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68)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68화(68/101)
제68화
정수지는 오늘도 개같이 과장에게 털렸다. 게다가 기다리던 〈블링돌〉은 투표 집계 및 다음 미션을 위해 결방.
한 주의 유일한 낙마저 사라지자 더더욱 우울해졌다. 이 마음을 청우의 이전 무대와 맥주로 달래고자 현관 앞에 누워 휴대폰 잠금을 풀었을 때였다.
[(ENG/JP)〈블링돌〉 TOP25의 MBTI는?!]너튜브에 뜬 20분짜리 영상에 정수지는 비명을 질렀다. 좋아서이기도 했지만 영상 업로드 시각이 무려 2시간 전이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죽어도 야근 안 했지!”
정수지는 그대로 스마트티브이로 달려가 큰 화면으로 너튜브 영상을 재생했다.
“오늘은 〈블링블링 아이돌〉 Top 25를 맞이하여 원석 친구들의 MBTI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세공사 여러분들도 우리 연습생 친구들의 MBTI가 궁금하지 않았나요? 화면 고정해 주세요!”
〈블링돌〉 MC가 내레이션을 맡았는지 익숙하고 발랄한 음성이 영상에 배경처럼 깔렸다. 정수지는 옹기종기 강당에 모여 있는 연습생 중 청우를 찾아내려 애썼다.
“연습생 친구들이 강당에 모였습니다. 오늘은 MBTI 검사와 함께 서로 잘 맞는 궁합의 짝을 찾아 같이 보물찾기 게임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연습생들에게 MBTI 검사지를 나누어주고 있네요. 잘 풀고 있는지 가까이에서 한 번 확인해 볼까요?”
***
아티스트 미션이 끝나자 연습생 사이에는 다시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다시 누가 방출되고 남을지 순위 발표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분위기를 알고 그러는 건지, 제작진은 미니 게임과 운동회 때처럼 다시 연습생들을 강당으로 불러 모았다. 청우는 이런 건 참 괜찮다며 〈블링돌〉 제작진을 칭찬했다. 물론 마음속으로.
“오, 오늘은 〈블링블링 아이돌〉 Top 25를 맞이하여 우리 원석 친구들의 MBTI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세, 세공사 여러분들도 우리 연습생 친구들의 MBTI가 궁금하지 않았나요? 궁금하신 분들은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꾹 눌러주세요!”
오늘도 MC는 연습생들이었다. 막내즈라고 불리는 정이솔과 김해월이었다. 미카엘도 그들과 동갑이었지만 큰 키와 근육이 주는 위압감 때문인지 아무도 막내라고 불러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긴장한 듯 떠듬떠듬 큐카드를 읽던 김해월이 점차 상황이 익숙해지는지 목소리가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을 이야기할 때는 손을 들어 올려 깜찍한 포즈까지 무리 없이 해냈다.
“오늘은 간식 먹으면서 MBTI 검사를 해보고 누가 나와 궁합이 맞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겁니다. 검사 문항이 많기 때문에 빠르게 문제를 풀어주세요.”
반면 정이솔은 김해월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웠지만 쑥스러워하는 모습도 살짝 애교처럼 보이는 김해월에 비해 진중한 태도가 마치 학급 회의를 주도하는 회장처럼 보였다. 믿음직하고 성실한 모습에 청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룸메이트라서가 아니라 정이솔은 어딜 내놔도 애가 빠지진 않는다.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팀 내의 궁합이 매우 중요하죠. 오늘은 나와 가장 잘 맞는 짝을 찾아 함께 문제를 해결해 보며 협동을 얼마나 잘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검사지를 풀고 결과 제출해 주세요.”
스태프들이 가져다 놓은 태블릿을 몇 명의 연습생들이 서로에게 나누어주었다. 연습생들이 웅성거리며 태블릿을 확인하고 검사 문항에 답하기 시작했다. 청우도 자신에게 주어진 페이지를 펼쳐보았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친구를 만든다, 주기적이면 얼마나를 이야기하는 거지? 이번에는 꽤 많이 만들긴 했는데. 이쪽에 표시하는 건가?”
청우가 떠듬떠듬 태블릿PC의 버튼을 눌렀다.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현저하게 느린 속도에 보다 못한 이덕진이 도우미로 따라붙었다.
“여기요, 형. 질문에 대해서 동의하는 정도에 따라서 이쪽부터 이쪽까지 동그라미 칸을 누르면 돼요.”
이덕진의 안내에 따라 청우도 질문마다 답을 체크했다.
‘해야 할 일을 미룬다, 약간 그렇지. 혼자보다 다른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이건 완전 아니지.’
이미 널리 알려진 MBTI 검사이기에 해본 연습생들이 많아 빠른 속도로 다음 검사 문항 화면들이 넘어갔다. 청우가 떠듬거리고 있는 사이 모두 끝낸 연습생들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정이원은 이미 다 끝냈는지 아니면 다른 연습생들의 결과가 궁금한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머리 너머로 화면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야, 너 일이 잘못될까 봐 완전 걱정하잖아. 완전 동의지, 완전 동의.”
“아, 형. 보지 마요.”
청우를 도와주느라 조금 늦어진 이덕진이 정이원의 참견에 귀찮아했다. 별것 아니긴 하지만 자신의 화면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 이덕진과 온갖 데 다 참견하는 정이원을 보면 결과를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정이원 쟤는 오지랖쟁이라고 나오겠지.
20분 후.
가장 늦게 끝낸 청우를 마지막으로 모든 연습생이 MBTI 검사를 완료했다. 제작진이 따로 만든 페이지인지 결과가 제작진에게로 전송되어 연습생들은 자신의 결과를 보지 못했다. 그래도 몇 명은 이미 자신의 결과를 알고 있는 눈치였다.
김해월과 정이솔이 다시 앞으로 나갔다. 이제는 김해월도 떨지 않고 자기 대사를 잘 해냈다. 역시 시키면 실력이 는다니까.
“화면에 뜬 자신의 유형을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유형에 따른 친구 궁합이 잘 맞는 연습생끼리 짝이 되겠습니다.”
제작진이 수합한 결과를 모든 연습생의 태블릿 화면에 동시에 전송했다. 띠링 하는 알림과 함께 모두 자신의 결과를 확인했다.
정이원이 자신의 창을 열어보았다. 청우도 근처에 있었기에 그의 화면을 슬쩍 넘겨보았다.
-ENFP 재기발랄 활동가
: 창의적이며 항상 웃음거리를 찾아다니는 활발한 성격으로 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넘치는 열정의 소유자.
“역시 엔프피 나올 줄 알았지.”
정이원이 알고 있었지만 만족한다는 얼굴을 했다. 청우가 보기에도 이 설명은 정이원에게 딱이었다. 항상 돌아다니며 다른 연습생들과 어울리고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모습에 딱 맞는 설명이었다.
“제법 신기한데?”
검사에 관한 신뢰도가 조금 높아진 청우가 자신의 결과를 확인했다.
-ISTP 만능재주꾼
: 대담하고 현실적인 성향으로 다양한 도구 사용에 능숙한 탐험형.
“내가 재주가 좀 많긴 하지.”
재주가 많고 순발력이 뛰어남.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적으나 속은 다정한 편. 독립적이며 도전정신이 강한 편.
하나하나 뜯어보아도 다 맞는 말이었다. 왠지 좋은 말만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청우는 충분히 만족했다.
“이청우 연습생은 자신의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단상에서 내려와 카메라 하나를 달고 여기저기 묻고 있던 김해월이 다가와서 마이크를 내밀었다.
“맞는 설명 같습니다. 재주도 많고 현실적인 게 딱 저네요. 김해월… 군은 뭡니까?”
김해월이 ISTP라고 쓰인 청우의 결과표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김해월이 보여준 화면에는 INFP가 쓰여있었다. 설명은 호기심 예술가라고 되어 있는데 이름만 보아도 왠지 김해월과 잘 어울렸다. 제법 신통한데? 청우의 신뢰도가 더 올라갔다.
다른 연습생들의 결과도 궁금해진 청우가 정이원에 빙의되어 안면이 있는 연습생들 사이를 어슬렁거렸다.
현지원 연습생은 INTP, 논리적 사색가였다. 얘가 사색가라고? 내가 사색가의 뜻을 잘못 알고 있었나? 청우가 믿을 수 없어져 상세 설명을 읽어 보았다.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매우 뚜렷함. 인간관계를 맺을 때 계산하는 편. 이거 완전 정확하다. 신기하네, 요즘 이런 게 있었단 말이야?”
역시. 자세한 설명을 읽어 보니 현지원에게 맞는 이야기가 꽤 적혀 있었다. 그치, 이 녀석 완전 계산하지. 질문 몇 장으로 사람의 성격을 보지도 않고 파악할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다. 청우가 눈을 반짝이며 다른 연습생들의 MBTI도 확인하러 나섰다.
이덕진은 용감한 수호자, 실용적인 조력가 타입의 ISFJ. 사려 깊고 겸손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함. 책임에 충실하며 규칙을 잘 따르고 다툼이나 갈등을 싫어하며 자신의 감정 표현에 무디고 서투르다.
이덕진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왠지…….
[자신도 ISFJ였다고 이청우가 말합니다.]그럴 것 같았다. 이덕진은 ‘이청우’보다는 더 강단이 있는 성격이었고 차이가 있긴 했지만 비슷한 결이 있는 느낌이었다.
이거 완전 정확하다!
그새 MBTI 신봉자가 되어버린 청우는 다른 연습생들의 것도 보기 위해 희희낙락 움직였다. 그 사이 옆에서는 정이원과 이덕진이 ISTP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더 찾아보며 어쩐지 그렇다 했다며 쑥덕거렸다.
“어쩐지 먼저 안 하면 연락을 잘 안 하더라고.”
“저는 답장 씹힌 적도 있었어요. 약간 공감도 못 하는 것 같지 않아요?”
“맞아. 가끔 내가 의욕을 낼 때마다 찬물 부을 때가 있어. MBTI는 역시 과학이야, 과학.”
무어라 이야기 나누는 둘을 뒤로하고 청우는 다른 이들의 검사지를 구경하러 돌아다녔다. 이석진은 ESFP, 자유로운 영혼 타입이었고 김성진은 ENFJ, 정의로운 사회운동가 타입이었다. E는 여기저기 참견하고 나서는 타입이구나. 그리고 또 한 명의 E인 ESTP 미카엘이 나타나 셋이 주지호 주변에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E들에게 둘러싸인 주지호가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으로 대화에 어떻게 끼어야 하는지 난감한 얼굴이었다. 저건 딱 봐도 I네.
“ISFP는 호기심 많은 예술가래. 완전 연예인에 딱 어울리는 수식어다. 태생부터 연예인!”
“와, 지호 형은 잘생겼는데 수식어도 완전 좋네요. 저는 사회운동가인데. 그래서 내가 잘 나서나?”
“저는 사업가인데요. 사업을 했어야 하나? 그런데 저희 할아버지가 사업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던데. 사업한다고 밖으로 나돌아다니면 한량처럼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네 할아버지는 조선 시대에 캐나다로 넘어가신 것 같아.”
“앗, 형. 그거 패드립.”
“그럼 편집, 편집해 주세요!”
이석진이 두 손으로 가위 모양을 만들어 자르는 시늉을 했다. E들의 주접 속에 갇힌 주지호를 꺼낸 정이솔이 주지호에게 질문을 던졌다.
“주지호 연습생은 자신의 MBTI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창의적이거나 하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어떤 점에선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제 특성을 잘 살려서 팀에 도움이 되어 보겠습니다.”
“혹시 자신이 E라는 생각은 해보셨나요?”
“아니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하는 주지호를 지나 미카엘에게 정이솔이 물었다.
“혹시 자신이 I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종종? 제가 항상 사람 많이 만나고 늘 친해지는 건 아니거든요. 저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형들하고 놀다가 숙소로 돌아올 때면 가끔 제가 I인가 싶을 때가 있었는데 결과는 ESTP네요. 하지만 행동지향적인 건 맞는 것 같고, 제가 불합리한 규칙을 싫어하는 것도 맞아서요. 얼추 제게 맞게 잘 나온 것 같습니다.”
“네, 스스로 I라고 착각하는 MBTI로 유명해서 물어봤습니다. 미카엘 연습생 I들은 집 밖을 잘 안 나갑니다. 그럼 다음 연습생으로 인터뷰 넘어가 볼까요?”
정이솔은 곧바로 뒤에 따로 앉아 있는 현지워노가 한이설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은 INTP로 MBTI가 똑같았다.
둘 다 닮은 데가 있었지, 하고 청우가 납득했다. 이 검사 침 신통방통하네. 현지원과 한이설이 서로 결과가 같은 것을 알고 짧게 감상을 내뱉었다.
“똑같네.”
“그렇네.”
저렇게 비슷하지만 서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다.
연습생 대부분의 MBTI 결과 확인이 끝났다. 신기한 이 검사에 대해 청우는 엄청난 신뢰도를 가지게 되었다. 이쪽 세계 사람들은 확실히 똑똑한 것 같다. 이런 걸 어떻게 알아내었담?
이제는 궁합이 잘 맞는 짝을 발표할 차례였다.
“이제 화면을 봐주세요.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연습생과 함께 짝이 되어 꼬리잡기 게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꼬리잡기의 규칙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 무대는 스튜디오 전체이고 짝끼리 한 명에 한 개씩의 꼬리가 주어진다.
두 번째, 한 시간이 전까지 꼬리를 4개 모으면 성공, 성공한 팀에게는 1분의 자기PR 시간이 주어진다.
세 번째, 모든 꼬리를 잃었어도 다른 사람의 꼬리를 빼앗으면 다시 꼬리를 달 수 있다.
다른 사람의 꼬리를 빼앗으면서도 자기 꼬리를 지켜야만 3개를 가질 수 있고 한 시간 동안 유지해야 하니 전략이 중요한 게임이었다.
김해월과 정이솔은 꼬리잡기 규칙 설명을 끝내자마자 지체 없이 짝을 발표했다.
ENFP인 정이원과 ENFJ인 최율리가 한 팀이 되었다. 한 번도 같은 팀을 해보지 않은 두 사람은 서먹서먹한 얼굴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아, 안녕하세요.”
“아, 네, 응. 안녕.”
처음 보는 정이원의 어색한 모습에 청우와 이덕진이 키득거렸다. 천하의 정이원이라도 최율리는 형이고 연습생으로서는 선배이고 나름 위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라 어색한 모양이다.
이어서 청우의 짝도 발표되었다. 청우는 ISFP인 주지호 연습생과 한 팀이었다. 다른 녀석들보다 이 녀석은 편하지. 주지호는 성격도 온순한 데다 청우에게 신뢰를 보여주었기에 청우는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나만 믿고 따라와, 알았지?”
“응!”
진행을 맡고 있던 김해월의 짝은 현지원이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하며 청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해월 연습생은 현지원 연습생과 팀이 되었네요. 현지원 연습생은 어떤 형인가요?”
정이솔의 질문에 김해월이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 똑똑하시고 춤도 잘 추고 실력도 좋고요. 리더십도 있으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왠지 조금은 어려운 형?”
현지원이 김해월의 대답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야? 계속 어려워하라는 건가.
한쪽에서는 계진성과 미카엘이 팀이 되었는데 평소에 대화를 거의 안 해본 것과는 다르게 나름 조화로운 모습이었다.
“형, 같은 팀은 처음이네요. 우리 잘 해봐요. 와, 진짜 신나네요. 제가 운동을 좀 하는 편이니까 열심히 뛸게요.”
“너 몸 쓰는 거 진짜 잘하더라. 춤도 잘 추고, 인기도 많고. 야, 나 좀 잘 부탁한다. 근데 너 부티가 난다? 좀 사는 집인가?”
어휴, 저 속물. 현지원과 멀어지는 기미가 보이니 다른 녀석에게 붙으려는 건지 계진성의 질문에 눈치 없이 미카엘이 캐나다에서 화목하게 살고 있다고 대답하는 것을 보며 청우가 고개를 돌렸다.
김성진과 한이설이 한 팀이 되었는데 저긴 진짜 안 어울렸다. MBTI의 궁합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관상을 배운 청우가 보기에는 분명 김성진이 많은 고생을 할 것 같이 보였다.
“이설이 형, 같이 잘 해봐요! 제가 여기로 움직일 테니까 형이 절 잘 따라오면서…….”
“아니, 난 움직이기 싫은데.”
“그, 그러면 형은 여기 숨어 계시고 제가 갔다 올까요?”
“응. 맘에 든다. 힘내라.”
나머지 연습생들도 대부분 짝을 찾았다. 짝이 완성되자 제작진들이 꼬리를 주었는데 알록달록한 색색의 천들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찍찍이로 되어 있어서 세게 당기면 떨어지는데 한 번에 하나의 꼬리만 뗄 수 있다고 해 청우가 조금 실망했다.
‘금나수(擒拿手)의 무공을 쓰면 한 번에 몇 개씩도 뗄 수 있는데.’
준비 시간이 되자 연습생들이 출발 준비를 했다. 한 군데에서 몰려서 몸싸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제비뽑기로 정해진 순서대로 30초씩 텀을 두고 출발하기로 했다.
첫 팀은 미카엘, 계진성 팀이었다. 매번 3위 안에 드는 미카엘을 따르기로 했는지 계진성은 마치 현지원을 대하듯 미카엘을 대하고 있었다. 미카엘은 그런 계진성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승부에 불타는 눈이었다. 출발 소리가 나자 미카엘이 무서운 속도로 계진성의 팔을 끌고 뛰어 올라갔다.
‘역시 무골!’
미카엘은 청우는 물론 연습생들도 절로 감탄할 만한 몸놀림을 보이며 폭주 기관차처럼 뛰어가고 잠시 후 다음 팀인 이덕진과 윤시오가 대기했다.
이덕진은 덩치는 크지만 마음이 약한 편이고 윤시오는 성격이 까칠하지만 체구가 작아 노리는 팀들이 많았다. 그래서 멀리 이동할 속셈인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발했다. 잠시 후 칸칸이 나눠진 연습실들이 많이 모여 있는 3층에서 멈췄다.
다음은 청우의 팀 차례였다. 청우가 주지호에게 눈짓을 하자 주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말해둔 작전대로 움직일 참이었다. 청우는 빠르게 계단을 뛰어올랐다. 주지호도 지지 않고 따라 올라왔다.
***
“과연 어느 조가 살아남을 것인가! 결과는 본방으로 만나요! 〈블링블링 유어 아이돌〉은 세공사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다음 주에 만나요!”
어설프게 끝난 영상에 정수지가 들고 있던 맥주캔을 쾅 하고 내려놓았다.
“이게 뭐야! 결방이면 너튜브라도 길게 내달라고!”
지상파 서바이벌답게 〈블링돌〉은 유튜브 콘텐츠가 거의 없고 끽해야 정직한 직캠밖에 없었다. 이러고 다음 주까지 도대체 어떻게 기다리라는 건지. 정수지는 옆에 있던 쿠션만 주먹으로 쳐댔다.
그러고 보니까 내 MBTI는 어떻더라? 정수지는 휴대폰은 켜 초록색 창에 ‘MBTI 검사’를 검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