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78)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78화(78/101)
제78화
청우가 빠르게 눈을 돌렸지만 부산스럽게 스태프들이 움직이는 탓에 누구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카메라 소리 같다고 이청우가 말합니다.]‘그치? 나도 들었어. 아무래도 조용히 지나가긴 그른 것 같네. 하지만 멘토님만 해결되면 다른 건 둘러댈 만할 거야’
테이션은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지 태연하게 목의 상처를 옷깃으로 가리며 움직였다. 지진이 난 와중에 어지럽혀서 미안하다고 ‘지진’이란 말을 강조하며 청소하시는 분들과 제작진에게 죄송하니 커피까지 쏘겠다고 넉살을 부리자 아무도 그 이상 질문하지 않았다.
모두가 방송계에서 일하는 만큼 필요 이상의 아는 척은 서로에게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하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연습실은 깨끗하게 치워졌다. 잠깐 사용한 탓인지 영력 사용에 따른 페널티도 없는 듯했다. 다행히 저승사자들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테이션은 청우에게 다시 일을 사사건건 캐묻지도 않은 채 태연하게 같이 스튜디오 내의 카페로 가서 커피도 한잔 사주었다.
청우는 혹시나 그가 다른 소리를 할까 봐 경계하고 있었는데, 테이션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볼 뿐이었다.
[띠링-테이션의 그림자를 해결했습니다. 남은 업적 달성을 위해 더욱 정진해 주시길 바랍니다.]
때마침 혼원천에서 알림까지 떴다. 테이션을 쫓아다니던 그림자는 확실히 해결된 게 맞았다. 그러니 이제 테이션도 더 이상 뭘 묻거나 하지 않고 남은 업적만 잘 해결하면 되는데.
“저기, 멘토님. 그러면 저는 이만 가서 연습해도 될까요?”
청우가 다시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연습 시간에 맞추어 몸을 일으켰다. 사진 찍힌 건 마음에 걸렸지만 테이션이 알아서 하겠지 하고 밀어두었다.
“어… 어…. 그래 다음 연습 때 보자.”
테이션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꺼낼까 고민했지만 설명을 더 듣는다고 해서 상황을 이해하긴 어려울 듯했다.
어쨌든 자신을 구해주었다. 그거면 된 거지.
“파트는 아까 말했던 대로 소화하고, 넌 노래도 잘하는 편이니까 이대로면 미카엘이랑 같이 센터 될 수 있을 거야.”
혹시 더 질문할까 봐 경계하며 청우가 주춤주춤 뒷걸음쳤는데, 테이션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조용히 묻어두겠다는 태도였다.
청우는 깔끔하게 감정을 갈무리하는 테이션을 보고 홀가분하게 뒤를 돌았다.
그 나이답지 않게 제법 믿음직했다. 그래서 성공한 건가 하면서 청우는 연습실로 날 듯이 걸어갔다.
‘믿음직하고 돈도 많은 선배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야지.’
엉망진창이 된 연습실이며 망가진 카메라 수리비가 나오면 자신에게 청구하라고 말하고 아끼는 기타가 망가졌는데도 테이션은 청우에게 돈 이야기는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물론 청우가 가난한 연습생이고 그의 은인이기는 하지만 테이션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까의 상황을 모두 이해하진 못했을 테고 옛말에 물에서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아니면 이 정도는 그에게 푼돈이라는 걸까? 이 세계 아이돌들은 돈을 많이 번다고는 들었는데. 그래도 왕년의 자신이었다면 필요 이상의 돈을 쓰게 만든 존재를 중원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절반은 받아냈을 텐데.
수리비가 나오면 현지원에게 돈을 빌릴 각오까지 하고 있던 청우는 깔끔한 테이션의 태도에 그에 대한 호감도를 최고로 높였다.
게다가 이 마음 넓은 선배는 커피도 사주었다! 잠시 맛있는 음료에 눈이 먼 청우가 ‘자바칩 그린티 크림 프라푸치노’라는 사진 속의 긴 이름을 가진 엄청 맛있어 보이고 메뉴판 중 제일 비싼 음료를 시켰는데도 조금의 눈치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초코드리즐은 추가 안 하냐고 묻기까지 했다!
‘나도 성공해서 저렇게 되고 싶다.’
[성공의 목표가 돈인가요, 라고 이청우가 절규합니다.]아이돌은 돈만 버는 존재가 아니라고 ‘이청우’가 쫑알거렸다. 물론 알고 있다. 이 세계에 와서 여러 가지를 보고 듣고 느끼며 청우도 진심으로 아이돌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거기에 돈도 많으면 최고로 좋겠지.
[신선이 되려면 물욕을 버려야 합니다.]‘혼원천 너까지 안 그래도 이미 알고 있거든. 선계에 돈 싸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너스레는 이제 그만. 이제는 무대에 집중할 시간이다. 이번 일을 통해 영력의 사용법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이전의 생에서 즐겨 쓰던, 내공을 정제해줄 도구로 쓸 만한 부채나 퉁소, 비파가 있으면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저승의 눈길도 끌지 않고 테이션의 타박상 정도로 일이 잘 해결되었으니 청우 입장에선 최고로 잘 풀린 셈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무대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팀원들과 협동하여 같이 어우러지면서도 미카엘의 독주를 막고 시청자와 팬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매력을 선보이는 것뿐이다.
게다가 그는 이번에 내공이 늘면서 비장의 무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신선이 될 몸이니 부정한 방법으로 경쟁할 생각은 없지만 자신이 춤추고 노래할 때 자신에게만 나타나는 특수효과는 그저 사람들의 착각이라고 생각될 뿐이겠지.
그리고 그동안 테이션의 지도를 받으며 그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제대로 알았다. 이를 위해 팀원들에게 이 부분에 대한 허락도 받아야 한다. 테이션이야 지금 청우의 파트가 어떤지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이니 팀원들만 설득하면 자신의 비중도 늘릴 수 있어 보였다.
그가 그간 테이션의 그림자에만 신경 쓰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청우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를 고려하며 공부하는 중이었다.
이번 업적에 성공하면 자신은 본격적으로 아이돌로 데뷔하게 된다.
그럼 ‘이청우’의 부탁은 완수하게 되고, 그다음은 청우의 마음 먹기에 달렸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지내며 그는 아이돌이란 직업에 매력을 느꼈고 이곳의 음악에 빠져 버렸다.
청우는 아이돌로서 치열하게 살아갈 예정이었다.
이전의 삶에서도 그러했던 것처럼.
그는 어느 한 번도 자신의 인생에서 치열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새롭게 얻게 된 이번의 생도 자신의 생으로 인정했기에 그는 아이돌로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장하고 최정상에 도달할 것이다.
이쪽 세계의 문화와 음악을 공부하고 점점 이곳의 사고방식을 익혀갔다. 그리고 하나 다짐을 했다.
오늘이야 테이션을 살리기 위해 무공을 썼지만 앞으로 누군가를 위해 쓰는 게 아니면 절대 쓰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음악에서는.
함께 연습하는 〈wild〉팀을 보고 서서히 느끼던 것이 테이션을 마주하자 확실해졌다.
원래 세상은 불공평하니 제 능력을 한껏 활용할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게다가 지금 그는 목숨이 간당간당하고 이곳에 관해 아는 것 하나 없이 덜컥 떨어졌다. 그러니 음공으로 관객을 홀리고 조종해 업적을 손쉽게 성공시킬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무공은 중원에서는 살아남기 위해 당연히 수련해야 했던 것이나 여긴 아니었다.
여기 사람들은 무공 없이 그들이 가진 재능과 노력만으로 실력을 갈고닦아 경쟁하지 않는가. 무공을 써야만 청우가 살아남는 세계가 아닌 것이다.
청우가 무공을 써서 그들을 압도하는 건 어찌 보면 기만이었다.
테이션도 무공 하나 없이 세계를 상대로 살아남고 이름을 떨쳤다. 무공이 곧 생명과 직결되지 않다는 증명이 청우 앞에 떨어진 것이다.
앞으로 쭉 이 세계에서 아이돌로 살겠다면 청우 역시 무공을 내려놓아야 할 터.
지금처럼 불가사의한 일, 이 세계의 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에만 무공을 쓰기로 청우는 다짐했다.
[이청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합니다. 이쪽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말합니다.]그렇겠지.
대결할 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음공의 능력 중 하나를 내려놓으려니 아쉽긴 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자신은 신선이 될 사람이니 순리에 따르는 것이 옳은 길이겠지.
대신 이곳에서 무림인으로서 다져놓은 것들은 써도 되겠지. 환골탈태까진 아니지만 열심히 몸을 만들어놓은 덕분에 잠 안 자고 7일은 거뜬히 버틸 수 있었고 뛰어난 청각으로 아주 세밀한 음의 차이도 구분할 수 있었다. 발달한 안력(眼力)과 소주천으로 완성된 뇌의 능력으로 안무는 한꺼번에 외워버릴 수 있지.
이건 써도 되잖아?
생각해 보니 정말 아이돌에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고 넘어온 거나 마찬가지인데? 심지어 여기서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하게 되면 외모도 주지호에게 견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환골탈태라도 그건 어렵지 않냐고 이청우가 소심하게 반박합니다.]“청우다!”
그때 저 멀리서 반짝이는 얼굴이 달려왔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나타난다더니. 생각만 했을 뿐인데 주지호가 나타났다.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잘생긴 얼굴은 더 빛이 나는 것 같다.
“…너는 얼굴에 빛을 어떻게 내뿜는 거야?”
“응?”
“…아니다.”
다시 보니 환골탈태를 해도 성형수술을 하는 건 아니니 저건 힘들겠다. 녹림의 녹왕은 환골탈태를 했지만 여전히 산적 같은 외모였지.
“오랜만에 본다. 잘 지냈어?”
이전보다 밝아진 얼굴로 주지호가 말을 건넸다. 처음에는 남에게 휘둘리고 자신감 없는 표정으로 수그리고 다니던 주지호가 점차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다니자 그늘 한 점 없는 눈부신 외모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래, 한 줌이 소중한 내공이었지만 그때 쓴 건 지금 생각해도 아깝지 않았다.
그때 혈도를 뚫어준 탓인지 주지호의 몸놀림도 점점 좋아져 지금은 방향을 착각하는 것을 빼면 더이상 몸치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응. 너도 잘 지낸 것 같네. 연습은 잘 되어 가?”
“많이 노력하고 있어. 그래도 너 정도는 안 되겠지만. 요즘도 잠 안 자?”
“필요한 만큼은 자고 있어.”
청우도 반가워 주지호에게 더 말을 붙이려 했으나 말주변 없는 두 사람이 모이니 금방 이야깃거리가 떨어졌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만 늘어가자 주지호가 나중에 프로그램이 끝나면 정이원과 함께 자신의 집에 놀러 오라며 말하곤 연습실로 도망갔다.
정이원과 함께라.
한동안 정이원을 피했기에 이제 둘의 사이는 서먹서먹해졌지만 남들이 보기엔 그렇지 않은지 아직도 정이원과 청우를 묶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시 사이가 좋아지면 좋겠다고 이청우가 말합니다.]“…걔 친구 많아. 굳이 나랑 다시 친해질 필요가 있겠어?”
그는 숨길 것도 많고 수상한 구석도 많았다. 게다가 저승사자가 꼬여 주변에 이상한 사고도 수시로 일어났다. 굳이 잘살고 있는 녀석을 휘말리게 할 필요는 없지.
그러고 보니 우리 팀에 여전히 정이원이 있네.
청우는 이제 힘이 빠진 걸음으로 팀 연습실로 이동했다. 인간관계가 다 무슨 소용이야, 일단 자신의 분량을 늘리고 멋진 무대를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지.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으며 청우가 힘차게 연습실로 들어갔을 때였다.
팀원들이 한곳에 모여있었는데 인터넷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았다.
‘무슨 사건이라도 터졌나?’
청우가 호기심이 생겨 기웃기웃 자신도 둥그렇게 선 팀원들 사이에 끼고 싶어서 얼쩡거렸다.
“엇, 청우 형이다!”
미카엘이 청우를 발견하자마자 놀라서 소리를 쳤다. 그러자 다른 팀원들도 일제히 청우를 바라보았다.
나? 왜?
어리둥절해진 청우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윤시오가 빽 소리를 질렀다.
“너 멘토님한테 맞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