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62)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62화(62/101)
제62화
“노래 괜찮네. 잘들 해봐.”
가사까지 마무리되며 곡이 모두 완성되었다. 의외로 현지원이 랩 메이킹에 소질이 있었고 리콰이창의 한국어 실력이 빠르게 올라온 터라 파트 분배까지 바로 끝났다.
보컬 멘토인 이민성에게 최종적으로 곡을 점검받았는데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나 청우는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나쁜 습관까지 모두 지워냈다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나 청우는 실력이 아주 늘었어. 청우가 노래를 부를 때 조금 가곡처럼 부르는 면이 있어서 트렌디한 노래랑은 안 맞을 줄 알았는데 이번엔 그 습관도 싹 고쳤네. 아주 잘했다.”
정작 청우는 정말 자신의 창법이 전문가가 보기에도 촌스러웠다는 걸 깨닫고 현타가 오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모두에게 좋은 결과였다.
“…난 파트가 너무 적은 것 같은데.”
한이설이 조금 불만을 갖긴 했지만 말이다.
“음… 그러면 후렴구를 해보는 건 어떨까? 베이스는 청우랑 해월이가 깔아줄 테니까.”
한이설은 국민 아역 배우라는 이름에 걸맞게끔 수려한 외모에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실력은 아이돌에 매우 걸맞지 않았다.
같은 팀을 처음 하게 되면서 청우는 왜 한이설이 2위부터 시작했던 등수가 계속 내려오고 있었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주지호보다 더한 몸치인데 심지어 스스로 고칠 마음조차 없는 몸치였다.
결정적으로 주지호는 노래는 들어줄 만했는데 한이설은 노래조차도 이 팀에서 가장 부족한 수준이었다. 자신의 실력만큼이나 팀의 보컬 수준에 깐깐한 최율리와는 자꾸 트러블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최율리는 자신이 노래를 잘하는 것이 대단한 강점임을 알았기에 그것을 강조할 수 있도록 보컬 난이도를 올리고 싶어 했고 팀원들의 실력도 그에 맞춰주기를 원했다.
다행히 이청우도, 김해월도 보컬로는 상당한 실력자들이었고 현지원과 리콰이창도 보컬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문제는 한이설뿐이었다.
심지어 한이설은 자존심이 세서 최율리의 말에 적당히 수긍하는 면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최율리보다는 자신이 인기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기분은 들뜨고 가슴이 두근대
그래서인지 얼마 되지 않는 한이설의 파트를 할 때마다 서로 차마 말하지 않는 불만들이 오고 가곤 했다.
지금처럼.
“아니, 그게 아니고. 기분은 들뜨고, 가슴이 두근대애애에. 이렇게 꺾어주라고.”
최율리가 한껏 가다듬은 어조로 화를 참으며 말을 이었다. 한이설의 파트는 많지도 않았는데 연습 시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시 해볼게요.”
한이설은 연습은 하고 있었지만 최율리의 말을 이해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노력하고 있는 건데 티가 안 나는 건가? 청우가 순간 흠칫 깨달았다. 나도 습관 고치기 전까지 저러고 있었나?
끝도 없는 소모전에 다른 생각을 시작한 청우가 그도 저렇게 고집불통에 고치지도 않고 고쳤다고 우겼냐며 김해월에게 자기반성을 하는 동안 최율리는 다시 한이설을 붙들고 있었다.
“여기는 첫사랑을 보고 설레지만 말을 걸지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야 하니까 그냥 마냥 밝고 높게가 아니고 좀 더 이런 감성을 담아줘.”
“다시 해볼게요.”
한이설이 몇 소절 안 되는 자신의 파트를 다시 연습했고 이제 잦은 연습으로 이것이 길어질 것을 직감한 팀원들은 각자 흩어져 개인 연습을 시작했다.
“근데 율리 형이 이설이 형한테 엄청 엄하긴 하네요.”
팀 내 제일 막내인 김해월이 형들의 눈치를 보며 청우에게 속삭였다. 팀원이 모두 노래를 잘하면 좋겠지만 사람에겐 한계라는 것이 있지 않나? 김해월은 한이설의 노래 실력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최율리가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죽어라 하다 보면 늘긴 해.”
청우가 중원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대꾸했다. 인간은 죽기 직전까지 계속 굴리고 악착같이 괴롭히면 변하긴 했다. 한계가 있긴 하지만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 한계도 좀 뛰어넘긴 하던데.
이전에 했던 것처럼 절벽에 세워놓고 음을 못 올리면 한 뼘씩 밀어붙이면 알아서 음도 올리고 하던데.
청우가 도망치지 않고 남았던 몇 안 되는 제자들을 떠올리며 잠시 그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버틴 애들은 걔네들밖에 없었지. 지금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이설이 형 파트를 아예 후렴구로 바꾸면 되지 않아요? 형이랑 제가 화음 넣으니까 잘 안 들릴 텐데. 그게 완성도는 더 높을 것 같아요.”
순한 얼굴로 한이설의 목소리가 거의 안 들리게 파트를 빼버리자는 제안을 하는 김해월을 청우가 흠칫하여 바라보았다.
이 녀석 매정한 면이 있다. 서바이벌이니 카메라에 얼굴은 비춰주게 해주겠다 뭐 이런 건가. 가만 보면 순한 얼굴로 최율리보다 냉정한 놈이었다.
“그러게. 나도 거기 한 표. 시간 아까워. 저거 나 주면 내가 더 잘 살릴 수 있는데.”
현지원이 은근히 끼어들어 와서 파트 욕심을 부렸다. 자작 랩으로 한 파트를 통으로 맡았지만 다른 것도 욕심이 나는 듯했다.
“널 줄 바엔 내가 한다.”
청우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뒤에서 팀원들이 자신의 남은 파트마저 노리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이설은 영 이해 못 하겠다는 눈을 하면서도 최율리의 말을 따랐다. 최율리는 한이설을 포기할까 하다가도 곡의 완성도를 생각해 다시 마음을 잡는 게 보였다. 한이설의 파트 음을 하나하나 따서 그에게 가르치고 있었다.
“그룹으로 하는 게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네. 꼭 이렇게 모두를 끌고 가야 하는 건가.”
청우가 진이 빠진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그동안 우리끼리 안무나 맞춰보자며 김해월과 현지원, 리콰이창을 데리고 거울 앞에 섰다.
“뭐, 데뷔는 누구랑 어떻게 할지 모르는 거잖아. 팬들은 실력만 보지 않아. 실력이 없어도 다른 요인으로 인기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해. 그런데 결국은 실력이 뒷받침되어 주지 않으면 길게 못 가지. 카메라에 잠깐 얼굴만 비추더라도 그룹은 함께 활동해야 하잖아. 리더가 그래서 힘든 거지.”
뭐지, 현지원 얘가 너무 정상적인 소리를 하는데.
김해월도 그런 걸 아는 사람이 그렇게 권력을 휘두르며 애들을 왕따 시키고 그랬냐는 얼굴로 현지원을 쳐다보았다. 아무 말 안 했지만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김해월의 시선조차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한 청우가 나머지 팀원들과 안무 연습을 시작했다.
이제 무대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다들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이제 전체 미션 무대도 몇 번 남지 않은 거로 알고 있었다. 이번 아티스트 평가로 탈락되는 멤버는 5명. 콘셉트별로 어울리지 않는 멤버 1명이 마이너스 표를 받게 되고 시청자 투표 및 멘토 평가, 인성평가가 종합되어 하위 5명이 탈락하게 된다.
이번 미션 후 남은 20명 중 최종 데뷔 멤버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제는 탈락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순위를 올리고 사람들의 눈에 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데뷔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다른 팀원들과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는지도 중요한 선발 요소 중 하나였다.
그때 밖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끼이이익- 쾅!
“뭐, 뭐야?”
춤 연습을 하던 팀원들이 놀라서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최율리와 한이설도 노래를 멈추고 창문을 바라보았다.
얼어붙은 연습생을 가르고 청우가 먼저 창문 쪽으로 가 보았지만 건물 구조상 보이지 않는 위치였다.
“뭐지? 잠깐 보고 올게.”
요즘 주위를 살피는 일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청우였기에 사소한 일도 꼭 눈으로 살펴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청우는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연습실을 빠져나와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타고 빠르게 올라갔다.
잠겨있는 옥상 문 정도야 손쉽게 비틀어 손잡이를 뺐다가 다시 넣으며 옥상 꼭대기로 올라온 청우는 다리에 힘을 주어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신법을 사용했다.
스튜디오가 있는 건물의 앞쪽으로 자동차 한 대가 벽을 들이받은 사고의 현장이 보였다. 차의 앞부분이 부서져 잔해가 떨어져 있었고 찌그러진 문 사이로 운전자가 나오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문이 찌그러져 아무리 손잡이를 당겨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고 있자 청우는 나뭇가지 하나를 꺾어 내력을 실어 날려 보냈다.
퉁-
자동차 앞문의 찌그러진 부분을 펴면서 문이 열렸다.
간신히 내린 운전자가 사람들을 향해 갑자기 차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설명하는 소리가 들렸다. 운전자가 빠져나오자 차에서 연기가 올라오더니 앞부분에 불이 붙었다.
“소화기! 소화기!”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와 함께 건물에서 어떤 스태프가 소화기를 들고 뛰어나갔고 불은 금세 제압되었다. 차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운전자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건?’
청우가 서 있는 반대편으로 검은 옷자락이 한 번 펄럭이더니 사라졌다.
아무래도 이상한데?
요양원에서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해서 그냥 일이 좀 많았다고만 생각했는데 청년들의 생기로 가득한 스튜디오에서 뜬금없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최근 건물 위에서 사람을 향해 물건이 떨어지거나 스튜디오로 들어오는 도로 쪽에서 사고가 자주 일어났다. 무대 위에 잘 걸려 있던 현수막이 떨어지거나 강당에 매달린 빔프로젝터가 떨어지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 정도는 이곳에서 늘 소소하게 일어나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보니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왠지 꼭 세상이 저승사자를 이쪽으로 자꾸만 보내고 싶어 하는 듯한…….
기분 탓이겠지?
청우는 빠르게 옥상을 빠져나와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아직까진 사람도 죽지 않았고, 저승사자들도 자꾸 기웃거리기는 하는데 딱히 뭔가를 확실하게 알고 오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자꾸만 사고가 나니 그냥 어슬렁거리는 느낌?
‘설마 혼원천의 보호가 멈췄다고 바로 이렇게 이 세계가 나를 밀어내려고 들겠어?’
[이청우가 조심하라고 말합니다.]‘어어, 그래그래.’
태연하게 돌아온 청우가 자동차 사고가 났던 것 같다고 말해주고 크게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하자 팀원들이 안심하며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그거 나 때문은 아니지?”
그러고 보니 돌아온 후에는 현지원의 악의덩어리는 보이지 않았다. 청우는 현지원을 안심시켜 주고는 믿는 종교가 있다면 절실하게 믿고 빌어보라고 일러주었다. 정말로, 간절히 말이다. 사이비종교가 관련된 것으로 보아 이건 저주 계열이 맞는 것 같으니 초월적인 존재가 도와주면 힘이 되겠지.
현지원은 당장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찝찝한 마음으로 청우의 곁으로 와 다시 연습에 몰두했다. 진짜 이것이 이 세계가 이 틈에 그를 몰아내려고 하는 것이라면 다음 업적 수행이 진행되기 전 분명 결정적인 시도가 있을 것이다.
아닐 거라고 믿고 싶지만 대비할 필요는 있었다.
“얘들아, 노래 한 번만 해보고 안무하자. 이쪽은 다 됐어.”
때마침 최율리가 팀원들을 보았다. 한이설의 보컬 교정이 어느 정도 끝난 모양이었다. 아니면 포기했든지.
“…저는 포기한 쪽이요.”
“아니, 저 형 독하더라. 난 교정한 쪽.”
김해월과 현지원이 속닥거렸다. 심지어 리콰이창도 어설픈 한국어로 포기했다 쪽에 걸었다.
-교실 창문 너머
하늘은 파랗고 구름이 반짝여
어쩐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기분이 들뜨고 가슴이 두근대
라라라~
오늘은 좋은 일이 있으면 좋겠어
음, 포기한 쪽이었군.
청우가 한이설의 파트까지 듣고 곧바로 이어지는 자신의 파트를 시작하며 생각했다. 한이설은 한 시간째 하나도 변하지 않은 음정과 박자로 노래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동선을 틀려서 김해월과 부딪힐 뻔했을 때는 청우도 슬그머니 화가 올라오기는 했다.
휴, 아재개그를 하며 기분을 풀어야겠다.
“야, 애들아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도형이 뭔지 알아?”
청우의 뜬금없는 질문에 현지원이 얼굴에 물음표를 띄워 보였다.
“원통. 크크크, 웃기지?”
“너 내가 그거 하지 말랬지!”
저쪽에 앉아있던 최율리가 옆에 있던 수건을 집어 던졌다. 현지원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웃긴데 왜 그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