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n idol, but I'll show up RAW novel - Chapter (84)
아이돌이지만 등선하겠습니다-84화(84/101)
제84화
“과연 오늘 데뷔하게 될 6명은 누가 될까요? 최종 데뷔 6명은 지난 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1차 투표와 무대 및 생방송으로 진행된 2차 투표의 합산 결과로 결정됩니다. 이제 결과가 공개되는 순간입니다!”
MC의 말에 손끝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드디어 데뷔가 코앞이다. 관객석에는 이미 탈락했던 연습생들과 남은 연습생들의 가족들도 섞여 있었다. 자신을 응원해 줄 가족들은 없으니 팬들이라도 봐야겠다 싶어 관객석을 둘러보는데 누군가 청우에게 작게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강 실장이었다. 회사 사람이라는 게 들키면 좀 그런지 편한 후드티에 청바지, 그리고 캡 모자를 눌러쓴 차림이었다.
이렇게까지 챙겨줄 필요는 없는데. 새삼 고마운 기분에 청우도 살짝 눈빛을 보내주었다.
무대의 뒤편 막이 열리자 6개의 소파가 보였다. 소파에는 순위가 쓰여 있었다. 1위 의자가 유독 크고 빛나 보이는 것이 자신의 착각은 아니겠지?
“이제 5위를 공개합니다!”
화면에 5위란 글자가 돌아다녔다.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마지막 순위인 6위는 나중에 발표하는 모양이다. 이름 하나만 발표하면 되는데 MC가 어찌나 뜸을 들이는지 지켜보는 청우조차 애가 탈 지경이었다.
“5위는!”
또, 또, 끊어간다. 기다리는 연습생들도 침이 바짝바짝 마르는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계진성의 얼굴이 보였다. 흠, 너는 절대 아닐 테니 긴장 안 해도 될 텐데. 함께해서 안 즐거웠고 앞으로 절대 다신 보지 말자며 청우가 속으로 인사했다. 실력은 있는데 마음이 옹졸하고 질투심이 많아서 크게 되기는 그른 놈이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던 핀 조명이 누군가의 얼굴을 비추었다.
“5위는 이덕진 연습생입니다! 축하합니다!”
이덕진은 순간 얼어버린 듯 정지해 있다가 또다시 닭똥 같은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축하해!”
“덕진이 해냈다!”
주변의 연습생들이 이덕진을 얼싸안고 축하해 주었다. 청우도 거기 껴서 이덕진의 등을 축하의 의미로 철썩철썩 때려주었다.
아야, 아야 하고 말하면서도 이덕진은 기쁜 얼굴이었다. 마치 자신의 이름이 나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하긴 마지막 무대 전에도 자신은 춤도 노래도 어중간하다며 좌절하던 녀석이니 그럴만했다. 그러게 이 형이 넌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 않았냐.
MC와 스태프들이 이덕진에게 눈짓했다. 정신을 차리고 뛰어나간 이덕진이 마이크를 받아 들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감을 발표했다.
“제가, 절 뽑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뽑히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다들 응원해 주시고 믿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청우 형이랑 이원이 형이랑 매번 챙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갈 때는 그렁그렁이었는데 말하다 보니 벅찼는지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매번 어중간하다고 말하면서도 따라오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 알고 있는 청우는 그 엉엉 우는 모습을 오늘만큼은 기특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역시 이덕진은 눈물이 너무 많다. 저저 콧물 줄줄 흐르는 것 봐라. 팬들 다 도망가게 생겼네.
“다음은 4위를 발표하겠습니다.”
스크린에 이제 4위라는 글자가 떴다. 글자가 빙글빙글 돌아갔다. 저 무대 앞쪽 텅 빈 의자들 사이에 혼자 앉아서 훌쩍거리는 이덕진이 외로워 보였다.
“4위는!”
두둥-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조명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정이원 연습생입니다!”
빰빠밤- 팡파르 소리가 울리며 정이원에게 핀 조명이 고정되었다.
“아하하! 너 해냈다!”
“야, 이 짜식, 결국 해내는구먼!”
이덕진보다 대인관계가 넓어서 그런지 거의 대부분의 연습생들이 정이원에게 달려들었다. 격하게 몸으로 축하해 주는 연습생들을 보며 청우는 그냥 자리에서 서서 손으로만 축하해 주었다. 굳이 저기 끼고 싶진 않네.
저 멀리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정이원 꽃길’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걸 보니 정이원의 가족인 것 같았다. 단란해 보이는 부부에 동생들까지. 사랑받고 자란 티가 팍팍 나는 녀석이었는데 가족들까지 화목해 보였다.
한바탕 축하를 받느라 머리가 다 헝클어지고 옷섶이 내려간 정이원이 주섬주섬 옷매무새를 다지더니 활짝 웃는 얼굴로 무대 중앙으로 나갔다.
머리 정돈은 까먹은 듯 헝클어진 채로 소감을 발표해 관객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그러나 정이원은 왜 웃는지 전혀 모른 채 그저 신난 얼굴이었다.
“먼저 지금까지 절 응원해 주신 세공사 여러분께 감사드리고요, 제가 집중할 수 있도록 끝없이 격려해 주신 저희 부모님과 동생들도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멋진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마지막에 커다란 하트까지 손으로 만들어서 여기저기 손가락 하트를 날린 정이원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덕진 옆의 4번 소파에 앉았다.
“…하, 부럽다.”
옆에서 작은 중얼거림이 들렸지만 청우는 모르는 척했다. 뽑히든 뽑히지 않았든 여기 남은 연습생들 모두가 열심히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섣부르게 위로하고 싶진 않았다. 이런 일을 겪는 것도 그 사람의 인생에 밑거름이 될 테니.
“드디어 3위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과연 최종 순위 3위에 오른 연습생은 누구일까요?”
연습생들의 얼굴이 더욱 긴장으로 굳어졌다. 이제 몇 자리 남지 않았다. 특히나 1, 2위는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기에 남은 자리는 두 자리나 마찬가지였다. 제발 이번 차례에 내 이름이 불리길, 이라고 모두의 얼굴에 써있는 것 같았다.
“토할 것 같아요.”
옆에서 김해월이 속삭였다. 긴장감에 약한 김해월은 경직된 채로 몇십 분이나 이어지는 이 분위기에 질려버린 얼굴이었다. 청우가 손가락 끝에 내력을 조금 넣어 김해월의 손등을 쿡 찔러주었다. 속이 조금 편해졌는지 김해월의 인상이 펴졌다.
“과연 3위는!”
아놔, 또 끊어가네.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들면서도 속이 답답하게 만드는 이 진행! 빨리 좀 발표하라고 사회자의 멱살을 잡고 싶어졌다.
“누구일까요?!”
즐기는 건가?
“3위는! 김해월 연습생입니다!”
조명이 청우 옆을 비추었다. 김해월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가리며 서 있었다. 청우가 손을 뻗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축하한다.”
씩 웃어주자 이제야 실감이 나는지 김해월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축하해!”
“3위래!”
다른 연습생들도 김해월을 축하해 주었다. 현지원마저 그동안 친해진 듯 김해월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를 옮겨 등을 몇 번 두드렸다. 울망울망한 얼굴로 김해월이 청우를 한번 끌어안고 무대로 나갔다.
거, 남자끼리 이러는 거 아니라니까.
김해월은 왠지 손자 같은 느낌이 들어서 별로 상관없지만.
“감사합니다! 저를 뽑아주시고 응원해 주신 여러분들의 믿음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것만 해도 기뻤는데 높은 순위까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힘차게 인사한 김해월이 정이원의 옆자리에 앉아 정이원, 이덕진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제 남은 자리는 세 자리뿐이다.
심장이 계속 두근댔다. 이 두근거림은 자신의 것일까, 아님 ‘이청우’의 것일까.
지금 자신의 안에 있는 ‘이청우’도 이 긴장감과 벅참을 느끼고 있을까?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한 연습생들을 향해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1위 후보를 공개합니다!”
스크린에 1위 후보라는 글자가 떠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최소한 여기에는 들어야 비벼볼 만하다는 건데. 청우는 자신도 모르게 미카엘에게 향하려는 시선을 바로 잡았다.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자리이니만큼 무게감을 잡고 서 있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미카엘 쪽을 흘끔거리게 되었다. 역시 저 녀석이랑 나이려나? 아님 새로운 신성의 등장?
“첫 번째 1위 후보는!”
다들 생각하는 1위 후보가 비슷한지 여기저기서 이쪽을 흘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청우가 다시 시선과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미카엘입니다!”
앗, 내가 아니네. 얼른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박수를 쳤다. 역시 미카엘이 1위 후보에 올라갈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어머니 쪽에서 물려받은 서구적인 외모에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과 큰 키, 당당한 태도에 천성적으로 나오는 끼가 있었다. 외국에서 왔는데 한국말만 쓰는 캐릭터성까지 겸비해서 여러모로 인기가 많다고 했었지.
캐릭터가 뭔진 모르겠지만 저 녀석도 사랑받고 자란 티가 물씬 풍기는 녀석이었다. 뒤끝이 없고 세상을 항상 긍정적으로 보고 늘 밝게 빛나는 것 같은 녀석이다.
혼자서 밑바닥에서부터 아득바득 올라오느라 그늘지고 얼룩진 자기 자신과는 달리 그늘 한 점 없는 밝은 모습에 때때로 열등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이번엔 지지 않을 거니까. 청우도 가까이 가서 축하 인사를 해주었다. 미카엘이 씩 웃더니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말하며 무대 중앙으로 나갔다.
미카엘이 한쪽에 서자 다시 스크린에 1위 후보라는 글자가 떴다.
“두 번째 1위 후보는!”
두구두구두구- 긴장감을 조성하는 북소리가 났다. 이번엔 진짜 나겠지? 왠지 불안한 마음에 청우도 마음속으로 저도 모르게 제발, 을 외치게 되었다.
“이청우 연습생입니다!”
휴우. 나도 모르게 긴장했네. 방금까지 긴장하면서 마음속으로 제발, 이라고 외쳤던 자신을 모른 척한 채 제 이름이 안 나왔을 리가 없다며 청우가 뻔뻔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누군가 청우의 머리를 누르는 것을 시작으로 수십 개의 손들이 날아들었다.
“하하, 천마님 축하한다!”
“역시 네가 될 줄 알았어!”
“짜식, 짜식!”
왠지 미카엘에게 했던 것보다 거친 것 같은 연습생들의 애정 어린 손길을 받으며 청우가 고맙다며 웃었다. 이때다 싶었는지 등짝을 두들기는 손길들이 제법 매웠다.
퍽퍽 두들기는 손길들을 피해서 나오며 연습생들을 돌아보았다. 익숙한 얼굴들이 웃으면서 그를 축하해 주고 있었다.
이전 생이었다면 저들을 패배자라고 생각했을 거다. 앞으로 기회가 더 있긴 하겠지만 일단 눈앞의 승부에서 패배했으니.
그런데 실제로 저들과 어울려 지내며 가까이에서 보게 되니 더 이상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렇게 평화로운 세계 속에서 꿈 하나 이루겠다고 저 나이에 저렇게까지 치열하게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당장 무언가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이런 경험과 노력들은 분명 저들의 인생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청우가 앞으로 나와 서자 MC가 말했다.
“두 사람 중 최종 1위는 과연 누가 될까요? 큰 키에 잘생긴 외모,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에 멋진 춤 솜씨까지. 태양 그 자체, 라는 칭호를 받은 미카엘 연습생일까요, 아니면. 탄탄한 기본기에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거기에 갈수록 잘생겨진다는 외모까지! 모든 걸 갖춘 데다 엉뚱한 매력을 선보인 이청우 연습생일까요?”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악이 다시 흘러나왔다. 화면에 큼직하게 두 사람의 긴장한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잡히고, 관객석조차 긴장으로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이제 발표가 나면 ‘이청우’를 위한 목표 달성과 업적 달성이 막을 내린다.
청우 자신도 1위가 될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되든 그게 자신의 운명이겠지.
“과연 1위는!”
MC의 진행이 지금만큼은 답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되는 마음에 지나가는 시간이 짧게만 느껴졌다.
자신을 이렇게 긴장하게 만들다니. 마교의 혈염마가 자신의 목 끝에 칼을 가져다 댔을 때도 태연하게 나불거렸던 자신인데.
“1위는!”
그래도 두 번이나 뜸 들이는 건 좀 심한데. 작작 하지?
“1위는 바로 이청우 연습생입니다!”
펑! 소리와 함께 꽃가루가 흩날렸다. 미카엘이 와서 축하한다며 끌어안았다. 청우도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수고했다, 이 자식. 여전히 어깨가 넓구먼.
귀가 터질 듯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다른 연습생들도 크게 박수를 치며 이청우를 연호해 주었다. 관객석 팬들은 소리를 지르다 못해 몇몇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강 실장은 벌떡 일어나 옆사람을 붙들고 환호하고 있었다.
자신은 다른 연습생들과 달리 환호해 줄 가족은 없지만 저들이면 충분했다. 청우도 그들과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과 함께하며 응원해 주고 애정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 그들이 바로 자신의 가족이었다.
“미카엘 연습생은 최종 2위입니다. 축하합니다.”
스태프들이 미카엘에게 먼저 소감을 발표하라고 신호를 주었다. 미카엘이 앞으로 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청우가 속으로 생각했다.
‘네 꿈을 이뤘다, 이청우.’
[형이 아니었으면 이룰 수 없었을 거예요. 고마워요.] [업적이 모두 달성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혼원천과 ‘이청우’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미카엘의 뒷모습이 눈앞에 보였다.
그 순간 혼원천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청우만이 볼 수 있는 빛이었다.
청우의 영혼이 뒤로 쭉 잡아당겨지듯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서 있던 청우의 고개가 살짝 숙여졌다. 눈앞이 점차 어두워졌다.
‘지금 쓰러지면 안 될 텐데. 다들 놀랄 텐…….’
이내 눈앞에 새까맣게 물들었다.