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61)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61화(61/101)
제61화
청우는 순순히 현지원이 이끄는 대로 끌려갔다.
“또 나타났어.”
현지원이 불안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어를 말하지는 않았지만, 악귀를 뜻하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지금 이 시점에?
“어디서 봤는데?”
현지원이 눈빛으로 요양원의 정문 옆 그늘진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동그란 것이 바닥에서 반 뼘 정도 높이로 떠 있었는데 어둡고 불길한 것이 이전에 느꼈던 악의가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은 주먹보다 작은 크기라 위협적이라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아, 저거.”
지금은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언젠가는 다시 자라나 이전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현지원의 얼굴빛이 썩 좋지 않았다.
“어떻게 보여?”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어느 정도로 기감이 발달했는지 궁금해졌다. 저승사자가 나타났을 때도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느끼지 못했지만, 이 녀석만은 주변을 둘러보고 팔을 쓸기까지 했으니 분명 보통 사람들의 이상일 텐데.
“그냥 뭔가 있다는 느낌? 거기가 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처럼 보여.”
아무래도 그때의 사이비집단에 다시 가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아니, 이럴 때가 아닌데.
청우는 현지원의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남의 일에 신경 쓰지 않기로 하지 않았던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잊고 오지랖을 부리려고 하는 거지?
“나 지금 이럴 때 아니야. 일단은 경연에 집중할 거야. 아직 위협이 되는 건 아니니까 너도 우리 팀 미션에만 집중해 줬으면 좋겠어.”
냉정하게 끊어내는 청우의 말에 현지원이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비죽 내밀었지만, 청우에게 무슨 생각이 있으려니 하고 여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봉사활동을 모두 마무리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청우는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래도 저승사자들은 죽은 자가 많은 공간에 자주 나타나지만 자신을 바로 눈치채기는 어려워하는 듯했다. 죽은 자의 냄새가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
현지원을 쫓아다니는 악귀는 저승사자가 나타나 처리하면서 한 번 흩어졌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힘을 잃어서 흩어졌을 뿐 그 사이비 집단에서 계속 기도를 하는 한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고로 악귀를 그대로 두면 저승사자들이 찾아올 테고, 그렇다고 악귀를 처리하자니 지금 청우의 힘으로는 완벽하게 처리가 불가능했다. 무리해서라도 힘을 쓰면 저승사자가 느끼고 찾아오겠지. 모로 가도 저승사자와 마주칠 수밖에 없었다.
다음 업적이 시작되기 전까지 숙소 안에서 몸을 사리며 좋은 결과를 노린다. 지금의 최종 목표는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이기 때문에 혼원천의 도움 없이도 좋은 결과를 낸다면 다음 단계로 이어서 진행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혼원천의 도움이 없는 동안 저승사자들을 피하게 해줄 선계향이 이제 거의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젠 기척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피할 수 없으며 은신술도 그다지 먹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숙소에만 있으면 저승사자를 만날 일이 적으려나?
대충 상황을 정리한 청우는 일단은 연습하는 일에 다시 몰두하기로 하였다.
“라라라라- 이런 음은 어때?”
“괜찮은 것 같아요. 코드가 어떻게… 아니 코드는 잘 모르신댔지.”
“아, 악기가 있으면 연주할 수 있어. 피아노는 안 되지만, 잠시만.”
김해월의 작곡 및 편곡 작업은 모두가 돌아가며 조금씩 돕고 있었다. 대략적인 곡의 흐름은 완성이 되었지만 세세한 멜로디나 조성 등 세부 사항을 정리하고 있었다. 청우도 어젯밤 생각난 가락을 넣어 멜로디를 맞춰봤는데 구성이 괜찮아 곡 작업에 추가하고 있었다. 다만 피아노도 코드도 아직 잘 알지 못하기에 지금은 김해월에게 직접 연주로 가락을 들려줄 수밖에 없었다. 청우는 방으로 돌아가 퉁소를 꺼내왔다. 이것만 있으면 코드를 모르고 작곡 프로그램을 다루지 못해도 곡의 구성을 알려줄 수 있지.
퉁소를 가져온 청우가 가락을 들려주면 김해월이 듣고 음을 정리하고 작곡 프로그램을 통해 곡을 완성한다. 생각보다 합작이 잘 맞아 곡의 진행이 빠르게 되고 있었다.
“오, 이청우 연습생과 김해월 연습생을 찾았습니다. 여기는 〈블링돌 깜짝 카메라 인터뷰〉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미카엘,”
“저는 최율리입니다. 우리 팀원들이 이 구석진 곳에서 열심히 곡 작업을 완성하고 있군요. 이건 경연 때 발표할 테니 얼른 감춰주세요. 지금은 ‘깜짝 인터뷰’ 시간입니다.”
한참 잘 되고 있었는데 방해를 받아서인지 김해월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지금 막 영감이 온 참인데……”
“자, 첫 번째 질문입니다.”
김해월의 구시렁대는 걸 바로 잘라버린 미카엘이 질문지를 꺼냈다. 시청자들이 많이 한 질문을 찾아 연습생별로 정리한 질문지에는 연습생들의 이름이 각각 쓰여 있었다.
“김해월 연습생은 작곡 꿈나무로 알려져 있는데요, 지금까지 만든 곡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 무엇인가요?”
첫 질문을 들어보니 이 ‘깜짝 인터뷰’의 목적이 이해가 갔다. 이제 30명 정도 남았으니 개개인에 대한 팬덤을 강화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장점을 부각시키고 세공사들의 관심을 끌어 덕질의 재료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어, 저는 제가 만든 곡 중에서 ‘하늘을 보며’라는 곡이 가장 마음에 듭니다. 제가 조금 힘들 때 썼던 곡인데요, 스스로 위로받고 싶고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있어서 지금도 가끔 듣습니다.”
“그러면 들려주실 수 있나요?”
김해월이 미카엘의 요청에 쑥스러운 얼굴을 했다. 청우도 최율리의 눈짓을 받아 같이 박수를 치며 곡을 청했다.
“그러면 조금만…….”
김해월이 작곡실 구석에 있던 기타를 가지고 와서 연주를 시작했다. 비파랑 비슷해서 청우도 언젠가 꼭 연주해 봐야지, 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악기였다. 이쪽 세상에서는 이걸로 연주하는 사람을 싱어송라이터라고 한다지. 가수가 직접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게 기본자세라고 하니 언젠가는 꼭 배워봐야겠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하늘을 바라봐
저 멀리 구름과 내 마음이
하나가 되어 흘러가는 걸 봐
넌 혼자가 아니야
같이 흘러가 주는 내가 있어
우린 틀리지 않았어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잖아
“여기까지입니다.”
감미롭고 잔잔한 음악이 부드럽게 마음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작곡하는 실력이 제법 된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만든 자작곡을 노래하는 걸 들으니 확실히 재능이 빛났다.
“와, 정말 아름다운 곡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아, 저는 어려운 점은 조금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해결되었어요. 어렵다고 생각할 때마다 주변에서 도움을 많이 주셔서 잘 해결이 되었습니다. 청우 형한테도 도움받은 게 많아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옆에서 김해월이 어려웠던 순간들, 팀 미션이 잘 안될 때라든지 자신과의 일이 얽혔을 때 등을 생각하고 있던 청우는 그의 미담으로 질문이 마무리되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를 바라보았다. 김해월의 은혜를 잊지 않는 면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본인 칭찬을 했다고 이청우 연습생이 아주 흐뭇한 얼굴로 듣고 있군요. 이게 바로 가끔 나온다는 이청우 연습생의 할아버지 미소인가요? 그러면 이제 이청우 연습생에게 질문하도록 하겠습니다. 가끔 믿기 힘든 괴력을 발휘하거나 엄청난 운동 신경을 자랑하는데요, 원래 운동을 잘하는 편이었나요?”
역시 장점을 소개하는 인터뷰가 맞나 보다. ‘이청우’의 과거에 대해서 어렴풋한 정도로만 알고 있는 청우는 조금 망설이다 적절한 대답을 찾아냈다.
“아, 어릴 때는 운동을 잘하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연습생을 하면서 단기 일자리를 많이 나가게 되었는데요, 그때 체력이 좋아지면서 힘도 세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좋은 운동을 배웠거든요, 호흡을 이렇게 하고.”
청우가 내친 김에 가장 삼류이자 기본공에 가까운 삼재공을 시현했다. 이쪽 세계에 만일 무공이 티끌만큼이라도 남아있다면 아마 이 게 남았겠지. 저잣거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무공이었다.
“이거 소림사 영화에서 본 것 같아요.”
미카엘이 마음에 드는지 따라 하며 말했다. 다리를 벌리고 기마자세로 서서 팔을 태극 모양으로 돌린 후 한 손을 앞으로 밀어낸다. 역시 무골(武骨)답게 한 번에 해내는 미카엘이었다.
“잘하네요.”
조금 질투 난 청우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미카엘 연습생이야말로 운동은 다 잘하죠? 타고난 게 남달랐을 거 같은데.”
이 녀석이야말로 중원에서 태어났으면 정파와 사파에서 모두 데려가고 싶다고 경공으로 날아와서 결투라도 벌였을 것이다. 한 번 보여주고 따라만 하는 데도 삼재공의 정수를 이해했다. 본인도 음악의 재능 덕분에 스승님께 바로 선택받았지만, 정파에서 간혹 나타나는 이런, 요즘 말로 ‘재능충’이라고 하는 녀석들은 질투가 났다.
“하하, 저는 원래 운동 잘했죠. 이상하게 뭘 배워도 저는 잘 되고 쉽더라구요. K-POP에 빠지지 않았다면 아마 운동선수가 되었을 거예요. 근데 이청우 연습생도 안무 실력도 대단하고 저는 그렇게 못 움직이겠던데 몸을 엄청 잘 쓰는 것 같아요. 아, 진짜 소림사 같은 데서 무공 배운 거 아닌가요?”
“하하, 그럴 리가요.”
신선이 되기 위해 수행하는 도사의 길에 한 발짝 걸친 도인으로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만 이건 거짓말이 아니니 괜찮다. 소림사에서는 수행하지 않았거든. 천년 소림이라더니 소림사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름을 굳건하게 남기고 있었다.
역시 대단한 땡중들이었다.
“자, 다음 질문 가겠습니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는 어떻게 푸는지 궁금합니다.”
최율리가 질문을 하며 눈으로 말했다.
‘재밌는 대답, 재밌는 대답!’
팀원을 챙기려는 최율리의 마음을 알아챈 청우가 곰곰이 고민했다. 김해월은 감동적, 상냥함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나는 개그인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 그러고 보니 요새 새로 배운 아주 재미있는 개그가 있었다.
“저는 재미있는 걸 보거나 생각하면서 마음을 풉니다. 그러고 보니 생각났는데요, 혹시 스님이 종을 치면 뭔지 아세요?”
히히, 벌써부터 웃긴다. 청우가 실실 웃으며 말하자 최율리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설마 그건 아니지, 청우야?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정답은 땡중입니다. 히히히. 하나 더 있어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직업은?”
“자! 여기서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즐거운 시간들 되세요!”
팀원을 보호하려는 〈청량 상큼〉팀의 리더 최율리가 황급히 미카엘과 셀프 카메라를 끌고 사라졌다. 끌려가면서 들리는 미카엘의 ‘앗, 잠깐! 그래서 답이 뭐에요오오’하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진짜 답이 뭐에요?”
멍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해월이 물었다. 소위 이곳에서 말하는 ‘아재개그’는 역시 곱씹어 볼수록 웃긴 것이 매력인데 김해월도 빠졌나보다. 땡중이라니, 이건 중원에 돌아가서도 꼭 해보고 싶은 개그였다. 물론 소림놈들이 이 개그를 들으면 불경하다며 목탁으로 머리를 깨려고 들겠지만.
“허겁지겁. 히히, 재밌지?”
“…형 어디 가서 그런 개그치지 마요. 제발.”
[이청우가 어디 가서 그것 좀 하지 말라고 말합니다.]눈앞과 머릿속에서 동시에 두 동생이 말했다.
아니, 나만 재미있나? 미카엘도 웃었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