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76)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76화(76/101)
제76화
“으악!”
심장까지 진기가 뚫고 들어가자 이번에는 정말 고통을 참을 수 없었는지 테이션이 비명을 지르며 손을 빼내려고 들었다.
“뭐야, 아프……!”
“잠시만요.”
청우는 빼내려는 그의 손을 강하게 붙들고 정순한 진기를 더 밀어 넣었다. 한 번 길을 뚫었으니 이젠 전처럼 아프진 않겠지. 그리고 테이션의 기를 흡수하고 있던 누군가에게도 청우의 정순한 진기가 닿았을 것이다.
그 순간 테이션의 그림자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듯 원래 크기의 몇 배나 커지고 색이 진해지며 벽 쪽으로 퍼져 나갔다.
“우와, 이런 건 처음 보네.”
청우가 손목을 놓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서자 테이션이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의 그림자가 위로 솟구치더니 테이션을 덮듯이 뒤에서 끌어안았다.
[이건 내 거야!]악귀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갈라지며 튀어나왔다.
“어딜!”
청우가 내공을 쏘아내자 그림자에서 여자의 실루엣으로 변한 악귀가 고통스러운 듯 몸을 떨다가 다시 기세를 일으켰다.
[내 거야! 안 줄 거야!]악귀가 발악하며 테이션의 기운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악귀와 직접 접촉하며 기운을 빼앗기고 있던 테이션의 고개가 푹 꺾어졌다.
‘죽은 건 아니고, 정신을 잃었나 보군.’
누군가에게 존재를 들켰다고 생각하니 악귀가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기운이 강하게 솟구치며 일렁거리다가 청우 쪽을 향해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도 청우가 방해되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린 거겠지.
하지만 감히 어딜. 숙련된 무림인인 청우가 무기를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아.
“내 피리… 도 없고, 비… 파도 없지.”
익숙했던 이전 생을 생각하며 허리춤을 뒤졌지만, 손에 딱 맞던 그의 피리도 비파도 이미 저쪽에 있는 그의 무덤에 같이 묻혀 있겠지.
선계의 주머니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지금은 가진 것 하나 없는 청우가 아쉬운 대로 손가락을 입에 대고 휘파람을 불며 소리에 공력을 얹어 악귀를 공격했다.
“만음신공, 음천화우(音天華雨)!”
휘파람 소리를 타고 올라간 공력이 꽃잎처럼 나풀나풀 떨어져 내렸다. 벚꽃이 휘날리듯 사뿐히 내려온 꽃잎은 매서운 소리와 함께 청우의 공력을 담아 악귀에게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키아악! 내 거야! 건드리지 마! 나만 가질 거야!]악귀가 비명을 지르며 강하게 힘을 발사하자 공력과 악귀의 힘이 상충되어 사라졌다. 저 악귀가 힘을 많이 쓴 것 같지도 않은데 이 정도의 공력을 단번에 상쇄하다니 대단히 강한 상대였다.
단숨에 공력이 사라지자 청우는 역공을 대비해 공력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예상했던 공격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렇게 힘을 키웠으니 엄청난 경험과 원한을 가진 악귀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악귀의 상태가 어설픈 느낌이다. 원한으로 폭주하여 청우를 재차 공격하거나 했으면 위험했을 텐데 공격보다는 테이션을 끌어안고 감추기만 했다. 힘을 쓰는 것도 어설프고 같은 말만 반복했다. 이지가 거의 사라진 상태인 것 같았다.
‘이걸로는 안 되겠는데.’
악귀의 상태가 어설프니 이 정도 공력이면 상대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악귀에게는 별다른 타격은 주지 못한 것 같다. 위협이라도 느끼면 물러날까 싶었는데 저 악귀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저 테이션을 껴안기 급급했다. 자신이 들어온 후 시간이 조금 흐른 데다 카메라가 오래 가려져 있으면 분명 제작진이 개입할 게 뻔했다.
조금 서둘러야겠는걸.
저승사자가 올 위험을 감수하고 영력을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더 강한 공력으로 몰아치면서 기회를 엿볼지 결정해야 할 순간이었다.
“어디 무기가 될 만한 게 없나?”
[저쪽을 보라고 이청우가 말합니다.]‘이청우’가 가리킨 곳에는 테이션의 것으로 보이는 기타가 하나 있었다. 기타를 칠 줄 몰랐지만 그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휘파람은 공력을 지탱하기엔 너무 약한 가락이었다.
‘저거라도!’
남의 악기는 함부로 만지지 않는 것이 악사들의 암묵적인 규칙이었지만 다급한 상황이니 그 정도는 무시해도 되겠지. 게다가 그의 이 노력은 테이션을 구해주기 위한 것이니 이 정도야 뭐.
기타를 들고 치려니 비파와 생김새가 비슷하나 줄이 2개나 많고 한 줄 퉁겨보니 소리도 달랐다. 서둘러 줄을 하나씩 퉁기며 소리를 파악하는 동안 악귀는 테이션을 끌어안은 채 청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 거… 위협…….]몇 번의 공격 끝에 청우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위협이 될 거라고 느낀 악귀는 크기를 줄였다 키우며 청우의 빈틈을 노렸다. 청우가 제일 위의 줄을 퉁기는 순간.
[캬아아악!]청우가 우려했던 대로 이제는 악귀가 공격하기 시작했다. 검은색 연기 같은 기운이 뾰족한 칼날처럼 변해 청우를 향해 날아왔다.
“우왓!”
청우가 기타를 든 채로 몸을 피하자 매끈한 나무로 되어 있던 연습실 바닥에 도끼로 찍은 듯 자국이 남았다.
“으아악! 안 돼! 이 하나 도움도 안 되는 귀신 같으니! 이건 어떻게 변명하지?”
가능한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던 청우가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했지만 악귀는 그의 사정 따위 알 바 아니라는 듯 연달아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쉴 새 없이 퍼부어지는 칼날에 청우가 데굴데굴 피하다가 연습실에 생채기가 더 많아지는 것을 보고 일어서서 악귀를 마주 보았다.
우선 악귀부터 달래야겠다. 청우가 악귀를 달랠 만한 노래를 떠올려보며 기타로 음을 가늠하는 동안에도 악귀는 청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키에에에에엑!]청우는 만음신공을 펼치며 입을 열었다.
“去者日以疏(죽은 자는 점차 멀어지고)
生者日己親(태어난 자는 점차 가까워진다)!”
중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시가를 사용해 보았는데 한 줄도 먹히지 않는 것 같았다.
이게 아닌가? 어쩌면 이쪽의 노래로 해야 뜻이 통할지도 모른다.
이 세계의 노래를 당장 부를 정도로는 기억하지 못하는 청우가 머리를 쥐어 짜냈다. 뭐든 뜻만 통하면 될 것 같은데…. 아!
“반짝반짝 작은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빛나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빛나네.
자장가로 많이 쓰이는 노래를 연주하며 공력을 싣자 차분한 곡조와 함께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악귀의 품에 있던 테이션의 표정이 점차 편안하게 잠들듯 변했다. 악귀도 표정이 풀리며 나른하게 변하며 손에서 점점 힘이 풀렸다.
‘지금인가?’
청우가 연주를 계속하며 다가가 테이션의 팔을 쓱 잡아 끌어보았다.
[…캬악!]테이션이 반쯤 빠져나가자 정신을 차린 악귀가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팔로 청우의 팔을 쳐냈다.
“쳇, 안 먹히네.”
확실히 이쪽 세상 노래가 잘 먹히는 것 같은데, 문제는 청우가 알고 연주할 수 있는 노래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청우에게 ‘이청우’가 말을 걸어왔다.
[악귀가 테이션에게 씌여 있고 그의 생기를 이용해 힘을 쓰는 거라면 그를 깨우는 쪽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라고 이청우가 말합니다.]흐음, 이론상으론 맞는 말이다.
아무래도 본체인 테이션이 깨어나면 그의 정신이 악귀를 밀어내게 되면서 악귀가 몸을 장악하기 어려워지고 당연히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는데 테이션이 깨어나면 이 꼴을 다 봐야 한다는 것이다. 테이션 본인은 인질처럼 악귀 품에 붙들려 있고 자신이 무공을 쓰며 악귀와 싸우는 모습을 모두 볼 수밖에 없다.
최면을 걸 수야 있지만 평소와 상태가 완전히 달라질 테니 아는 사람이 많은 유명인인 테이션에게 그런 짓을 하긴 어려웠다. 전의 그 나쁜 놈들이야 정신병원에 가게 되거나 말거나 신경 안 썼지만 테이션에게 그럴 순 없지.
청우가 가느다랗게 눈을 좁힌 채 정신을 잃고 꼭두각시처럼 흔들리는 테이션을 살펴보았다.
어쩌지. 내 모습을 보여주어도 될 만한 믿을 수 있는 선배가 맞나.
평소엔 몰라도 지금 힘없이 늘어진 모습을 보니 영 못 미덥긴 한데, 마지막 고비가 코앞인 지금 영력을 함부로 사용해서 저승사자를 부르고 싶지도 않다.
악귀의 힘이 꽤 강해 보이니 만일 영력을 사용하여 한 번에 이기지 못하고 싸움이 길어지면 필히 저승의 이목을 끌고 말 것이다.
어쩔까.
청우가 고민하는 동안 악귀도 청우를 완전한 적으로 인식하고 점점 몸집을 부풀려 검은 그림자 곧 천장까지 닿을 만큼 커졌다.
“어휴, 모르겠다. 어이, 선배님! 일어나봐요!”
청우가 목소리에 공력을 실어 크게 외쳤다. 청우의 외침이 공기를 울려 테이션의 몸에 닿아 혈도를 누르자 그가 몸을 부르르 떨며 화들짝 일어났다.
“뭐, 뭐야. 내가 왜 자고 있…… 으아악!”
정면에 보이는 청우의 얼굴을 보고 제가 졸았다고 생각하여 어리둥절해하던 테이션이 그를 둘러싸고 있는 검은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온 길게 찢어진 입과 희번덕거리는 흰 눈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으악! 이건 뭐야, 비켜! 내가 아직 꿈속인가?!”
정신이 든 테이션이 깜짝 놀라 악귀를 뿌리치자 악귀의 검은 그림자가 흔들리며 순간 희미해지더니 테이션이 그 품에서 쓱, 하고 빠져나왔다.
“잘했어요, 선배. 지금이다! 만음신무, 무무대천요(武舞大天謠)!”
만음신공 중 노래와 함께 춤을 추어 더욱 내력을 폭발시키는 무공이었다. 테이션이 어리둥절해하거나 말거나 청우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나쁜 짓을 하면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우리에게 들키지!
“여, 역시 내, 내가 아직 잠에서 덜 깬 건가?”
테이션은 눈앞에서 검은 그림자 형태의 귀신을 앞에 두고 옛날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부르며 최근에 배운 ‘wild’의 안무를 추는 청우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특이할 줄은 몰랐는데. 그는 기상천외한 후배의 모습을 보며 꿈이 분명한 듯해 자신의 뺨을 세게 때려봤다.
“겁나 아픈 거 보니까 꿈은 아닌 것 같은데….”
꿈에서 어서 깨야 한다며 뺨을 자꾸만 때리는 테이션을 보며 청우는 땀까지 뻘뻘 흘리며 춤을 이어나갔다.
당장 기억 나는 노래가 이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최근 연습을 미친 듯이 해서 몸이 ‘wild’ 안무를 기억해냈다.
절대로 의도는 아니었으나, 예상외로 노래와 춤의 박자감이 딱딱 들어맞았다.
…다만 발랄한 노래에 비해 춤이 멋들어져 우스운 꼴이 되었지만,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의 음공은 가사가 상대의 마음에 전달되어야지만 상대의 마음을 진탕시키고 자신이 목표한 만큼의 피해나 영향을 줄 수 있었기에 이 세계로 넘어온 후 모두가 알 만한 노래들을 장르에 관계없이 수집하던 중이었다.
‘이 곡은 자주 써먹을 수 있겠는걸.’
나름 파마(破魔)의 의미를 지닌 가사가 있는 데다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노래였기 때문인지 효과가 대단했다.
악귀는 단번에 흔들려 그림자가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정순한 청우의 내공과 파마(破魔)의 노래가 합쳐진 데다, 생기를 제공하고 있던 당사자인 테이션이 정신을 차리며 악귀와의 연결을 온몸으로 거부하면서 영기 조달에도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청우야, 아프긴 한데, 이거 꿈이지? 아, 촬영. 촬영인가? 아 서프라이즈 깜짝 쇼, 그런 거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테이션이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찾기 시작했다. 청우가 악귀를 몰아붙이기는 했지만 악귀의 힘에 다시 그의 공력이 밀리기 시작하자 테이션을 다그쳤다.
“아오! 선배님, 정신 차리시고 저 좀 도와주세요. 이 귀신 아는 사람인지 확인해 봐요! 무슨 사이인지, 원한이 뭔지! 잘못한 거 있으면 빨리 빌어요!”
“난 지금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어!”
테이션은 청우의 말에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정신을 차리고 악귀의 얼굴을 살폈다. 모르는 얼굴인데, 잠깐.
“아… 우리 집에 무단침입했던 사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