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70)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70화(70/101)
제70화
“〈블링블링 유어 아이돌〉! 당신의 원석을 보석으로 탄생시켜 주세요! 이제 꿈을 가지고 모였던 연습생들은 겨우 20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과연 이들 중 누가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마지막까지 함께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마지막 미션이 주어집니다!”
MC의 말이 끝나자 커다란 스크린에서 20명의 연습생 사진이 어지럽게 날아다니더니 정렬되고는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사라지더니 ‘Final 미션’이라는 글자가 떴다.
-Final 미션
: 프로듀서가 만들어 준 신곡으로 대결하기
“프로듀서가 만들어 준 신곡이라면 데뷔 그룹 앨범에 들어가는 곡인가?”
누군가 중얼거린 말에 연습생들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데뷔란 글자는 모두의 마음을 뒤흔드는 힘이 있었다.
“이제 대망의 최종 미션입니다. 마지막 미션은 신곡 대결인데요, 프로듀서님들이 만들어 준 멋진 신곡으로 총 4팀이 대결을 펼칩니다. 팀 대결로 1위를 한 팀은 전원 베네핏 점수를 받게 됩니다.”
이제는 탈락보다 등수를 올리는 것이 중요해졌기에 연습생들은 마음속으로 자신의 순위와 데뷔 순위에 들려면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최종 데뷔 인원은 6명. 6위 안에 들면 꿈에도 그리던 데뷔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순위 변동이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마지막 미션에서는 모든 연습생의 팬들과 시청자들이 결집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이니 할 수 있는 모든 표 수가 동원될 텐데 그럼 지금까지의 순위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 미션인 만큼 특별한 룰이 적용됩니다! 앞으로 세공사들은 최종적으로 만들어질 그룹의 이미지를 생각하여 그룹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연습생에게는 플러스가 되는 투표 점수를,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연습생에게는 마이너스 점수를 주어 내가 원하는 이미지의 그룹이 될 수 있도록 세공하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 미션에 마이너스 점수라니! 연습생들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 악독한 방송국 놈들이 마지막에 어그로를 끌기 위해 가장 잔인한 룰을 가져왔다!
이전에도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도입한 적이 있는 마이너스 점수는 연습생들에게는 매우 잔인한 제도였다. 마이너스 점수가 도입되는 순간 팬덤 싸움이 시작되며 등수가 파도치듯이 변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프로그램 제작사로서는 시청률을 올리는 이벤트이기에 잔인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놓지 못했다.
[최종 업적 – 테이션의 그림자를 해결하고 1위로 데뷔하기]‘하, 1위로 데뷔하기라. 근데 테이션의 그림자가 뭐지?’
처음 들어보는, 아마도 연예인일 것 같은 사람의 이름에 청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번 업적 달성은 곧 데뷔와 연결되니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었다.
“너, 테이션이 누군지 알아?”
청우가 옆자리의 김해월을 잡고 채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앞에서 누군가 들어오고 연습생들이 환호했다. MC가 특별 심사위원이라며 한 명씩 차례로 설명했다.
“마지막 미션이니 만큼 직접 현직 가수분들의 멘토링을 들을 수 있도록 특별 심사위원들을 모셨습니다. 특별 심사위원들은 각 팀의 멘토가 되어 팀의 무대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실 겁니다. 이 특별 멘토들은 여러분의 무대와 곡, 안무에 대한 고민뿐 아니라 아이돌 선배로서 여러분들의 꿈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실 겁니다.
첫번째 멘토부터 소개합니다. 중독성 있는 노래와 멋진 퍼포먼스로 K-pop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는 걸그룹 ‘Z-one’의 메인댄서 세연입니다!”
여자 아이돌의 등장에 연습생들이 지금까지 중 가장 열렬한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Z-one의 경우 중독성 있는 후렴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걸그룹이고 그만큼 팬이 많았다. 아마 여기 있는 연습생들 중 팬인 사람도 꽤 많을 터. 평소에는 연습생 신분이었기에 대놓고 팬심을 드러낼 수는 없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마주하게 되니 신이 난 듯했다. 그렇다고 해서 멘토 입장으로 온 그들에게 다가가거나 친해질 수는 없지만 팬심이란 가까이에 있는 것만 해도 좋은 법이다.
“다음은 3세대 대표 보이그룹 ‘더 맨즈’의 멤버이자 프로듀서, 유성입니다! 한국저작권협회에 최연소로 등록되셨다죠. 그리고 또 엄청나신 분입니다. 그룹은 물론 솔로로서도 화려한 활동 이력을 가지고 계시죠. 홀로 세계 각국 콘서트를 매진시킨, 그룹 ‘엔트리스’ 출신이자 이제는 ‘JIP’의 이사님이신 종혁입니다!”
“우리 대표님 멋지다!”
연습생 중 유일하게 종혁의 소속사인 JIP출신 황지혁이 혼자 환호했다. 연예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모두 이름을 들어보았을 유명인들의 등장에 연습생들도 들떠 있었다.
“마지막으로 국내 아이돌로서는 최초로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아이돌이라 할 수 있는 그룹 ‘솔져스’의 멤버 테이션까지 특별 심사위원으로 초대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심사위원에 연습생들 함성이 스튜디오를 무너뜨릴 듯 커졌다. 몇몇 연습생들은 헉, 흡, 하며 숨을 급히 들이마셨다. 훤칠하게 잘생긴 남성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이는 20대 중후반 정도? 이번 미션에서 저 사람의 그림자를 해결해야 한다는 거로군. 그런데 그림자를 해결한다는 게 무슨 뜻이지? 청우가 테이션을 낱낱이 훑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룹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다. 영상이나 노래도 참고하면서 몇 번 본 것 같고.
해외 순방 공연을 매년 나갈 만큼 유명한 그룹이라지? 남자 연예인인데도 환호성이 가장 큰 것을 보니 여기서 가장 거물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오히려 테이션의 등장에 김해월은 여자 아이돌인 세연이 등장했을 때보다 더 떨려 했다.
“형은 어떻게 테이션을 몰라요? 요새 ‘솔져스’를 모르면 간첩이죠. 두유노 클럽 1인자잖아요. 월드클래스 인기야 말할 것도 없고 일단 개멋지잖아요. 게다가 테이션은 제 롤모델이에요.”
눈까지 반짝거리는 김해월이 꼭 테이션의 멘토링을 받고 싶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런데 왜 ‘혼원천’은 콕 집어 그의 그림자를 해결하라고 한 것일까? 그림자는 은유하는 표현인지, 말 그대로 진짜 그림자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쪽으로 불친절한 혼원천은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있었다. 알아서 잘 해결하라는 것이겠지.
저 사람을 콕 집어서 혼원천이 미션을 준 걸 보면 어떻게 되든 저 사람과 엮여야 한다는 건데. 고작 연습생인 자신이 저 사람과 엮이려면 이번에 저 사람이 멘토링 하는 곡을 고르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특별심사위원들은 작곡가와 연계하여 여러분들의 곡 프로듀싱에 함께 참여하고 멘토링과 프로듀싱을 겸해주실 겁니다. 여러분의 실력과 결과가 특별 심사위원님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할 수도 실망하게 만드실 수도 있겠죠. 각자 자신의 실력을 200% 발휘할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이번에 만들어진 신곡 중 우승한 팀은 이번 방송국 B사와 음악 플랫폼 S사가 부산에서 진행하는 특별 가요축제 B.M.W(Busan Music of world fesitival)의 10만 관객과 전 세계 시청자들 앞에서 무대를 선보일 기회를 갖게 됩니다. 이제 데뷔 후의 미래가 그려지시나요? 그러면 데뷔팀의 신곡이 될 곡들을 먼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어 4개의 신곡이 차례대로 공개되었다. 새로운 곡들은 각기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곡 하나 빠지지 않고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나서 이제 프로그램 측에서도 진짜로 데뷔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청우는 그중 두 번째 곡인 ‘wild’가 마음에 들었다. 사회를 야생에 비유하여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의 심정을 노래했는데 어쩐지 그의 처지나 과거와 공감되는 부분이 있기도 했고 곡도 가장 귀에 잘 들어왔다.
지금까지 자신이 익혀왔던 장르는 아니지만 청우는 음악을 해왔던 사람으로서의 감이 있었다. 그가 했던 경력은 어디 가지 않기에 장르는 달라도 현 세계로 넘어오며 성공한 아이돌 음악, 새로운 장르의 음악들에 대해 꾸준히 듣고 공부하며 귀를 트였다. 그가 듣기에 이 두 번째 곡은 ‘wild’는 충분히 사람들에게 먹힐 만한 곡이었다. 조금 빠르면서도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박자와 한번 들었음에도 바로 따라부를 수 있을 만큼 중독적인 멜로디에 청우는 감이 왔다.
테이션이고 뭐고 이 곡을 골라야겠다.
“여러분이 곡을 고르면 곡별로 담당 특별 심사위원이 간단한 오디션을 볼 것입니다. 이후 심사위원들이 멘토들과 상의 후 곡에 어울리는 멤버를 선정하여 프로듀싱을 시작해주실 겁니다. 물론 여기서 선정된 멤버가 최종 데뷔 멤버가 아니라는 점은 잘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디션 내의 오디션이라. 최종 미션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업적 달성까지 해야 해 머리를 복잡하게 굴리고 있는 청우의 뒤로 정이원이 김해월을 붙들고 어느 곡이 좋은 거냐며 떠들고 있다가 눈이 마주쳤다. 정이원이 지금이 기회라는 듯 눈을 빛내며 다가왔다.
“근데 천마님, 요새 왜 우리를 멀리하는 느낌이 들지요? 혹시 같은 팀이 아니라고 차별하는 건가? 그럼 나 운다? 울어?”
“엇, 전 같은 팀이라 청우 형이 더 잘해주시는 건가요? 아싸, 개이득.”
정이원의 너스레에 김해월이 같이 능청을 떨었다. 김해월의 얼굴에는 장난기만이 가득했지만 정이원은 눈빛이 진심이었다.
이전의 업적 실패 이후 이곳에서 새로 만난 인연에 너무 마음을 깊이 주고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낸 것 같아 경계심이 들었다. 그래서 은근히 자신의 속을 찔러오는 정이원이나 이덕진, 김해월에게 마음속으로 선을 그어두고 있었다.
여기저기 오지랖 떨고 다니는 녀석답게 빠른 눈치를 가지고 있으니 청우가 그에게 은근히 선을 그은 것을 벌써 눈치챘나 보다.
“수청을 들고 싶으면 우리 교로 전향하거라. 신교에는 자리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아쉽습니다만 소자, 기독교이옵니다.”
농담으로 넘기자 정이원이 농담으로 받아치며 그를 한 번 보고는 미련 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섰다. 청우가 선을 그은 것을 눈치챘고 자신의 의사는 전달했으니 이후 관계는 청우의 몫이라는 거겠지.
멀어지는 정이원의 뒤를 보고 있자니 입맛이 쓰게 느껴졌다. 여기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을 긋고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여겼는데 돌아선 등을 보니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충분히 고심한 후 곡 선택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곡을 고르면 각 곡의 오디션장으로 입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념에 잠기기 전에 곡 선택의 시작을 알리는 MC의 말이 울려 퍼졌다. 다른 고민은 목표 달성 후로 접어두자. 여기서 자칫하다간 그 말고도 ‘이청우’의 목숨까지, 두 사람의 생명이 날아간다. 청우는 염두에 두었던 두 번째 순서의 곡, ‘wild’의 오디션장으로 정해진 연습실로 향했다.
“어? 또 만났네.”
찝찝한 얼굴로 ‘wild’ 오디션장 문 앞에서 정이원과 다시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