 잠버릇이라며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처음에야 안 자고 뭐 하냐며 깜짝 놀랐지만, 지금은 하여간 특이하다며 고개를 젓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잠들었다.
아침까지 몰두하던 청우가 눈을 뜨자 눈에서 희미한 안광이 흘러나오다 닫히듯 사라졌다.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됐다.”
“응? 형, 준비 벌써 다 했어요?”
마침 청우의 방에 들어오던 김해월이 깜짝 놀라 물었다. 그러고는 자기도 빨리 준비하겠다며 다시 본인 방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3명뿐인 룸메이트들은 새벽 연습한 뒤에 바로 봉사활동을 하러 간다고 해서 방에는 청우 혼자뿐이었다.
그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홍삼스틱 몇 개와 붕대를 챙겼다. 가능한 유령처럼 희미하게 돌아다닐 생각이지만 그런다고 나올 저승사자가 안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나. 최대한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했다.
가까운 곳이라 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 세계는 사람 죽는 곳이 어디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교통사고가 날 것 같은 도로에선 일부러 내기를 사용해 존재감을 희미하게 지웠다.
버스에서는 김해월과 같이 앉았는데 요즘 작곡에 관해 그에게 배우고 있어 제법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이때는 코드를… 형?”
“응?”
“아니, 갑자기 형이 옆에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뭐지?”
대화하다 김해월이 몇 번이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옆에서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 뒷차랑 부딪칠 뻔해 놀라 존재감을 흐리고 앞앞차가 급격히 속도를 줄여 또 존재감을 흐리니, 김해월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내공을 계속 쓰고 주변의 기감을 파악하다 보니 이동만 했을 뿐인데도 금방 지쳤다.
어째 여기는 중원보다 위험한 곳이 훨씬 많았다. 중원은 걸어가다 죽을 위험은 칼 맞을 때 빼곤 별로 없는 편인데 여기는 걷다가도 고층 건물에서 물건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갑자기 옆에서 달리던 자동차가 날아가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했다.
무림 고수는 인간재해급이지만 저 멀리부터 ‘나 거기로 간다!’하고 웅장한 존재감을 뽐내는 데다가 꽤 많은 사람이 무공을 익혔기에 사람이 쉽게 죽지 않는데 이곳은 사람이나 자연재해가 아닌 것으로도 너무나 쉽게 목숨을 잃었다. 그런 사건사고가 너튜브에 아주 수두룩하다 못해 빽빽했다.
제일 무서운 영상은 한참 예전에 나왔다던 수세미 2.0이었나. 선풍기 바람에도 사람이 죽을 수 있다니 놀라웠지.
“아직 봉사 시작도 안 했는데 얼굴색이 영 안 좋네? 버스에서 좀 자지 그랬어?”
최율리마저 청우를 걱정해 줄 정도였다. 괜찮다고 고개를 젓고는 홍삼스틱을 하나 꺼내 먹었다.
처음 효능을 본 이후로 이것만 한 영양제가 없었다. 각종 비타민류도 먹어보았지만 이렇게 휴대가 간편한 데다가 즉각적으로 힘을 내는 영약은 찾기 어려웠다. 사실 현지원이 최상의 약재로 만들었다고 전해준 한약이 제일 효과가 좋긴 했지만 아껴두고 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나중을 위해서였다.
여유가 생기면 지리산으로 한약재를 캐러 가든가 해야지. 우선은 홍삼스틱으로 연명하는 중이었다. 물량적으로 많은 데다가 휴대가 간편하다는 점이 제일 크게 작용했다.
요양원은 현대에 와서 본 건물들에 비해 크진 않았지만 아담한 2층 건물에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자, 팀별로 이동하면 각 담당 요양사님께서 해야 할 일을 안내해 주실 거예요. 이따가 봉사가 끝나면 위문 공연 준비도 해주세요.”
봉사활동을 할 때에는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로 줄이기 때문에 제작진들이 카메라만 남기고 멀리 빠져 버렸다.
청우는 최율리, 김해월 등 그의 팀원들과 함께 B동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계시기에 방 청소와 이동 등을 도와드려야 한다고 들었다.
“일단 나눠서 방 청소부터 시작할게요. 지금 어르신들은 중앙 거실에서 만들기 수업을 하고 계실 거예요.”
거동이 어려워지면 자식들이 전적으로 책임지거나 버려지는 중원에 비하면 이런 점은 좋았다.
청우는 익숙하게 청소를 시작했다. 제 손으로 청소를 해본 지는 오래되었지만, 빗자루를 손에 드니 이전의 기억이 떠오르며 몸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청우는 청소가 엄청 능숙하네? 손도 빠르고.”
게다가 옆에 현지원까지 있어 차이가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그는 방금 전까지 옆방에 있었는데 언제 쫓아왔는지 제 곁에서 청소하고 있었다.
걸레 잡은 자세부터가 글렀다. 딱 보기에도 제 손으로 청소 한번 해본 적 없는 놈 같았다.
“왜 여기로 왔어?”
“여기 뭔가 기분이 안 좋아. 혼자 있으려니까 안심이 안 돼서.”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기에 곳곳에 죽음의 냄새가 배어있기는 했다. 따뜻한 분위기를 두르고 있고 요양보호사들도 다들 친절했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르신들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옆방에 계시던 할아버지가 한 달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던데 그 기운을 느낀 모양이었다. 악귀의 기운을 한 번 느끼더니 확실히 기감이 예민해지긴 했다.
“아, 그 방 한 달 전에 할아버지 한 분이 돌아가셨다고 하더라. 너 혹시 그런 거 느껴?”
최율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최율리가 자기는 이런 거 좋아한다며 현지원에게 가까이 붙었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요. 왠지 기분이 나빠서.”
“그게 느끼는 거지? 우와, 신기하다. 나 이런 사람 처음 봐.”
그런가, 난 이런 걸 느끼는 사람인가? 현지원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스스로에 관한 고찰을 하는 동안 청우는 빠르게 방을 청소하고 다른 방으로 넘어갔다.
남은 방을 마저 청소하고 있는데 어르신들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김해월과 한이설이 밖에서 어르신들을 부축하여 방으로 안내해드리고 있었다.
“내가 도와드릴게.”
할아버지 한 분이 앉은 휠체어를 김해월이 문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청우가 할아버지를 휠체어에서 안아 올려 침대로 옮겨드렸다.
나이가 많아 몸에 힘이 없어 보기보다 옮기기 무거운데 너무나 가볍고 안정적으로 번쩍 드는 청우의 모습에 옆에서 지켜보던 요양보호사가 힘이 좋다며 손뼉을 쳤다.
“어머, 가늘어 보였는데 힘이 좋네. 학생, 옆 방에 아버님도 좀 부탁해.”
“네, 누님. 맡겨주세요.”
시원시원한 청우의 대답에 잘생긴 청년이 말도 예쁘게 한다며 아주머니가 청우의 어깨를 찰싹찰싹 때리셨다.
화기애애하게 옆 방으로 옮기려는 데 뒤쪽에서 안 좋은 기운이 느껴졌다.
‘뭐지?’
청우가 빠르게 돌아보자 방금 올려드린 할아버지가 탁자에 놓인 물건을 잡으려고 침대 밖으로 손을 뻗다가 침대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이 느린 속도로 보였다.
내공 수련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보다 사고의 속도와 동체 시력이 좋은 청우에게는 찰나의 시간이 엄청 길게 보였다. 그리고 이후 벌어질 일이 절로 상상되었다.
노인들은 골반뼈를 다치게 되면 대부분 회복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거동을 거의 못 하시는 할아버지가 저 침상에서 떨어지면 다음의 일은 불 보듯 뻔했다.
할아버지는 크게 다치시고 병원 구급차가 달려오거나 순간 머리부터 떨어진다면 구급차보다 저승사자가 먼저 달려오겠지.
“안 돼!”
청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뒤돌아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의 할아버지를 아슬아슬하게 받아냈다.
“어머, 뭐야?”
“우왓!”
청우가 지나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 바람이 일어 서 있던 김해월의 머리카락 몇 올이 위로 휙 날아올랐다.
뒤늦게 할아버지가 떨어지는 것을 발견한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청우가 할아버지를 안전하게 받아내서 다시 침상에 살포시 올려드렸다.
“휴, 어르신. 제가 집어드릴게요. 누님, 여기 침상에 보호장치는 없나요?”
“아, 내 정신 좀 봐. 내가 해줄게.”
아주머니가 정신을 차리고는 할아버지 침상의 보호 가드를 올리면서 말을 하시지 갑자기 왜 몸은 일으키셨냐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시냐며 할아버지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정말 큰일 날 뻔했네. 어르신들은 골반뼈가 약하셔서 다치시면 큰일 나거든. 청우 학생은 정말 손도 빠르네. 젊어서 그런가.”
“하하하.”
어색하게 웃었지만 청우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역시 요양원은 무서운 곳이었다. 오늘 하루 종일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건 아니겠지?
이곳의 어르신들을 방으로 안내해 드리고 다음 봉사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은 2층이었는데 좀 더 거동이 편하신 어르신들이 2층에서 춤추는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이동을 도와드리고 잔심부름을 하기로 했다.
“천천히 올라가세요.”
청우가 할머니 한 분의 손을 잡고 천천히 2층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은 특히나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장소였기에 청우는 기감을 계단 전체에 흩어놓고 있었다.
좀 전에 할아버지의 낙상 사고가 일어날 뻔한 일을 겪고서는 여기는 조금도 방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 분, 한 분, 천천히 안내해서 조심스럽게 올려드리고 뒤돌아서려는데 위에서 누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나 뭘 놓고 왔네. 저기, 학생!”
뭐지? 청우가 위를 올려다보는데 난간에서 몸을 내밀고 있는 한 할머니가 손으로 청우를 부르고 있었다.
“하, 할머님! 제가 올라갈게요! 고개 내밀지 마세요!”
여기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냐며 나만 안달한다고 청우가 빠르게 올라가려는 데 옆에서 누군가 휙 하고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으악! 할머니!”
한이설이 부축하던 할머니가 발을 헛디딘 것을 빠르게 잡지 못하고 놓친 것이었다. 청우는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할머니의 등을 받쳐 구해냈다.
한이설이 깜짝 놀라서 핏기가 가신 얼굴로 서 있었다가 청우가 할머니를 바르게 세워드리고 그의 팔에 할머니의 손을 얹자 한이설이 할머니를 꽉 잡았다.
평소 춤을 출 때 뭔가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역시 한이설은 반사신경이 늦은 편에 속했다. 위에서 보고 있던 다른 할머니가 오메, 하는 소리를 내더니 안전하게 몸을 안쪽으로 돌렸다.
어휴.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청우는 다시 위로 올라갔다. 혹시나 했는데 오늘은 온종일 이렇게 뛰어다녀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건 업적 달성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저주 같은 건가?
댄스 수업 시간이 끝나고는 간식을 먹는 시간이었다. 접시에 작은 떡 조각 2개와 양갱 한 조각, 귤과 사과 등 작게 자른 과일 조각을 올려 한 접시씩 어른들께 가져다드렸다.
이번에는 별일이 없겠지? 이미 할아버지 한 분, 할머니 한 분, 그리고 작게는 넘어지려는 어르신들 여러 명을 이미 부축하고 온 청우가 살짝 긴장을 풀려던 순간이었다.
콰당
큰 소리가 나며 의자 하나가 뒤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