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60)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60화(60/101)
제60화
“꺄악, 아버님!”
요양보호사 아주머니들이 깜짝 놀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의자가 넘어간 곳을 보니 할아버지 한 분이 목을 잡으며 쓰러져 뒹굴고 계셨다.
“떡이 목에 걸리셨대!”
떡도, 과일 조각도 전부 목에 걸리지 않도록 작고 얇은 조각으로 되어 있던데 어떻게 그게 목에 걸린 거지?
이제 조금 익숙해진 청우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에 현지원도 있었지만 같이 당황하여 누워계신 할아버지를 일으켜보려고만 할 뿐 제대로 된 응급처치를 하지는 못했다.
“비켜봐.”
청우는 능숙하게 현지원을 밀어내고 할아버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험악한 중원에서 몇십 년을 살았던 청우에게 이런 상황 정도는 다급하지도 않았다.
할아버지를 뒤에서 손으로 끌어안고는 명치 쪽에 두 손을 모아 위로 툭 쳤다. 내장이나 뼈가 상하지 않도록 기도에 막힌 음식물에 내력을 가했다.
툭!
“커헉, 허어억.”
목에 걸려있던 떡 뭉치가 입 밖으로 툭 빠지면서 할아버지가 막혀있던 숨을 다시 몰아쉬기 시작했다.
“아이고, 다행이네.”
“세상에, 학생이 이런 건 어떻게 알아? 대단하네, 대단해!”
아주머니들이 몰려와 할아버지를 보살피면서 청우를 칭찬했다. 옆에서 장하다며 팔을 쓰다듬는 할머니들도 있었다. 할아버지는 빨리 간식 몰아 먹으려다 황천도 빨리 갈 뻔했다며 껄껄 웃었다.
“우와, 청우 형. 오늘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네요. 아주머니들 칭찬이 자자해요. 이런 건 어디서 배웠어요?”
“음, 학교에서.”
이곳은 학교는 뭐든 다 가르쳐주는 만능 기관이라지? 답하기 어려운 건 전부 학교에서 배웠다고 하면 반 이상은 먹혔다.
“아, 저도 응급처치 어떻게 하라고 들은 것 같긴 한데. 당황하니까 하나도 기억 안 나던데요. 형 진짜 대박이다.”
김해월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는 배식 업무로 돌아갔다.
“청우 학생은 배식 하지 말고 여기 어르신들 옆에 있어 줘. 대처가 아주 빠르고 마음에 드네. 응급처치는 어디까지 할 줄 알아?”
이곳 요양원의 수간호사 선생님까지 나와서 청우를 칭찬하며 그는 졸지에 응급처치사와 같은 위치가 되었다.
아무래도 요양보호사는 처우가 좋지 않은 만큼 전문가나 젊은이들보다는 아주머니들이 많아 빠르게 대처하거나 힘 들어가는 일은 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공익요원이 대개 도와줬는데, 청우는 오늘 그 누구보다 빠르고 완벽하게 움직여서 혼자여도 여러 명 몫을 한다며 그녀 옆에 세웠다.
청우로서도 이곳에 있는 동안 최대한 저승사자가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기꺼이 자리를 지키며 어르신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이후에 팀원들은 빨래를 하러 갔지만 청우는 수간호사님의 비호 아래 메인 응접실을 어슬렁거릴 수 있었다.
“오, 이청우. 편해 보이는데?”
“그래 보이냐? 아닐걸.”
지나가던 정이원이 속 편한 소리를 한마디 했다. 요즘 청우가 살짝 거리를 둔 탓에 조금 서먹해질 뻔했지만 정이원 특유의 친화력으로 그럭저럭 겉으로 티가 나진 않았다.
다만 청우는 이전보다는 정이원이나 이덕진과 같이 친분을 많이 쌓은 연습생들의 미션이나 개인 일에 개입하는 일을 많이 줄였다.
이제는 그의 일에만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거리를 두었지만 어쩐지 정이원과 이덕진은 이해한다는 듯 청우를 전보다는 덜 가까이 대하는 듯하면서도 청우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필요할 땐 기꺼이 손을 내밀어 주곤 했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청우의 마음을 어딘가 불편하게 만들기만 했다.
하, 자신도 모르게 정이원의 천연덕스러운 태도에 평소처럼 대꾸해 버렸네.
전혀 상관없는 남인데도 왜 자꾸 눈에 밟히는지 모르겠다.
그때였다.
어떤 아주머니 한 분이 긴급하게 수간호사에게 뛰어왔다.
“선생님, 208호 할아버님이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지금 갈게요!”
수간호사 선생님이 응급 가방을 챙기더니 208호로 뛰어갔다. 청우도 같이 쫓아갔다.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물리적인 상황이라면 자신이 도울 만한 일이 있을 것 같았다.
청우가 수간호사를 따라 황급히 뛰어와 보니 당황한 요양보호사들 사이로 할아버지 한 분이 쓰러져 미동도 없이 누워계셨다.
“어떻게 된 거예요?”
“자리에서 일어나시다가 갑자기 이렇게 되셨어요!”
수간호사가 뛰어가 동공 반응을 확인하고 심장박동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빠르게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제가 할게요!”
청우가 나서서 수간호사 대신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수간호사는 청우에게 심폐소생술을 맡긴 채 제세동기를 가지러 일어났다.
청우가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오기 직전에 배워두길 잘했다. 박자에 맞추어 심폐소생술을 하는 청우에게서 좀 떨어져 있던 현지원의 뒤쪽으로 검은 옷자락이 슬쩍 보였다. 저승사자 바로 앞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현지원은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한기에 팔을 쓸면서 주위를 살피기도 했다.
할아버지를 데리러 온 듯한 저승사자는 인간들의 발버둥을 의미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자꾸 이쪽으로 다가오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살릴 수 있는 생명을 두고 도망갈 수도 없다. 이렇게 된 거 무조건 살려 저승사자가 다가오지 못하게 만드는 수밖에.
청우는 일단 주변의 기운에 자신의 기운을 동화시켰다. 가장 중심에서 모두의 시선을 받던 청우의 존재감이 옅어지자 민감한 사람 중 몇은 순간적으로 주위를 살피거나 눈을 비비기도 했다.
저승사자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빨리 살려야 해. 심장을 뛰게 하려면, 뭐랬더라. 전기랬나. 그러면 내기에 번개의 힘을……!’
청우가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몸속 내기의 성질을 조금 바꾸어 할아버지의 심장 쪽으로 보냈다. 지금은 저승사자가 요양원에 퍼져 있는 죽음의 기운 때문에 헷갈려 하고 있지만 조금 더 오래 있다가는 들키고 말 것이다.
전력(電力)의 힘을 쓰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몸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청우는 이제 파직거리기 시작한 내기를 할아버지의 심장 쪽으로 몰아넣었다.
심장을 두드리는 내기의 전력(電力) 덕분인지 멈추었던 심장이 다시 박동을 시작하는 것이 느껴졌다. 세심하게 박동을 확인하며 청우가 내기를 이용해 심장을 부드럽게 마사지했다.
‘제발 뛰어라, 제발, 제발.’
두근-
청우의 노력 때문인지 염원 때문인지, 아니면 적절한 노력으로 효과가 나타난 것인지 할아버지의 심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 으…….”
할아버지의 숨이 돌아오고 다시 얼굴에 핏기가 돌아왔다.
“어머, 할아버님!”
제세동기를 가지고 급히 돌아오던 수간호사는 핏기가 돌아오고 호흡을 시작한 할아버지를 보고 반색하며 뛰어왔다.
“어머나, 심폐소생술도 잘하네. 이것도 학교에서 배웠어요?”
“아, 네. 선생님이 엄하셔서.”
벌써 사람을 셋이나 살렸다며, 요양원 사람들 사이에 청우의 칭찬이 일파만파 퍼졌다. 엄밀히 따지자면 본격적으로 생명을 구한 일은 이번이 첫 번째지만 말이다.
제작진이야 당연히 좋은 그림에 만사 제쳐놓고 기뻐했고 다른 연습생들은 질투할 새도 없이 감탄만 하였다.
이번에는 정말 위험했다. 현지원의 뒤편에 있던 저승사자의 옷자락이 펄럭이더니 사라졌다. 저승사자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이쪽을 길게 바라보긴 했지만 다른 곳에 사망자가 생긴 모양이었다.
청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수고했다며 주변에서 청우를 의자에 앉히고 음료수도 따서 가져다주었다.
할아버지는 의식을 찾자 금세 회복되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원래의 모습을 보이셨다.
“그럼 내가 할아버님 모시고 일단 병원을 좀 다녀올게요. 청우 학생, 수고했어요.”
할아버지를 담당하던 요양보호사 아주머니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했다. 수간호사가 청우를 칭찬하며 이런 쪽 일을 잘할 것 같다고 간호나 의료 쪽 일을 추천해 주었다.
아이돌로 데뷔해 선계향이 필요 없어지더라도 육신과 다른 영혼이라는 흔적은 완전히 감출 수 없을 것이다. 나중에 다른 직업을 갖게 된다면 적어도 저승사자와 매일 마주할 것 같은 병원 일은 사양이었다.
청우는 속내는 감춘 채 작은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이제 끝났나.
청우가 기지개를 켰다. 다른 연습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니며 설거지나 청소, 빨래를 하는 동안 청우는 어슬렁거리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이동을 도와드리거나 순찰하듯 요양원을 돌아다녔다.
“학생, 아까 아주 장한 일을 하던데 이것 좀 마셔봐 봐.”
할머니 한 분이 자기 아들이 산에서 따온 거로 만들었다며 풀 향이 나는 차를 한 잔 건넸다.
“어이구, 아까 정태 할아범 구한 학생이구나. 기특하기도 허지.”
“그뿐인 줄 아슈, 1층에 신 노인 떨어질 뻔한 것도 아가 받았다더라고. 아이구, 얼굴도 어쩜 이렇게 이쁘게 생겼누.”
어쩌다 보니 할머니들의 티타임에 끼게 된 청우가 거절하기 뭐해 차를 받아 마셨다. 빨리 마시고 지나가려고 한 번에 들이켠 참이었다.
“!”
입안에 향긋한 향이 감돌았다. 입에 넣는 순간 평범한 차와는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우가 놀란 표정으로 차를 마시자 그 마음을 다 안다는 듯 할머니가 홀홀 웃으며 차를 한잔 더 따라주었다.
“우리 아들이 지리산에서 유명한 심마니거든. 이건 삼이 든 건 아닌데 차로 마시는 약재 중에 상태 좋은 게 있으면 이렇게 만들어다 줘. 지리산이 좋긴 좋은가벼. 마시고 나면 나도 몸이 개운해지는 것 같더라고.”
할머니의 말씀 그대로 청우도 마시는 순간 몸속의 기운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일반인이 마실 때는 그저 잠깐 상쾌하고 개운한 느낌 정도였겠지만 희박한 기운에서 한 줌이라도 내기를 모으고 수련하는 무림인에게 이 차는 의미가 달랐다.
찔끔찔끔 물방울을 흡수하고 있던 휴지에 물 한 모금이 푹 쏟아진 것 같았다.
내기를 쥐어짜느라 메말랐던 혈도를 타고 윤기가 돌기 시작했다. 청우는 사양하지 않고 새로 따라 준 차도 마셨다.
“정말 좋네요. 할머님, 아드님이 주로 어디에서 약재를 캐신데요? 저도 그런 쪽에 관심이 있어서요.”
청우의 말에 할머니가 ‘혹시 너도 심마니를 하겠다는 거냐’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 저는 갈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드님께 차 재료를 사고 싶은데요.”
돈을 내고 차를 사고 싶다고 말하자 할머니가 아들의 고객이라고 생각했는지 너그러운 얼굴로 차를 한잔 더 우려주었다. 이미 오래 우려진 차는 아까와 같은 감동이 없이 거의 물에 가까웠지만 청우는 지금 그것조차 기꺼운 상황이었다.
“그러면 내가 아들 연락처를 줄 테니까 나중에 연락해서 만나봐. 가끔 서울도 올라오니께 만나서 거래하면 될꺼여.”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연을 알게 되었다. 정제된 약초들도 꽤나 좋은 효과를 보여주었지만 이렇게 자연에서 찾아낸 약초는 시판의 것들은 결이 완전히 달랐다.
이 정도의 약재가 자랄 수 있다면 수련을 하기에도 적합한 장소일 터. 할머니의 아들과 만나 수련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도 얻어내고 내기를 보충하고 내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약재도 살 수 있을 테니 일석이조의 만남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너그럽게 다시 순찰 나간 청우는 물을 마시다 사레에 들린 할머니의 등을 두르며 호흡을 진정시켜 주었고 무거운 것을 들다가 손목을 삐끗한 요양보호사 아주머니의 팔목도 맞춰주었다.
“아주 의사가 따로 없네, 엄청 용혀.”
게다가 청우가 안마를 해주면 어쩐지 어깨가 더 시원하고 수십 년 묵었던 통증이 옅어진다며 너도나도 안마해 달라고 어르신들이 줄을 서는 통에 졸지에 팔자에 없던 안마사까지 되어야 했다. 우연인지 청우에게 안마를 받은 할아버지가 뭉쳐있던 발목의 혈도가 풀리면서 혈액순환이 되고 살짝 끌던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쓰게 되자 더 소문이 나서 청우는 그날 봉사활동이 끝나는 시간까지 안마만 해야 했다.
다행히 더는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 청우도 안심하고 안마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후 청우는 요양원 사람들에게 홍길동과 이름이 합쳐진 청길동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다.
“아주 도술을 쓰는 것도 아닌디 이리 번쩍, 저리 번쩍한다니까.”
“안마도 시원하게 잘하고 일도 잘하고 손도 빠르고 얼굴도 이쁘고, 우리 손자 삼으면 좋겄네.”
요양원의 아이돌이 된 청우는 위문 공연 시간에도 누구보다 큰 박수와 높은 점수를 얻었다.
어르신들의 호응도를 베네핏으로 표에 조금 반영하겠다는 MC의 말에 연습생들이 너도나도 힘을 내서 흥겨운 무대를 만들었지만 이미 얼굴과 손만으로 어르신들의 아이돌이 된 청우의 호응도를 이기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청우는 이제 스스로도 인정한 만큼 옛날 노래에 더 강했고 멋들어지게 트로트를 뽑아내어 할머니들과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형은 진짜 노래를 할머니들 표현으로 ‘맛깔나게’ 잘하는 것 같아요. 와, 진짜 어떻게 그렇게 부르지?”
“흥, 또 촌스럽다고 놀리는 거지?”
“아, 좀. 아니라니까요. 그건 지원이 형이 한 말인데!”
김해월과 티격태격하며 버스로 향하는데 현지원이 조용히 뒤로 다가오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청우의 옷자락을 휙 잡아당겼다.
“아, 뭐야. 왜?”
청우가 돌아보자 현지원은 어딘지 모르게 심각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